본문 바로가기
8년간의 세계일주/2016-2017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485일차 : 스플리트(Split), 추운 날의 교훈

by 아스팔트고구마 2018. 7. 14.

자전거 세계여행 ~2485일차 : 스플리트(Split), 추운 날의 교훈


2017년 1월 6일 오후 


해가 넘어간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막상 떠나려니 저 석양처럼 마음에 뭔가 은근함이 남아 날 잡아끈다.

그래도, 가야지.





잘 있어! 


흐브르츠카! 크로아티아 입국! 

아우, 왜 이렇게 더 추워지는것이냐.


크로아티아 입국 도장을 받았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온도에 손가락이 굉장히 시려오기 시작한다.

이윽고 발가락이 굉장히 시려오는 상황. 점점 고통이 되어간다. 

이거 진짜 장난아니게 춥구나.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마음이 컨트롤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보니 지금 상황을 해결 해 보기 위해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맵에 표시된 숙소를 찾아 몇군데를 돌아다녔지만 숙소는 없거나 문을 닫았다.


이거 이거 진심 큰일인데...  

해는 완전히 저물고 작은 동네 한바퀴를 돌아다니다 앞에 소방관처럼 주황색 옷을 입은 현지인에게 말을 거니 내게 답을 준다.


아는 숙소가 있긴한데 왔던 길을 국경쪽으로 되돌아 수킬로를 가야한다. 

거기다 내려온 언덕길을 올라 가야하는 상황이다.

거리상 최소 1시간은 이동해야 할 것 같은데.


바람이라도 막을 수 있으면 아늑하련만 좋으련만.

추운 겨울 라이딩에 영하 5도까진 캠핑을 해도 상당히 아늑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 친구에게 물어보니 빈 건물이 있다며 알려줬다.

창고같은 곳인데 바람도 잘 막혀 있는 상황. 캠핑을 해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OK!

빨리 오늘의 잠자리를 마련하고자 자전거에 짐을 분리하려는데, 내일 몇시에 떠날꺼냐는 물음에 당연히 아침에 떠난다고 그랬다.


같이 와 있던 자기의 누이인지 이야기를 나누더니 날 자기의 집으로 초대를 했다.

밖보단 안이 나을 거라면서...




그리고선 내주는 따뜻한 차와 먹을꺼리.

손이 굉장히 시려서 오늘 저녁 차나 왕창 끓여마시려고 준비를 했었는데, 요로코롬 따뜻한 곳에서 맛난거 먹는건 엄청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날이 왜 이렇게 춥냐고 물어보니 최근들어 크로아티아의 날씨가 이상하다고 한다.


오늘 낮에 넘어온 이 근방(산으로 둘러 쌓인 지형)의 날씨는 영하 13도였고, 크로아티아 해변 도시들 또한 날씨가 굉장히 이상하다고 한다.

사진을 좀 빨리 찍었었어야 했는데...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도시들은 엄청난 추위와 파도로 인해 굉장히 재미있는 모습이 뉴스로 나왔다.

바닷가에 세워뒀던 차들은 거센 바람이 몰고온 파도의 바닷물이 차를 덮쳤는데 그 바닷물이 얼어버리는 바람에 차들이 마치 

냉장고에 얼려놓은 것 만큼이나 독특한 모양을 연출했다.




찾아보니 제대로 된 사진이 안 보이는데...

사진보다 위로 톱니처럼 파도가 치는 쪽에서 마치 커튼처럼 위로 올라 솟은 모양이었음. 

신기했는데 정작 차주들 기분은 어떨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날 초대해준 이바나, 네벤카 차줌마,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 안테.

아줌마가 뭔가 좀 웃겼음. ^^ 

얼었던 몸이 녹으니 몸도 기분도 흐물흐물 해지기 시작. 

어후~ 요 기분 요맛. 끝내주는 기분인데.

내가 자는 방은 난방은 안되지만 침대가 있고 바람을 막아준다.

밖에서 텐트치고 자는 것 보단 백배나은 아주 감사한 상황이다. 

이불이 있지만 내 침낭 하나 더 갖고 내 방으로 이동!!




자전거에 있는 물병 가져왔더니 물병 얼어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쁘게도 얼었다. 

오늘 흘린땀 간단히 씻어내고 잠에 든다. 

따스한 침낭안으로 들어가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다음날 아침.




실내외 온도차가 너무나 난다.

오늘 아침도 굉장히 춥구나. 으하.

간단한 빵과 차로 아침 식사를 한뒤 본격적으로 이동! 




웃음소리가 우리네 전원주 아줌마 맹크로 에너지(?) 넘쳤던 네벤카 아줌마. ^^ 

나도 웃음이 얼마나 나던지.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제 본 이바나, 안테와도 작별! ^^ 

고맙습니다!  




햇빛이 있어 다행이긴 한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굉장히~ 굉장히 춥다.

바람만 안 불면 다행인데... 정말 미칠것 같다. 

이렇게 추울수가. ㅠㅠ 



내가 어제 머문 동네는 이모츠키(Imotski)라는 동네.

오늘 목적지인 스플리트(Split)까지 가려면 산을 넘어 부지런히 달려가야하는데...




와, 정말 미친듯이 춥다.

이미 추위로 감각을 잃어가는 손발가락이 바람이 불어올땐 무슨 확인사살 하는 듯 말초신경을 찢어내는 것 같다.


스키 장갑도 별로 소용이 음는가벼. 

한겹 더 낄껄 그랬다.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산을 오르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괴로워서 지나다 건물 벽을 방패 삼아 몇분간 쉬었었다.

마치 야생 버팔로떼가 수백마리 지날때 피하는 한마리 초식동물처럼. -_-; 





그럼에도 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어댔음.

게다가 오르막길 끌바로 힘들게 오면서 물을 마시려고 했지만 물병 야속하게도 얼어있음. 

그 중 하나는 입구가 얼어서 물이 안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계륵의 상황. ㅋㅋㅋㅋ 으허... ㅠㅠ 

살려줘....




언덕하나를 넘어 오니 너무나 적당한 곳에 위치한 한 카페. 

자전거를 내팽겨치듯 건물 벽에 대충 기대고 바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삼성폰은 작동이 그나마 잘 되는데 아이폰은 이미 추위로 인한 배터리 광탈이 된지 오래.

눈앞에서 배터리가 82%에서 20%가 되더니 그냥 꺼지더라. -_-; 

기본적으로 장기 여행자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아이폰 2개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조배터리로 혼수상태 아이폰을 깨워가면서 잔뜩 얼어있는 몸을 좀 녹였다.

카페 아주머니가 날 얼마나 불쌍하게 보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자 비디오를 찍었는데...  아이폰이 박살나서 영상은 폰 안에 잠들어 있다. ㅠㅠ 




찾아보니 일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있네요. ㅋㅋㅋㅋ

아, 성원이 불쌍타 ㅋㅋㅋㅋㅋㅋㅋ



카페에 아저씨 한명이 날 보더니 스플리트로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전거 타고 가냐고.

너무 추우니까 차에 태워줄테니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아저씨는 운전수인데 자기 친구 유명한데 아냐고... 묻는다.

누구요? 



우리나라사람에게 꽤나 알려진 크로아티아의 대표 파이터 '미르코 크로캅!'

최강의 발차기를 자랑하는 그 크로캅!!! 오!!!!!!!!!!!!!!!!!

알죠, 제가 로캅이 형 잘 알죠, 로캅이 형은 절 잘 모르지만....ㅋㅋㅋㅋ


아저씨 같이 훈련도 했다는데 자기는 나이가 들고 지금은 버스 운전을 하신다고 함. ㅋㅋㅋㅋ

뭔가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보고 크로캅 운동시키는것처럼 그냥 빡세게 밟아서 가라고 할것 같은데, 의외네? 

몸을 녹이면서....

카페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고~ 




버스에 타고 출발.

오늘은 최소 85km 이상 달렸어야 했는데 날씨 때문에 목적지까지 못갔을것 같다.




가는 길에 오르막 내리막으로 제대로 달릴수나 있었을까?

차안이 아늑하니 눈이 스르르 감긴다.




도착한 곳, 스플리트(Split)! 




아저씨가 숙소 근처에 데려다 주려고 했으나 대형버스라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

나도 잘 모르는길을 아저씨한테 설명하기도 그러하니... 

아저씨 편한 곳에 세워달래서 그곳에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았다.

고맙습니다! 

내 안전 여행을 빌어주시는 아저씨, 아저씨도 안전 운전 하십쇼! 



물병이 녹을 생각을 안하는군. ㅋㅋㅋㅋㅋㅋㅋㅋ

고집센 녀석.




여전히 추운 동네.

숙소에 짐 풀고 좀 있다 보니 그제서야 배가 고픈걸 느낀다. 

아까 과자부스러기 좀 먹었었는데... 든든하게 배 좀 채워야지. 아흐~ 




숙소에는 버너가 없지만 나한텐 버너가 있지. ㅋㅋㅋ

고기 구워먹어야징! ㅋㅋ

너무 추운지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숙소에 머무는 여행자는 나밖에 없다. 

내일도 손님이 없고, 일하는 직원은 예약 손님만 받고 있단다.  ㅋㅋㅋㅋㅋ


크로아티아는 유명한 역사적인 도시이자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크로아티아 제 2의 도시인 스플리트.

과거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았고 세계 1차 대전 후에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도시로 있다가 1990년대 크로아티아의 도시가 되었다.




햇빛은 따땃하니 어제의 날씨보다 좋긴 하지만 그래도 춥다.





여름이었으면 노천에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했을꺼고  석양을 바라보는 연인들이 넘치지 않았을까?


알바니아를 넘어오면서 보는 아드리아 해를 품은 도시들의 분위기는 날씨때문에 

그리고 위치적으로 달라도 각각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품는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듯 하다.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좋긴 한데 바람이 불면 오래 있기 싫을 정도로 춥다.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앙코나(Ancona)로 가는 배도 있다.

알바니아였으면 배를 타고 갔었으리라.



이탈리아에 와 있었던 아는 형님(1년 반뒤에 여행기에 나옴.ㅋㅋㅋ)을 보러 가려고 했지만 그 형님은 한국에서 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지나 

로마로 왔는데 차의 모든 물건을 다 털려서 헝가리로 되돌아 갔다. 

나도 급히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아프리카로 갈 시기만 조율을 할 뿐.

그리 막 땡기는 느낌은 없는데 그냥 가긴 또 아쉬운 느낌의 아드리아 해변 도시.

그래서 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ㅡㅡ;




스플리트의 고성이 있는 구시가지 쪽.


날씨만 따뜻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

추워서 그런지 시장의 상인들도 철수하고 없다. 

지식백과를 보니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은퇴 후 노년을 보내기 위해 아드리아의 햇살 가득한 땅에 AD 300년경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무려 그리스의 대리석과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가져다가 꾸밀 정도였다니 겨울철의 따뜻한 날씨가 좋긴 했나봐.


근데 지금의 날씨를 황제가 겪어봤으려나? 궁금증이 생겼다. ㅡㅡ; 

아니면 황제라면 추위에 대한 관대함이 나와는 달랐을지도? 아니면 그냥 옛날이라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나 자기의 시선에서 보는 거니까.  




여름이 되면 사람이 많아지는 건 아마도 몬테네그로의 사랑하는 동네 코토르(Kotor)나 부드바(Budva)와 동일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많은 유럽 여행자들이 몰려오고도 남겠지, 

이곳에서 해수욕도 하고. 그래서 저런 사인을 붙여놓은게 아닌가 싶다.




시내에 있기만은 심심하고 또 관광지니 카페도 있어 갔는데 장사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뭐 이렇게 안 맞냐. -_-;




뭔가 멋져 보인 경기장.

크로아티아도 축구 참 잘하는데...

(여행기를 올리는 지금이 공교롭게도 월드컵 시즌이라니...ㅋㅋㅋ 크로아티아 이겨라! ^^)




검색을 해서 온 카페, Plara Kava.

트립 어드바이저 사이트는 음식점만 보는 편인데 검색해서 순위에 있던지라 찾아왔다.

따뜻한 공간에서 맛난 커피를 마셔서인지 기분이 좋다.


사실 내 가방에 보스니아에서 가져온 브라질 아라비카 커피, 그리고 인도 로부스타 커피가 많이 남아있는데,

원두가 아니라 생두라 볶아야 한다. ㅋㅋㅋㅋㅋ 언제 볶노 ㅋㅋ 




혼자쓰는 방, 오늘 하루도 정리를 한다.

굉장히 추웠던 크로아티아 입국부터 오늘까지.




여행에서 '어디'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여행의 재미를 더 높인다면...

'언제'는 그 재미의 깊이를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뭐 그래봤자 상황에따라 또 바뀌기 마련. 

잠시 오늘의 개똥철학을 씹어보며, 취침!  


2017년 1월 8일까지의 이야기


https://www.facebook.com/lifewithadventure/

http://cramadake.tistory.com

https://www.instagram.com/asphalt_potato/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