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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6-2017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520일차 : 베네치아(Venezia), 멍~함이 날 때릴때.

by 아스팔트고구마 2018. 11. 22.

자전거 세계여행 ~2520일차 : 베네치아(Venezia), 멍~함이 날 때릴때.


2017년 2월 10일


전날 캠핑지 선택을 할때의 염려대로 밤엔 비가 내렸었다.

쌀쌀한 아침을 맞이 하면서 텐트를 걷었다.




아우 잘 쉬었다.

폐건물이라 아침까지 늦잠자고 별 문제 없다. 

아마 캠핑에서 가장 큰 문제라면 외부의 요인때문이 가장 크다. 




약간의 추움을 껴안으며 우울한 하늘의 날씨에 인상만 쓴다.

그래봤자 달라질건 없다.

그나저나, 출발을 하려니 또 비가 오려고 하는구나.






베네치아까지 얼마 안 남은 거리.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가까워진 거리를 체감하면서 더 가야할 거리를 마음속으로 또 계산한다.

긴 시간의 여행이 머릿속으로 뇌까리게 되는 반사적인 행동 혹은 생각들은 숨쉬는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 

그리고 나는 계획도 없이 그냥 베네치아 보고 갈 예정이라 마음 편하게 왔다.

사실 아는게 없다고 하는게 맞겠다. 




베네치아 들어가는 길은 많이 꼬불꼬불하다.

자전거 도로도 따로 없어서 조심 해야함. 

원래는 섬 이었으나 도로로 연결 해 놨다.




베네치아에 오긴 왔구나. 




다리가 약 4km가 좀 안되는구만. 

오늘 아침부터 달려온 것처럼 그냥 그렇게 달려가면 된다. 




과거 무역 도시로 번창한 이곳, 베네치아. 

회색빛 아래 자연의 색을 반사해내는 오늘의 베네치아는 겨울날의 이곳 날씨가 대부분 이러한가 하고 의문을 갖게 만든다.




들어왔다고 기분 좋아서 베네치아 도시 표지판 앞에서 기념 촬영! ㅎㅎㅎ

약간의 성취감, YEAH! 




누군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람이겠지?

안녕하세요! (안궁금 ㅎㅎㅎ)




조금씩 시내로 쪽으로 페달을 밟는다.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한거야. 


자전거를 끌고 시내쪽으로 들어왔는데....

이거 어디로 가야하나?? -_-;

머리가 좀 과부하가 온 듯. 




와이파이 쓸겸 카페에 잠시 앉아서 빵쪼가리 그리고 커피로 고함치는 뱃속의 허기를 잠시 진정시키고 다시 지도 확인.

그리고 이동방향 체크 중.




아까 베네치아 입구로 들어올때 단체로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여행하면서 길에 대한 걱정은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데 도대체 길은 어디로 통하고 있는건지 찾지를 못하겠다.





전부다 다리 다리 다리.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스트레스가 살짝 오른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도 영어를 못하거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버린다. 

관광객이 많이와서 그만 좀 오라는 베네치아 사람이라고 듣긴 했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주변에 여행자 차림새의 단체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단체 중국인 관광객도 많이 보이긴 하더라.




아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당시 생각하면 뭔가 답답.)

오늘 왜 이러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머리도 멍하고 그냥 답답하다. 




앉아서 골똘히 생각을 해 봤다. 

딴것도 아니고 길을 못 찾아서 이러다니. 

GPS, 와이파이 잡아봐도 길을 못찾겠다. 

진짜 왜 이러지?? 



30여분을 생각하다가... 

그냥 나가기로 결정했다. 

베네치아는 다른 때 오는 걸로!

'아마 날씨도 안 좋고 자전거로 다니기도 안 좋을꺼야. 그러니까 베네치아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자.'

라고 스스로 주문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바보 같다. 

길을 못 찾다니??? 

길을 못 찾은건 정말 지금 다시 생각을 해 봐도 이해가 안된다. 

무슨 일이지????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뭔가 맘 한켠이 편한데 머릿속의 멍함은 계속 된다.

마지막으로 기념 사진이나 하나 찍고. (웃기는ㅡㅡ;)


주변의 지형때문인지 아래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나오고 나서야 생각하게 됐다. 




벗어나자, 베네치아.

이곳 날씨만큼이나 내 머릿속도 뿌옇다.




다시 볼일 있겠지? 

안 봐도 그만, 후회가 없으니까 선택에 꼭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갈 수록 덜 하다.

옛날 같으면 왔으니까 이건 해야하고 이건 해야한다는 강했을텐데... 장기 여행의 장점이라 해두자.

그래도 사실 당시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걍, 가자. 



 

아까 나왔던 길로 되돌아 나간다. 

식상한 라이딩. 반복되는 지루함. 




오늘 해 먹을 저녁을 위해 연료 좀 채우고 




이름 모를 동네를 지나는데 이곳에 아프리카, 중동 사람들이 정말로 많이 보였다.

베네치아는 아무래도 비싸다 보니 외국인들이 머무르기엔 감당이 안 되서 그런걸로 생각해 본다.




베네치아 벗어나는데도 기분은 뭔가 답답함. 

시원할꺼라 생각했는데 마음 한켠에 괜히... 아쉬움이 생기려다 말려다.

지나서 다른 일로 잊어버리면 될일이다. 




해가 저물어 가면서 자전거 도로가 없는 길은 내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차도로 가기 싫어서 옆 도로로 빠졌는데 이거 길이 비포장. -_-;


끌바와 라이딩을 번갈아가면서 이동을 시작한다. 

오늘 저녁 빛이 좋구나. 




작은 동네 폐건물 뒤에 캠핑을 했다.

그러나 전날처럼 또 비가 내렸던지라 2시간여가 지나고 나서 다시 텐트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텐트가 흡수가 아주 잘 되는 재질이라... ㅎㅎㅎ




이탈리아로 들어온 뒤 매일의 날씨는 이러하다.

지중해를 끼고 사는 이 나라 사람들이 날씨 좋은 시칠리아로 휴가를 가는 이유를 알겠다.





이런 날씨는 자전거를 타면서 움직임이 많은 나에게도 그닥 에너지는 덜 생긴다.

볕이 필요하다. 




으흐. 

춥다. 


2월의 이탈리아도 추위는 있다. 

지도상 이탈리아 아래 방향으로 이동하다 작은 동네로 들어왔다.

눈 앞에 보이는 카페가 있어 잠시 들어가본다. 




그 앞에 아저씨들도 ㅎㅎㅎㅎ 뭔가 신나보임.

아찌들이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할아부지 같다. 

ㅎㅎㅎ(포스터만 봤지 영화는 안 봤음.;;;ㅋ)




에스프레소의 고향, 이탈리아.

잠시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꾸벅꾸벅 존다.

따스함이 이렇게 좋은거다. 아효~ 




카페 내부의 느낌은 이란이나 오만같이 길거리 찻집에 온 듯한 같은 느낌이다.

옷만 전통옷을 안 입었지 이곳엔 남자들 밖에 없다.

안에는 카드게임하는 아저씨들 목소리만 소란스럽다. 




담배 및 기타 등등의 자판기. 




자, 달려가야지.

내가 갈 곳은 Cavarzere 방향.




오늘도 멍함이 이어진다. 

그곳으로 가는 이유는 그나마 가는 길에 약간 큰 동네라고 생각이 되어서.

지금 가진 돈이 다 떨어져서 유로화 인출을 해야한다. 

똥줄탐. ㅠㅠ 

큰 도시까지 가려면 거리가 좀 되는데 뭐 사먹을 돈도 없으니... 엉엉엉... ㅠㅠ 




신기할 정도로 너무 조용한 동네.

까바르세레(Cavarzere). 




주말이라 그런지 교회에 사람들만 보였다.




자자, 왔으니... 돈부터 인출 해 볼까?

카드를 썼는데 첫번째 카드는 안 먹고 두번째 카드로 인출 성공. 

처음 카드로 안 됐을때 엄청 놀랐음. 

다행이다. ㅠㅠ


약간 멍함이 잠시 풀렸었다. (역시나 사람은 절박해야한다.)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던 카페, 인터넷이 되던 이곳에서 잠시 휴식.

아까 전에도 커피를 마셨는데 계속 졸립다.

어제 비때문에 잠을  좀 설쳐서인가? 

자전거 짐을 보고 말을 걸던 이탈리아 사람들과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주인한테 부탁해 물도 가득 채웠으니 이제 다시 페달을 밟으면 될 일. 




아까 카페서 졸면서 루트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고 시간을 보냈더니 해가 금방 저버렸다.

이동길은 대부분이 평지라 어렵지는 않은데 나의 준비 부족으로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좀 많아진다.

뭐, 어때? 

이것도 여행의 일부인 것을. 




캠핑지를 찾아서 온 곳은 강을 끼고 지나는 다리 밑. 

오가는 차도 적고 지나가도 소리도 거의 안 난다.




정말로 조용해서 좋다.

근데, 많이 춥다. 

춥다. 


이탈리아 날씨가 따뜻할줄 알았더니, 속았어. ㅠㅠ 

생각해보니 속인 적이 없구나, 나 혼자 마음대로 착각한거지. 


머리가 멍해지니까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되는 것 같다. 



나이스 아이템, 핫팩을 터트리고 오늘 밤을 따숩게 자야지.

그나저나 몸이 피곤하니, 머리가 멍해지는 건가...???


뭘 좀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멍~함 뒤에 숨어서 날 때리고 있다. 

약간 정신을 차리니까 몇대 맞은 느낌이 난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냐?


2017년 2월 11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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