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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218일차 : 유라시아 대륙의 끝, 마지막 뺑소니 사고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8. 28.

자전거 세계여행 ~3218일차 : 유라시아 대륙의 끝, 마지막 뺑소니 사고 


2018년 12월 18일


몸이 어디까지 망가지려나.

내 흉통을 거대한 오케스트라 삼아 울려대는 기침 소리가 정말로 컸었다.

이런 적은 처음인듯 싶다.






잠을 자던 투숙객들이 그 소리에 잠을 몇번이나 깼었으니까. 

나 또한 도저히 이래선 민폐다 싶으니 하루 더 쉬려는 계획을 접었다. 




오늘도 좋은 날씨를 맛본다. 

서늘한 바람과 따가운 햇빛의 조합. 

생각없이 달리다가 햇볕에 그을리기 좋은 날씨~ㅋㅋㅋㅋ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고민한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남은 비자 기간은 10일. 

내 세계일주의 종착지는 포르투갈 리스본이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도착이 가능하다. 

600km 정도의 길을 남은 날로 나눠 가면 된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지만, 지금 몸 상태로선 그럴수도 없다. 

중간엔 크리스마스도 껴 있고 출국을 위해 짐 정리를 따로 해야하니까. 


무엇보다 지독하게 아픈 몸 상태를 내가 어찌 할 수 없다는게 한스럽다. 


현재 위치는 카디스(Cadiz)주 타리파(Tarifa), 점프할 수 밖에 없다. 

아픈 몸이라면 여행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도로 상태는 라이더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상태.

다만 문제라면 지금 심한 기침으로 몸에 열이 오르는 내 몸 상태.

상황이 정말 안 좋다.




몸을 쥐어짠다는 말을 이때 써야할듯 싶다.

쿨럭일때마다 가슴을 송곳으로 찔러 후벼 파는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결국 멈춰야했다.

나무아래 걸터 기대어 잠시 휴식.


딴것도 아니고, 이런 문제라니. 

죽을거 같다. 뭐냐, 막바지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누가 봤으면 전투중에 부상입고 나무에 기대 쓰러진 패잔병으로 봤을듯 싶다.

내가 이런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자니 손발 오그라 들어서...




베헤르 데 라 프론테라(Vejer de la Frontera)를 지난다.


생각보다 완만한 길에다 지루할줄만 알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문제는 이걸 즐길만한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는 것. 


여행하는자, 멘탈과 신체를 정복하면 세계를 누릴수 있나니...


위대한 전투의 신 알렉산더 대왕도 세계일주는 못해봤겠지.

위의 말은 한국의 한 자전거 여행자가 한 걸로 하자.ㅋㅋ




적어도 몇십키로 더 가서 치클라나 데 라 프론테라(Chiclana de Frontera)까지 갈 수 있을줄 알았는데, 안되겠다.

도착한 곳은 꼬닐(Conil).




해질 타이밍에 들어온 꼬닐 데 라 프론테라(Conil de ra frontera).




카디스 주 내 해변 도시 이름에 전부다 국경 혹은 지역 구분선을 의미하는 프론테라(Frontera)가 들어가는거지?

과거에 역사적으로 이곳에 북아프리카와 로마 사람들이 많이 와서 요새를 짓고 지역 경계를 삼아 그런가?

의문점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지치고 아픈 몸을 빨리 쉬게 하고 싶었으니까.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 되자 공기가 차가워졌고, 기침은 한껏 더 난리쳤다.

숙소 체크인.




씻고 나와서 보니 하늘이 예술이구나. 

타리파에서도 정열적인 하늘이었다. 폰카로 담아 이모양.




가방에 든 감기약도 별 쓸모도 없는 듯 싶다. 

약국을 찾아 시럽약부터 샀다. 

르완다에서도 그랬듯이. 시럽이 잘 먹히더라고.ㅋ 

먹고 나니 좀 줄어들긴 하드만~ 




아침에 일어나니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무거웠다. 

비까지 내리네. 

햐.




기침은 또 시작.

양파, 생강, 마늘 왕창 투입해서 닭봉과 푹 고아 먹는다.

맛따윈 지금 상관없다.




도착 후 이틀을 더 강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작은 동네 꼬닐 걸어서 돌아보기도 좋은데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고, 그럴 힘도 없었다.

숙소에 박혀 누워서 갈길이나 검색해보고, 차 마시기만 계속.

다행이라면 타리파에 비해 이곳엔 손님이 나 포함 딱 3명밖에 없었다는거.


여행객들도 무난했고 탈없이 쉴수 있었다. 

아침마다 잠시 들렀던 스페인 주인장도 친절했다. 




대서양에 인접한 도시들이 어떤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듯 싶다.

꼬닐 또한 멋진 곳이었으니까.

우리나라 12월의 날씨가 이곳에는 말 그대로 딴 나라 이야기. 

여긴 스페인이지... 


진짜 좋다. 

컨디션만 제 상태였다면 나도 모르는 미소로 광대승천 장착하고 있을지는 모를일이지. 

 



숙소 앞.




숙소의 투숙객 전부.ㅋ 

터키계 벨기에 사람 파티, 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안나.


꼬닐 또한 해변을 끼고 있는 만큼 서핑으로 유명하단다. 

안나는 불곰국 여성답게 이곳 겨울 따윈 우습게 여겼다. (실제 지금 러시아는... 어흐ㄷㄷㄷㄷㄷㄷ)

손님이 없는 비수기에 이곳에서 매니저로 숙소 관리를 하며 낮시간에 서핑을 즐겼다.


같은 방을 쓰던 파티 또한 아픈 내 상태를 보고 걱정을 많이했다.

아침이나 저녁엔 할일이 없으니 차나 커피 한잔 만들어 내주는 걸 굉장히 즐거워 하던 친구들. 겨우 며칠간의 담소에도 적당히 편안한 시간이었다. 

아픈 몸 상태에 별 활동없던 숙소에서 친절한 사람만으로 위로되는 이상하게 기억이 남는다.




다시, 출발! 

길이 나 있는 해변쪽을 따라 북진~!




바닷가 바라보기. 

자꾸 내 남은 시간과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올 수 밖에 없게 된다.

지금 달리는 곳이 자전거 여행자들에게는 상징적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다. 

유라시아 대륙의 끄트머리에 있고 바라보는 곳은 바로 대서양 앞바다니까.




해변길을 따라 달리면 시선에서 대서양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도착한 전망대, Mirador Faro de Cabo Roche.


https://goo.gl/maps/a7riAqPQcopPXoF69





잠시 멈춤....

큰 한숨을 내뱉었다.

갑자기 눈가가 축축해지네. 


세상의 끝이라면 끝인 곳.

해남 땅끝마을엔 못가봤어도, 유라시아 땅끝마을엔 와 봤네. 


중국, 중앙 아시아 지나서 왔으면 더 빨리 왔을텐데. ㅋ 

지난 시간이 생각이 자꾸 난다. 여행 잘 마무리할 시간이렷다! 


https://goo.gl/maps/BUgR882ReDSXHU669


전망대 옆에는 작은 방풍림 같은 곳으로 부를만한 곳이 조성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보호조류 관찰지역이었다.

지나다 근사해더 이곳을 늦게 달렸다면 하루 정도 캠핑하고 싶은 정도였다.

바로 앞 바다가 멋있어서...





여전히 기침은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내 몸상태는 지금 거의 만신창이.

오늘 목적지까지 가려면 찬찬히 또 달려가봐야지.




치클라나 데 라 프론테라.




조용한 도시를 마주침은 라이딩에도 재미가 되는데, 남은 일정을 생각해보면 즐길 여유는 없다.

우선 이동에 신경을 써야하니. 




오늘의 중간 목적지는 산 페르난도(San Fernando).


오는 길에 차 한대가 끌바중이었던 내 왼팔꿈치를 사이드 미러로 치고 가버렸다.

사이드 미러는 충격으로 떨어져 몇십미터나 날아가버리고. 순식간에 내 정신도 잠시 날아가버렸음.

차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붕~ 하고 가버렸다. 불과 10초도 안된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ㅋㅋㅋㅋ






깜놀해서 자빠뜨린 자전거 세우다 든 생각. 

내 자전거 여행의 시작과 끝은 뺑소니와 연관이 되어있나?

세계일주 출발할때도 일주일도 안되서 뺑소니 사고를 당했었지. 마무리 일주일 남았는데 이거 뭐꼬.

주변에선 액땜이라고 다행이라 말을 했는데, 이런걸 믿지 않는 나로선 살면서 액땜을 얼마나 주기적으로 해야하는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선택이니.

무사히 집까지 가면 된다.




산 페르난도 역에 도착! 

시간적, 물리적으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가는건 무리라고 판단을 했다.

게다가 중간에 크리스마스 기간을 끼어있는 시간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여러가지 안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기차를 탔다.




제한된 시간을 두고 루트 고민은 언제나 문제다.




우엘바(Huelva)를 지나 파로(Faro) 방면을 지나서 리스본이 있는 북쪽으로 달리면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도시연계와 동시에 자전거를 갖고 이동하는 교통편을 찾아봐도 내겐 우호적이지 않는 상황. 

포르투갈을 하루 이틀 달려보려던 계획은 포르투갈 교통편을 샅샅이 뒤져도 도저히 적합한 교통편을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내 컨디션 문제도 생각을 해야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 교통편을 찾아야 했다.

같은 EU존 쉥겐비자 국가라 해도 나라별 교통 시스템은 조금씩 다르다.

자전거 여행자라면 흔히 겪는 혼란스러운 문제.


알아볼 수 있는바는 다 알아봤지만 만족할만한 교통편은 결국 하나 밖에 없다. 




대안은 대도시인 스페인 세비야(Sevilla)로 가서 그곳에서 바로 리스본으로 가는 것. 

그렇게 세비야 행 기차에 자전거와 내 몸을 실었다.




계획에 전혀없었던 세비야에 왔다.

벌써 세비야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숙소에선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로 붐볐고, 도착했을때 따뜻한 뱅쇼 한잔을 내주며 환영을 전했다.


지구 한바퀴의 거리를 돌고나서 한 결심대로 무작정 달리지 않기. 

그래서 선택한 세비야는 내가 받은 좋은 선택이라 믿고 싶다. 


남은 시간동안 지난 시간을 천천히 되돌아 보기도 나쁘지 않겠다.

긴 여정의 끝, 세계일주의 목적지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18년 12월 21일 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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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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