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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2652일차 : 후예(Huye), 할로페리돌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3. 24.

자전거 세계여행~2652일차 : 후예(Huye), 할로페리돌


2017년 6월 20일


시럽 약을 먹으면서 몸이 나아진다 싶지만 더디다.

알약을 먹게 되면 내 몸이 몸이 아니게 된다.

흐...




미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르완다에서 가장 고급 일본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이곳에 지내던 한국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 대부분은 외국인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오상 가족을 제외하고 이곳에서 일을 돕고 있는 일본인들만 3명이 더 있다.

스시 마스터인 나이 많은 아저씨 한분, 그리고 같은 방을 쓰는 류가와 미오의 친구 나오미.

그리고 이곳 르완다 직원들이 7-8명은 되는 듯.

점심시간은 조금 한가하지만 런치타임에 오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티타임 혹은 브런치를 먹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간혹 있었다.

이곳 레스토랑 직원 중 한 친구를 잡아서 커피 집중교육 하면서 매일 조금씩 봐주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은 상업용 머신을 들이게 되면 훨씬 더 나을꺼라고 본다. 




맛잇는 점심.




미오의 아들을 위한 도시락 ㅎㅎㅎ


정말로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미오 집으로 온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기침때문에 아파서 병원갔다가 몸이 더 안 좋아졌다.

몸을 제대로 가눌수가 없으니 정말 내 정신이 이 몸뚱아리에 갖혀버려서 미쳐버릴것만 같다.

비커안에 담긴 파리가 보이는 유리덮개를 뚫으려고 해도 뚫을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까?





그냥 있을수가 없었다.

정말로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버스를 타고 온 곳은 부타레(Butare) 지역의 후예(Huye).

차 타기전에 약을 먹었는데, 정말 머릿속이 또다시 빙글빙글 돌고 내 시신경이 잘 못된것지 보이는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정면으로 응시되는 모든 것들이 중력때문에 땅으로 꺼져버리는 듯한 현상?! 

시간이 지나니 졸음과 함께 무기력함까지 몰려와서 숙소에 쳐박혀 누웠다.


궁금해졌다.

이거 도대체 무슨 약일까? 

약의 처방전을 갖고 있었고 당시 약국에서 제조할때 겉면을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한국 의사에게 보내주니... 


이거 확실해? 

무슨 약이길래? 

깜짝 놀란다.

내가 받은 약은 바로 이거.

응?




시럽약, 그리고 할로페리돌 이라는 이름의 약.

할로페리돌(Haloperidol)? 

그 알약이 할리페리돌이 문젠가?

검색해 보니... 

오 마이갓.



정신분열증에 먹는 약이구나.

아놔......

이러니 이렇지.





도대체 약을 무슨 정신으로 처방을 해 준거지???

약을 보니 부작용도 만만찮다. 

급작스런 발작이나 돌연사까지 될 수 있다고 하니.

그나저나 약효는 증명된 셈인가? 

정말 미오네 집에서 침 안 흘리고 오줌안싼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햐.....

진짜, 그 약 준 녀석 잡아내야겠다. 


이날 저녁 숙소에 누워서 잤다. 

아무것도 안하고.

시럽약은 확실히 약발이 있었다.

기침을 덜해. 확실히. 


그 다음날 몸 상태는 정말 믿을 수 없을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약 봉지 하나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먹기가 뭐해서 하루에 한두번 먹은게 하루종일 무기력을 달고 살았었다. 아예 안 먹으니 훨씬 낫다.

아마 여행중 이렇게 몸이 가벼운 적은 처음이다. 

정말 너무너무 가벼운 느낌이었다. 

한 10년은 젊어졌다는 말을 이렇게 해야할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스로의 몸 상태가 너무 놀랐을정도.




더이상 기다릴수 없다. 

후예에 도착해서 인터넷으로 몇군데 카페나 커피 농장을 알아봤다. 

얼른 가야지.  ㅎㅎㅎㅎ




후예 마운틴 커피 농장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916

후예 지역은 르완다의 주요 커피 생산지다.

수퍼마켓에 파는 커피 산지 뒤에 주소 보고 검색, 그리고 또 검색후 몇군데가 겹쳐서 오게 되었다.

본격적인 수확 시즌의 르완다 커피가 많이 궁금하다.

얼마나 좋은 상태들의 커피가 직접적으로 생산이 될지. 




이날 가서 샘플 커피의 스코어 자체 다 별로. 

몇번 마셔보고 그냥 말았다. 

디팩트도 있고 특징도 고만고만.

커피 헌팅을 하는 업자들에게는 중간 업자를 통해 그들이 받아들여야할 시간과 비용이 어떤건지 이해가 간다.

적당한 시즌에 한번 와 보고 싶네. 




밖으로 나와 돌아가는 길. 

주변에는 커피산, 길에는 커피 나무도 보인다.




건기인 분위기를 확실히 알 수가 있다.

길바닥에 모래먼지가 엄청 날린다. 

내 기침 또한 탄자니아의 건기 시즌부터 시작이 되었으니...

이곳의 모래먼지 탓을 하자. 




작은 동네, 후예(Huye).

동네를 마실하듯 당긴다.

몸 상태가 좋아진 날 이렇게 돌아댕기다 몸살 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오늘 힘을 내고 있다.




이곳에 사는 분으로부터 추천 받은 카페, 카페 코넥시온.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917

내가 마셨던 르완다 최고의 커피.

기대 없이 마셔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와, 맛 진짜 좋다! 

다시 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그리고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카페, 느헤미아. ㅎㅎㅎㅎ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918

ㅋㅋㅋㅋㅋ 그냥 웃겼다. 




온 목적지를 후예로 잡은 이유가 있다. 

이날 저녁엔 세상의 좁음을 다시 느꼈던 시간이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경민씨를 이곳에서 만나고 사진의 민호씨는 내 불알친구와도 아는 사이.

경민씨 덕분에 르완다의 인터넷 그룹에 가입을 해서 미오까지 만나게 됐으니 사람의 인연이란 정말 어떻게 이어질지 모른다. 

르완다 오니까 에릭을 만난 것도 그렇고 작은 인연들이 하나둘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짧지만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르완다에서 멋진 삶을 개척하고 계신 두분, 앞길에 좋은 일만 가득~가득 하시길 빕니다! 

미래에 다시 꼭 한번 만나요!!! 




오늘 하루 몸을 회복하고 나니 지난 일주일을 돌아볼 정신적인 여력이 생긴다.

그야말로 남은 힘이다. 

지난 일주일은 내 인생에 가장 무기력한 일주일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우리나라 말은 언제나 왜곡되는게 넘치고도 넘치는데 그 대표적인 말 중에 하나가 저게 아닌가 싶다.

원저자가 저런 의도로 쓰지 않은 참 감성적인 말인데.

아파보니까.... 아프니까 청춘은 됐다. 




다음 날 되돌아 간다. 

터미널에서 빵과 함께 곁들여 먹는 콩.

콩맛이다. 




저렴했던 숙소, 주변에 비해 깔끔해서 당장 선택했다. 

르완다는 숙소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비싼게 흠이다. 




터미널 가는 길 




버스터미널 참 작다.

주변 풍경은 그렇다쳐도 분위기가 우리네 오래된 시골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키갈리로 되돌아 간다.

다시 올일이 있을까?

그땐 몸에 더 에너지가 있길 바래본다. 

어제 컨디션이 좋다고 느꼈던 것은 죽었다가 살아날 정도의 느낌이어서 그랬다.

평소에 다닌것과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닌데....

몸과 마음이 둘다 너덜너덜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던 르완다 농촌.

평화롭고 여유롭다.

기침은 나지만 내 몸도 여유롭다.




버스는 좀 더 많이 않게 하려고 5인석 자리로 만들어 놨음.

아프리카 사람들이 날씬하다는 전제조건을 갖고 있는 것인가? 




처방해준 약을 갖고 왔다. 


처방한 약사는 자리를 비웠는데 다른 약사가 전화를 해서 오게 만들었다.

처방해 준 약사는 지나고보니 그 약이었다면서 내가 떠나고 그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기가차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뿐.

며칠간 문자그대로 정신이 신체에 그야말로 꽁꽁 싸매져서 굳은채 갇힌다는 느낌을 실제로 처음 경험해 본 것 같다.

햐, 저 사람을 우짜스까? 


우리나라였으면 약사 박탈일까? 벌금형일까?

다시 날 본다.

내가 갑질할때는 언제일까 하고..




약을 새로 처방받았다.

또 몰라서 약 사진을 또 찍었다. 

쉬자, 어쨌든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고통없이 기침을 잡으면 된다. 다행이다.




가져온 남은 커피 샘플.

부지런히 직원인 이노센트에게 알려줘야겠다. ^^ 




오늘의 저녁.

일본식으로 참 다양한 것을 먹게해주는 미오 상.

고맙습니다.



햐.

쉬자.

며칠간 수고했다. 


2017년 6월 23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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