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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모험/책Books

[신문기자 시바 료타로 / 산케이 신문사] 관찰, 고찰, 숙고 그리고 따뜻한 관점

by 아스팔트고구마 2021. 11. 22.

[신문기자 시바 료타로 / 산케이 신문사] 관찰, 고찰, 숙고 그리고 따뜻한 관점 

 

최근 메타버스 관련 책을 읽으며 바쁜 세상의 변화를 느꼈다. 잠시 세상을 바꿔 약 반세기 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을 집었다. AK출판사를 통해 알게된 일본의 역사 소설가 시바 료타로씨의 일대기에 대한 책.

나 개인적으로는 NHK 대하드라마가 시작이었다. 관련 일본 전국시대를 다룬 여러 작품들을 찾아보니 이 책<신문기자 시바 료타로>의 주인공인 시바 료타로가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이 작가가 쓴 작품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NHK 대하드라마의 작품들 중 일본 전국시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 많은데, 그 작품 중에서는 오늘의 책 주인공인 시바 료타로가 쓴 작품을 기초로 하고 있는 작품이 꽤 된다. <올빼미의 성>, 그리고 2009년 한창 일본을 사카모토 료마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 드라마 <료마전>도 시바 료타로가 (무려!) 1962년에 쓴 작품 <료마가 간다>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외 이전에 개인적 관심을 이유로 서평을 남긴 책 전국시대 다이묘 사이토 도산의 이야기인 <나라 훔친 이야기>도 1963년에 쓴 그의 작품이다. <나라 훔친 이야기>는 수십 년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신문기자 시바 료타로 
시바 료타로 책

 

몇 달간 서평 없이 책만 읽다보니 목적성을 갖고 보는 방식이 희미해졌었는데, 서평을 쓰려고 읽다보니 생각이 여러 갈래로 뻗쳐서 책 읽는 시간보다 이 서평을 쓰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나 지금 뭐하고 있니;;;) 건져내야한다는 압박감을 털어내니 책 읽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서평을 남기다보니 독서의 목적이 뒤바뀌었는데, 쓰다보니 몇 시간이나 보내고 있는 날 보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힘들었다.;) 뻘 생각도 많았다는 뜻인데 결국 잘라내고 다시 잘라내 짧게 공유하고픈 내용만 글로 남겨보려 한다.

 



 

* 먼저 다루는 인물(시바 료타로)에 대해 불편한 지점이 있다. 끝에 나오지만 독도 이야기와 센카쿠(댜오위다오)에 대한 그의 관점. 아마 그는 역사적 증거와 사실을 지금 시대에 밝혀진 만큼 몰랐다고 믿고 싶다. 그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찐~~~한 독도 수호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노릇. 

그 역시 그의 시대를 산 사람이라 우리나라에 대한 시선은 보통의 한국 사람으로선 거부감이 느껴지지만 이 책을 실제로 집어 읽는 사람이라면 한 사람에 대한 호감을 갖고 보다가 끝에 기분이 잡쳐질수도 있을까봐 미리 알려두는 바다.

편한 중간지점을 찾자는 것도 아니고, 사람은 자신이 알 수 없는 극단의 지점은 누구나 존재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책을 통해 쓸만한 부분이 어딘지만 나눠보려 한다.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복잡한 등장인물들(나오는 주변 여러 등장인물들 이름), 그리고 지명은 익숙치 않아 내가 어쩌면 혼동해서 이해한 바가 틀릴지도 모른다.) 

 

 

 

 

 

1. 신문기자, 그리고 소설가 시바 료타로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흔히 알기로 시바 료타로는 역사 소설을 쓴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공식적인 커리어의 시작은 신문기자였다. 시바 료타로는 일제 시대 군인으로 만주에서 복무했었고 패망후 일본으로 돌아와 신문기자가 되었다. 

그의 이름에 대해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지만 책에 분명한 설명이 나온다. '시바 료타로'라는 이름은 그의 필명이고 그의 본명은 '후쿠다 데이이치'다. 중국의 전한 시대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를 굉장히 애독했다고 하는데, 사마천에 요원(遼遠)하여 미칠수 없다는 의미로 붙였다고 한다. 

 

 



이 책 <신문기자 시바 료타로>는 시바 료타로가 어떻게 신문기자가 되었고,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가 시간의 흐름대로 설명되어 있는데 후반부에 가면 책의 제목대로 왜 '신문기자'라는 부분이 강조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최초 신문기자 시절 소설 <올빼미의 성(城)>을 통해 나오키 상을 받고 본격적인 소설을 저술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의 신문기자의 시절의 모습과 소설가로서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있고 그것은 그의 소설 작법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이전 일본 작가들이 쓴 방식과는 다른, 자기만의 방식 곧, 시바 료타로 류가 되었다. 그것은 그의 기자 생활을 통해 배웠던(터득한) 관점에 기인한다. 

 

 



책은 기자시절에서 작가 시절로 움직이며 이야기하는데, 왜 책 제목이 <신문기자>임을 강조 되었는지 나온다. 역사적 상황에서 스리슬적들어오는 배경 설명이나 관점은 굉장히 독특하고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 나라 훔친 이야기에서 나오는 오다 노부나가의 목욕하는 장면에서 '몸의 기름'을 씻어내는 부분에 대한 표현은 내가 읽어본 소설중 가장 실감나고 진짜 같은 표현이었다. 그 관찰은 기자의 관점에서 나온게 아니었을까? 그럼 그 관점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2. 관찰과 고찰

책 내용에서 그의 문체나 작법이 기자 생활을 통해 배웠던 관점에 기인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책에는 이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와있지 않고 설명하지도 않는다.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스며들듯 설명하고 있다. 

책 저자가 산케이 신문사라고 적혀 있지만, 참여한 사람은 신문사 관련 포함한 그의 주변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바 료타로의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이 책의 느낌은 시바 료타로의 문체처럼 쓰인 그의 관찰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이 어렵지 않게 읽힌듯(인물명, 지명 빼고.ㅋㅋㅋ)

그의 작법적인 부분에 대해 에도 후미오(문학 평론가 1928-2005)가 시바 료타로의 작품을 이렇게 해설했단다. 

 

P. 229.

"본문안에 잠깐 집어넣는 인물평이나, 이 신종교(정토진종)'에 대한 고찰. (중략) 그 배경에는 현대 사회의 기구나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대한 고찰이 있다. 저널리스틱한 눈이 거기에 움직이고 있다." 

"이 소설 안에는 자주 글쓴이의 '여담'이나 '잡담'이라는 형태로 사이카 당의 자손으로 결성된 '사이카회'이야기나 '사이카야 백화점'의 유래를 설명한다. 전국시대 10만명이라는 인구를 가진 사이카쇼와 전국 각지에 그 자손이 퍼져가는 과정의 설명등은 현대의 뛰어난 저널리스트 특유의 시각이라 할 것이다. "


아마, 그의 작품에서 그리고 위 문장에서 나온 단어중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바로 저 '고찰'이 아닐까싶다. 그의 예리하고도 독특한 관점과 비유, 기발한 수사법은 저 고찰에서 나오는데 단순히 기자 생활 자체만을 통한 것은 아니다.

 

 

3. 발과 독서

누군가 'Ctrl + C, Ctrl + V'가 기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그랬을까? 기자 대신 기레기라는 말이 붙는 시대 지금은 시바 료타로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는 뻔한 소리를 하려는게 아니다. (이 부분 때문에 많은 시간을 쓰고 지웠다.) 

이 책은 그의 신문기자로서의 부분을 책 절반정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핵심만 말하자면 그의 작품의 기반은 신문 기자생활동안 배운 분위기와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 곧, 발로 뛰는 현장취재가 첫번째, 그 다음은 바로 방대한 '독서'(관련자료 연구)에 있었다. 

 

 

 


시바 료타로가 말한대로 무상의 공명주의(어떤 보상없이 심혈을 기울여 기술을 갈고 닦는 검객같은 신문기자)를 추구하는 기자가 있을런지, 과연 이젠 남은 세상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돌봐야할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우선되는 상황에서 그의 태도는 너무 고루한 것으로 변해버린 걸까? 

시바 료타로는 스스로 '비천한 야인 무사 출신'이라고 이야기 했다던데, 자조가 아닌 '자찬'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지런히 현장을 뛰는 기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부지런히 현장을 다니는건 원래 해야하는것 아닌가? (태풍 때 날씨 중계하는데 사옥 바로 앞에서 현장 중계하는 영상이 자꾸 떠오른다...-_-;) 

 

 

 

 

4. 스스로가 쓴 것 같은 시바 료바로에 대한 이야기

매니아에겐 도움이 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과거 시바 료타로가 했던 이야기나 연구(이런것도 있다니, 와..;;;) 등이 참조되어 있어 실제 뉘앙스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언제나 결과에서 바라보면 과정은 그럴싸하게 설명하기 쉽다. 그래서 이 책이 시바 료타로가 신문기자로서 그가 살아온 삶에 얼마나 진한 영향을 미친건지 무조건 비판없이 믿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쓴 소설의 관점으로 몇발짝 상상과 현실의 공백을 두고 이 책과 그의 인생을 바라본다면 꽤 도움이 될꺼라 생각한다. 

시바 료타로는 신문사 생활을 끝내고 본격적인 저술을 시작하면서 그의 소설가로 더 유명했었음에도 자신을 신문기자로 여겼고, 다시 태어나고 신문기자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문장으로 시바 료타로 매니아, 또는 그의 소설 쓰기 접근이 어떤지 자그만한 힌트가 되진 않을까? (신문기자로서 배운 내용을 강조해야 겠지만 내겐 그게 관심 사항이 아니라 이 서평에선 제외했다.)

 

 

 

 

 

5. 설명하지 않은 보너스

서평으로 다 남기진 않았지만 내가 아직 전부 접하지 않은 시바 료타로 작품을 보았고, 표현에서 멋진 곳이 많았다. 특히 마지막 챕터의 신문사에서 풍신(風神-위치 바꾸면 카미카제 인데?;;)이란 필명으로 쓴 10편 정도의 칼럼은 그가 30대에 쓴 글이자, 무려 60여년이나 흐른 지금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한편 글을 쓰는 사람(기자나 작가) 등은 내가 다 설명하지 않은 시바 료타로의 작법에 대해 구체적이진 않아도 넌지시, 나름의 레토릭을 만들어가는데 하나의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의 관점이 있을테니 그 적용점도 당연히 그위에 실어갈 수 있을듯)

 

 

 


잠시 동안 시간이 느려진 곳을 책을 통해 여행 다녀온 느낌이었다. 또한 책을 통해 또 잡생각이 많아진 상념의 시간이었다. 시바 료타로 매니아들에겐 꽤 유용한 책이 될듯. 후반부의 번역자 분의 우연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진데에 시간차가 있는데 책의 가치를 이렇게 느껴보긴 실로 오랜만이다. 

신문기자가 되었을때의 기분을 글로 남겼는데, 좀 긴 문장이지만 그 글을 다시 인용한 저자들처럼 내게도 감동이라 마지막으로 이부분을 남기고 서평을 마무리 해 본다.

 

 

 

멋있다. 내가 세계일주 글 쓸때의 그 느낌...&nbsp;

 


"옅은 보랏빛이 스민 신문이 인쇄되면 그 냄새에 매혹을 느꼈다. 그 냄새와 위윙하며 울리는 윤전기 소리가 내게 '신문기자가 되었다'는 확신 같은 것을 불어넣어 언제까지나 떨어질수 없게 하였다. 

그 냄새와 울림은 지금도 남성적인 매력이다. (~중략~) 기름이 스민 종이는 연인같은 눈빛으로 나를 상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기사를 누가 썼을까 하는 것은 세상 사람 누구에게도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누군가는 읽을 것이란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 나는 하나의 일을 했다는 만족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좋다는 소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속에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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