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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6-2017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525일차 : 피렌체(Firenze), 내 추억 속 낭만은 나가리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1. 4.

자전거 세계여행 ~2525일차 : 피렌체(Firenze), 내 추억 속 낭만은 나가리


2017년 2월 15일


밤새 밖은 추웠으나 텐트 안은 따뜻했다.

차가 지나가는 큰 아스팔트 교각 아래 텐트를 폈으나 정말로 조용하게 잠 한번 맛있게 먹은 하룻밤이었다. 

아마 새벽에 가장 시끄러운건 내 코고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ㅋㅋㅋㅋ

으함~ 잘잤네. ㅎㅎㅎㅎ

잘 쉬었으니 이제 이동해 볼까?


어제 텐트치러 온 밭 옆을 지나 역으로 이동.




맑고 푸른 오늘 날씨.

아주 양호합니다. 




사람사는 곳.

남미의 여러 국가들도 그랬고 카톨릭 국가들은 이런 형태로 부고를 알린다.

R.I.P.

지금 있는 곳은 리미니에서 떨어진 작은 동네.

이곳 마을 사람들의 소식을 이렇게 알 수 있는건 뭔가 정겹다.




어제 본 그 문. 

별거 아닌데 뭔가 있어보여서.





교황 클레멘트 몇세지? 로마자 잘 못읽겠다. 

이탈리아는 중국처럼 작은 도시도 깊은 사연을 갖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왠지 '우리는 이탈리아'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기차역 도착.




역으로 왔다.




어제 역에서 시간대를 확인후 티켓을 겟! 

중간에 볼로냐에서 내려서 파엔짜(faenza)를 거쳐 피렌체로 가는 여정.

가장 최근 소식으로 올렸던 2018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처럼 이탈리아에서는 기차에 자전거를 실을때 추가 비용 3.5유로를 내야한다.




이동! 




좋은 날씨에 눈으로 담는 외곽 풍경이 좋은데 사실 내게 즐길 여유가 지금 없다.




자전거를 싣는데 짐 무게에다 열차 높이도 높아서 제대로 싣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직원은 옆에서 재촉만 하고 도와주질 않는다.

낑낑대다 그냥 강하게 밀어제꼈더니 자전거 짐받이는 부러지고 짐받이 나사도 부러졌다.

거기다 패니어 걸개까지 뿌러졌음. -_-; 

기차 짐칸에서 이동하면서 짐받이 수리한다고 아놔... 




그렇게 잠시 환승할 역인 볼로냐로 왔다. 

따스한 햇살이 좋은 볼로냐.

자전거와 짐을 보더니 이탈리아 경찰이 뭐라 묻는데 영어로 대답하니 그냥 생까고 간다.

흠, 그렇다. 여긴 이탈리아. 




이 문은 또 얼마나 긴 시간동안 무슨 사연으로 여기 있을까?

준비 없이 온 여행지에서 겪는 흔한 일상. 




볼로냐는 현재 우리가 말하는 종합 대학의 개념으로 말하는 세계 최초의 대학이 있는 곳이다.

그냥 그렇다고. 

20대에는 다른 나라 대학교가 굉장히 궁금했었는데 더이상 그러하진 않다. 




뭔가 좀 있어보이던 쓰레기 통




주변을 한바퀴 돌아본다.

지금 이곳은 볼로냐 지역의 메인 광장 피아짜 마기오레(Piazza Maggiore). 

마기오레 광장 되시겄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분위기도 평화롭고 좋았다.




자전거 세워놓고 잠시 앉아 있었다.

짧았지만 햇살에 여유로왔던 시간.




볼로냐는 비행기 여행으로 치자면 그야말로 스탑오버로 들른 거.


시간이 있어서 카페를 찾아 간다.




볼로냐 검색후 후기와 평점이 좋아서 오게 된 카페 떼르찌(Caffe Terzi)

기대를 하고 왔는데 진짜 커피는 때찌 하고 싶었던 곳. 

방문기 : http://cramadake.tistory.com/831







카페를 나와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되돌아 간다.

따땃한 날씨가 이렇게 좋은거였군.

평화롭고 여유롭다. 




볼로냐 역으로 다시 도착해서 이제 피렌체로 가야한다. 



중간 도시에서 환승, 한번 더 갈아타고 피렌체로 이동한다.




중간도시에서 대도시인 피렌체로 이동하는 기차는 상당히 좋음. 

피렌체 역에 소매치기가 그렇게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내 옆으론 의심스런 사람이 안 온다. 

내가 없어보여서 그렇겠지. -_-;

좁은 기차에 북적이는 사람들에 끼여 피렌체로 간다.




헤드폰이나 좋은 이어폰으로 여러 현악기의 미세한 선율조차 놓치지 말고 흡입하듯 감상해보시길.




피렌체.....

자전거로 왔으면 아무런 감흥이 없었겠지만 내가 도착할 곳이 피렌체 역이어서 마음속에 기대감이 있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무대인 이곳. 

난 영화와 책보다 OST를 먼저 들었기때문에 음악이 주는 영감은 꽤나 낭만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조금 실망했고, 좋은 음악이 전지현이 선전한 샴푸광고로 쓰였을땐 혀를 찼다.

너무 없어보였으니... (그 광고가 망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환상이 얼마나 컸는지.... 

내가 어릴적 개인적인 이유로 그 영화와 음악이 내게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이곳은 이탈리아, 내겐 추억의 사람과 인연이 있는 곳.

무려 피렌체로 오는 기차안에서도 위의 음악을 계속 들었으니까.

'서툴기만 했던 그 사랑의 추억'이라는 말이 참... ㅎㅎㅎㅎㅎ

거짓말 안보태고 정말 수천번은 들었을 그 OST의 상상속의 그 느낌은 없었다. 

Not at all.


피렌체 역, 이곳은 내게 그저 사람이 많은 역이었다. 

나라는 여행자 또한 영상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하나의 사람일뿐.

아, 마음의 허탈감이... 

솔직히 좀 많이 크다. 


허허허, 

이것참. 

영화 잘 만들었네....



밤이다.


조명이 예쁘다고 해줄께.




피렌체의 랜드마크.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




주변, 바라보기. 

그리고 아직도 마음에서 안 가신 아쉬움을 달랜다. 




그래, 그냥 기념컷이나 찍자.


20살때 접한 영화음악으로 마음에 키웠던 나의 상상은 아름답고 아팠고 거대했으며 슬펐고 황홀하면서도 깊었다.

35살이 되어 현실로 돌아와 느끼는 지금은 주문한 콤비네이션 피자가 그저 마르가리따 피자로 나온 기분이다. 


많이 아주 많이도 빠진 느낌이다.

지금 즐겁고 아름다운 도시에 도착한 내 마음의 공허감은 이렇게 클 수가 없다.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렸다고 생각해야지.




작년 독일 베를린에 왔을때 만난 고등학교 선배가 피렌체로 이사를 했고 형님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어둠이 지나고 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나도 잘 모르겠네. 


내일 되어봐야 알겠지.




일본영화라 그런가...

평소 잘 안 쓰는 일본말인데, 내 마음속 그 낭만은 자꾸 '나가리'라는 단어가 입에 붙냐. 

아, 덴장...


슬프냐. 


2017년 2월 15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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