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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6-2017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528일차 : 여행지에서 발견한 일상의 그리움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1. 8.

자전거 세계여행 ~2528일차 : 여행지에서 발견한 일상의 그리움


2017년 2월 17일


머문 선배네 집에서 점심시간까지 뒹굴거렸다.

간만에 만난 선배와 잡담도 하고 옛날 이야기도 하고.

아, 시간이란...

로마로 가면 같은 시간을 추억하는 선배를 만날 예정이다.

고등학교때 본 선배가 이탈리아 땅에 두분이나 계시다니. 

별거아닌걸로 히히덕 거리는 그런 일상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어제처럼 오늘도 시내쪽을 한바퀴 걷는다.

피렌체의 건물이 인간극장 마냥 수세기의 사연을 잔뜩이나 품고 있는 포스인데 본지 하루만에 으흠~ 이런 반응이다.

장기 여행자의 폐해지. 





오늘 날씨도 흐려서 어제 같은 호기심의 10%도 안 생긴다.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사진찍기도 귀찮고.... 

큰일이야. ㅠㅠ 

무슨 이벤트를 하는 사람들인것 같은데 음, 행사를 하는가보군 정도로 패스.




어제 바삐 움직이느라 이곳, 베키오 다리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신곡의 작가 단테의 첫 사랑을 이곳에서 만났다고 했나?

사실 난 신곡을 읽어본적도 없고 단테라는 사람을 알기전 처음엔 '단테'라는 이름이 작품 이름 인줄 알았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왜 내가 알고 있느냐? 

그저 찾아보다가 관련이야기가 자주 언급이 되는 걸 듣고 보아서. 

잘 알고 있다. 왜 그런지.

별로 생각없이 그랬더라 하는 것들.

세계 3대 뭐시기, 세계에서 가장 ~~한 것 TOP3 이런거.

팔리니까 쓰는 문구다. 

흠, 여행이 끝나고 나서 한번 해 봐야겠다. 

머리속에 아이템만 수십개가 생긴다. 




어제 들렀던 카페 디따 아르띠지아날레(Ditta Artigianale)

이곳엔 이탈리아 바리스타 챔피언 프란세스코가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서비스 해 주는 커피 한잔을 즐길수 있는 곳.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으니. 

카페에 앉아서 프란세스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방문기: https://cramadake.tistory.com/837

올해(2017년) 11월에 서울에서 있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국가대표로 나간다고.

짧지만 이런 대화는 또 다른 하나의 추억이자 이야기거리가 된다.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

이 잔자한 분위기에 잠시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아프리카를 넘어가려니 또 이런저런 준비거리들과 길에서의 마주할 어떤것들.

뭐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게 문제다. 

무엇보다 모든 것에 금방 식상해져버리는 내 관점도 문제고. 




걸음대로 가다가 온 곳은...?




응, 저기에 보이는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우와!!!! 

여긴 어디야??? 

오프라인 맵을 켜서 현재 살펴보니 우피치 미술관 앞이라고 뜬다.

말로만 듣던 우피치 미술관이 피렌체에 있었구나. -_-;

들어가려고 하니 사람들은 많고 나는 늦었고.


줄만 보고 그냥... 바로 든 생각. 

됐다, 다음에 오지 뭐.

준비만 좀 잘해오면 굉장히 재미있을 이탈리아 여행일텐데... 

그나저나 저 조각상들을 보니 닌자거북이가 생각난다.

코와~ 붕가! (완전아재)




시뇨리아 광장




서 있는 건물은 마치 사람 얼굴처럼 다르다. 

이 건물을 지은 사람들이 지금 시대의 아파트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어제 본 광장.

같은 장소임에도 날이 달라서 분위기가 어제에 비해서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다.




지나가던 길, 통유리로 보이던 성당




큰 성당에 비해 정말 덜 붐벼서 좋다.

현지인들 또한 조용히 들어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페 질리(Gilli)에 왔다.

100년이 됐다고 들었는데 다시 보니 270년이 넘었다고 나오는구만.

그땐 딴거 팔았는갑지?



워낙 유명한 카페라서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

가게 내부는 많은 디저트들이 예술 작품처럼 전시되어 팔려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DP를 정말 잘해놨다.

박수 안 칠수가 없음. 

박수 세번 쳐준다. 짝짝짝~ 




이탈리아 커피 문화는 서서 마신다. 에스프레소의 특징이 작은 잔이다보니 샷을 뽑고 나서도 금방 식기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재미있는 사실은 테이블을 차지하면 따로 돈을 내야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였으면 난리났을듯.ㅋㅋㅋㅋㅋ)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더니 리스트레또를 내준다.

잔을 받고 한번 쳐다봤더니 흠~ 하면서 눈을 내리깐채 정장을 다시 한번 고쳐입는다.

마치 니가 커피를 아냐? 하는 식으로. 

'리스트레또가 아니라 에스프레소 주문했다'고 하니 에스프레소 뽑은게 맞다고 한다.

피식~ 한번 웃으면서 눈을 마주치니 눈길을 피하는 녀석.

지랄하고 자빠졌네, 똥을 싸라 새끼야. (마시다 반 남겼다.)





때 마침 내 옆에 있던 우리나라 여행자들.

"이게 역시 이탈리아 커피야, 커피는 이탈리아지. 이게 고향의 맛인줄 몰랐어."

호퍼에는 일리커피가 꼽혀 있는데...


당연히도 전부다 그렇진 않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이런것 같다.

외국에선 특히나 선진국에서는 참 순하다. 

같은 우리나라사람들에겐 야박하게 굴고, 못 사는 나라가면 정도가 좀 더 심하고.

좀 더 넓은 모양으로 봐주면 좋을텐데 없던 배려심이 생겨나는 건가? 

아니면 여행중 흔히 들었던 종특인 것인가?




밖에는 테이블이 따로 있다.




프란세스코와 나눈 대화의 증거를 이곳에서 본다. 



여행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면 쉽게 접하면서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진다고 본다.

어떻게 봐야할까?

우리나라 TV프로그램을 보면 외국인들이 등장해 우리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백인들이 주로 나와서 주를 이루는데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 사람들이 주로 나와 하는 것은 없는것인지?

좀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이 나오면 시청률이 떨어질 것 같은 건가?




적어도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제작자들이나 관련자들은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알기 때문에 그럴꺼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시청자)들이 다른 나라(흔히 말해 선진국)의 시선과 관심을 목말라 한다는 것.

유튜브에 우리나라 컨텐츠를 가지고 리뷰를 하는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ㅎㅎㅎ

누군가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고 싶다. 




피렌체를 내일이면 떠나야 한다.

폰 충전기가 망가져서 새로 하나 구입.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어제 모카포트, 브리카.


어떻게 제대로 작동해줄진... 이제 길에서 한번 써보면 될일이다. 




고등학교 서클 1년 선배, 명규 형님과.

작년 베를린에서 신세를 졌는데 이렇게 또 초대를 해 주셨다.

형님 댁에 있는 동안 형수님이 알려주신 파스타로 음식 해 먹는 법을 배워서 남은 기간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굉장히 알찼다. ㅎㅎㅎㅎ

너무 고맙습니다! 한국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뵈어요! ^^ 




짐을 싸고 밖으로! 

캬, 오늘 날씨 진짜 좋네. 어제는 잔뜩 찌푸리더니.. 

좋게 생각하자. 라이딩 하는날 비 맞는거 보다 맑은 날이 훨씬 좋으니까.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데이!!! 




피렌체를 벗어나 볼까?

잘있거라 아르노 강이여! 

그땐 내가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고 싶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자전거 여행자 냄새를 푹푹 풍기는 한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 멈춰 섰다.


자전거 외모는 이미 나랑 동급. 

삐에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이 친구.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자기네 나라 파리까지 가는 여정중에 있다고 했다.

피렌체에서 서북쪽으로 올라가면 스위스를 지나 프랑스일테니... 

자기나라에 가는구만. 나는 앞으로는 잘 모르겠고 우선 아프리카부터 가야하니까...^^


잘 알지? 길 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서로 남은 여행기간 동안 안전히 여행하자구! 

그리고 인연이 닿으면 보자! 




피렌체 시내를 벗어난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검색없이, 준비없이 온 피렌체도 멋있었다. 

인정!

여러군데 좋은 곳이 많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 나라도 다 못봤는데, 급할 필요 없지. 




오늘 햇빛이 넘 좋다. 

햇빛은 뜨겁고 바람은 차갑고. 라이딩해서 몸을 덥혀야 한다.




떠나는 날 새들이 도열해주는거라 보겠음. 




내가 이동하는 방향은 시에나(Siena) 방면이다.




피렌체여 잘 있거라.

위 사진을 찍고 몇분 안되서 만난 펑크.

ㅡㅡ^ 




펑크 자국이 수십 군데 나 있었던데다 밸브가 좀 불안정해서 아예 새걸로 바꿨다.

프레스타 방식의 문제라면 문제. 

교체후 




달려가즈아!!!!!!!!!!!!!!!!!!! 

추우니께 몸에 열 좀 올려보자고!!! 

페달질 고고! 




부는 바람이 쌀쌀하지만 길의 상태가 업다운 힐이 반복이 되기에 몸의 체온은 적당하게 유지가 되고 있다. 




라이딩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외곽으로 나왔다.

주변 풍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 포도밭.




넓은 주차장 같은 곳에 쉬어갈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이 같이 있어서 나도 잠시 멈춰 섰다.

커피 한잔 마시려고 ㅎㅎㅎ




자전거를 보더니 아들과 함께 라이딩 중이던 현지인이 와서 이것저것 묻더니 엄지를 치켜 올린다. 

자기가 내 사진 찍어주겠다며 찍은 사진 ㅋㅋㅋ

이제 커피를 마셔야지.

어제 산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한번 마셔보자.




제가 모카포트 브리카 사용법을 긴 시간 설명을 하면 좋겠는데 사진 용량의 한계로 대충 설명을 해야겠다.


모카포트 사용법 간단 설명.  

처음 산 모카포트는 세척을 당연히 해야한다. (중성세제로)

주의! 식기세척기에 넣고 씻으면 절대!!! 안됨

재질이 보통 알루미늄인데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렸다가 부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모카포트 아래에는 분리가 되는데 아래쪽에는 물을 채우고 커피를 담는 바스캣 안에는 에스프레소 용도의 분쇄 정도로 갈아서 커피를 담아준다.




그리고나서 불위에 올려놓고 기다리면




커피가 이렇게 추출이 된다.

사용 전 세척을 하지만 남아있는 기구내 알루미늄 가루나 기타 잡스런들을 커피를 통해 청소한다는 개념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처음 추출한 커피는 마시지 않고 버린다.




위와 같이 다시 같은 과정으로 시작해서 끓이면 이렇게 커피가 추출이 된다.




커피 추출이 되면 불을 끄고 




이렇게 컵에 담아 마시면 나도 홈 바리스타 되겠습니다. ㅎㅎㅎ


청소는 쉽다.

바로 만지만 뜨거우니 찬물로 식혀주고 만지거나 아니면 식을때까지 좀 기다리거나. 

위에 추출된 부분쪽은 간단히 물세척만 하면 된다.

분리되는 부분엔 고무인 가스캣 그리고 필터가 있는데 청소가 필요하겠다 싶으면 적당할때 분리해서 세척하면 끝! 

참 쉽다. 




커피를 2잔이나 만들어마셨다.

사실 처음 커피를 버릴생각으로 만들었던지라 두번째 커피를 처음과 동일 조건으로 하는 바람에 분쇄도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쓴게 문제였다.

분쇄도 조절을 제대로 못했던지라 커피가 너무 묽었음. 

그래서 다시 한잔 더 가늘게 분쇄해서 마셨는데... 아, 이건 아니다. 커피 선택 실패. 

그리고 당연하게도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은 절대 못 따라간다.

그래도 길에서 에스프레소 만들어 마시는게 어디야~ ^^ 

앞으로의 여행도 잘 부탁한다! 비알레띠 브리카! 




널부러져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흥얼흥얼 대다보니 벌써 해가 저물었다.

자유여행의 장점, 이렇게 맘대로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것. 

해가 저물어가니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진다. 

으흡. 




다니는 사람들이 없으니 내겐 좋은 선택! 

뒤쪽에 널찍한 공터가 보인다.

그곳에 텐트를 쳤다.

이탈리아 들어와서 첫 캠핑도 아닌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춥냐. 

두텁디 두터운 습기가 내 텐트를 덮어버린 저녁이었다.


2017년 2월 18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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