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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여행지일상

#9. 밤거리, 금발의 그녀

by 아스팔트고구마 2016. 12. 20.

#9. 밤거리, 금발의 그녀


어느 날 저녁, 배가 고파서 들른 햄버거 가게.

창을 통해 바라본 밖은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듯한 모습의 여성들이 서 있었다.

큰 눈과 오똑한 코, 예쁜 화장과 함께 그리고 날씬한 몸매를 과시하듯 잘 차려 입은 옷.


TV에서 말하는 아름답다는 미의 기준에 이곳은 정말 그 표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라서 나도 눈이 간다.

그녀들의 머리칼은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부드럽게도 흩날린다.




'우크라이나에서 여자 꼬시려는 터키애들 정말 많더라.'

조지아에서 만난 한 여행자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서 있던 여성들 주변으로 인도, 중동 혹은 아프리카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배회중이다.

그렇게 둘셋으로 다니는 몇몇이 서 있는 여성들에게 말을 건넨다.

짧은 대화 후 함께 차를 타고 사라지는 여성이 있는가하면 일그러지는 표정의 여성도 보인다.


갑자기 무슨 호기심이 들어서일까? 

그리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한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너 남자 찾고있어?'

'응, 나 돈 필요해. 오늘 저녁 시간 프리한데.'

'햄버거 먹던 중에 니가 남자들과 대화하다가 찌푸리는 걸 봐서 그냥 말 걸어봤어.'

몇 초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 예쁘잖아, XXXX흐리브냐 정도면 되는데, 어때???'

신비스런 밝은 파란색의 눈을 가진 그녀는 도도한 표정으로 내게 질문을 했다.




'너 금발 안 좋아해? 나 영어도 할 줄 알잖아. 나 돈 필요해. 나 집세도 내야하고 옷도 사야하거든.'

'............'


나의 떨떠름한, 아니 썩소에 가까운 표정에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다고 느낀 것일까?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는 그 자리를 떠났다.




밤거리 여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던걸까?

몇 단계를 건너뛴 그녀의 내재된 인종적인 우월에 대해 지적질을 하고 싶었을까?


여행기간 출신과 피부색 때문에 그르치는 판단에서 좀 자유로워졌을꺼라 생각을 했는데, 

오늘 정작 마음에 남은건 직면하기 싫은 어떤 불편함과 짜증스런 느낌이다.


나에겐 길거리 여성을 무시하거나 하대할 권리가 있나? 하는 질문이 갑자기 든다.

남자들의 욕망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동시에 들면서...


예쁘긴 참 예쁘더라. 


기분 참 거슥하면서 불편했던  2016년 8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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