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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모험/책Books

[책 리뷰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남자 때문이다. 좀 많이 남자 탓이다.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10. 18.

[책 리뷰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남자 때문이다. 좀 많이 남자 탓이다. 


나와 딱 1년 차이나는 사람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그렇다. 곧 내 연배의 이야기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자, 무려(어쩌면 흔해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렇게도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실제 이야기이자, 이 책 속 평론가의 언급처럼 다음 내용이 안타깝게도 아니었으면 좋겠음지만 '익숙하게'도 그와 같이 그려지는 우리의 모습이다.





서점에 가면 판매대 상단에 보이는 책이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다 보니 뉴스에서 다루는 것까지 접했다. 

대략 내용이 어떤지 예상이 되었는데 읽어보니 정말 그러하다. 


잘 읽지 않는 소설류를 최근에 몇 권이나 읽었다. 

내가 여러 책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책 몇권을 선물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이었고 자기의 경험담도 전해줬다. 

그렇게 읽어내려갔다. 

내 친구 역시나 나와 같은 연배(우리나라에선 이게 당연한건지도...;;), 이 책 속 주인공인 김지영씨와 같은 세대다.





1.

문제는 항상 도사리고 있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는 이상 잘 알 수 없다. 더군다나 관계성이 떨어진다면 그 문제들은 더더욱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이 책의 내용의 주제라고 해야할까? 

'대한민국 82년생 김지영씨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여자들이 이런 사회적인 문제와 압박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 하는 것.


내 가족은 어머니를 제외하곤 전부 남자다. 

내 또래가 보통 그렇듯 남중 남고를 나와 여자들이 겪는 문제는 민감한 청소년기 신경 쓸 일이 없었던것 같다. 

대학교는 여자학우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단과대학으로 갔지만 사실 남자들에게 자기들의 속 이야기를 한적은 거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내가 여자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산 것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겪는 시기에 나는 군대를 갔다가 외국으로 나와 그 문제를 대면한 일이 적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겪는 차별, 폭언, 갑질, 가사 및 육아, 처우 등을 생각해보면 화도 나고 안타까움이 생기다가 그들의 선택속에 따라오는 결과물이나 부작용 정도로 치부하며 그 이상의 생각은 진전되지 않았다.






2.

이 책은 대한민국 한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사실 초점을 맞춰야할 것은 겪고있는 문제의 원인이다.

이 책 '82년생 김지영'은 여자 vs 남자의 구도로 그려놓고 있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들은 사회의 권력,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들에 의해 벌어지는게 사실이다. 

여자들의 대표격인 김지영씨가 겪는 상처의 원인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남자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의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남자들은 여성들의 삶에 여러 형태로 압박을 한다.


같은 여자들이라면 성적 농담 같은 것들이 남자처럼 불편하게 일어나진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다른 식으로 생기겠지만.)

그리고 같은 나라 사람이자 동년배의 사람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남자'로서 김지영씨가 겪는 상황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자, 같은 상황을 몸소 체험한 사람들이 내게 직접 말해준 것들이다. 


* 이 모든 문제가 전부다 남자 때문이다! 이렇게 이해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생각이 되지만 그런 의도로 보려는 사람들은 그냥 창을 닫으시기 바란다. 

아까운 시간 유튜브나 보는게 본인의 인생을 위해 더 나을꺼다.




이 책을 읽고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함이 생겼다. 

책 끝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와 똑같은 판단(직원이 임신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로 인해 여성 채용을 주저하는 것)을 나 또한 할꺼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그런 선택을 하리라 생각한다. 


과거의 사회생활 모습에 기반한 제도와 법규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착화 된다.

그 보수적인 특성 때문일까? 그 문제로 인해 변해가는 환경 속 세대간, 성별간 구성원들 간에 생겨나는 갈등은 과거의 것이 현재 우리 사회 전체에 족쇄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발견한다.


많은 부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숭고한 모성애로 덧씌워진 여성들의 희생'을 자꾸 요구하는 사회의 뿌리를 유교에서 찾아야하나?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찾아야하나? 

과거 한 세대 앞선 지금 부모님 세대들이 참고 왔다고 해서 그 문제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는 힘들어도 참고 했으니 너도 해야한다는 식의 개소리는 오늘날 택시타지 말고 인력거 타란 소리와 다를바 없다. 


외국을 좀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알꺼다.

여성들에 대해 여성들이 겪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예외는 접고 들어가자. 비교를 이슬람과 하려고?? 그럼 경제를 아프리카랑 비교하던가.)





3.

나는 대한민국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에 대해 굉장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아울러 자칭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논리로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여성의 인권과 차별이 심한 우리나라에 여성가족부와 페니미스트들이 하는 짓과 소리가 시덥잖아 그들의 행동에 별 신경도 안쓰지만 그들이 소리치는 내용의 기저에 깔린 본심은 사실 남자라도 알고 있으리라.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약자다.

뻔한소리지만 모든 여자들이 김지영씨와 같은 생각과 방식으로 살진 않는다. 욕을 벌어 여성들에 단체욕을 뒤집어 쓰게 만드는 일명 '맘충'도 존재 한다. 

나도 정말로 겪지 않았으면 모를 세상에 그 많은 또라이는 다 남자인줄 알았겠지만... 여자들이라고 없을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맘충'. 

이 단어에 '여성'의 육아가 녹아들어 있다. 

맘충이란 거 자체가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지, 남자를 지칭하는 말은 아니니까. 

그럼 남자는??? 

'파충?'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파충류? 라 부르려나? 


다른 한가지로 개저씨만 있는게 아니다. 개줌마도 있다. 

모든 남자들이 김지영씨를 괴롭히는 남자들에 속해 있지 않은 것처럼, 여자들을 욕먹게 만드는 김지영씨와 다른 부류의 사람도 있다. 


대상의 군집화 혹은 간략히 묶어서 생각하는 방식은 문제 해결에 편하다.

지금 당장 남녀만 나누어도 2500만의 샘플은 제외를 할 수 있으니까.

남자와 여자, 한 세대를 년수대로 끊는 것은 쉽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시대에, 더군다나 각 사회 구성원들 모두와 관계가 되어있는 문제를 두부 자르듯 나누어 문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곧 그 대상은 이 책에서 말하는 82년생 김지영씨의 동년배의 여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여성이다. 


여자들이 겪는 책의 문제들은 그 해당이 없는 남자들은 무시하고 넘어가기 쉽다. 

당장이 실제로 보는 현장이라도 자기 일이 아니라 여자와는 같을 수는 없다.

남자가 여자의 생리통을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





4.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다.

법을 안지키면 법을 잘 집행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법 만들어오고 판견하는 사람 대부분이 남자들이다. 


시대가 바뀌고 법 좀 제대로 만들고 시행하려고 하면 언제나 나오는 '우리에겐 아직 시기상조다.'라는 언급은 좀 접자. 

햐...... 21세기를 현재를 사는데 높은 자리에 가면 사고가 조선시대로 넘어가나 몰라. 

정치적으로 너무나 판을 잘 짜놓은 윗대가리들 덕분에 우리는 인권이 제대로 선 선진국이 되기엔 '시기상조'일지도 모르겠네. 

나는 내 가족, 마누라, 딸, 친구들과 함께 죽을때까지 시기상조의 문제 속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





책 뒷표지의 기자가 적어놓은 글이 좀 서글프다.

'어차피 해피엔딩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운 좋게, 혹은 우연히 살아남은 '여아'들이었던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기록을 남길 수 밖에.'

이 사회의 변화를 기다리다간 우린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고 마는 걸 알고 하는 소리겠지.



문제가 있다.

여자는 마주하는 문제로 인해서 어려움에 겪고 있다. 

그 문제는 나와 이 글을 읽는 너, 모두 저지르거나 방조하는 사람으로 인해 생겨난다.

그 여자는 내 엄마, 여자친구, 여동생, 누나, 친구 혹은 내 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여자가 아니니 일부는 이해가 잘 안되어 공감이 100% 안된다.

그러나 남녀 지위가 바뀌어 내가 여성처럼 안 좋은일을 당했다고 생각을 해보면... 그런 울분을 과연 내가 참고 있을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정말 착한 표현이리라.


이 책을 읽고 한 개인으로서의 행동에 생각하게 된다. 


내 가까이 있는 친구 김지영, 엄마 김지영, 딸 김지영, 아내 김지영이 겪는 문제를 무시하고, 내가 다른 김지영에 책에 나온 상처주는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 개저씨를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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