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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모험/책Books

[서평 / 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자오위핑] 읽은 삼국지도 다시 보자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5. 15.

[서평 / 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자오위핑] 읽은 삼국지도 다시 보자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다가 며칠 만에 80여부 작을 정주행 완료 해 버린 중국드라마, 미완의 책사 사마의.

사마의 라는 인물에 대해 신선했던 관점을 본 시청자가 나만 아니라 생각한다.


신선했다는 표현을 쓸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 한 사람을 틀에 가둬놓고 생각한 모습이 나였다 하고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뭔가...? 

말할 것도 없이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사마의를 다룬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그리고 그 인물을 다룬 다른 사람(저자)의 관점을 알고 싶어서. 






1. 배경지식, 삼국지 모르는 사람이 있나? 

관용구나 예의차림으로 되어버린 말. "여러분께서도 아시다시피", "다들 아시다시피" 

정말 알고 있을까? 


내가 읽은 삼국지가, 그리고 내 주변에 읽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맥락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닌 시대가 온 것 같다.

게임이 넘쳐나는 시대인 지금, 겨우 스타크래프트에서 즐기길 멈춰버린 나는 현재의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지식이 거의 없다. 매니아와 그 외의 층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 게임 용어를 내게 쓰면 전혀 알 수 없다. 


그래도, 그렇지...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자신이 많이 읽었다고해서, 남이 읽었다고 생각하면 이건 대단한 착각이 아닐까 싶다. 

리니지(이름만 안다.)나 워크래프트, 롤 같은 게임을 주변에 많이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아는게 아니듯이.


지금은 그런 시대다.

여러 번 읽은 삼국지를 처음본다는 마음가짐 까지는 아니더라도, 배경 지식을 좀 내려놓고 읽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통해 봤던 한 인간의 과정을 확인하길 바랬다.





2. 인내의 화신, 사마의 

이 책의 주인공 사마의는 중국 고전 또는 명나라에 나관중이 지은 삼국연의(사실을 바탕으로 쓴 MSG 가득한 소설이다.)를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책에선 MSG가 덜하니 그런건 접어두고 읽어도 좋을 듯.

사마의는 약소국이었던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에 맞선 대국 위나라의 정치인이다. 한편으론 군사까지 부리는 최고의 승상자리에까지 올랐다. 


짧게 그의 일대기를 보면 


그는 22살에 조조의 부름을 받았으나 사양했고, 29살에 조조가 강제로 일을 맡긴뒤 태자였던 조비와의 왕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맏아들이었던 조비를 1년전부터 공식적인 보좌 역할을 한 이듬해 220년, 조조는 죽었고 조비가 위왕으로 즉위했다.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사마의는 위나라 중직을 맡게 된다. 

조비가 왕에 오른뒤 촉나라와 오나라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으면서 30년간 국내외 업무를 총괄하며, 죽을 때까지 위나라 황제 4대를 섬기다 73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흔히 사마의란 사람을 대기업을 등에 업은 실력 좋은 직원 정도로 여기기 쉽다. 

마치 소년 가장 같은 제갈량이 

1) 촉나라 내부의 문제였던 환관 황호와 띨띨이 왕이었던 유선, 

2) 나라를 구성하는 고위직들의 출신 성분의 구성의 혼잡함 

3) 위나라 대비 작은 국력 규모 자체의 문제

4) 인물이 없음


만으로도 위나라에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갈량에겐 동정이 가고 사마의의 승리를 당연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와 책에서 나오기도 사마의는 우리가 글을 통해 짐작하는 것보다 더 상당한 고난의 시간을 거쳐왔다. 

실제로 자기가 몸 담은 윗 상사(조조, 조비, 조예)의 의심을 샀고, 여러 신하들의 시기와 모함을 받기도 했다. 

사마의가 조조의 최초 부름을 사양하고 7년뒤 강제로 위나라 정치에 나선뒤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 나이를 보면 위나라의 다른 신하들에 비해서 체감상 5년에서 10년 이상은 늦은 느낌을 준다. 


그의 일대기를 보면 깊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본 전국시대를 마무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 공통된 부분이 많은 것이 있는데 가장 큰 점은 인내였다.

다른 하나는 오~~~래 살았다는 거다. ㅋ





3. 실력엔 마음 다스림이 중요하다

아버지 사마방의 아들 8명을 사마팔달(司馬八達) 이라 불렀다.

둘째였던 사마의 중달은 그 형제 중 가장 뛰어나 어려서부터 (어려서부터!?!? 힘빠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사람으로 이름 좀 날렸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식만큼이나 명성이 더해지고 이에 따라 조조의 귀에도 들어간 것도 당연지사. 


조조는 확인을 위해 그를 불러 자리를 주고 그의 야심을 확인했다. 이른바 '낭고의 상-이리처럼 고개만 돌려도 뒤를 바라 볼 수 있는 사람(기회주의자)'을 하고 있기에 조조는 사마의를 중용하지 않았다. 


사마의는 조조가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있었다. 

조조가 살아있을땐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처절하고도 독하게 참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나 의심 많은 보스형의 조조 옆에서 여러 가지 시험을 받은 사마의는 조비의 자문 역할을 담당했는데, 셋째 아들이었던 조식의 옆에서 조언을 해준 양수와 후계자 대결구도에서 오는 위치적 위기감이 상당했으리라 생각한다.

조조 눈치보랴, 조비의 후계자 되는데 힘쓰랴... 정말 머리 아프지 않았을까? 


조비가 왕이 되기전부터 깊은 교류가 있던 사마의는 조비가 왕이 된 후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위나라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렇다고 그를 바라보던 조씨 가문의 세력과 왕의 시선, 그리고 다른 신하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 지기보다 더 잘 보이는 권력의 자리에 올라선 것 뿐이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그는 더 공격받기 좋은 위치에 노출됨을 뜻했고 그래서 매사 조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나 조씨 일족의 권력 중심에 있었던 조진과 하후씨 세력의 견제는 사마의로선 궁내에 자기를 도와주는 세력이 없었기에 선택의 모든 순간은 돌이켜 보면 곧 터질 비누방울을 다루는 느낌을 받았다. 


매사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이 생길텐데 그는 집요한 인내력을 갖고 선택에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였다. 

실력을 발휘해 잘하면 적당한 칭찬, 못하면 물고 뜯을 사람이 미친 개들마냥 널렸으니... 얼마나 압박이 심했을지는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는 실로 오래 참았다. 

조비의 아들, 조예가 황제에 오른뒤 얼마 지나지 않아 35세의 나이로 죽고 조방이 황제로 오르면서 사마의는 50세에 조진의 아들 조상과 함께 위나라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조상은 여러가지로 나이든 사마의를 견제하고 모략했는데 그는 대장군에 올랐고 사마의에게는 최고의 자리였지만 실제론 아무런 실권이 없는 태부의 자리에 앉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은 사마의를 끝까지 견제했고 사마의는 심한 병자 코스프레(무려!!!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로 조상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조상이 황제인 조방을 모시고 위 명제(조예)의 묘에 참배를 갔을때 사마의는 이른바 고평릉 사변을 일으켰다. 

사마의는 병자 코스프레에서 벗어나 그가 비밀리에 양성한 사병 3000명을 동원해 낙양을 점령하고 조서를 통해 낙양성을 통제하게 이른다.

대장군 조상이 동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었던 그의 군사력이 그와 떨어져버리게 되는 일이 발생해 버린것이다. 

이 후 사마의와 그의 두 아들의 세력에 의해 조상은 병권을 잃고 실각한다. 이후 조상은 반란죄로 목이 날아간다.


그렇게 사마의는 조방에 의해 승상에 봉해지고 병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사마씨가 모든 실권을 장악, 그의 쿠테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이후 두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에 의해 위나라는 멸망하고, 사마소의 아들 사마염에 의해 위나라가 멸망 한뒤 진나라가 건국하게 되는 것이 실제 역사다.


조상의 의심을 풀기 위해 침상에서 병자 코스프레를 1년 넘게 한 것은 지금 시대에 봐도 엄청난 인내심이 아닐까 싶다.

그는 위나라 혼란의 시기에 칼을 휘두르고 싶었던 것을 얼마나 참고 또 참았을까...? 

그 마음을 다스리려고 한 애씀은 상상 이상이다. 

그 인내만으로 그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일까? 






3. 오래 살아야 좋은 꼴도 본다

왕이 내 명줄을 마음대로 갖고 놀고, 당장 오늘 일을 알 수 없었던 후한 말 시대와 최근의 모습이 크게 다르진 않은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불과 몇 달새 온나라가, 아니 온세상이 바뀌었다. 

알 수 없는 미래 속에서 적당한 희망이나 상상을 동원해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엄청난 인내심으로 살아남아 그 다음일을 도모 할 수 있었던 사마의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주식 시장이 오버랩 된다.

주식 시장에선 동학개미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살아남아야 다음 베팅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투자의 신이라는 워렌 버핏의 두가지 원칙이 있다지?


첫째. 절대 원금을 잃지 말라.

둘째. 첫번째 원칙을 지켜라.


워렌 버핏이 단순히 투자 실력이 좋아서라고 거부가 된게 아니란 말은 농담이 아니다.

오래 살아서 자본주의의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그 자신과 많은 금융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마찬가지다. 사마의는 길어야 50대까지 사는 당시의 목숨보다 20여년은 더 오래살아서 그의 대에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뤄냈다. 그의 라이벌인 제갈량도 50대 초반에 죽었다.



길게 살아 좋은 꼴(?)을 본 대표적인 인물이 옆나라에 있다. 

일본 에도 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까운 나라인데다 삼국지와 더불어 전쟁사의 이야기에 자주 언급되는데다 재미도 있어 뺄수가 없을듯하다. 

당시 인내의 아이콘이기도 한 이에야스는 사마의와 같은 나이인 73세의 나이로 죽었다. 당시의 위생과 전쟁으로 인한 시대적 환경에 따른 평균 수명은 35세라는 말이 있다. 

이에야스는 평균에 비해 두배 이상의 삶을 살았던 거다. 

그러면서 그의 적수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동안 그에겐 실력과 경험이 쌓였다. 그리고 천하를 가졌다. 


그러나... 

무작정 오래 살면 그건 좀비와 다를바가 없다.





4.  3+1 세가지 능력에 하나 더 

저자인 자오위핑은 사마의가 평생에 걸쳐 고수한 세 가지 무기가 있다고 한다.


1) 인내력 - 치욕을 참아가며 조조와 조비, 조예를 넘기고 조상을 견뎌냈다.

2) 위장술 - 기쁘거나, 슬프거나 평정을 유지하고 병을 가장하는 방법까지 발휘를 하면서 조씨 가문을 속였다. 

3) 뛰어난 실력 - 말에 올라서는 칼을 잘 휘두르고, 말에서는 내려 붓을 잘 휘둘렀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모두 잘 했다.


정말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가지 중요한 부분을 더 있어야 할듯싶다. 


앞서 이에야스에서 언급한 것. 오래 살기 위한 건강! ㅋㅋㅋㅋㅋㅋ

별거 아닌것 같지만 겪다보면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는 경험하면 뼈저리게 알게 된다.


얼마전 작은 사고로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일이 있었는데 이 일로 하던 일을 일주일 가까이 못하게 됐다. 

마음은 원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 정말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 다니면서 만난 어르신들께 자주 들은 말이다. 내 두발로 다닐때 다니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내 나이가 되어보면 안다고.

나이가 들고나면 내 몸이 마음대로 안된다는 말이 어떤 건지 나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젊을때 이것을 다 안다면 애늙은이 소리 듣더라도 자기 삶은 풍족하겠지.


짧고 굵게, 가늘고 길게... 


굵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서 해야할 부분. 

3가지 능력이 시간 변수로 작용되는 부분, +1 로 그 두께의 핵심인 건강 관리를 챙기자! 





5. 사마의 처세술 

동서양의 고전들은 축약된 내용을 갖고 있지만,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방법이 그르칠때도 있다. 

원리를 바탕으로 변용해야 하는 것이다. 


전쟁사를 바탕으로 한 고전들은 방대한 내용에 여러 모략들은 재미를 더한다. 삶에 구체적인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지적 위안에 밖에 머무르지 못한다.

많은 고전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새롭게 해석되고 작가마다 다른 관점을 제시함으로서 새로운 통찰을 준다.


이 책은 중국 관리학(우리의 경영학) 관점에서 쓰인 책이지만 복잡스런 현대사회에 적용거리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해석 자체는 고루할지 몰라도, 실례로 적용된 사마의의 이야기가 있으니 책의 10강 x 3개의 책략 총 30개의 책략을 복합적으로 변용한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에 대해 어지간한 연구를 하지 않는 이상, 책이나 영화를 통해 보는 인물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보기가 쉽다. 

때로는 개인적 상상과 취향을 인물에 반영시키기도 한다.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캐릭터를 담당하는 연기자의 외모나 말투 등에 의해 그런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편향과 선입견이 를 적당히 갖고 있더라도 사마의의 처세술과 인생관을 축축하게 젖을정도로 감상해 본다면 삶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는 삼국지 다시 보자! 

그리고 주변의 사람과 인물들을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자.


삼국지를 잘 몰라도, 읽으면 좋고 안다면 더 재미있을 책이라 생각한다.

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제목 참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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