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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모험/책Books

[서평 / 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이거 동화 아님! 어른용 소설임!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4. 27.

[서평 / 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이거 동화 아님! 어른용 소설임! 


주말에 서점에 들렀다. 

한달에 한번 책을 지름에 적당한 날, 오프라인에서 질렀다!

재미를 위한 소설 책이라곤 거의 손을 안 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읽은(?) 고전들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 내가 동의하든 하지 않던, 어떤 내용으로 어떤 시사점을 주지??"

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많은 고전들 중 그 범위가 상당한 장르인 소설...!

서점에서 소설 쪽을 한번 어슬렁 거렸다. 






오래된 책인데다 배의 사진이 오만(Oman) 여행 당시 범선을 타고 신드바드가 된 느낌을 줬던 사진이 눈 앞에 따악~! 

사실 표지는 그게 아니지만... 삘~이 그래서... ㅎㅎㅎ



커피 한잔 값도 안되는 가격이어서 부담없이 구입한 책, 걸리버 여행기.


여행을 못가는 요즘이다. 

5월이 곧인데... 정말 몸이 너무 근질근질하다. 

올해 여름이 되기전에 가까운 나라에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이렇게 만들지 어떻게 알았나. 흑흑...


걸리버 여행기로 잠깐 유체이탈 정신승리법을 해야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책 읽기는 여행과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독서란 오롯이 내가 작가의 말하는 내용을 따라 떠나는 거다. 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주관적으로...

그렇게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걸리버 여행기'를 탐험했다. 




(걸리버 하면 유명한 그림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때 동화로 기억이 남는 책은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였는데 이 책은 동화로도 유명하지?

그런데 읽고 보니 이건 동화 이상의 내용이다. 우리가 아는 콩쥐팥쥐도 사실은 무서운 내용인것처럼. -_-;;

특히 시대적인 상황을 빗대어 비유를 해 놓은, 현대인들에게도 시사점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걸리버 여행기를 읽어본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주변에 단 한명도 없었다....ㅋㅋㅋㅋ

기억하는건 소인국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전부. 나 또한 그랬다.

전체를 읽는데 3시간은 걸린것 같다.

얇아서 얼마 되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어갈수록 읽는 속도가 느려졌다.


내용이 우리의 학제처럼 초, 중, 고, 대학교 처럼 수준이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걸리버 여행기 내용은 주인공 '레뷰엘 걸리버'가 겪은 4곳의 여행지를 설명한 이야기이다.







<차례>

1. 작은 사람들의 나라 

2. 큰 사람들의 나라

3. 하늘을 나는 성의 나라 

4. 말들의 나라 


앞선 책이었던 표현의 기술 (링크 : https://cramadake.tistory.com/1332 )

2020/04/15 - [In korea/Books] - [표현의 기술, 유시민 정훈이] 표현의 기술은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에 서평을 하려면 책 내용에 대한 요약을 잘 해야한다고 하는데....


간단히 요약을 해 보자면...

모든 내용은 걸리버의 모국인 섬나라(ㅋㅋㅋ) 영국에서 출발한 배를 타고 여정길에 여차저차 표류해서 도착한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4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소인국에서 그냥 존재만으로 거인이 되어버린 걸리버가 겪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대화하며 겪은 이야기와 그의 감정을 서술하고 있다.




2부 

큰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2미터가 안되는 걸리버는 그곳에서 앞선 소인국 나라에서와는 반대의 경험을 한다. 

이곳의 고양이 크기가 영국 소의 세배 크기라고 했으니 사람들의 크기가 우리의 건물 높이에 비할텐데, 그 거인들 사이에서 거인국 난쟁이보다 훨씬 더 작은 난쟁이로 경험한 이야기다.

앞선 소인국에서의 경험과 대비가 되며 그의 시선이 거인국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한편으론 그 소인국과 거인국의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의 모습 또한 어떻게 느끼는지 상당히 리얼하다.


"내 말은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을 본 나는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사람들 앞에서 보잘것 없는 사람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주위에 있는 어마어마한 것들에 눈이 익숙해 지자 거울을 들여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주위의 것들과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서로 비교할때, 나에 대한 자학감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3부 

앞선 소인국, 거인국을 좀 더 넘어선 독특한 하늘을 나는 성의 나라 이야기는 '라퓨타(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라는 이름이 이곳에서 왔나보다.)'라 불리는 곳에서 겪은 일화다. 

알수 없는 고도의 생각에만 빠진 사람들이 하루종일 생각'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선 오이에서 햇빛을 추출하거나, 사람의 똥을 원래의 음식으로 되돌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조롱과 질시가 동시에 섞여있는 걸리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4부 

마지막으로 말들의 나라는 말그대로 말(Horse)의 나라다. 

인간의 모습을 한 추하고 이성이라곤 전혀 없는 '야후'와, 말 형상이지만 지금의 사람들처럼 이성이 있고 야후를 지배하고 있는 '휴이넘'이란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마지막 4부에서의 마지막 경험으로 걸리버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와 이성, 참 모습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게 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리고 돌아와서 인간에 대해 혐오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말(휴이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게으르고 편안하게 지내는 부유한 사람들이 자주 걸리는 우울증의 근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힘든 일을 시킨다면 그것은 치유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호수나 샘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볼때 나는 한 마리의 야후에 부로가하다는 것에 대해 증오와 혐오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나 자신의 모습보다는 차라리 야후들의 모습을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각 내용의 여행기마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읽은 나로선 어떤 책에 나오는 내용의 암시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그냥 그렇겠거니, 그리고 어떤 암시겠거니 하고 넘어갔으나 배경 내용을 찾아보고 그 의미가 금방 이해가 되더라. 

이 책은 삽화와 책에 대한 해제도 있다고 한다. (책 전체를 읽고 난뒤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짧은 설명을 읽어보니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1,2부에서 소인국과 거인국 사이에서 그가 겪었던 인간의 가치와 시선은 상대적이라는 것과 3부의 현실성없는 라퓨타 내의 과학자들과 이론가들 내용을 비판하고 있다. 4부에선 괴물같은 인간의 모습을 이성 없는 인간의 형태인 '야후'와 이성있는 동물 말 '후이넘'을 통해 대비시키며 인간이란 존재가 동물보다 나은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문자답을 한다.

1,2,3부를 지나 4부를 통해 점층적으로 깊어지는 이 내용 덕분에 갈수록 읽는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다.

이성있는 말(馬)인 휴이넘을 통해 걸리버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이란 존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 혐오증을 갖고 자기가 사는 영국으로 되돌아와 그는 가족과도 어울리기가 힘들만큼 인간을 싫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걸리버가 휴이넘과의 경험을 두고 전개해 나가는 방향은 작가인 조나단 스위프트는 정말 '누군가를 신경질나게 할 목적'으로 쓰여진 것임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1726년에 출판이 되었고 당시 비판이 되는 정치인들 대상자들은 상당히도 뜨끔했을 듯.)

당시 출판이 됐을때 금서가 되었었고, 많은 내용이 편집되었다는데... 읽고나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사람이 말해도 듣지못하니 비유로 말한다고 그랬는데, 걸리버 여행기가 딱 그런 형태를 띄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다. 




최근 얼마간 무쟈게 바쁘다가 다시 안 바쁜 생활의 반복. 그 시간에 오는 여러가지 생각들은 이 책에서 던지는 깊이있는 떡밥을 금방 물고 말았다. 

읽으면서 정말 몇 백가지의 생각은 든 것 같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많은 것들, 특히 책으로 한번 써 보려고 했던 여행 중 100개가 넘는 명제를 머릿속으로 지나간 것만 수백개는 될듯하다. 

노트북 안에 적어놨던 리스트들을 다시 봐야겠다고 책을 읽다가 노트에 다시 끄적여 놨을 정도니... 그만큼 책이 주는 여러 메세지가 임팩트 있다. 


읽으면서 가급적 노트를 안 하고 인덱스 테잎만 붙이고 말아서 정말 아쉽다는 생각이 든 책은 오랜만인것 같다.

왜 이 책이 동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졌는지는 모르겠다. 갖고 있는 표면적 모습이 상상력을 자극하기 좋은 1부는 어린이용일지 몰라도 2,3,4부로 오면 분명히 성인 독자들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300여년이 지났는데 그가 말하는 내용은 지금에도 유효한걸 보면... 

사람이란...햐, 무엇인가. 

이걸 생각하는 나는 뭔가..


책에 대한 다른 설명과 요약을 보고나서는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다루는 다루는 사회와 정치, 그리고 인간의 모습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 폭은 결코 좁지 않다. 한번 더 읽으면 더 똑똑해지진 않을지라도, 내가 아주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는 '느낌' 정도는 줄지는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가만히 생각을 해 봤는데, 억지로 교훈적인 내용을 쥐어짜기 보다 방향성을 잡는데 질문을 하게 됐다.

그런 질문만으로도 이 책에서 얻은 바는 충분히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하루를 더 충실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사람이 겪는 우울증은 바삐, 힘들면 오지 않는다는 말에 상당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덧 : 걸리버 여행기 말고 한국식 여행기로 한번 써 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아주 잠깐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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