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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모험/책Books

[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 / 정주영] 행동으로 말한 사람

by 아스팔트고구마 2022. 8. 3.

[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 / 정주영] 행동으로 말한 사람 

오랜만에 쓰는 서평이다. 올해들어 읽은 제대로 책은 50권은 되는 듯 싶은데 정작 서평으로 남기는 책은 돌이켜 보니 이렇게 적을수가. 썼다가 말아버린 것들도 대여섯개 되는것 같은데... 

서평으로 남기려니 막상 기대한 내용과 달리 별로인 것들이 많아 남는 것도 없고 내 시간만 낭비하면 됐겠다 싶어서. 한편으론 쓰려니 뭘 이런걸 다... 싶은 내용의 80% 이상이다. (요새 책 마케팅 정말 잘한다.) 

서평란에 한가지 바람은 서평 남긴 사람들의 신상(최소 연령 정도는)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대가 생각에 모자란 나이는 아니지만 그들의 리뷰를 참조하기엔 일부 책에선 무게감이 낮다. 책의 좋은 점은 가볍게 다루는 감이 있고, 별것 아닌 것에 꽂혀서 너무 강조되는 부분이 있어서 구매자로선, 그리고 양서를 탐독하기전 정보 탐색자에게 시간과 에너지, 돈을 빼앗아 간다. 물론 출판사 입장에선 좋겠지만... 

 

 



최근 서점에 갔다가 거의 보지 않는 소설 책을 집었다.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기에 읽을때는 목적을 두고 읽는 편이다. 내겐 실제의 이야기만큼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게 없어서. 그래서 난 영화보다 다큐멘터리가 더 좋다. 그리고 다큐 내에 생략된 어떤 공백을 상상으로 채워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게 대부분 소설이란게 아쉽지만.) 

여기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갑자기 떠오른 인물, 정주영. 언젠가 한번쯤은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90년 초반에 나왔던 정주영 자서전



90년대 글책과 만화책으로 이곳저곳에서 나뒹구는 듯이하던 정주영 회장의 책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책 표지를 본 기억이 난다. 10살도 안된 시절이라 글책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만화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자기 자동차 공장에 불이나서 태워먹고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다시 찾아가 돈을 빌려 새롭게 회사를 차려 재기한 그의 이야기. 그 만화의 주인공의 갑갑했던 표정도 기억이 나고. 

어릴 때는 정주영 회장을 현대그룹의 수장 정도로 기억하고, 대학생이 된 20대때 든 생각은 울산 지역의 대통령이자 산업재해와 하청과 재하청을 만드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사실. 그땐 당시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의 말이 앞뒤 자르고 모두 옳아보였고 한치의 틀림도 없는 줄 알았다. 그게 맞는줄 알았고 현대는 사회악인줄로만 알았다.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인간의 삶에 모든 부분은 양면이 있음을 알겠더라. 무엇보다 많은 오해를 받는, 그리고 당시 엄청난 질투를 받는 현대 그룹 설립자 당사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으니 3자 입장에선 추측이나 소문만 믿기 쉽다. 

 

 



우리나라 사람들 책 정말 안 읽는다. 그리고 글을 써 놔도 글자를 읽을줄 알지 맥락을 놓치는게 많아서 A를 A로 받아들이지 않는다.(심지어 책에도 그 일화가 있다. 대통령이 된 전두환과 대화를 나눌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유튜브가 나와서 다행인데, 그 유튜브의 취사 선택 제작 메세지를 어쩜 그렇게 진리로 받아들이는지.

나라고 별수 없다. 이것에서 별로 자유로울수 없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적어도 벗어나려는 노력은 해야하지 않겠나.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정주영 회장의 독백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당시엔 밝혀져 있지 않았던 비화나 뒷이야기만 무성한 것들이 이젠 양지로 쉽게 확산되기 쉬운 때라 더욱 그러한듯 싶다. 참고로 이 책도 이미 나온지 20년이 지났다. 

많은 사업가들이 단연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 사람,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을 읽었다. 

 

 

정주영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1. 정주영 그가 살아온 삶

대한민국 경제인 중에서 정주영 회장의 영향을 빼 놓고 말할 수 있을까? 어릴 때 어른들이 하던 저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고나니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너무 모르고 살았던것 같다. 

지금 같은 일자리가 많지 않았을 무렵, 특히나 6.25 이후 망가진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경제인이라면 절대 정주영 회장을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북한땅 통천에서 탈출해 인천에서 부두 노동자 일을 하고, 쌀가게에서도 일을 하며 부지런히 그는 돈을 모았다. 정말로 '부지런히' 일했다.

성실한 태도로 쌀가게에서 가게 인수를 제안받고 쌀집 주인이 되었으나 일본이 중일 전쟁을 일으켜 당시 대한민국의 쌀가게는 모두 문을 닫아야 했다. 시간이 지나 그는 자동차 수리 공장을 세웠고 이 경험을 토대로 후에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세운다.

 

자동차 회사를 세움과 동시에 현대토건사(현대건설의 전신)을 이듬해 세웠는데 3년뒤 6.25 전쟁이 터졌다. 휴전 후 많은 공사를 했는데 어려웠던 공사를 따내 완공해내기 시작하면서 국내의 대규모 공사를 수주함으로서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의 대표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 가운데 원자재와 환율 폭등 문제로 자기 집과 친척 집까지 모두 팔아 겨우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신용을 지켰으며 당시 국내 수준으로 하기 어려운 공사 노하우를 쌓아나갔다. 

이후 거북선이 그려진 화폐를 두고 돈을 빌려와 조선소없이 배를 만들었다는 그 유명한 이야기의 모태가 되는 현대조선중공업 설립과 현대전자(현재 SK하이닉스), 북한과 함께 금강산 관광산업을 가능하게한 금강산업개발(구 현대상선->현재 HMM) 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기업비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재미있는 이야기다.

 

 

 


정 회장이 살아온 시기는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한 시기이고, 그때는 정치적으로 굉장한 혼란과 지금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진 시기였다. 특히나 군부정권 때 벌어진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감내는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압박과 위협에 시달렸다. 자기가 세운 회사를 다른 회사에 넘겨줘야 했고, 정치인들의 놀음에 꼭두각시 역할임을 알면서도 (특히나 불가능하다 여기던 88올림픽 개최나 체육회장, 전경련 회장 등) 그는 맡은 자리를 확실히 해냈다. 

그는 현대그룹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인들에게 많이 시달려서인지 경제 발전과 달리 정치가 너무나 후지다는 것을 알고 14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한다. 그의 염려가 정말로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느꼈던지 모르겠지만 14대 대통령 김영삼에겐 엄청난 정치적 보복을 당했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은 IMF 체제로 들어갔다.

이후 그는 북한에 소를 보내는 등의 우리나라의 한 역사에도 굵직한 일들을 남겼는데 일제시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굵직한 역사에 그가 있었다. 

 

 

 

 

 

2. 근성 -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나이가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지금은 사람들의 성공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어려움을 겪었을때 그것을 과연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이 책을 집은 이유도 그 중 하나인데 내가 조각조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당사자를 통해 직접 알고 나니 훨씬 더 감응이 컸다. 

수저론과 시작점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누구나 자기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법이다. 수저 아래 또다른 수저가 있고, 그 위에 또다른 수저가 있다. 결국 비교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려는 것인지,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3자 입장에선 아무 쓸모 없는 논쟁이자 자기 발전엔 도움 안되는 잡담거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뭐...? 동정이라도 바라는 건가? 거지 컴페티션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라는 친구의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정 회장의 삶은 이런 수저론에 대한 이야기가 무색하게 적어도 준비된 사람에게 주는 메세지는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결과로 만든 것은 그가 어릴적 돌밭을 손수 일일이 고르고 골라 밭으로 만든 아버지의 행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책에 여러번 이 표현이 나온다.) 

 

정말 몸을 놀리지 않고 부지런히, 그리고 오랜 시간 일을 해야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움직이지 않으면 굶는 그 시절을 기억하며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줄 알았고 '행동하는 사람' 그 자체가 되어 현대그룹을 만들었다. 

자신도 책에서 말하길 난 부지런히 행동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생각없이 행동하진 않는다는 말은 그가 말하는 맥락을 못 잡는 사람들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 아닐까. 그건 어떤 행동에 얼마나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고 그 결과 어떻게 예상이 되는지를 고민하며 한 사람의 근성을 느낄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일 열심히 한 경제인이 아니라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근성이란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3. 태도 - 부지런한 행동

책에 정주영 회장의 여러 일화가 있지만 그 일화를 통틀어 책 말미에 그가 강조하는 부분은 태도다. 그는 겨우 소학교만 나왔음에도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하려는 의지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 

누구나 알고 뻔해서 간과하는 것들이다. 정말로 자기 자신을 대면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지 않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알아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알아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란걸. 

 

 

 

 

'해보기나 했어?' 라는 말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 정주영 회장의 삶은 행동으로 입증해 보였다.(특전사 출신들 정회장 밑에서 일을 참 잘했겠군.ㅋ) 정 회장 아래 사람들은 정말로 고생을 했단 말을 정 회장 스스로가 했다. 현장에 자신이 있고 없고 차이는 공사기간 단축에도 영향이 있었다니. 그래서 자신이 타고 다니는 차를 자신이 현장에 없을때에도 운전수를 시켜 현장을 돌아다니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무엇보다 그가 받는 오해 때문에 '돈만 생각했다면 사채만 했으면 그만'이라는 그의 말을 빌려 보면, 정주영 회장이 인생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이 보인다. 

한 개인의 자서전은 어쨌거나 자신의 관점으로 (약간이라도) 좋게 쓰여지기 마련이지만 어릴 때를 조금 벗어나 나이가 들고 나서야 정주영 회장이 살았던 삶은 그 누구도 쉽사리 흉내낼 수 없는 것임을 안다. 그의 생각을 읽고 나니 내가 가졌던 오해는 조금은 걷힌 듯 싶다. 

 

 

 

 

4. 추천하고픈 자서전

현대 그룹도 후대에 와서 창업자의 마인드와 다른 모습을 많이본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고 그 후손이 정 회장과 같을리는 만무하다. 

창업자의 마인드와 비교되는 후손들의 행보와 이야기는 보지만 그 이야기는 차치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든 한 사람의 이야기는 굉장한 울림을 준다.

겨우 몇 줄로 그가 살아온 몇줄의 이야기가 전부 요약될 순 없지만 정주영 회장이 말한대로 책에 동의하는 문장이 나오면 굉장히 기뻤다는 이야기를 보며 나 또한 몇 번이나 이 경제인의 독백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돈이 전부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조금은 그 가치가 바뀔때가 온다고 본다. 더구나 이 책 때문에 더욱 그런 희망을 가졌다. 

정주영 회장처럼 되자는 나이브한 결론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거의 실수를 덮자는 말도 아니다. 압도적인 장점은 배우는게 좋으니까. 그럼에도 잘 알고 있다. 너무나 열심히 살았던 이 사람처럼 보통의 사람이 똑같이 살기는 어렵다.

쉬운 것을 찾아가는 시대, 실패를 최대한 줄이려는 가시비(시간의 가성비)를 쫓아가는건 사람이라면 당연지사. 그래서 오히려 역경의 순간에 역의 발상을 많이한 그의 마음가짐과 마인드는 어려운 때에 그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느꼈던 것을 정주영씨가 몇번이나 말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민족 대한민국 사람이자, 이 세계에서도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민족이라고. 그 마음이 얼마나 행동에 큰 힘을 주는지는 당사자만이 안다. 

다짐만 하는 사람에겐 행동을, 결과에서 좌절하는 사람에겐 본이 되는 시대의 한 사람을 보면서 그와 똑같이 되진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독자에겐 의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식어버린 마음에 다시 두근거림을 얻었다. 노력이 기본이었던 과거에서 시대가 좋아졌고 잘 사는 다른 나라를 쉽게 오갈수 있는 시대라 역시나 비교를 통해 위로와 힐링이 넘쳐나는지 모르겠다. 조금의 힘듬에도 뭐 이렇게 셀프진단 PTSD와 ADHD,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넘쳐나는건지... 

사람의 삶에서 가장 힘든건 전쟁 말고는 없다는 고통스러운 시대를 살았던 그. 그가 이룬 만큼은 못하더라도 나의 영역에서 그의 말을 생각해보며 '행동'에 다시 기름을 부어야지. 


"이봐, 해 보기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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