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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5-2016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052일차 : 하늘보기 그리고 혼잣말

by 아스팔트고구마 2016. 6. 16.

자전거 세계여행 ~2052일차 : 하늘보기 그리고 혼잣말


2015년 11월 3일


상콤 달다름한 커피 한잔을 한다.

크허~~~~~~~~~! 

멍한 정신이 돌아온다.


간만의 여유 속 호기심과 마음의 여유도 잃어가고 있다.

전세계 덕후들의 놀이터, YOUTUBE의 매력을 조금씩 나도 느끼고 있나보다.


옛날 프로게이머들의 스타크래프트 경기 보니까 시간이 금방 간다.

머리를 안 쓰다가 머리 쓰는걸 보니 왠지 살아있는 듯한 느낌.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재미지다니.

지금 내가 하고 여행은 주로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머리가 텅텅 빈 느낌, 아니 그 느낌조차 없을때가 많다.


맥주성애자들이 비워버린 맥주 캔 마냥 순식간에 머리속은 비고 아주 약간의 뭔가가 남아있다. 

새로운 뭔가를 해야한다....-_-;




호스텔에서 만난 필리핀 여행자 Donna, 그리고 일본인 Mari.

그들은 크로아티아에서 유명한 두보르브니크에 가려고 한다. 

크로아티아에서 유명한 곳은 두브르브니크, 그리고 플라트비체 호수.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다 자전거로 왔다갔다 하기엔 귀찮은 루트.

그냥 아무것도 안할 내 시간이 필요하다.



호스텔에서의 며칠, 먹고싶은 요리 해먹고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로 지인들과 수다떨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잘 쉬었다.

세르비아로 한번 가봐야지.


크로아티아에서 내려 갈 곳은 동쪽이다. 

세르비아로 가기전 잠시 보스니아를 들를 예정이다.

큰 목적은 없다. 

그냥 궁금해서.




수퍼마켓에 들러 장 좀 보다 만난 것들. 

핑크색 소금, 그리고 커피.

보관통이 귀엽다. 

갖고 싶어졌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따땃한 아침 햇살.


햄버거에 탄산음료,

흰 가래떡에 쌈장, 

삼겹살에 와사비,

쿠키에 홍차,

같은 콤비가 아닐까 한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조합.ㅋㅋㅋ



콧구멍 속 털을 간질이는 바람이 시원하이 느므~ 좋네! 



유럽에 오고나니 주로 도시에 머물땐 비가 많이 내리고, 떠나는 날은 항상 날씨가 좋다.

왜일까? 

일기예보라곤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말이지. 



자그레브를 벗어난다. 

시외로 나가는 길, 얼마 안 달리면 들판이 이렇게 나온다. 

라이딩하는 동안 피부로 받는 느낌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마치 핀란드에서 라이딩을 마치고 호수가로 들어가기 전의 기분처럼....

생각해보니 나란 인간은 단순하면서도 참 섬세(?)하다.

부는 바람인데도 바람의 온도, 세기, 그에 묻어나는 습도에 따라 기분이 쉽게 달라진다.



사진을 찍다가 만난 현지인 얀(Jan).

짐을 보더니 여행중이냐고 묻는다, 당근!ㅋ

이 지역은 벨리카 고리차(Velica goricha)라는 곳이란다. 

짧은 여행 이야기가 시작되고 안전 여행을 빌어준다.

^^ Thanks! 



황금색이 드리운다. 

이런 하늘과의 콜라보는 언제봐도 즐겁다.


학생땐 답답할땐 자주 하늘을 봤었는데..... 

그러고 보니 하늘을 의식적으로 올려다본지도 오래가 된듯하다.

다시, 답답할땐 하늘을 보자. 

캬!!! 



여전히 멋진 하늘 캔버스.

하늘님 감사합니다!  




으잉~! 

바람의 습이 알려준다.

'텐트 칠곳 얼릉 찾아라잉!'




적당한 장소 발견후, 배고프니 배좀 채워야지.



나는 디저트는 까다로운 남자이므로 맛좋은 르완다 드립커피로 입가심을 한다.

긴 시간 경험해보니 알게됐다.(바보같이...)

자기전에 커피, 별로 안 좋은 버릇이다. 

새벽에 꼭 한번 깬다. 

쉬야 때문에.ㅋ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고 지붕도 있는 적당한 자리를 잡았으니 하룻밤 보금자리를 만들어볼까!?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않아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 ^^

오늘 편안한밤 되겠구만! 




밤하늘 제대로 잘 찍고 팠는데 흑흑... 

언제부턴가 카메라 초점도 잘 안 잡히기 시작한다.

귀찮다. 여기까지. 




흐릿한 안개, 

반팔로 있다간 쌀쌀한 낮은 온도.


그!러!나! 


상콤한 아침!!! ㅎㅎㅎㅎ

왜? 

적당하게 쌀쌀한 날씨는 옷만 입으면 따땃하다.




굿모닝입니더, 잘 주무셨으예???

운동장에 캠핑했으면 잔디밭의 습기때문에 침낭이 아주 꿀꿀했지 싶다.




커피하면 모닝 커피지예~!

한잔 하실래예?!?! 


얼마 안가 시사크(sisac)라는 도시에 도착, 맥도날드 발견 후 여행기 하나 업 하고 나니 시간이 또 몇시간이 훌쩍.

얼른 이동해야겠다.



무념한 상태로 오늘도 페달을 밟는다.




가을이라 참 여유로운 길의 연속, 근데 많이 졸립다. ㅋㅋㅋㅋ


한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뒤에서 소리를 치며 따라오기 시작하는 꼬마들.

자전거 탄 꼬마가 나와 비슷한 속도로 오길래 멈춰 섰더니 뒤따라 온 아이들이 하나 둘씩 내 앞을 가로막으며 뭐라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네. 짜슥들.


뭐라 하는데 알아먹을수가 있나? 

사진 한판 같이 찍을래?



사진 찍는데도 장난끼가 가득.

여자친구 있냐면서 이것저것 묻는다.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고 다른 한 손가락으로 쑤시는 동작.

쪼끄만 녀석들이 까져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



페달~ 페달~ 페달~

한동안 평지였던 길이 산으로 이어지면서 언덕 라이딩을 이어간다.

가을향기 진득한 산과 풀내음은 간간히 군대 생활을 기억하게 하면서 피식 웃음 짓게 한다.

한 가지 문제는 해가 저물어 가면서 안개가 눈에 보일정도로 진하게 나타난다는 것.




안개 때문에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적당한 공사장에 자리를 폈는데...

눈앞에 마치 구름 덩이가 지나가든 여기도 안개가 상당히 짙다.

사진의 연기는 바로 안개! 




아침을 맞이해주는 건 엄청난 농무. 

제대로 걷히기 전까지 잘못 이동했다간 사고날 듯.




빠질수 없는 모닝 커피!

안개를 핑계로 푹 자고 출발! 




해가 얼굴을 내미니 화창한 날씨로 변한건 다행.^^ 




분위기 좋은 시골 마을 등장.

그러나 다시 지루함과의 연속이 시작됐다.




자전거 도로? 

믿을수가 없군.ㅋ




되돌아 보니 벌써 해도 다시 저물어 가는 시간.

그러하다, 라이딩 자체가 상당히 졸립고 지루하다. 

잠시 쉬는 동안 수첩에 지겹다라고 적어 놓은걸 보면... -_-; 

스스로도 많이 답답하다고 느끼고 있다. 



 



중미, 남미를 여행할때 정말 외로움에 몸부림이 쳐졌는데, 지금 느낌은 지극히 심심함에 대한 어떤것???

뭔가가 필요하다. -_-; 

또라이 짓이라도 좀 해야하나.



어느샌가 눈에 들어오는 건물 외관의 특징.

말할것도 없이 총격전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이다.

과거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흔적들인가 싶다. 


구 유고슬라비아는 현재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코소보,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를 아우르는 넓은 지역이지만 

결과적으로 해체되었다.


이미 전쟁이 일어난지 20년이 넘었다. 

여전히 갈등의 씨앗이 남아있는 이곳,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세비치에 관련한 다큐를 보고 나니 이들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세르비아로 가면 세르비안인들이 어떻게 느껴질까?

보스니아로 가면 어떤 아픔을 보게 될까?


혼자 심심하다라고 소리치니까 심심함이 가신다.

혼자말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내가 질문하고 내가 답하고....


엇? 뭐지?

이거 뭔가 재미있는데? 


생각이란 질문이다. 

나 스스로 대답하는걸 보니 생각의 제한된 폭을 알겠다. 

나는 멀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무튼, 재미진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쳐가고 있다. -_-;;;

(정말로 심심하다 싶을때는 혼자말을 한다.)



오늘의 밤을 위해 자리부터 잡고



낮에 귀찮아서 안 만들었던 커피 드링킹!!!!!

역시나 새벽엔 쉬야. 



아우 잘 잤다! 

Vrbova라는 작은 마을.



출발 해볼까아~! 



국경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서인지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도착.




예쁘게 물든 단풍이 도열한 이 거리.

잠시 앉아 휴식. ^^ 




눈앞엔 국경의 역할을 하는 사바(Sava) 강이 있다.

강 건너편이 바로 다른 나라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다.



흠, 어떻게 다를랑가? 

하늘을 적게 봤다면, 그리고 혼자말을 덜 했다면 그만큼 재미가 있었으리라....


는 결론을 내렸다.

그럴일이 적길 바라며. ^^ 




해자로 둘러쌓인 공원을 살짝 둘러보고 국경으로 이동해야지.



지름길 하나 있으면 좋겠구만, 가는 길은 전부다 계단 있는 육교. 

자전거를 위한 길이 아니다.



크로아티아 출국 스탬프를 받아야하니 돌아갈 수 밖에. ㅠㅠ




보스니아 수도인 사라예보까지 거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흠..............



크로아티아 출국 스탬프를 받고!! ^_^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왔다.




국경을 넘어가는 영상! ^_^ 

즐감하세용! 



어떻게 다를까........ 진심 살짜쿵 왔다 가야지. 


2015년 11월 7일 오후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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