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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5-2016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047일차 : 가을 내려 앉은 자그레브(Zagreb)

by 아스팔트고구마 2016. 6. 14.

자전거 세계여행 ~2047일차 : 가을 내려 앉은 자그레브(Zagreb)


2015년 10월 27일 오후


왔도다! 100일이 넘는 시간을 쉥겐비자 지역에서 보냈다.

스탬프를 받으러 가니 역시나 날짜 계산에 들어간다. 


별 걱정없이 간다.

나는 양자 협정 조건을 우선으로 내세울 생각이므로.


역시나 실랑이가 붙었다.

90일 쉥겐비자에서 100일이 넘은 날때문에 옥신각신.

양자협정 우선 비자로 말을 했더니 영어가 되다가 말다가, 안되서 보스에게 전화해보고 또 모르겠다고...

관련규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벌금지를 갖고 오더니 75유로를 내란다, 별거 아니라고.ㅋ

별거 아니면 쓰지말지? 처음엔 웃으면서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점점더 지나가니 인상이 험악해진다.

나 또한 기분좋지 않은 일이다. 


쉥겐비자 지역을 넘을때 90일이 넘어가는 상황에 스탬프 찍어주는건 담당자의 재량에 달렸다는 말. 

그럼 관련 규정을 만들지 말든가....

나처럼 하면 된다는 소리도 아니지만, 여행을 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이렇게 저렇게 설득이 될까 하는 방법론이 조금씩 생긴다.


30분 넘게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스탬프를 찍어주면서 번역기를 돌려 '경고'라는 글을 보여준다.

다음에 헝가리에 온대도 문제 없지만, 어쨌든 너 경고임! 

풉! 하나 마나한 소리다.ㅋ 

귀찮게 가라는 손짓에 썩소 시원하게 한번 날려주고 빠이! 



페달을 밟기도전에 바로 옆 부스에 있던 크로아티아 입국소.

1분도 안되서 쿨하게 도장 쾅! 



왔다.

브라질에서 넘어와 포르투갈에서 스탬프 쾅, 이후 거의 4달 반만인가...?




오늘도 평화로운 크로아티아 쪽.


평화롭다. 

진심.



안뇽 크로아티아! 

만나서 반갑다! 





국경을 넘어오니 헝가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800여년이 지난 성이 이곳의 역사를 대략 가늠케 한다. 


신경이 쓰이긴 했나보다.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마음은 더 편한데다 페달질에는 전혀 부담이 없으니.ㅋㅋㅋㅋ




시골마을을 지나며 저 멀리 보이는 해넘이. 

여행에 이런건 그야말로 환상적!!!!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피부로 느껴지는 축축한 공기. 



달리다 보면 저렇게 많은 옥수수 창고가 눈에 띈다. 

누구 먹을껀가?ㅋ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까지는 하루를 더 생각하고 있다.


잠시 앉아 쉬다가 다시 페달을 밟으니 해는 지평선 끝에 간당간당 거리는데 엄청난 안개가 앞을 가린다.


농무로 인한, 라이딩 불가! 

다음 선택지는 바로 캠핑지 물색!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있었더니 금방 해가 저물었다.




멀리서 차 한대가 오는데 정말로 신기한 기분.

일상 생활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안개로 인해 저렇게 멋지게 보인다.ㅋ



캠핑할 곳을 찾다가 다리 밑에 적당한 곳에 보금자리 마련!

나나 너나 서로 신경쓰지 말자우! 

너무 진한 안개로 카메라가 초점을 못 잡아 폰카로 한판! 




텐트 안에 서리가 맺힌 아침이다.

몸은 무겁고, 내 다리도 후들거리고....ㅋㅋㅋ




인터넷을 한동안 못해서 전날의 염려는 비였다. 

다행히 아침에 안개만 좀 껴 있었고 잔뜩 맺힌 이슬외에는 크게 걱정할게 없었다.




텐트 걷었으니 출바알!!! ^_^ 




가을의 흔적이 묻어있는 산 줄기를 천천히 넘어가면




농촌 마을이 눈앞에 따악 펼쳐졌다.

이런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건 뭘까?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막.




그리고 인생을 본다.





그리고 잠시 휴식.



한국 오랑캐 되시겄습니다.

못씻어서 그래요. -_-; 



슬슬 익숙해질 풍경에 젖으며 1시간여를 달리면 


수도, 자그레브(Zagreb) 경계로 들어선다. 




왔뿌따카이! 



시내를 향해 달려 미리 확인해 놓은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아, 간만에 숙소 잡고 쉰다. 몸에 낀 쩐내 쓱싹쓱싹, 빡빡 씻어내고




먹고픈 돼지고기, 버섯볶음 왕창 해먹기!!!

위엔 파프리카 가루 듬뿍 뿌려서!!!!!!!!!! ㅎㅎㅎㅎㅎ




그리고 면도도 좀.ㅋㅋㅋㅋ

거지모드 탈출.(곧 또 변하겠지만;;;;;)




숙소에서 나와 시내 구경을 간다.




크로아티아 차 번호 판.




찬찬히 라이딩을 하며 동네 구경을 한다. 

시내 중심 광장으로 가는 길.



저 마크 헝가리에서도 몇번 본거 같은데, 저 연장이 뭔지 추측만 해본다.


알고보니....

오래 전 은행에서 채무자로부터 돈이 회수가 안되면 은행원들에게 '아그들아 연장 챙겨라!'하고 채무자를 겁박하는데 들고간 연장이라고 한다.

저 연장으로 채무자의 이빨을 뽑거나, 기계부품의 너트를 풀어서 못 쓰게 가져갔다나? 

















 

















설마 이걸 믿는 분이 없으리라 본다. 


ㅡㅡ^



괜히 정겨운 군밤. ^^ 




오, 우리나라 뮤지션인 손열음씨 이름이 보인다.




광장 쪽의 이모저모. 

화창한데다 소란스럽지 않은 적당한 활기참이 기분을 좋게 했다. 

자전거만 아니면 벤치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싶은 날씨. ^^ 




어린이가 가득했었던 분수

한바퀴 돌아보고 나니 다 사라졌다.ㅋ



유명하다는 자그레브 대성당.




성당 주변




네오고딕 양식의 요 성당은 자그레브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란다. 

잘은 몰라도 건물이 주는 느낌은 임팩트 있다!  




시계에 대한 설명. 

1880년에 지진으로 인해 시계가 저 시간에 멈췄고, 현재에까지 이르렀다.




푸른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 저 첨탑은 더 멋지구나. 




성당 바로 앞엔 시장이 선다.



돌락 마켓(Dolac market). 

기념품뿐만 아니라 농산물도 파는 이곳은 말할것도 없이 활기차다.




오래 전의 이곳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 본다.




자그레브에서 들른 카페, 코기또 커피 로스터스(Cogito coffee roasters).

맛난 커피와 함께 즐거운 대화까지. ^^ 

방문기 : http://cramadake.tistory.com/525




장보고 오면서 자그레브 한바퀴를 돌아보는 길.

진짜 완전 가을이다. 


나, 가을 완전 좋아하는데 ㅠㅠ 

서울살면 북한산 가려나? 가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팔공산가서 파전, 두부김치, 칼국수!!!!! 완전 먹고 싶은 날씨다.




크로아티아 지폐다.

단위는 쿠나. 

500과 1000쿠나 짜리도 있다고 하는데 고건 검색! 


https://www.google.com/search?q=croatian+currency&espv=2&biw=1366&bih=705&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H_dGzkKfNAhWHtRQKHQOTAJ8Q_AUIBigB#imgrc=Khdv3t1xZJ_9JM%3A


종종 어떤 나라들(특히 구 소련)의 지폐에 영어가 쓰여있지 않아서 종종 환전할때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가기전에 적어도 그 나라 돈이 어떤게 있는지 검색해서 핸드폰안에 지폐 사진이라도 다운 받아가면 사기 예방에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다. ^^ 


냉장고에 장본걸 채워놨더니 호스텔에 어느 새끼가 봉지를 뜯고 새 우유를 먹고 1/3 정도 남겨놓았다.

빡쳐서 호스텔 알바에게 뭐냐고 말을 했더니 내 잘못이라고 말을 한다.

'야 이 미친새끼야, 니 돈에 니 이름 써있냐? 지꺼 아니면 건들지를 말아야지, 그걸 겨우 호스텔에서 핑계라고 대는거야?'



호스텔 관리자 한명이 와서 다시 알바를 편들자 화가 더 난다. 

'니꺼라고 이름 써 놔야지, 이름을 안 써놨자나.'

'이름 써 놓으면 안 가져간다고 어떻게 보장해? 이름 써 놓으면 너희가 책임을 지나? 

호스텔에 있는 집기류 몰래 가져가도 괜찮겠네? 이름 안 써져 있잖아?'


초등학교 시절 많이 들은 이야기. 

'물건을 훔친 사람도 잘못이지만 물건을 둔 사람도 잘못이야.'


뭔 개소리야, 훔친놈이 잘못한거지 물건 둔 사람이 뭘 잘못해서?

지나가다 칼 맞으면 맞은 놈도 잘못이라 하겠네. 원인을 도대체 어디서 찾고 있는거야? 


지금 생각해보니 가르쳤던 선생들의 나이가 지금의 내 연배나 그 이상이다.

진심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가르친건지 모르겠다. 어려서 그런건 아닌거 같고. 

어떻게라도 수습해야 하니 어릴때 자기가 들은 걸 생각없이 말한건가?? 

아니면 학부모에게 말하면 문제를 일으킬까봐 학생에게 또다른 자책감을 주기 위해서? 


지난 몇년간 여행을 하며 호스텔에서의 일들을 종종 겪으면서 종합해본 개인적인 결론.

도난 사건이 생긴다면 중남미, 동유럽, 프랑스, 이스라엘 여행자들에서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이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정말로 바보같은 사람이다.

나쁜 여행자는 언제나 있고, 그건 나일수도 너일수도 있다.


다른 관리자 한명은 자기는 모르겠다하고, 다른 한명이 와서 하는 말은

'이런 일이 생긴거에 대해서 유감스럽네, 이름 써놓으면 좀 나을것 같애.'

별로 도움 되지 않는 소리다.


'참나, 꺼져. 이딴 호스텔 내가 안 쓰면 되지, 어줍잖게 수습하려 들긴.'



분위기나 시설면에서 훨씬 더 좋았던 곳으로 이동.


여행 간 이런 일은 적지 않게 일어난다.

훈련이 되어 있는 지, 가급적 에너지를 쏟지 않고 마음에서 분리 해내야한다.

세계일주로 배우는 건 한두가지가 아닌데 사람에 대해서 참 많이 배우는 듯하다.



코기또 커피에서 받은 커피를 한잔 삼삼하게 내려마시는 커피.

한국인 여행자 한명을 만나 기분 좋게 만들어 마신다. 

신선한 커피 향이 키친에서부터 은은하게 퍼진다. 


지금까지 세계일주하는 동안의 상당부분의 날씨는 여름이었던다.


그.러.나.

원한 날씨로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가을이 시나브로 왔다.

내게 즐거움이 더하는 날이다.

즐거운 라이딩의 시간이 왔다. 



2015년 11월 2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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