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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2018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810일차 : 체르카시(Cherkasy), 노인의 흑백사진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9. 22.

자전거 세계여행 ~2810일차 : 체르카시(Cherkasy), 노인의 흑백사진


2017년 10월 30일


새벽에 부는 비바람 소리는 굉장히 거셌다.

바람이 건드린 텐트가 내 얼굴을 참 여러번이나 어루만지더라. 

텐트내 짐들이 적당히 무게추 역할을 해서 날아가진 않았다. 

무엇보다 지붕이 있어서 더 즐거웠다. 



아침이다. 


작은 동네에 밤엔 안 보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 테이블에 앉아 커피나 차 한잔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다.

덕분에 비몽사몽 잠을 깨고..






텐트를 걷는동안 신기하게 이것저것 물어보던 아저씨들. 

번역기를 돌리니 서로 할 말이 많아지긴 한다. 

진짜... 

굉장히 거센 바람이 동반한 추운 아침이다.

텐트를 걷고 수퍼마켓 안으로 들어와 추위를 피한다.

수퍼마켓으로 오니 아줌마가 차 한잔을 내어주신다. 아까 대화나눈 아저씨 한분은 사탕을 몇개 주시고 가시고.

시골마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차의 따뜻함 이상이다. 아, 감사합니다. 군것질거리 좀 사야지.^^

내가 고개 숙여 하는 인사가 그들에겐 굉장한 예의로 느껴지는가보다. 밝은 인사로 작별의 손을 흔든다.

  



몸 녹일겸 달리자아~!!!!!!! 

오늘은 유독 손이 시린것 같다. 폴타바에서 기온이 한번 뚝 떨어진 이후 계속 그대로 추운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삼한사온이 우크라이나엔 없는갑다. 


뭐 좀 제대로 먹어야겠는데 도심이 좀 나오면 좋겠구만...




손이 너무 시리다. ㅠㅠ 

몸도 지친다. 후...

잠시 휴식.




작은 버스정류장 같은데 앉아서 쉬고 있는데 아저씨 둘이 오셨네. 

짧은 대화. 번역기... 짱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야지. 가야지.

오늘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치네... 벌써...  




왔구나. 왔어~! 

펑크가 오긴 했는데 튜브도 바꿔야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타이어 그 자체다. 

가장자리가 닳아서그런가... 타이어 형태를 잡아줘야할 내부 철선이 나와버렸군. 




괜찮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은 대비하는 성원이 되겠습니다.

며칠전 새로 산 타이어로 교체.

사실 타이어 폭이 넓어서 교체를 최대한 안 하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으니... 

이대로 교체! 




달려보니 훨씬 구름성에 대한 체감되는게 훨씬 낫다.

확실히 깍두기 형태보단 각이 덜진게 속도가 빠르고 승차감도 좋지. 흐흐흐~ 




도착한 동네 이름이 치기린(chigirin)? 구글 맵에선 키히린으로 나온다.

춥고 배고프다. 해도 진다.






몸은 너무 무겁다. 

무엇보다 허기로 인해 느껴지는 힘듬의 강도가 다른 것을 잊게 한다.

눈에 띄는 레스토랑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주문. 




아늑한 분위기 속에 먹어야지.

저 왼쪽 위에 감자요리는 병원에서 먹었던 환자식과 똑같이 생겼는데 여기서 다시 보네? ㅋㅋㅋ 

배고파 가릴거 없다. 궁물도 안 남기고 다 빨아들여준다. 

내가 진공청소기다 파이야! 

치기린은 인구 1.2만명 정도되는 작은 동네인데... 

물어보니 이곳에 숙소가 있긴 하다. 쉬다 가야지. 

으흐~ ㅎㅎㅎ




많이 놀랐다. 숙박비는 1박에 5달러 정도. 

화장실은 따로 있지만 내부가 정말 아늑해서 진짜 좋았다. 

보일러가 짱짱이다. 으하하하!!! 

아픈 아킬레스건의 어루만져보니 여전히 심하다. ㅠㅠ 




치기린, ㅎㅎㅎ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 ㅎㅎ




수퍼마켓 둘러보는게 한 가지 낙. 

버너가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루를 더 쉰다. 그간 호스텔에 묵는다고 못 한 밀린 빨래 오늘 다 해서 바짝 말려야지.

실내와 밖의 온도차가 너무 난다. 밤엔 강풍에 비까지... 어후...

올 겨울에 나는 어디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 

옷 더 사서 한겨울을 보내긴 싫은데...-_-; 




묵었던 호텔.

출발 한다.




출발하는 오늘 아침 하늘은 이렇게나 청명하다.

햐... 흐린날의 추위와 맑은 날의 추위는 느낌이 이렇게나 다르다.

청량감이 온 몸을 감싼다. 아, 좋아라.




짐 많다. ㅎㅎㅎ 달려가보자구! ㅎㅎ




그 많은 짐 덕분에 잠시 휴식. 




눈에 청량감 한가득! 




아 맛있는 하늘.

조으다.

정말 적당히 라이딩 하기 너무 좋은 날. 

행복감이 마음에 충만해 지는 시간이다. 




평소엔 신경 안 쓰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그림자.

안 보이는 성장은 계속 하고 있어야할텐데... 

때가 되면 잘 드러나도록 말이야.




오늘은 하늘보기 좋은날.

너무 복 받은 오늘이다. 




유럽이긴 유럽, 동유럽. 우크라이나.




어두워진다.

해지기전에 도심으로 들어온 곳은 체르카시.



오는 길 봤는데, 너무 우울해 보였다.

우크라이나 중부에 위치한 체르카시에 대해선 사실 아는바 없음.

작년에 왔을땐 오데사로 들어와 몰도바 갔다가 와서 이 길로 안 와서 전혀 정보가 없는데, 와봐도 그냥 적당한 도시 정도의 느낌이다. 

몸이 많이 많이 무겁다. 이동이 더뎌. 




호스텔. 

겨울이라 손님은 인도에서 온 왠 사업가(?)를 자칭하는 한 사람. 몇마디 던져보고 대화의 질문에서 그들의 의도를 파악해본다. 그리고 대단한 사람이 이런 저렴한 호스텔에 와서 내 앞에서 잔소리를 하는 이유를 내가 역으로 물어본다.

정말 형편없군. 

사우디에서 사업하는데 꼭 가보란다. ㅋㅋㅋ 

작업, 그리고 하루 더 쉬었다. 몸이 좀 견뎌낸다는 느낌이 큰데 이러다 한번 크게 몸살을 맞을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굉장히 무거웠다.

하루를 더 묵을까 싶었는데 오늘 숙소에 30명 부킹이 한번에 들어왔다면서 미안하단다.

뭐, 이동하면 된다. 맘 편하게 키예프에 가면 할거 하면서 푹 쉬어야겠다.

가즈아~! 



 

오늘은 또 어제와 달리 잔뜩 찌푸린 하늘. ㅎㅎㅎ




체르카시(cherkasy). 도시 입간판에서.

지난 도시 모음해도 꽤나 될텐데... ㅎㅎ 




우리의 한강과 같은 우크라이나의 드네프로 강을 따라 수도인 키예프쪽으로 북진하고 있다.

나무를 자세히 보면 겨우살이가 보인다. 저거 먹으면 좀 좋으려나...? 

나중에 우크라이나 현지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거 새 밥이잖아.' 이런다. ㅋ

실제로 새가 먹어도 소화가 안되기에 먹어도 저 겨우살이 풀을 끈적끈적하게 하다. 

나무에 앉아 있을때 배설된 것은 나무에 씨앗을 튼다. 신기함. 

참겨우살이, 개겨우살이 두종류가 있다는데 이것도 들은거라 잘 모르겠다.






잘 달리다가... 앞 바퀴가 났다. 으허...

춥다보니 튜브 꺼내는대도 고생스럽다.

해는 고새 금방 지고 날도 추워지고. 손은 시커먼스. 

자야겠는데...


이거 어디서 캠핑을 좀 해야하는데...

길가다 만난 한 아저씨, 역시나 번역기를 돌렸다. 


그랬더니 나보고 자기집으로 따라오라더니 잠시 어디갔다가... 

자기집으로 안내한다. 저녁이 되어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지붕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창고쪽을 보여주시길래 그곳에 텐트를 치려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 자전거를 그곳에 두라고 한다. 


그러고선 날 방으로 초대를 하신다. 


짐을 들이라고 하시더니 잠잘 곳을 마련해 주심. 으허~ ㅎㅎㅎ

초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녁엔 먹어야지. 먹을것까지 내어주셨음. ^^ 

짠지는 집 앞 마당에 있는 지하창고에서 가져 온거. 굉장히 신기했다. 




초대해준 볼로드야 아저씨, 따냐 아줌마 내외분.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떻게 해왔고 하는 것을 번역기를 돌리다보니 이야, 대화가 이렇게 풍성해질수 있구나 싶다.

구글 번역기가 음성인식을 좀 못할때가 있지만, 그덕분에 이상한 번역으로 웃는 경우도 있어 더 재미있는 일도 생긴다.

이런 상황, 너무 재미있다. 상황이. 




아저씨는 집에 불을 직접 땐다. 

온돌은 아니지만 열기가 파이프형태로 이어져 방 전체가 훈기로 가득해졌다.

그 위엔 빨래를 해서 올려놓으면 이런 건조기가 따로 없을 정도다.

며칠전 손빨래 한다고 문지른거 생각하면 어우... 이렇게 타이밍이 아쉽노. ㅎㅎㅎ


몇마디 나누다가 아저씨가 갑자기 뭔갈 꺼낸다.



바로 사진첩.  

오!?!


우리나라의 6.25 전후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저씨도 자기 이야기를 해 주시네. 


아저씨가 10대에 시작했던 군대에서 이야기를 해 준다.

시각자료가 있으니 뭐, 이해가 빠른건 말할것도 없다. 라이브 세계대전 다큐인가요? ㅎㅎㅎ 번역기 동원..ㅎㅎ

지금은 없는, 당시 소비에트 연합의 소속 군인이었고 그 넓이만큼이나 여러군데 파병을 했단다.

오, 아저씨 군대 이야기 시작하나요!?!? ^^ 


보여준 사진엔 다행히 가본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앞에서 찍은 사진도 보이고 내가 비자때문에 안간 나라 벨라루스에서 찍은 사진도 보여준다. 

이거 난 그저 잠자고 듣고 있어야겠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안 하려면. ㅋㅋㅋㅋ




아저씨는 그때의 추억하는 표정이....... 

굉장히 회상에 잠긴 표정이다. 


나도 그럴거 같다. 

며칠후 아는 형님과 이날의 대화를 하다가 듣고선 내 출발할때의 사진을 캡쳐해서 보내 줬는데 불과 7년이 지난 오늘에서 보니 굉장히 파릇파릇(?)해 보였다.

아직 20년, 30년도 안 지났다. ㅋㅋㅋ 

그렇다. 그럼에도 나도 나이가 든다. 


힘듬이 있지만 그래서 이 여행의 과정이 참 좋다.

적당한 댓가지불로 얻는 것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후에 여행이 끝나고 나면 지금의 여러 행복한 이 감정들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그리워할까?


귀찮음과 환경적인 힘듬이 무시할정도는 아니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이 길에서 만나는 많은 상황들이 행복으로 적립이 되고 있다. 


나는 추억 부자닷~! 그러다 나도 아저씨처럼 저런 표정을 지을것 같다.

미래엔 이것을 나눠줄수 있을때, 하나의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일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 

목적지 키예프까지... 조금 만 더 가면 된다! 

자자~~~~~~~~~!!!


2017년 11월 3일 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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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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