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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2018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799일차 : 폴타바(Poltava), 여행과 수행사이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9. 19.

자전거 세계여행 ~2799일차 : 폴타바(Poltava), 여행과 수행사이 


2017년 10월 19일 



두두둑~ 으아아악~ .

텐트에서 일어나 목 한번 돌리니 여기서 소리가 들려온다. 

텐트 걷고 짐싸야지. 오늘도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 






이침에 왠 안개가 이렇게나 꼈나?




자전거로 방어운전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데... -_-; 

잠이 덜 깼나, 뭔 개솔.... 




안개를 뚫어가며 달려가는 동안 옷과 안경으로 많은 습기를 스펀지마냥 빨아들인다. 

맺힌 물방울 때문에 물기는 사고 안나게 자주 닦아줘야지. 


다행히도 라이딩의 길은 춥지 않아서 좋다. 

러시아였다면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한기로 인해 내 손가락 마디마디부터 고통이었으리라.

어쩌면 눈이 내렸거나 빙판길이 되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약간은 지루한 그리고 지루할 길.  


약간 쉬면서 달리고, 그리고 생각하고.

2017년, 벌써 10월이다...

뒷일을 생각해야 한다.

 



이 여행도 끝이났다는 생각을 마음으로 계속 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끝내놓고 나서 계속 정리 안된마음으로 혼란스러움이 공존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힘든게 한것은 환경도 환경이지만 무엇보다 지루함, 무료함이었다. 

라이딩을 하면서 그때의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고 있다. 내가 놓친것은 무엇인가 하고... 여행기 당시엔 쓰지 못한 것들이 머릿속으로도 남아 계속 길에서의 시간을 그나마 덜 지루하게 만든다. 




오늘의 목적지, 폴타바에 들어왔다.

체크인하고 밥 먹고...




다시 오지 않을 오늘 하루는 이렇게 갔다. 보람차게 끝이 났다. 

폴타바에 꼭 도착하는게 목표였기에.  뜨숩게 자는 원초적인 목표가 오늘의 우선순위였다. 


내 여행은 마음가는대로 가는 여행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조금씩 조정하면서 가고 있다. 




목표 없이 가면 매일의 삶은 그저 쾌락에 빠지기가 쉽다. 

그렇다고 빠듯하게만 간다면 이건 여행이 아니라 수행일지도 모른다. 

여행의 시작에 작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이 여행이 너무나 쉬워진 지금, 그리고 앞으로 지금 여행한 시간만큼을 더 여행할만한 여건도 갖췄다. 


경험? 좋지!

그러나... 경험이 주는 문제점을 깨닫고 있다. 


그나저나 하르키우에서 며칠 쉬었다고 몸이 불었나 왜 이렇게 무겁노~ 체력이 딸리네 이거. ㅋㅋㅋ




묵었던 숙소. 레스토랑 가야지 찍어 놓고 안갔음.ㅋ




캬! 폴타바에 내린 가을을 눈으로 담는 시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


바바리 입고 다니고 싶지만 똥폼 잡고 보여줄 사람도 없다.

온 몸으로 이 날을 받아내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난 가을이 너무 좋다. 

하늘 보고 콧바람에 시원한 바람 넣고... 




간단히 한끼를 먹고 폴타바 시내나 구경해 봐야지. 




우리가 고골리라고 부르는 그 사람!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이 그의 full name.

알고보니 고골은 이곳, 폴타바 출신의 작가다. 이걸 몰랐었네. 

이름이 익숙해 그의 작품을 읽은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여기 출신이라니... 

우크라이나 놀랍구만. 


머릿속으로 갑자기 아프리카가 끼어든다. 왜 아프리카엔 유명한 소설가가 이렇게 없나? 

기록이 안되서? 아니면 그만한 발전을 못해서? 아프리카는 종종 이렇게 여행중에 겪는 상황들에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폴타바는 마을급은 아닌 어느 정도의 크기는 되는 도시. 

그러니 백패커스도 있지. 


왠만한 도시에 오면 하는거. 빠지지 않을 카페 투어.




커피는 그렇다치고...




약간은 심심하다 싶어서 와플을 주문했다.

트립 어드바이저 안 믿을려고했는데... 왜 이렇게 맛있는거야.

커피는 맛은 별로였지만 와플은 정말 세계일주 기간동안 손에 꼽을 만큼 맛있었다. 




받은것도 없는데 너무 맛나 혼자 먹기 아까워서...

꼭 가보세요. G카페. 

가격도 너무 놀랍다. 너무 싸다.




저녁즈음 찾은 카페, 분스 브루 바(Buns brew bar)

낮엔 길거리에서, 밤엔 카페에서 가을을 만끽하는 시간.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1111

생각은 골똘히.... 여기저기를 날아간다.




아침 숙소에선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

단어 3개를 모아 놓으니 멋진 카피가 되었다.

누구나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 내가 꼭 한번 저렇게 살아봐야지! 




작업을 위해 환경을 바꿔야겠다. 

작은 도시라 돌아볼게 상당히 적구나.  




정보없이 와서 폴타바가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외곽쪽으로 돌아보기 위해 나갔다 들어오는것도 귀찮다. 




피자 먹고 




역시나 내 기분을 바꿀 겸 온 카페, 카분(Kavun)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1112




우리나라 카페 가면 바리스타들과의 대화도 벽은 크고, 외국 카페에서 겪는 일은 99% 없다.....

우리나라의 위트 넘치는 멋진 대화법은 어디로 가버렸나... 

댓글창에서 보는 명작 댓글급 대화를 일상에서 접해 보고싶다. ㅠㅠ  




전날 숙소 주인인지 매니저인지, 숙소에서 대화나누다 커피를 만들어 나눠졌는데 근처에 운영하던 카페로 날 초대해서 이것저것 묻더라.

우크라이나 시장을 보는 그의 관점과 대화에 꽤나 유쾌했다. 1년새 상당히 변해버린 마켓과 트렌드가 그의 눈에 상당히 흥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거 보면 커피 자체에 대한 신비화가 적은 이들에 접근은 상당히 쿨하면서도 무겁지 않아서 좋다.

그게 우리와의 차이일까? 




오늘도 시작이 좋은데....  어우~ 이렇게 추워졌나? 

일기예보를 보니 어제보다 무려 5도가 낮아졌다. 으흐...




샌드위치와 과일주스 먹으며 가을 구경.


밖에 옷 입은 사람을 보면 아마 지금의 기온이 어느 정도 상상이 갈듯...

흠, 내일부터 또 신경쓰이는게 하나 들었다. 에혀..

겨울이 온다...




하르키우에서 카페 책자는 좀 살펴보고 올걸...

구글링을 하고 찾아온 곳은 코페인.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1114

사실 어제 이곳에 왔었으나 어젠 멍한상태로 있었다.ㅋ 

세르비아의 카페 코페인과 이름이 같다. 스펠링 f가 하나 빠져있음.



깔끔하고 방해없이 그야말로 작업에 몰두를 했다. 

키보드 구입후 숙소를 잡으면 작업한다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다.




좋고 깔끔한 숙소에서 하루를 더 쉬려고 했으나 예약이 다 차는 바람에 다른 방으로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 발생.

그게 귀찮아 그냥 체크 아웃했다. 


아, 춥다. 

굉장히 쌀쌀하네 이거. 

하늘은 맑아서 좋다. 야호! ㅎㅎ




가을 진득하게 내려 앉은 거리를 달린다. 

페달링하면서 몸이 열이 올라 다행이긴 한데, 손가락이 시려오는 날씨다. 

다음 목적지는 크레멘추크(Kremenchuk)! 약 100km를 더 달려야 한다.


어허~ 엄살은...

그래도 추운건 어쩔수 없다. 속도를 내서 몸에 열을 올리는 수 밖에. 


심심한 길, 간간히 입에 좀 뭐 넣을꺼 발견하면 재미라도 있으려만... 




가다본 가게에선 뭐 살게 없었다. 그냥 거의 구멍가게 수준. 




심심함. 그리고 추움.




때 마침 가게 앞에서 샤슬릭을 굽기 시작한다. 도착했을때 고기를 올리던 차라... ㅎㅎㅎㅎ

위 바에 들어가 맥주 한캔 사면서 고기가 익을때까지 기다린다. 

어우~ ㅎㅎㅎ 침 나와




먹어볼까! 맥주 한캔을 하면서 먹으니... 햐! 살것같다.

그나저나 좀 멈춰섰더니 금방 추워진다. 추워서 술 약한 내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지도 않으니...



지도 어플을 통해 근처에 보이던 숙소로 페달을 밟았다.

한 30-40분은 달렸을까...? 


먹고 나서 열심히 라이딩을 해서 호텔이 있는 곳으로 왔는데...

호텔은 안 보이고 그냥 허연 건물만 보이냐...


짧지 않은 거리였는데, 이거 우짠다냐.

군대서 보던 의정병과 마크가 보인다. 뱀이 십자가를 감고 있는거... 

그렇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긴 병원이다. 


밤은 늦었고 온도는 급하강. 아, 너무 추운데... ㅠㅠ 

여기 호텔을 운영하나?? 우선 물어나 봐야지. 우짜겠어.

영어가 안 통해서 번역기를 써서 대화를 했다. 인터넷이 왜 이렇게 느려서 통역에 시간이 한참이나 걸린다.!!?!?!?! ㅠㅠ 






마침 대화 중 나타난 여성 한분.


"올라!Hola!"(안녕!)

"우스뗏 에스빠뇰라?Usted espanola?"(당신 스페인 사람이예요?) 


영어는 짧고, 스페인어를 한다??? 

이런 신기할데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페인어 다 까먹었는데... 대화해야지.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선 통역을 통해 그녀가 접수하는 아주머니에게 길게 설명하더니....

마침내 설득해냈다! 

캬하하하!!!! 오늘 방 하루를 쓸수 있게 됐다. 


내가 돈을 안 낼꺼라 생각을 했나... 뭔가 주저하는 모습인데?? 

나 돈 있거덩요!?!?! 돈을 꺼내 보여줬더니... 

그게 아니라 돈을 지불하는 곳이 여기가 아니라 다른곳이라 내일 오전에 문 연다고 한다. 


그녀를 통해 도망 안 갈테니 걱정말라고, 못 믿으면 여권을 맡기겠다고 했더니 여권 챙겨감. ㅋㅋㅋ 


1박 비용이 141.xx 흐리브냐. 소수점까지... 참 체계적이다.ㅋ 

미화 6달러도 안되는 숙박비. 호스텔보다 더 싸네. 도심속에 있었으면 참 좋았으련만... 




도와줘서 고마워요, 타티아나! ^^ 

이 병원은 물로 치료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곳에 요양차 온건데 우연히 입구에서 만난거. 

 스페인어는 독학 한거라고 했다. 여행 가기 위해 공부했다던데, 정작 스페인어권에 길게 여행한 나는 기억이 안나 버벅대고 있다. 햐, 살다보면 이럴때도 있네. 이런 우연의 재미는 여행의 참 맛!!!! ^^ 




식당에 가서 먹은 음식이다. 다른게 있었으나 사실 먹을만한게 없어서.


알다시피 여긴 병원!!!! 

방법이 없었다. 환자식을 사 먹어야했다. 생각해보니 이거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네.

들어가니까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나 구경을 하는데 아우~ 시선이 부담되구로.....-_-; 




짐을 푼 내 방. 1층에 자전거는 누가 가져갈 사람도 없다만 자물쇠와 함께 묶어 놨다.


엄청나게 뜨끈한 방에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아까 낮에도 좀 그랬는데... 아킬레스 건 쪽이 염증이 생긴것처럼 아파온다.

러시아에서도 조금 그러더니 우크라이나 오고 나서도 다시 발생했다.

우선 쉬자. 내일은 목적지 크레멘추크로! 


2017년 10월 23일까지의 이야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lifewithadventure/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sphalt_potato/


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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