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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2018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909일차 : 쾨니히스베르크, 임마누엘 칸트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10. 17.

자전거 세계여행 ~2909일차 : 쾨니히스베르크, 임마누엘 칸트 


2018년 2월 7일


으함~~

잘 잤다.


난방은 참 잘 해주는 러시아의 숙소.

건물 지은지 얼마나 된지 모르겠지만 이런 난방이 필요한 추운 지역에 러시아 사람들은 더 남쪽으로 더 안내려오고 북쪽을 고집했는지 궁금하다.

안 옮겨도 만족할 정도로 자원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해 볼뿐.







어제 저녁에 안부인사를 한 친구, 알렉세이는 일을 떠났고 나는 숙소에 남아있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나왔다.

관리자인지 손님인지 몰랐지만 이곳에서 굉장히 마음이 편했다.

러시아의 중소도시엔 건설 노동자들이 많은데 이곳은 좀 덜한 느낌.

주변에 EU국가들이 있어서 육로 통과가 힘들어서 그런가 하는 추측만 해 봤다.


유입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나라 혹은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질수 있다는 것을 유럽 난민을 통해서도 느끼는데 이곳 또한 예외는 아닌듯하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소도시가 그런것처럼...


오늘은 목적지인 칼리닌그라드 시내까지 1시간 이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 




추운 아침이구나.

그래, 겨울에 이렇게 다녀보는 것도 추억이다. 

근데 이젠 안 해도 되겠다. ㅎㅎㅎㅎㅎ 무릎과 아킬레스건이 아프고 컨디션이 좀 낫긴 했지만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찢겨진 휠.

한국이었으면 아마 보관을 했으려나...?

러시아에서 작별한다. 그간 수고했다. 




칼리닌그라드 시내로 들어가고 있다.

건물 외관에서 받는 느낌은 회색빛의 무언가 +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운 소비에트의 잔재가 곳곳에 묻어있는 느낌.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당시 동프로이센 령이던 이곳 독일식 지명 쾨니히스베르크는 러시아 지명 칼리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소련은 그전에 살고 있던 프로이센 사람들을 독일로 추방하거나 잔인하게 처단했다고 한다.

독일식 잔재를 지우고 현재의 것들만 남아 있다고 하니, 2차 대전 이후엔 냉전의 흔적들로 남은것만 보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실 프로이센에 대한 것을 잘 모른다. 혹여 당시 남아있는 독일식과 현재의 소련식에 뭐가 다르고 현재까지 공존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보는대로, 느껴지는대로 생각해보는 형태다. 며칠 있다 지나가는 여행자로선 겉핥기로밖에 감상 할 수 밖에 없는 여행자일뿐이다. 




숙소 이동 중 발견한 카페! 




코페이냐 N3. 카페에서 커피 한잔.

칼리닌그라드에서 느끼는 카페 구경의 느낌,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는 본토 느낌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좀 더 사람들도 따뜻하다고 느낀다. 

커피맛은 그렇다쳐도 그냥 공간이 주는 물리적 따뜻함 말고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롭게 느껴진다.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1154

2019/10/16 - [Drinking/The cafe tour] -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카페] 코페이냐 N3 (Kofeinya N3, Kaliningrad, Russia)

숙소를 잡고 수퍼마켓가서 장을 좀 봐왔다.




칼리닌그라드가 모스크바나 상트보다 물가가 더 저렴한 느낌이다. 도시 규모가 좀 작아서 그런거일지도 모르겠네. 

정말 바닥 끝을 달리던 체력은 폴란드 막바지, 러시아로 넘어오면서 드라마틱하게 좋아졌고 러시아로 오고나서는 날씨가 굉장히 추웠지만 기력을 조금씩 찾아가는듯 했다. 


아, 며칠 쉬다 가야겠다.




다음 날 찾은 근처 카페.

어제 만난 바리스타를 이곳에서 만났다. 다른 지점도 있네! 같은 이름이 아니었다.

예멘 마타리 커피를 마셨는데 내가 마셔본 맛과는 차이가 좀있구만.ㅋ

뭐래도 좋은 시간이다. 따뜻한 카페 안에서 유리창을 뚫고 오는 햇빛이 좋다. 




칼리닌그라드 시내를 한바퀴 걸을 시간이다.

크햐, 마이 춥구나.


봄, 가을, 그리고 덜 더운 여름에 꼭 봐서 보고 싶은 곳이다.

날만 좋았더라면 좋은 곳이 많을텐데, 너무 추워서 뭐가 뭔지... 봐도 집중하기가 힘들다. 




저 개 아직 죽은거 아니겠지??




역시나 해가 일찍 진다.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쾨니히스베르크 성당.




보인다!!! 




읭?

그렇다 여긴 섬이자 공원이고 성당은 박물관도 함께 있다.




표트르 대제의 상.

당신은 왜 여기? 




교회 사이즈 미니어처




주변 한번 둘러볼까?

춥다. 흐....

칼리닌그라드 하면 내겐 의미있는 곳은 이곳이다.(다른 곳은 잘 모르기도 하고...)




이곳, 이 쾨니히스베르크 성당이 유명한 이유.

한 사람이 잠들어 있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보면 무덤 하나가 있다. 




바로 여기.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이곳을 보기 위해 이곳 교회를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인식론, 관념론 같은 알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철학적인 이야기 말고, 생활을 어떻게 했느냐 하는거.

나에게 이 긴 여정을 단순히 즐기기만으로 끝내지 않게 하는 의미를 만들어주는 이유. 그 한가지는 바로 임마누엘 칸트라는 사람의 삶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80살 죽을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자기가 살고 있는 당시의 쾨니히스베르크, 지금의 칼리닌그라드 주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책과 공부.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그의 생각과 사상을 발전시켜 가면서 그의 삶을 그려왔다.

철학에 대해 관심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그 어려운 책! '순수이성비판'을 57세에 내어 놓았다.

약 60세부터 그의 사상적 결실을 맺었다는 소리다.



그는 80 평생을 멀리 가지도 않고,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의 150km 반경에서 그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름의 업적을 이루었다. 

세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정말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 떠난 세계일주이기도 하다.

나야 임마누엘 칸트처럼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밖으로 다닌다. 공부를 했으면 지금 이런 삶을 내가 살수가 있으려나. 아마도 아니겠지. 

그의 삶이 부럽다는 것도 아니다. 저렇게 살아 엄청난 업적을 이룬 사람이 있구나 하는데서 경외감을 느낄 뿐이다.


지금 내 삶은 행복하다. 

철학적 분석 따윈 필요없다. 

그냥 좋다.


많은 것들이 빨리빨리를 요구 받는 시대. 심지어 개인의 삶조차도 그러하다.

조기 성공을 압박하는 시대에 내 삶의 핑계인물로 임마누엘 칸트를 꼽아도 나쁘진 않겠다 싶다.


칸트도 57세가 되고 나서야 그의 사상적 열매를 밖으로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

어차피 그 사람처럼 되지도 못한다. 그리고 칸트도 사람도 괄목할만한 작품을 내 놓는데 우리로 치면 환갑의 나이에 책을 낸 셈이다.

칸트가 저렇게 오래걸렸는데 나는 얼마나 걸리겠나... ㅎㅎㅎ 핑계 거리를 찾았다. 아싸~ ㅎㅎㅎ


어쩌면 노력하고 있는 중에 그렇게 살다가 죽을지도 모를일이지만, 인생이란 피기도 전에 질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러려니 한다. 답을 알았으면 그리고 안다면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리가 없거든.


계획한 대로 안 되더라. 

칸트가 지금 현실에 살았더라면 그는 어떤 모습일까?

더욱이 한국에서... 




항상, 그렇다.

한 사람의 무덤앞에 오면 그간 내가 생각해본 그 인물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뻔한 전제를 깔아놓고도 이 사람은 환경을 극복할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해보는지 모르겠다.


환경을 극복하기란 너무 어려운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뉘신지 잘 모르는 아저씨...




교회 주변부을 돌아본다.

이곳에 있던 신학자 줄리우스 루프의 무덤도 보인다.


눈 내린, 그리고 꽁꽁 언 차가운 돌바닥은 죽은 사람의 냉기와 다를다 없다.

나는 그에 역행해서 온도를 유지하는 살아있는 사람이고.


삶이란 그런것이다.

그 변하는 냉기에 역행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오늘도 1인분 인생, 잘 살아내자. 


일상의 사소함들이 모이고 모여 큰 인생이란 덩어리를 이루어낸다.




길바닥을 천천히 돌아 성당을 조용히 흐르는 프레골랴 강 주변을 걸어본다.

왠지 이런데 왔다가는 아주 잠깐이라도 내 마음과 생각들이 바쁘다가도 굉장히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거나 생각하다만 내 나름의 머릿속 생각의 대화를 이어간다. 내용이 너무 유치해서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지만... 




돌아가는 길에 부는 바람이 으, 땀꾸멍을 제대로 쪼아댄다.

이곳 칼리닌그라드에서 하고 싶은거 오로지 이거 하나였다.


그냥 와 보고 싶었다.

한군데 더. 이 여행이 끝나기전, 이 세계일주를 마치전 전 꼭 한 인물의 무덤에 꼭 가보고 이 여정을 마무리 해야겠다. 

탈 없이 가 볼 수 있길 고대한다. 

얼마나 걸리려나...




모래톱이 세계에서 가장 긴 이곳.

그리고 이곳에서는 폴란드 그단스크 쪽처럼 보석중 하나인 호박(Pumpkin 아닌 Amber) 이 많이 난다.

이곳에 호박 매장이 참 많음. 




우리나라 회사 이름과 전혀 상관없는 지에스홈쇼ㅍㅣㅇ..은 아니고...

지에스 커피샵. ㅋㅋㅋ

방문기 : https://cramadake.tistory.com/1156

2019/10/17 - [Drinking/The cafe tour] -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카페] 지에스 커피샵 (GS coffeeshop, Kaliningrad, Russia)


이곳에선 어제 방문한 카페의 다른 바리스타를 만났다.

얘들 마피아처럼 칼리닌그라드 커피 시장 다 장악하고 있는거 아니지!?!? 

'로스터리 커피샵, 카페 마피아' 이름 꽤 근사해보이는데 정말 마피아라면 개그친 놈은 목숨부지하기 어려울듯. -_-;


쉬자! 


2018년 2월 8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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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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