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203일차 : 태너리! 천년의 냄새, 천년의 향기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8. 12.

자전거 세계여행 ~3203일차 : 천년의 냄새, 천년의 향기 


2018년 12월 6일 


숙소에 체크인을 한뒤 곧장 밖으로 나왔다.

세명 모두 배가 고파서. 아흑~ 참을수가 있나.

11시가 넘어 도착한데다 밖으로 나오는 길이 워~~~낙 헷갈려서 돌아오는 길을 생각하며 나와야했다.

말로만 듣던 페스의 골목길이란게 이런거였군.




페스 메디나에 입구에서 본 식당으로 왔다.

다른 식당들은 문을 전부 닫았고 이곳도 문을 닫기전이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곤 이곳 밖에 없었다.


저녁 늦게 도착했는데 메뉴가 딱히 땡기는게 없어 잠시 고민했다.




12시가 넘어 먹는 밥이었다.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에다 짜증스러움에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왔음. 

문 닫을 시간에 와서 그런가? 어흐...

메디나 입구에 일본어, 한국어로 써 놓은 식당이라 많이들 낚이겠다 싶었는데 우리가 딱 그런거다 싶었으나 뭐 방법이 없다. 배고프니 먹자.

배고프니 참는다. -_-+



수면시간이 3시간이나 됐을까? 


시오리와 영희 누님은 곧 바로 떠난다. 

다음 목적지인 마라케시로.


이곳, 천년 도시 페스를 구경도 못하고 가야하다니... 좋게 생각해서 나중에 올 구실을 만들어도 되겠다.


밤길은 무서운법. 얼마전 유럽 여성 2명도 강간 후 살해 당했다지 않나...


한국 젠틀맨이 두 여성을 그냥 밤길에 보낼순 없지. 

택시를 잡아 안전히 타는것 까지 보니 마음이 놓였다..

두분 모두 조심히, 그리고 안전히 여행을 빕니다!!! 




숙소를 옮겼다. 


내 몸이 지금 정상적이지 않은데 낮은 2층 침대로 불편한데다 시설 또한 열악해서.

직원은 친절했는데, 어쩔수 없다. 


오늘 아침 컨디션은 더 안 좋다.

와, 이젠 냄새가 거의 안 느껴진다. 

그냥 누워 쉬려고 해도 몸과 정신은 말똥말똥한데 딱 후각만 문제다. 

 



모로코의 페스(Fez) 하면 모로코의 주요 관광 도시중 하나다. 특히 이곳은 태너리(tannery)라 부르는 가죽 손질 공장이 있다. 천년이 넘는 시간이 흐름에도 그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평소 잘 안 쓰는 말이긴 하지만 '무두질 공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페스하면 태너리, 당연히도 이곳에는 많은 가죽 공예품들을 취급하는 상점이 많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맡는 냄새는 그곳의 전후 기억에 각인효과가 크다.

태너리의 냄새가 어마무시하다던데... 아쉽게 됐다.

내겐 고스톱의 끗발 같은 느낌인데, 나는 그걸 페스에선 느낄 수가 없겠구나. 흑흑...




과일을 저렇게 진열해 놓은걸 보고 그냥 갈수가 있나.

오렌지 주스가 5디르함. 한화로 약 600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




나는 아보카드 주스 한잔.

향은 거의 모르겠고, 맛은 아주 쬐끔... 느껴질랑 말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거 어떡하지? 



 

태너리 구경을 가려고 하는데 몇군데 찾아봐도 좁은 골목에 문 입구를 제대로 찾기가 어렵다.

몇몇 군데를 왔다갔다 하지만 제대로 찾기가 힘듬.

저런 간판... 쓸모가 없다.ㅋ




지금 내 코가 좀 정상적이라면 골목을 지나다 냄새로 내 발걸음의 방향을 제대로 정하기라도 할텐데 후각이 지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쓸모가 없다. 

저기 말리고 있는 가죽을 보면 이 근처 어디 있는거 같은데...

드론이라도 좀 띄우고 싶다. ㅋㅋㅋㅋ




골목 골목을 다니면 어렵지 않게 보는 나귀.






나귀 사진을 찍는데 한 아저씨가 나보고 손짓 한다.

보아하니 내가 태너리를 찾고 있는지 아는 눈치. ㅋㅋㅋㅋ

나같은 사람이 오는게 어디 한두명일까? ㅋ

여행자를 발견하는 아저씨의 촉, 아저씨가 태너리로 안내할꺼라 믿는 나의 촉. ㅋㅋㅋㅋㅋ


가~ 보옵~~~~ 시다! 




이곳 정말 꼬불꼬불하다.

모로코의 페스 골목은 내가 다녀본 모든 나라 중 가장 꼬불꼬불했고 복잡했으며, 지도 없이 다시 찾으라면 거의 불가능할듯 싶다. 


저기 문 앞에 서 있는 아저씨. 

사진을 찍고 나니 다시 손짓을 한다. ㅋㅋㅋㅋ 


아저씨 날 태너리로 데려온거 10000% 믿씁니돠! 



오옷, 눈앞에 등장한 가죽 손질 공장!!! 



오~ 

진짜구낫!!! 




새의 똥도 가죽 손질의 도구로 쓴다. 

와.. 이런걸 실제로 보게 되다니.




작업이 끝난건 이렇게 태양 아래 말린다.




규모가 생각만큼 크진 않지만 이정도면 대략 느낌 온다! 




색깔이 저마다 다른 이유는 가죽 염색에 쓰이는 재료가 저마다 달라서다.

양귀비(빨간색), 사프란(노란색), 헤나(주황색) 등으로 천연 염료를 사용해 작업을 하고 있는 곳.


지금 시간엔 사람이 거의 안보이는, 세척 및 염색하는 시간은 거의 마무리되고 지금은 가죽을 말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하도 냄새가 심하다고 해서 염려가 있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

냄새를 지금 전혀 맡을 수 없는 내 몸상태 때문에. 

돼지와 소를 잡는 도축장에 가면 느낄수 있는 피 비린내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코 상태 때문에 알수는 없지만 분위기는 도축장 같은 느낌이었다.




흠...

워낙 냄새가 심한곳이라고들 하는데, 내가 느낄수가 없어서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일하는 분을 보면 정말 개빡세겠다는 생각만 든다.




손질이 된 가죽과 아직 되지 않은 것은 따로 구분해 각자의 공정에 맞게 분류를 해 놓았다.

크지 않은 곳이다 보니 볼것은 이게 전부.

나같은 관광객들이 하나 둘이 아니겠지.


아저씨가 따라 오라네?




작업장 뒤에는 판자집으로 다른 공정을 진행하는 곳, 아니면 중고물품을 고치는 가게들이 있었다.

근데 아저씨는 지금 날 어디로 델꼬가는거지? 




아저씨가 데려 온 곳은 가죽을 말리는 곳이기도 하면서, 메디나(구 시가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뒷산이었다.




뭐지??? 

살펴보니 나귀 한 마리가 묶여 있음. ㅡㅡa




이곳에서 메디나뿐만 아니라 멋진 풍광까지 360도로 살펴볼 수 있다.

와, 뷰 진짜 좋네... 

이곳을 안내하기 위해 나보다 몇걸음 먼저 올라오신 아저씨.


그러더니 손바닥을 내게 내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내심있게 안내까지 해주신데다 아저씨 인상이 밉지 않아서 1불 정도 되는 돈을 쥐어줬다.




페스에서 점프샷! ㅋㅋㅋ

불과 일주일전만해도 스페인의 좋은 날씨였는데, 모로코로 오고나니 정말 서늘해졌다. 한편으론 햇빛은 정말 강함.

해발고도가 400미터가 채 안되는데 몇번 뛰었더니 숨이 굉장히 차다.


몸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구나.

어후~ 




가죽을 만져보니 수영할 때 쓰는 드라이 타올이 물 먹은 느낌이다.


유럽에 널리 알려졌던 이 지역의 특산품이 이 도시가 자리잡고 생긴지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에도 옛날 방식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문화이자 역사이긴 한데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감정은 복잡스럽고 혼란스런 상황에 빠져든다.

저 전통이 잘 보존되길 바라는 한편으론 누군가는 정말 고생스럽다. 

보는 사람과 입장이 같을리가 없다. -_-;


아프리카의 부족들이 유명 브랜드 신발을 신고 다니는 걸 보고 너무 상업적으로 물들어 버려서, 일부 관광객들은 그들이 원래 모습대로 다시 맨발로 다녔으면 좋겠다고 한 사람도 있다지? 

사람을 보는건가, 동물을 보는건가. ㅅㅂ 






참 싫어하는 말인데, 결론은 "나만 아니면 된다." 인가?

천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누군가에겐 숭고한 일이자, 그들의 밥벌이이기도 하다.

그 시간을 잇는 사람이자 이곳의 역사를 보여주고 과거를 현재와 이어간다.

관광객들에겐 고약한 천년의 냄새가 살아가야할 이들에겐 천년의 향기다.




나귀는 그냥 기르는 동물이 아니다. 

이곳에서 중요한 운송 수단이다.




골목골목을 많은 짐을 싣고 다니기에 어려울때면 차로 갈 수 없는 곳을 나귀가 대신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에도 천년전과 다르지가 않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건물의 모양과 높이는 달랐어도 지금과 비슷한 모양을 유지하겠지? 

아, 타임머신 타고 싶어. 




태너리가 있는 곳은 저렇게 물병에 색을 넣어 문앞에 걸어뒀나 보다.

이 근처를 지나던 내게 "태너리?"를 외치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태너리를 끼고 있는 이 페스 메디나에는 가죽 공예품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특산품이라고 가격이 싸다는건 아니다.

한가지 더!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품질이 좋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현지인들이 사봐야 얼마나 사겠나 전부다 관광객들이 사는거지. 

가격은 쉐프샤우엔이 훨 싸더라...




향신료. 무두질에 써도 좋은 천연 염료.

콧물이 아침에 쬐끔 흘렀는데 낮 시간이 되니 수도꼭지 물줄기가 굵어졌다. 


때마침 눈앞에 나타난 계피! 

달여 마셔야겠다. 좀 낫겠지?




헤나를 정말 많이 하는구만.




향신료와 그 색을 보면 정말 마법 물약같다. 

몸의 움직임에는 무리가 없는데 냄새를 못 맡다니.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저기 어떤 것 중 하나라도 마시면 낫진 않을까. 

뻘생각이 여기저기 떠다닌다. 




한바퀴 둘러보니 아까 온 그자리에 와 버렸네.

오늘 일은 대부분 마무리를 하나보다.




예쁜 기념품들. 확실히 눈을 끈다.

가격도 정말 쌈.




숙소에서 쉬다 밤길에 다시 나왔다.


밤에도 시장을 하긴 하는구나.

간단히 뭐 좀 먹고 저렴한 오렌지 한 봉지 구입.




모로코 역시 돼지고기는 볼 수 없다. 

스페인으로 넘어가면, 이탈리아에서 그랬던것처럼 돼지고기 구워 먹어야지.


지금 나는 고기 집 앞에 사람들 말고... 

저 밑에 녀석들에 시선이 간다.




쉐프샤우엔 뿐만 아니라 페스에도 이렇게 고양이들이 요로코롬 있다.


이 짜슥들~ 

생선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육고기도 좋아하는구낫!ㅋㅋㅋㅋㅋ



쉬자, 쉬어. 



2018년 12월 6일 까지의 이야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lifewithadventure/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sphalt_potato/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506PQ29uT3V7kbhi89L_nA


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격려와 응원의 댓글, 완전 ♥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