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204일차 : 우리 안의 본성을 생각하다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8. 13.

자전거 세계여행 ~3204일차 : 우리 안의 본성을 생각하다


2018년 12월 7일 


하루를 쉬고 나니 몸 상태가 훨씬 나빠졌다.

후각은 완전 마비가 된듯하다. 게다가 어제 찔끔거리리던 콧물은 줄줄 흐른다. 






아, 짜증스럽다. 


좀 괜찮나 싶더니 느린 인터넷 때문에 다음 목적지를 위한 정보찾기도 쉽지 않다. 

조금 더 괜찮은 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 할 수 있는건 딱히 없다. 

약먹거나 뭐... 기타 등등의 것들.

움직이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는데 자잘한 것들에 신경이 쓰이니 짜증스런 감정이 뒤섞인다. 

핵심은 이거였다. 활동 에너지가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거. 




이곳 모로코 페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 교육기관, 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라고도 부르는 알 카라윈 대학교가 있다. 

이전에 이탈리아 여행할때 잠시 지나왔던 볼로냐의 대학교가 세계최초의 대학교인줄 알았는데, 유네스코와 기네스북 기록에 알 카라윈 대학교가 등재되어 있단다. 


이거 누구 말이 맞는거지. 왜 또 오래된 대학들은 전부 유럽이 TOP5안에 다 있는건가. ㅡㅡa

대학교는 무슬림이 아니면, 그리고 개별 여행자를 들여보내 주지도 않는다.

내가 영상 컨텐츠 뽑자고 온 건 아니니 패스.




페스로 와서는 태너리만 보고 가면 끝이다.


하루를 여유있게 잡아둔 페스 일정. 시간이 남긴 한데 몸이 이럴진 몰랐지.

어제 온 태너리 쪽으로 왔는데, 한 삐끼가 날 굉장히 복잡한 골목으로 날 데려간다.

큰데 였으면 좋겠구만..

 

그곳은 3층까지 가죽제품을 파는 곳이었고 꼭대기에서 태너리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크구만.

이곳의 이름을 몰랐는데, 구글맵에 태너리를 치니까 가장 먼저 나온다.

태너리 시디 무사 (Tannery Sidi Moussa) 


https://goo.gl/maps/kfQd1JAABXCMrUeVA


냄새가 지독하다는데 전혀 맡을 수가 없으니, 다행인가. ㅡㅡ




나 말고 온 다른 여행자들은 코에 요 민트를 꼽아 숨을 쉬더라.ㅋㅋㅋㅋ

말로만 듣던걸 실제로 잠시 해 봤다.

민트 넣고 숨시면 잃은 후각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노출을 달리해서 그렇지 내리쬐는 햇빛은 정말 강했다.

말할 것도 없이 작업자들의 일은 굉장히 고되보였고.




16년동안 후각을 잃고 살아오신 "개코 김성원" 입니다.

지독한 냄새, 할수 없어 아쉽다. 




페스 태너리를 직접 봤으니 이젠 충분히 만족한다.

페스에서의 일정은 말그대로 '다~~~~~~~~~~ 이루었다!'


이곳을 보면 인도 뭄바이에 있는 빨래터 도비가트가 생각난다.

한편으론 이슬람 국가 천년의 도시인 예멘 사나를 여행하고 싶기도 하다. 


여러 이유로 아직까지 가보지 못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좋아지려나!? 내전의 예멘은... 어떻게 되나. ㅠ 

이곳 페스에서 적당한 감정을 대입해서 그곳을 미리 상상 여행을 해본다.



 

저녀석은 몇년이나 됐을꼬!?!?




제품을 팔던 이곳은 방문객에게 그들의 물건을 소개한다. 

맘에 드는 것을 찾아 둘러보지만, 맘에 드는건 없다. 고만고만.

또한 너무~ 비싸다.


그냥 가겠다고 했더니 저기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네이션을 받고 있는데 도네이션이라도 하는게 어떻겠냐며 제안한다. 

1달러 정도 주려고 했더니 너무 적다며 갑자기 화를 내는데 아닌가!?

뭐지? 이거? 


뭔가 싶어 대화를 이어갔는데 옆에 다른 남자까지 가세했다. 위협모드!

설마, 온건가?!!! 


떡밥을 던져야겠다. 

내가 직접 일하는 직원에게 주겠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여자가 욕을 해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싸! 물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새삼스럽게. 모로코 와서 이런 일 겪을꺼라 너무 당연하게 생각을 해서 놀랍지도 않다. 







장사 하루 이틀하나? 

나도 여행 하루 이틀 하는거 아니지 ㅋㅋㅋㅋㅋ 

이럴줄 알았지. 


이런거 유튜브 각인데...


모로코 여행을 하면 이런 짓거리를 하는 놈들의 쌉소리를 들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두팔과 어깨를 드는 제스쳐를 취했더니 안에 있던 다른 건강한 남자 직원 2명까지 합세해 날 위협하려 든다. 우왕~ ㅋㅋㅋ 아시아 사람들에게 좀 먹혔나 보네. 


방문객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냐며 카메라를 꺼내 영상을 찍으려고 하니까 카메라를 부숴버리겠단다.

ㅋㅋㅋㅋ 그러든가. 경찰을 부르겠다길래 부르라니까 전화하는척 시늉만.ㅋㅋㅋㅋㅋ


안 보이던 남자가 더 합세해 4-5명 되는 남자들이 날 둘러쌓고 험한 인상과 말을 한다. 

(어우~ 갑자기 덩치 좋은 애들이 다가 섰을땐 약간 쫄았음;) 


이탈리아에서 떠날때 겪었던 기억이 이곳을 여행할때도 워낙 선명히 남아있었던 터였다. 

모로코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던데다 탕헤르 도착날 헛소리를 해대는 여자들과 쉐프샤우엔에서의 경험, 그리고 여성 살해 뉴스까지. 


내게도 벌어지겠구나 싶었는데, 진짜였다.


사진 찍으려고 하면 어느새 손은 얼굴을 다 가리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러움을 알긴 아냐. 이러면 유튜브 각이 안 사는데... 


도대체 지나온 아시아 여행자들은 모로코 와서 어떻게 당하고만 있었길래 이렇게 되먹잖은 놈들한테 이렇게 당하고만 있나.


은근히 날 한대 때려주길 바랬다. 인종차별로 걸어줘도 좋다.

이탈리아 이후 박힌 마음에 가시를 일부러 뽑지 않고 있었다. 

(이탈리아 때의 그 상황은 내가 여행에서 겪은 최악의 경험 중 손에 꼽는 것들 중 하나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지만 아직 시간이 해결하기엔 얼마 되지도 않고 해서. 

얼굴빛이 좀 심하게 안 좋아져버린 내 모습을 봐서였을까? 


나이가 70은 되어보이는 한 할아저씨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러더니 그 할배가 젊은 직원들에게 큰 소리를 치고 밀어내니 조용히 물러갔다. 

그리고선 거듭 두손을 모아 미안하다는 소리를 했다. 


직원들은 흩어지고, 나는 아저씨와 밖으로 걸어나왔다.

문밖까지 나와 안내하던 아저씨.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신한다... 


인샬라~~~ 

그 할배의 마지막 말이었다.


차라리 입장료를 받지. 이게 뭐꼬.

여행 초기 같았으면 이 사건으로 날 돌아보는 계기로 삼거나 나의 인성적 부족함을 쉬이 탓했으리라.

친절한 모로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내가 경험한 것을 한정해 두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린 너무 쉽게 '일부의 사람들'이라는 말을 한다. 

자기 자신을 쏙 빼놓거나, 자기 자신이 그런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 산다.

사람은 누구나 악해질 수 있고, 누구나 선해질 수 있다. (모른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ㅋㅋ)


우리 안의 천사가 얼마나 자주 발현되느냐를 특정할순 없다. 

다만 모로코를 여행한 사람들이 말하는 단점을 나도 경험했다. 

그래서 성급한 일반화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모로코는 우리 안의 천사가 발현되기엔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닌듯 싶다. 




역사와 전통은 뭐 그냥 저냥... 




다른 나라에선 이런일이 거의 없는데, 모로코는 유독 이런 일이 많다. 

도착하고 나서도 내가 경험하는 안 좋은 모로코를 경험하지 않길 바랬다.

많은 여행자들이 말한 내용이 틀리길 바랬다.


그러나 나도 그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지 모로코인들은 여행객을 구별을 하는 건가, 차별을 하는건가. 


인간관계에선 황금률이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다지.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똑같이 해주면 공평하다. 

아니라면 그 이유를 내게 설명해 봐. 제발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나도 똑같은 사람 된다는 정신승리 말 하지말고.




잠시 휴식, 그리고 성밖으로 나왔다. 




저기가 무덤인줄 한참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모로코 지도(링크 : https://cramadake.tistory.com/1397

2020/08/03 - [Journey/Maps] - 모로코 지도 자세히 살펴보기 (모로코 국기 구글맵 지도 위성도 지형도 행정구역도 관광지도 한글판 지도 관광 여행지도 도로망 지도 서사하라 외 상세지도 )

를 보면 알겠지만 모로코 내륙의 사하라를 지나 바닷가쪽으로 이동하는 길에 있는 도시 페스는 중간 보급 역할을 한다.


위 사진은 과거 낙타나 나귀 떼를 몰고온 상인들인 카라반들에게 물을 파는 전통 물장수다. 

과거와 달리 환경이 변해서 이제는 그 수요가 거의 없다.


오기전에 영상으로 본걸 실제로 보니 좀 신기해서.ㅋ

저 가죽 물통안의 냄새가 물에 고스란히 배겼다는데... 나는 마셔도 냄새를 못 맡겠구나.




낮 시간의 시장 구경. 




페스로 와서 하루에 한끼는 이걸로 먹은 듯 하다. 

빵을 먹다보니 또 1개를 다 먹네. 

올리브유가 쉐프샤우엔의 그것만 못해서 아쉽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 한다.




배가 금방 고파와서 한끼 더. 

ㅋㅋㅋㅋㅋ




숙소로 돌아왔는데 재미있는 커플을 만났다.

우리나라 여행자 재원씨와 그의 미국인 와이프 케이트.


짧게 대화를 했는데 은근 재미있다. 

케이트는 무려 대구의 U.S.Army 출신. 와... 동네 이야기를 하니까 안다. 신기하구만.ㅋ 






두 사람은 결혼하고 여행중인데 내일 떠난다.

짧게 대화를 해보니 나와 일정이 얼추 맞아 내일 같이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내일 사하라 사막으로 가기로 결정! 





저녁놀이 지며 하늘을 운무로 덮는게... 장관이다. 

몸만 좀 빨리 회복해라.

아흐! 


2018년 12월 8일까지의 이야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lifewithadventure/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sphalt_potato/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506PQ29uT3V7kbhi89L_nA


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격려와 응원의 댓글, 완전 ♥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