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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221일차 : 리스본, 세계일주의 끝에서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9. 2.

자전거 세계여행 ~3221일차 : 리스본, 세계일주의 끝에서


2018년 12월 23일 오후 


1시간여 늦은 세비야에서 출발~! 

날씨가 이렇게나 좋으나.


쉥겐지역답게 아무 제재 없이 국경을 통과, 리스본으로 간다. 


내 유럽 여행의 첫 목적지는 핀란드였지만, 사실 공식적으로 밟은 첫번째 나라는 포르투갈이었다.

환승때문에 이곳을 들렀던 기억이 나는데 이젠 여행을 마무리 할 나라로 기억이 되겠네.






저녁에 도착한 터미널은 쌀쌀했고, 주변은 뭔가 음산했다.

포르투갈은 EU국가중에서도 경제가 안 좋기로 손에 꼽는 나라다.

당연히 자국내 상황이 좋지 않다. 치안문제도.


외지인들이 오가는 터미널에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나 또한 버스에 내려서 자전거 세팅을 하면서 다시 출발 준비를 하는데, 주변의 오가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오죽하면 리스본에 유명한 명소 중 중 하나가 '도둑 시장'일까.ㅋㅋㅋㅋㅋ




숙소에 들어와 체크인... 짐을 풀고 나니 큰 문제거리가 하나 해결된 느낌이다.

배고프다, 수퍼마켓 부터 ㄱㄱ



포르투갈 뭐야~ ㅋㅋㅋㅋ

수퍼마켓에 이런 통돼지를 전시해 놓다니.


남미에서 먹던 아사도는 소고기니까 아닐테고, 새끼 돼지를 이렇게 해 놓은건 처음본다.

필리핀에서 먹어본 레촌과 같은건가!? 중국 여행때가 통돼지 먹던 기억이 떠오르네. ㅎㅎㅎ

가까운 수퍼마켓엔 식재료가 참 풍부했다.

잘 먹어야 빨리 낫지.ㅋ 




리스본에 갓 도착했을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기침이 다시 심해진다.

약 좀 먹고, 차로 다시 몸을 덥힌다. 


오후에 나온 거리.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출국 준비.

그러기 위해선 자전거를 포장 박스가 필요하다. 

오늘 동선 체크 완료. 




우연히 발견한 대사관.

일하는 시간 아주 칼 같군. 


외국 여행하면서 내게 문제가 생기면, 대한민국 대사관은 정말 나라의 역할을 해 줄수 있나?

르완다에서 겪었던 상황을 떠올려 보자면 내가 가졌던 고정관념은 조금 사라졌다. 

그런데 확률적으로 그럴 일이 얼마나 될지... 

나쁜 후기가 많다보니 일반 여행자로선 우리나라 대사관에 갖는 불신이 높은편이다. 하는 일에 대해 잘한일이 있으면 칭찬도 했으면 좋겠다. 

사실 그건 서로에게 좋은데. 




리스본 시내쪽을 걸어다니며 분위기를 파악중이다. 

내일이면 크리스마스인데 많이 한산하다. 

리스본 느낌이 잿빛일까. 활기도 별로 안 느껴짐. 


지나오는 건물을 보다가 독특한 건물과 그림, 장식을 보면서 리스본의 역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눈을 사로잡은건 중국인 상점들이었다.

4년전 리스본에 처음 도착한 기억이 떠올랐다.

중국인에게 포르투갈 주택을 구입하고 영주권을 얻으라는 광고. 당연히 그 광고는 한자로 쓰였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바르셀로나에서 본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소품샵(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점)들의 운영자가 중국인들이었고, 식당을 넘어 아시안 수퍼마켓까지 여러곳에 있는걸 보고 놀랐다. (당근 우리나라 고추장 같은 식품도 팔았다.) 






경제 상태가 안 좋은 포르투갈은 투자 이민을 열어놓고 있고 약 4-5억이면 괜찮은 집을 산다고 한다. 그런 외국인들중에 많은 수가 중국인이라고. 

그렇게 집을 사면 골드비자, 거주증이 나온다. 그 거주증으로 다른 EU내 국가로 쉽게 이동, 다른 일들도 할 수 있다. 


한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걸 리스본에서 보게 되다니. 

유럽에도 중국 자본이 많이도 진출했구나. 

중국vs미국 싸움에 유럽은 어디 눈치를 보나...


그나저나 오늘 돌아보는 리스본은 왜 이렇게 우울하냐.

인터넷에 나오는건 감성 폭발인데... ㅋㅋㅋㅋ


잿빛 하늘이 푸른하늘로, 한국 사람 피부색이 그렇게 살구빛을 띌줄은 몰랐지. ;;;;

여러분 인터넷 SNS사진을 100% 믿으시면 안됩니다. 

김치 절여놓기만 하고 양념안한 느낌이다. 




피게이라 광장에 왔다.


https://goo.gl/maps/R33pW2ERXi4uuvK98


포르투갈 역사에서 중요한 왕, 14세기의 돈 주앙 1세가 광장 한 가운데 있다.


하지만 아마도 나(?)같은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것은 그의 셋째 아들이 아닐까? 

항해의 왕자라 불린 중세 끝판대장, 엔리케 왕자다. 아프리카 서해안 항로를 발견하고 인도항로와 브라질까지 발견함으로써 해양왕국에 선봉에 서게 만든 사람. 


어흐, 상상력이 퐁퐁 솟다가 아픈 몸 때문에 픽~식는다.

리스본 곳곳에 남아있는 그 흔적을 돌아보고픈데, 짧은 시간이 아쉽소... 




리스본을 중심으로 인근 도시를 오가는 여행자라면 한번쯤 이곳을 지난다.

피게이라 광장은 교통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이곳에 트램을 타러 오기 때문이다.




높은 건물에다 광장이 나오고 또 나옴. 

아흐 정신없네. 높은 건물로 좁아졌다, 광장이 나타나길 반복한다.

희한한 도시 설계일세... 

저 동상 위에 새가 갑자기 웃기냐... 




리스본의 명소이자 랜드 마크 중 하나,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

무려 1902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정말 붐빔. 가기 시르다. 


https://goo.gl/maps/1ei5Sp4QuQdSrMFs8






해양국가로 나선 14세기 이후 발전한 포르투갈은 세비야처럼 국가의 발전이 이 도시 곳곳에 남은 것은 얼마나 오래 된 걸까? 문득 건물들을 보면 진짜 그때가 궁금해진다. 


그 당시의 엔리케가 지금 포르투갈 후손을 보면 그럴려나?

"나 때는 안 그랬다!" 엔리케 왕자도 라떼는 말이야... -_-; 

비슷한 시대 우리 땅은 조선시대, 훈민정음을 만들었다고 한다.... 




코메르시우 광장에 왔다.


https://goo.gl/maps/tgX53z5tyCSNBS349


리스본의 중심이라는데,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구만.




광장 맞은편에서는 바로 타구스 강이 보이고, 좀 더 나아가 저 멀리 다리쪽을 향해 나가면 대서양이다.

대서양인가. ㅋㅋㅋ


실제 느낌을 내기 위해선 유라시아 대륙의 끝으로 부르는 호까 곶(Cabo de Roca)까지 가면 된다. 



시간이 허락했더라면 저기 건너편 예수상이 보이는 곳을 지나 왔을터였다.

자전거와 함께 리스본 시내로 들어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긴 하네.


돌아갈까?




봄, 가을이 정말 궁금한 리스본, 그리고 포르투갈이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 형편이 더더욱 안 좋다는데, 겨우 반나절 돌아봤지만 그걸 체감할 정도다.

비어있는 가게가 많고,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 않다.

너저분하고, 손봐야할 것들이 상당히 방치된 느낌?


오늘의 날씨가 리스본의 매력을 더 깎아 먹고있다.

내 컨디션도.




지나는 길 우연히 발견한 타르트 가게.

파르리카 다 나타. 


https://goo.gl/maps/rt1qdiAgfVKS7tbd8



맞다. 원조 타르트 가게는 포르투갈이었지?

마카오 지날때가 생각나는구만.

따땃한 실내 분위기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 우선 맛을 보기로 했다.




으흠, 제가 먹어보겠습니다.




한입 베어물었다. 

끝내주게 맛있었다. (떠나기전 이곳에 두번이나 왔었고, 그때부턴 박스로 샀다. 1박스 6개. 개당 1유로.)

그렇지, 먹어봐야 아는게 있는거다. 





알고보니 여기 엄청 유명한 곳이었다. 

이런 얻어걸리는 재미는 진짜 쵝오~! 

리스본에 오면 꼭 타르트를 드셔보세요! 




트램 갬성은 없다. 하늘 조명이 무채색, 화장빨이 안 살어~ 

오늘 무작정 돌아다닌것 같지만 사실은 바이크샵이 있는 곳을 위주로 찾아다녔다.

리스본 시내에 있는 바이크 샵 전부들렀지만 박스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었고, 또는 가게문을 전부 다 닫았다.




현실적 대안으로 남겨둔 한 곳. 

바로 데카슬론(Decathlon).


자전거 수리로 여러 위기에서 날 살려준 이곳이 여행 막바지의 구원투수가 될줄이야. 

오늘 크리스마스 전날. 오전에 갔을때 다행히 영업은 하고 있었다.

당장 박스가 없었지만 오후에 새 박스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에 다시 갔더니 박스를 하나 준비해 놓았다.

와~!! 다행이다. 


지난 8년넘는 시간동안 중국, 동남아, 호주의 2년 빼놓고 거의 6년 넘는 시간을 지금 자전거와 함께 했다.

버리고 와도 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지만 그냥 두고 가기가 좀 그렇지.


구한 박스는 항공 수하물 규격보다 컸다. 

경험치를 살려야겠다. 

박스 사이즈 손을 좀 따로 봐야할듯...




유로가 조금은 남아있다.

이제 겨우 3일 후면 이 여행도 끝.

유럽 언제 올랑가? 남은 돈 써야지~! 좀 해먹어야지.

수퍼마켓 갔다가 눈에 띈 문어, 그냥 먹고 싶어 집었다.




문어와 파스타.

제대로 한번 먹어 주게쓰~! 




남아 있던 식재료도 얼른 쓰고 가야지.

덜어내야할 짐이 20kg는 넘을텐데, 빨리 먹어 없애자~! 


그나저나, 먹으면 몸이 좀 나으려나... 




뱃속을 채우고 

침대에 누웠다. 


끝이 보인다.

그리고선 갑자기 떠오르는 지난 시간들.


생각하기를 멈췄다.

호흡을 본다.


그리고 편안한 상태. 

끝이 보인다. 

다시 떠오르는 지난 시간들.


그렇다.

이 여행의 끝이왔다. 



2018년 12월 24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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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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