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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220일차 : 세비야, 당신의 대항해시대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9. 1.

자전거 세계여행 ~3220일차 : 세비야, 당신의 대항해시대


2018년 12월 22일


쿨럭! 쿨럭! 

컥! 컥! 


꼬닐에서 시럽 약을 먹으면서 약간 잠잠해진다 싶었던 기침이 미친듯이 나온다.

기침을 하다 마치 가슴을 둘러싼 늑골뼈가 부러진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날 정도... 아우... ㅠㅠ







12월 말의 스페인 세비야는 적당한 시원함이 있다.

사진에 저글링하고 있는 친구만 보고 덥다고 생각하면 안된다.ㅋ 저 친구 아마 태양인인듯.

점심때까지 숙소에서 시럽약과 차로 기침을 진정시켰다.




몸 회복을 해야하니 그저 쉬고픈데 누워있다고 해결될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여정의 끝이라는 생각이 움직이게 만든다. 

시내 공원 쪽으로 나왔다.


따땃한 날씨속에 사람들도 여유롭지. 12월 겨울 날씨가 이렇게 좋을줄이야.

겨울에 와서 다행이지, 여름에 왔으면 45도가 넘는 이 찜통 도시를 어떻게 여행했었을까. 

(세비야는 스페인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도시라고 한다.)




무역도시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 독일의 함부르크나 브레멘, 벨기에 앤트워프 같은 곳을 보면 전부 바다를 통해 도시로 오는 큰 강이 있다.




이와같이 세비야를 과거 무역도시로 발전 가능케 한 이유도 동일하다.

세비야는 대서양과 약 90km 정도 떨어져 있다. 세비야에서 남서쪽으로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가면 대서양을 만날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중세시대에 이곳은 대항해시대의 전진기지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때의 영화는 도시에 고스란히 남았다. 스페인 최대의 성당인 세비야 대성당, 그리고 대학도 설치가 되었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형 선박이 건조되고 항구도시인 카디스(Cadiz)가 세비야의 역할을 이어받으면서 큰 도시로 성장했다. 12세기엔 이슬람 세력도 이곳을 지배했단다. 이 도시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뭐 그냥 검색만. 

현재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에 이은 4번째 도시로 알려져있다. 




스페인 세비야에는 다이소 짝퉁인 미니소의 짝퉁, 미니고가 있습니다.


오랜논쟁... 

짭을 카피하면 찐일까 짭일까? 




공원의 플라멩코 댄서.

누가 스페인 아니랄까봐... 표정마저 열정적이구나.

김태희가 플라멩코 춤 췄던 스페인 광장이 여기라는데...ㅎㅎㅎ


슬슬 이 여정을 마무리 할때다. 

앞으로 남은 날이 불과 일주일도 안된다.

세비야로 온 이유는 마지막 목적지인 리스본까지 가는 차편 때문이다.

튀니지를 넘어가기 전부터 이동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시간만 넉넉하면 좋겠다만 3-4중으로 겹친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남은 비자기간, 출국날짜, 몸 상태와 그 시간에 따른 이동 거리...


여행이 마무리 되고 있음을 몸도 알아차렸다. 

자전거는 한참전에 여러 증상으로 소리질렀다. 


휠은 휘었고, 스포크 2개는 부러졌다. 체인 장력도 문제.

쉬프터 내부는 고장나서 변속 불가, 브레이크 한쪽 케이블은 터졌다. 

브레이크 암, 패드도 마찬가지.

프레임도 떨어져서 케이블 타이와 에폭시 본드로 고정해 놨다.

성한 곳이 없다. 지금 내 몸처럼.


터미널에 와서 포르투갈 리스본 행 버스를 체크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세비야에 도착한 것처럼 기차에 싣고 바로 가는거였다.

그 방법이 되는줄 알았으나 포르투갈 내 대중교통 법은 불가했다.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구간과 지역이 따로 있었으니, 그래서 원래 루트를 포기했던거.

(리스본-포르투 정도의 대도시가 가능했다.)




(짐싸기 위한 아이템, 비닐랩.)

인터넷에 상세 설명이 되어있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일부는 현장 재량으로 가능 한 부분을 일일이 체크해야 했다.


터미널의 버스 회사로 와서 확인한 바는 이렇다.

자전거의 많은 짐은 하나로 결속해놔야 하고, 자전거는 자전거용 가방에 담아 따로 실어야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고민하는 거의 모든 정보가 해결되는 시대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알게된 것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정보를 남겨놓지 않은 이상 남의 경험은 내게 별 쓸모가 없다는 거다. 남의 경험이야 경험인거고, 정보는 정보인거.

달리 말하자면 내가 지나온 길과 방법을 정보로 남겨놓으면 뒤에 따라올 누군가에게 더 풍성해질 한가지 씨앗으로 남는다는 것. 

시간, 에너지, 금전적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누군가의 씨앗으로 이 여행을 잘 했듯이.




세비야에도 카페가 많지만 이곳은 순전히 이름 때문에 들른 카페다.

케냐에서 들렀던 생두회사 TORCH와 이름이 같아서. 

앞으로 살면서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추억할 것들도 많을듯하네.

카페를 좀 더 둘러보고 생각하기엔 지금 내 상태가 안 좋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올 수 있겠지 이곳도.


과거와 미래의 사이에서 둘다를 더듬어본다.



유럽의 3대 성당이라는 세비야 대성당에 잠시 왔다.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 다음가는 규모. 세비야 대성당.


https://goo.gl/maps/BVNFaUeKuQQ1ACo88




현대 도시의 규모와 팽창 때문에 과거 도시 크기를 직관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다. 

작정하고 보지 않는 이상 그 크기를 정확히 체감하기 힘들다. 

또한 당시의 여러 도시들과 일일이 비교해보지 않는 이상 쉽게 알수는 없다. 




중세 시대 세비야가 이렇게나 큰 거점 도시일지는 사실 몰랐지.

그들이 지어놓은 유럽의 3대 성당중 다른 곳도 아니고 세비야라니. 그 정도라면 충분하다.

카톨릭이 진득하게 나라의 가치로 운영되던 시기에 이곳에 세워진 저정도의 규모라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나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아마 세계지리 공부를 게임 대항해시대로 많이 하지 않았을까?

이곳은 내게 게임의 배경으로 가장 먼저 기억되는 곳이고 어린시절 내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배경도시 세빌리아(=세비야)가 왜 나와 있는지는 그 역사적 의미를 알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누군가에겐 게임속 세상, 누군가에겐 그 게임속 세상을 벗어나 몸의 감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자리.




사람들이 분주하게 다니는 이곳 전체가 성당 주변의 건물들이다.

긴 뱃길에 오르기전 이곳 성당에 들러 안전을 기도하던 사람들의 숨이나 손길이 이곳 어딘가에 남아있진 않을까?


역사적 인물 한 사람 덕분에 이 도시와 그 의미가 크다.

바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의 관이 이곳에 안치되어 있다. 



몸이 아프니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이 성에 차지 않아 답답하다.

한편으론 내가 다음 기회가 있을지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와야할 이유를 일부러 만들어 둔다.

외관이 압도적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비해 내부가 압권이라는 세비야를 다음에 오는걸로 해 둬야지.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선 가우디의 이름과 건물이 남았는데, 저 건물은 누구의 이름이 남았나.

우리나라를 평생 살아도 다 볼수 없다.

시간이 변하면서 다른 계절을 모두 볼 수 없고, 본 곳도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앞에 본것이 그 이후의 것과 같을리가 없다.


작은 곳도 다 못 본다면 넓은 곳을 대충이라도 보는게 낫진 않을까?

그물이 성근 것으로 큰 물고기를 잡을지, 촘촘한 것으로 작은것마저 다 잡을지. 그 무게감은 본인의 가치관과도 닮았다. 그 가치관은 여행을 하면서 나타난다. 



역사와 게임이 주는 재미는 컸다.

어릴적의 게임에서 보던 곳의 나와 지금 그 현장 속 나를 본다.

긴 여정 출발 당시의 나와 현재의 나를 본다.

앞서 삶을 살았던 선진들의 대항해시대의 모양마냥, 21세기 자전거와 함께 나의 대항해시대를 만들었다.

지리한 이 여행로그를 한번 쯤 찾아볼 누군가가, 혹은 이 글을 볼 독자분의 자신만의 대항해시대로 만들기를 바라며, 내가 느낀 수많은 벅찬 즐거움을 꼭 느꼈으면 좋겠다.

먹방 본다고 내 뱃속에 음식들이 차지 않듯, 경험은 내가 해야하는 것이다.




잠시 쉬다 초저녁이 되어 잠시 나왔다. 

마지막 날이니 의미 부여 해봐야지.


세비야도 길에 오렌지 나무 참 많다.

숙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현지인들은 먹지 않는단다. 

오염된데다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도 앞으로 많아지겠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후끈.

느낌 좋~~~~~다. 




이 도시를 느낀다. 적당히 좋다.

다시 올일이 생기길 바란다. 




첵 아웃~! 

가즈아~!!!  

세계일주의 끝을 봐야지, 포르투갈로 가자~! 




세비야의 활기찬 아침, 

내 몸은 활기가 필요한 아침.

(돌아다닌거에 비해 세비야 사진은 거의 없다. 아픈 컨디션 탓만 할뿐...) 




세비야 터미널 도착. 


https://goo.gl/maps/tgAEY6TExq9uj1g49




출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짐싸기 완료.

(자전거 여행 짐싸기 요령도 알아두면 좋은데... 이건 나중에 따로 한번 정리를.)


출국할 때 버려야할 짐이 좀 많겠구만. 

스페인 세비야- 포르투갈 리스본 버스 티켓 23유로. 

자전거 포장용 가방 16유로, 자전거 비용 9유로, 스페셜 오버사이즈 짐 9유로.

버스에 싣는 짐은 1개만 가능. 


짐은 자전거 포장 가방에만 넣어서만이 가능하다. 다른건 불가.




까다로웠던 포르투갈 행 이동 문제는 해결! 


이제 마지막 숙제가 남았다. 

포르투갈 가서 출국을 준비하는 거. 

제 시간보다 1시간넘게 늦은 버스를 타고 간다.



햐, 이제 끝이다. 


간다. 

이 세계일주의 끝. 

유라시아 대륙의 끝.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2018년 12월 23일 오후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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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격려와 응원의 댓글, 완전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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