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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6-2017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314일차 : 이상한 나라, 트란스니스트리아

by 아스팔트고구마 2017. 1. 30.

자전거 세계여행 ~2314일차 : 이상한 나라, 트란스니스트리아


2016년 7월 23일 오후 


우크라이나를 지나 오면 몰도바로 간다.

응, 그런데 저건 뭐?


그러나 나를 맞이하는건 신기한 국기.

저건 뭐? 바로 '트란스니스트리아' 라고 하는 듣도보도 못한 나라.

오기전에 대략의 정보만 알아 놓고 왔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캅카스 나라들처럼 구소련 연방에서 몰도바가 독립할때 그 가운데 새롭게 독립을 선언하며 생긴 나라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승인을 하고 있지 않은 나라다.

트란스니스트리아라는 말은 루마니아 어로 '니스트리아 강 저편'이라는 뜻인데 

몰도바 아래에 있는 나라가 루마니아이며 이나라 구성을 하고 있는 민족중 루마니아계가 가장 많다.

지도를 보면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아 진짜 길다.ㅋ)를 나누고 있는 강이 보인다.

92년엔 전쟁도 있었다. 물론 러시아의 개입을 서로 요구했단다. 힘이 센 러시아를 자기편으로 붙이기 위해.




앞에 입국장이 있으니 우선 입국부터 합시다.


80-90년대에 소련에서나 입었을 법한 군복을 착용한 현지 관리자가 내게 질문한다.

'왜 왔어?'

아주 간단한 질문이다.

'여행이다.'

처음에 12시간이라고 했었나?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해가 떠 있을 시간도 몇시간 안 남아있을텐데 자전거로 이나라 국경을 어떻게 벗어난단 말이지?

가다가 오늘 캠핑을 해야할껀데.

자전거로 하루 이상 걸린다고 하니까 72시간짜리 통과 비자를 준다.

별 감정적인 거슬림이나 귀찮음은 없지만 느낌이 좀 그냥 그렇다.

아무튼 출발! 




입에 잘 붙지 않는 나라 티란스니스트리아.

주변 환경은 우크라이나에서 넘어 오면서 본 것과 크게 다른바가 없다.




아, 땀이 정말 많이 난다.

이렇게 더울줄이야. 




뭐 이름은 참 긴데, 이동중이 길에 별다른 특별함은 없다.

뭔가 소련스럽다는 느낌이 지나다 간혹 보일뿐.




버스정류장 앞. 

예쁘게 만들어 놨군. 작은 동네에 뭔가 의미가 있긴 한거겠지?




후, 지친다 지쳐. 

더워서 라이딩 속도가 나질 않는다.

배고파서 길가다 간단히 면 하나 끓여먹고 다시 출발한다.

여름이니 해가 그나마 길긴한데 오늘 바로 몰도바로 들어가긴 힘든 상황.




왔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수도, 티라스폴.


입국할때 당시 보이던 환전소가 기억이 났다. 

그렇다. 이곳은 몰도바 돈이 아닌 이 나라 돈을 따로 쓰고 있다.


마침 눈에 띈 곳에 환전소를 찾아왔는데 문은 닫았음. 

어떻게 한다...??? -_-;


우선 달려가보자. 빨리 환전소부터 찾는걸로.


뒤에서 갑자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엉?? 뭐야?

영어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뭐야?

내가 쓰고 있는 땀에 절은 모자를 보더니 달라고 한다.

랄프 로렌 메이커를 보고 탐이 나는가보다.. 

아르메니아에서 넓은 챙 모자를 잃어버렸던지라 남은 모자라곤 이거 하난데 햇빛에 노출된 나는 우야라꼬?

그나저나 뭐지..? 이 녀석들은?




무시했더니 못된 영어만 줏어들었는지 욕지거리를 한다.

비디오 촬영과 내 음성까지 동시에 녹화하니까 부끄러운건 아는지 얼굴을 가린다.

아재가 니랑 놀기엔 몸이 너무 쳐진다.



적적하면서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나라다.

배가 고파온다! 돈이 필요하다.

때마침 환전소를 발견해서 돈을 조금만 바꿨다.



이 나라 돈은 어플로도 환율이 검색이 안된다. 

오늘 하루치 먹을거 살정도면 되니까 그정도만 바꾸는 걸로.



환전




재미있는 건 25 단위의 화폐도 보인다.

10진수 말고 딴거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 축의금 문화에서 홀수로 많이 내는데...

3단위도 꽤나 쓸모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효과가 있는지는 써봐야 알일.




미승인국의 지폐, 이 나라 돈이 이곳을 벗어나면 똥 닦는 휴지로나 쓰겠지.

이곳에서는 교환가치를 갖고 있긴 하니까 먹을꺼부터 사자.

노점 정리중이던 상인에게 멜론 한덩이 구입.




수퍼마켓에 장을 보고 나오니 해가 졌다.

수퍼마켓에서 여자 한명이 내 행색을 보더니 이것저것 묻는다. 

이곳 사람이라는데 일반적으로 만난 외국인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내가 이상한건지 오늘따라 드는 느낌이 이상한 걸까? 

그냥 정말로 생경했다. 사람에게 이런 느낌이 드는건 아마 처음인듯하다.


'말한대로 나 오늘 캠핑할 곳을 찾아야하는데 적당한 곳 있어?'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봐, 그곳은 공원이니까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을꺼야.'

몇킬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어 왔다. 




그냥 지나치긴 아쉬워서 한 컷. 




강변의 분위기가 왜 이렇게 어색해. ㅋㅋㅋㅋ 

사람도 적지 않게 다니는데 시끄러운 음악 크게 틀어놓았지만 흥이 별로 안 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강변에 나 있는 공원은 몇몇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뭔가 어색한 느낌이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을 잡기 위해 계속 생각을 하다가 생각난 영화, 인터뷰.

내가 마치 영화 '인터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이곳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

날 의식하며 모든 걸 의도한대로 움직이거나 보여주기 위한 사람들의 행동의 느낌이 드는 거.

이곳이 당연히 그럴리는 없지만 북한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그 현지인 여성이 강변쪽에 알려준 곳은 시끄럽고 별로라서 다른 곳으로 핸들을 틀었다.

저 멀리 뒤돌아서 지나던 현지인 한명을 잡아 물어보니 그가 다른 친구를 소개해줬다.




강변의 감시탑에서 일하는 경찰이라는데 흰옷 입은 빅터라는 친구는 오늘 일이 끝나고 돌아가고 파란옷 입은 친구는 오늘 야간조다.

자기들이 경찰이니 절대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 OK!

대화를 좀 하고나니 온몸을 둘러싼 생경함이 스르르 녹아내는 듯 했다.


아, 정말로 정말로 표현하기 힘든 입국 후의 시간이었다. 

수건하나 두른채 근처 물가에서 땀에 젖은 몸 씻어냈다.

아, 진짜 상쾌하다. 



다음 날 아침. 

당연히 잘 잤다. ^^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이 팅팅 붓는다. 멕시코 남부 여행할때가 생각나는군.

염분을 의식적으로 섭취를 해야겠다. 




아침인데도 주변엔 물놀이 온 사람들로 주변은 시끌시끌. 




짐을 싸고 가는데 어제 본 야간조 친구는 퇴근하고 없다. 

아침 간단히 먹고 출발!!!!




트란스니스트리아, 러시아이고 싶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에게 막혀있는 지형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루마니아 인 비율이 가장 높지만 루마니아계, 러시아계, 우크라이나계 순으로 모두 각각 대략 30%비율에 가깝다.

전체 인구가 2010년 기준 52만명 정도 된다. 

지나는 곳곳에 구 소련의 흔적이 보인다.




디지털이 넘치는 세상 이런 분위기는 뭔가 아날로그의 향기가 난다.

버스도 가는 목적지의 상당수는 러시아의 모스크바. 




유럽에서 본 일반적인 수퍼마켓도 보기 쉽지 않았던 곳.




우리나라 국기가 보인다.

자동차 회사로 예상됨.




그들의 관계, 서로 사랑하는걸까? 짝사랑일까?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작은 땅덩이는 몰도바의 포지션때문에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두 사람에게 프로포즈 받는다면 더 좋아보이는 쪽을 선택하는건 사람이 아니라 국가관계에서 당연한 상황이다.




대형 수퍼마켓 셰리프. 

이곳에 들러 남은 돈 다 털어썼다.




조금씩 더 달려 티라스폴 시 외곽으로 빠져 나간다.




지도상 큰 도로가 있는 곳은 멀고 작은 도로에도 국경이 지도 어플에 나타났다. 

언덕을 향해 트란스니스트리아 출국장으로 왔는데...


이런! 이곳은 현지인들만 쓰는 국경이고 인터내셔널은 따로 있단다. 

ㅠㅠ

아, 땀 오지게 싸면서 올라왔구만, 아놔. 


현지인 경찰이 덥지하면서 시원한 물 줬는데 별 위로가 안된다. 

'정말 덥게 이렇게 많은 짐 끌고 왔는데, 지나가게 해 주면 안돼요??'

혹시나 싶어 이리저리 알아보는 담당자. 

그러나 다른 국경으로 가야한다며 지도를 보여주며 친절히 안내해준다. 

입국때 만난 담당자와 너무나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네, 알았어요, 별 수 없죠. 뭐....


이곳으로 오는 외국인이 보기 드문건지 현지인들이 날 신기하게 보면서 여러 질문을 했다. 



이곳을 지나던 현지인 아저씨 아들래미.




올라온 언덕길 내려가더라도 별로 안 신난다. 




이곳에 국경이라니...

트란스니스트리아 국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니 허락을 해준 경찰.

트란스니스트리아 국기엔 옛날 소련의 마크가 있다.




저 멀리 또 내려가서 도로로 가야하는군.

훕!!! 가잣! 




흐아, 더워.

느릿느릿 한시간 반 정도가 지나 눈앞에 나타난 국경.




내게 너무 이상한 나라로 보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벗어난다.

어제 받은 통과 쪽지 내면 끝.

이곳에서의 유효한 시간이 적혀있으니 그걸로 땡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출국, 완료.

여권에 찍어주는 도장 따윈 없다. 

이런 쿨할데가....




가야지. 




차 번호판.

이곳을 배경으로 비디오와 사진을 찍었더니 경찰이 와서 사진을 다 확인하고 지우게 한다.

구글치면 다 나오는걸 무슨 비밀이라고. -_-;




그냥 가긴 아쉬우니... 




배경으로 한 컷, 따라올테면 따라 와 보슈.ㅋ




몰도바 국경이 바로 앞에 있는줄 알았더니 10여분 달리니 몰도바 국기색이 건물에 보이기 시작.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90일 무비자가 주어지는 몰도바.

자기 나라라면서 국경을 우크라이나쪽이 아닌 이곳에 따로 쓰는 건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인정한단 뜻 아닌가?

이해 할 수 없군.




자, 이동!!! 




흐아, 아까 국경을 잘못 가서 길에서 허투루 보낸 시간에 오늘 목적지까지는 도착불가.

중간에 오늘 머물 곳을 찾아야한다.




들어온 몰도바는 더 시골스러운 느낌이 든다. 

지도를 따라 작은 마을로 들어갔는데 외갓집 가는 느낌이 든다.




우크라이나에서 몰도바로 오고 나서 이런 우물을 정말 많이 보았다.

혹시나 싶어 재어본 몇몇 TDS 수치는 800을 넘어간다.

심한 곳은 우물인데도 물에서 역겨운 냄새가 많이 나는데다 물속엔 이물질이 떠있다.

정말로 거지같아 보이는 현지인 1명이 마시는 것 한 장면을 제외하곤 그냥 청소하는 물로 쓰고 있었다.

시원한 물이어서 머리좀 감고 얼굴도 씻었다. 


지금 이곳에서 환전소 찾기도 불가능하고...

정수 필터로 물을 걸러내 담고 근처 축구장에서 캠핑! 

아, 정말 더웠다. 


오늘 흘린 땀의 양은 얼마일까??

내일 숙소 잡고 푹 쉬어야지. 


2016년 7월 24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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