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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모험/책Books

[서평 / 오후의 글쓰기, 이은경] 신선한 글쓰기 에세이 책 / 쓰려고 각잡지 마세요

by 아스팔트고구마 2021. 3. 12.

[서평 / 오후의 글쓰기, 이은경] 신선한 글쓰기 에세이 책 / 쓰려고 각잡지 마세요

 

따뜻한 제목만큼 글도 따뜻했다. <오후의 글쓰기>

글쓰기 작법과 관련한 책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였다. 
책의 메세지 말고도 방법 적용에 대해서 생각거리를 얻은 책. 

 

 



오후의 글쓰기 독후감 시자악~!!!! 

 

 



오후의 글쓰기 표지

1. 작가의 이야기

세상엔 많은 책이 있다. 

분석과 연구를 해서 내 놓을 수도 있는가 하면, 적당한 편집(부정적으론 짜깁기라는 말이 있다. Ctrl+V, Ctrl+C 말고 ㅋㅋㅋ)으로 자신만의 결론과 인사이트를 추가해서 새로운 책이 될수도 있다.

가장 많은 것은 본인의 경험을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학교 선생님이었던 자신이 어떻게 글로 밥벌이를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가르치는 일을 관두고 나서 전업작가로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글쓰기라는 틀에 자신의 삶을 담아 이야기다. (관점에 따라서는 그 반대로 보일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다.)

육아에 집중하던 본인이 작가가 되기전 자신의 아이가 아파서 병원비에 힘들어하고 있을 선생님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고 그 작가가 실제로 겪어온, 그리고 진행중인 이야기를 이 책에서 들여다 본다. (내용이 구체적이라 읽는 사람에게도 그 감정이 전해졌다.)

100만원의 인세가 입금이 된 후 저자가 느꼈던 경험과 감정은 선생님의 자리를 벗어나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었고, 그 과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 
단순 인생 나열 서사가 아니라 글쓰기라는 틀에 담은 모양이라 읽고난 후 생각해보니 의외의 발견이었다. (의도였다면 와... 진짜...ㄷㄷㄷ) 

 

 

 

오후의 글쓰기 목차
책 목차

 

2. 글을 쓰기 위한 힘빼기와 오후 시간

관점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저마다 다를테지만 내게 강하게 남은 메세지는 두가지.

 

 

 


1) 오후에 쓰기. 릴랙스 하라우~!

 

책 제목이 <오후의 글쓰기>인데 책의 중반부에 왜 그런건지 이유가 나온다. 오후라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P 129.

오후에는 아침과 달리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면서 몸을 일으킬 필요가 없고, 종일 직장에서 지친 몸을 달래거나 쏟아지는 잠을 원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후는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곳에서 30분 정도의 짬을 내볼 수 있는 융통성이 허용된 하루 중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오후에 쓰라는게 아니고, 덜 치열하고 힘이 덜 들어간 오후의 적당히 힘 빠진 느낌의 글쓰기를 지속하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입니다. 언젠가 되었든 하루 중 가장 내 몸과 마음이 덜 치열한 시간에 되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몇 줄 써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았고요. 

그렇다.
로또도 사야 꽝이든 당첨이든 결과물이 나온다.

 

 

 

2) 힘 빼세요. 각잡지 마세요

 

오후라는 의미(작업 환경과 시간, 감정상태 등)와 더불어 강조되고 있는 것. 바로 '쓰는 행위' 그 자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쓰기 위한 이유를 작가의 경험과 시선으로 말해주고 있다는 것.
글쓰기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그냥 쓰라는게 가장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는 내용이다.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 계획을 세워놓고 정작 쓰려는 일은 뒤로 미루다 하루, 이틀 그냥 지나고 만다.
그렇게 글의 양은 전혀 나오지 않고 쓰려고 한 글은 형태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누구도 시키지 않은 '자기 자신'의 글쓰기는 스트레스가 되고, 우선순위는 본인의 재량권에 의해 하루, 이틀 미뤄지다 요원하게 된다. 

잘 알잖은가. 우리는 생각대로 살지 못하는 것은, 생각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란 걸. 

 

 

 

 


3. 글쓰기와 책쓰기는 다르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써야한다. 그리고 결과물인 글의 양 자체가 많아야 한다.
여기에다 그 결과물을 오랜 시간 들여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이 책에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수많은 글쓰기 책은 책쓰기와도 연관을 짓는다. (이 책에서도 언급이 당연히 나온다.)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책을 딱 한권을 쓰고 사라지는 이유는 자신의 그렇게 자신의 소망을 품지만 더 이상 쓰지 않아서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책에서 글쓰는 '자발성'을 언급하고 있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어른의 글쓰기. 아이는 시켜서 한다지만 어른은 스스로 해야한다. 자신의 책을 쓰려면 우선 자기가 글부터 써야한다. 그 양이 일정정도 갖춰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 알지, 누가 모르나?' 라고 묻는 사람들은 앞서 말한 바에 대한 인간지표와 다름없다. (일부러 도발한거다. 앞서 말한대로 우리가 몰라서 안 하는게 아니잖은가.)

자신에게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썼나??

 

 

 

4.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들은 말

이 책을 읽고 글쓰기와 책쓰기에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대부분 책을 쓰려는 사람의 문제는 글을 못 쓰는게 아니라, 글을 안 써서 그런거라고. 


글쓰기 강의와 책쓰기 클래스가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찾는 것을 보고 나는 그 이유를 찾는 구실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다이어트와 너무 비슷하다고 느꼈다.

뭐라도 쓰기 위해서 연습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자신이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들었던 말을 듣고 힘을 냈으면 한다.

 

 

P.141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 받아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5. 이 세상에 당신의 글이 있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을 읽고나서 이전에 쓴 책 리뷰하는 법이 떠올랐다.

링크 : [서평 / 리뷰 쓰는 법, 가와사키 쇼헤이] 세상에 당신의 글이 필요한 이유

 

그 책에서 느꼈던 깨달음은 '이 세상에 당신의 글(생각) 하나 쯤 있어야 하지 않느냐?'였다. 

이 책을 통해 보자면 여타 글쓰기 책보다 깊이가 있다라고 말할순 없다. 그러나 에세이 느낌 진하게 배인 부드러운 어조로 글을 쓰도록 권하는 책은 처음인것 같아서.

<오후의 글쓰기>는 써야하는 이유를 에세이로 풀어낸다. 처음에 인세 100만원을 받으면서 신기했던 감정과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로 살기 위해 선택한 글쓰기. 그 글쓰기가 자신에게 준 의미가 이젠 나같은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의미로 전해졌다.

내겐 오후에 먹는 아주 정갈한 정식같은 느낌이었다. 나처럼 모난 사람에겐 이런 글이 아주 담백한데다 명료해서 좋다.

 

 

서두에 언급한 부분이지만, 이 책의 접근법이 좋았다.

글쓰기의 작법을 다룰줄 알았는데 예상한 포맷과 달랐다.  글쓰기 책 하면 떠오르는 형태와는 달리 에세이 형식을 띄어서 그 '의외성'에 책의 핵심 메세지 외적인 걸 하나 더 얻었다. 

 

 



단순히 읽고 결심만 남기는 글쓰기가 많은데, 이건 다른 형태의 글쓰기에 적용점을 달리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오후의 글쓰기> 작가가 말한대로 한번 밥 한끼 먹고 남는 여분의 점심시간에 어떻게든 글감을 끌어내 한번 써 봅시다~! 

 


<오후의 글쓰기> 서평 끝.




* 참고

이 책의 매 챕터 후에는 글감을 주고 그것에 대해서 한번 써보라는 장이 마련되어있다.


이 책 제목을 녹여낼만한 무겁지도 않은 것들이라 글쓰기를 위해 몸풀기를 하려는 사람들에겐 연습하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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