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세계여행 ~1201일차 : 빠나하첼(Panajachel), 당당함과 자만심 사이
2013년 6월 24일
전날은 일요일이어서 일하는 현지인들도 쉰다고 해서 오늘까지 기다려 부러진 자전거 짐받이를 수리하러 왔다.
고치자마자 바로 빠나하첼로 갈 계획.
물어물어 용접하는 곳을 찾아오긴 했는데....
아저씨 고칠수 있겠음메?
아저씨는 고민하는 모습을 잠시 보더니 바로 안된다고 한다.
내가 쓰고 있는 토픽(Topeak)사에서 나온 짐받이는 알루미늄 재질이라 용접이 불가능하단다.
자기는 여기서 알루미늄 용접을 하지 않는다고.
아, 이거 곤란한데...;;;
무엇보다 나사가 안에 박힌채 부러져서 상당히 곤혹스럽다.
다른 용접하는 곳들을 찾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한가지다.
작은 마을에 이걸 해 줄수 있는 곳이 없단 말인가!!!
으아아아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큰 도시로 가야한단다.
쉘라가 가장 확실하고 그 다음은 빠나하첼(Panajachel)로 가면 더 확실할테니 그쪽으로 가서 수리 받으라고 한다.
쉘라로 다시 돌아가기 싫고... 어차피 아띠뜰란(Atitlan)호수가 있는 빠나하첼을 갈 예정이었으니까 그리로 가야겠다.
쑥스러워하는 모습들이 너무 귀여웠던 숙소 주인아줌마의 귀요미들.
날 너무 신기하게 보는 아기들이 더 신기하게 보였다.
자기들끼리 대화할때는 마치 몽골어처럼 (쉬샤취캬카아하~) 들리는 칵치켈(부족이름)어를 쓰던 아이들.
짐을 싸고 버스를 타러 나왔다.
물어보니 버스는 1시간안에 온다고 한다.
작은 매점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간단히 요기하고 시간이 좀 지나니 온 버스.
짐을 풀고 버스에 싣고, 고고싱...
1시간여를 달려 솔롤라(solola)를 지나
보이는 아띠뜰란 호수.
눈에 들어오는 순간 어떤 안도감과 기쁨이 조금씩 샘솟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길 보이던 폭포, 빨리 지나가버려서 밑에 좀 내려오니 각이 좀 나온다.
솔롤라에서 빠나하첼로 내려오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한 1000미터정도는 차이 날듯..?
저걸 자전거로 올라가려면... 흐미.-_-;
어쨌든 빠나하첼(Panajachel)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짐을 싸는데 바로 앞에 있던 삐끼가 저렴한 숙소를 안내해줬다.
쉘라의 타카하우스가 40께짤이었는데, 여긴 1박에 30께짤. 아주 착한 가격이다.
짐을 풀고 밖으로~~~
배가 고프니 뭐라도 좀 먹자...
빠나하첼의 메인 로드인 산탄데르(santader)를 비롯해 큰 길쪽에는 많은 식당들이 있다.
눈에 들어온 아무식당에 들어가서 사진 보고 주문.
보통 음식들이 25-30께짤(4-5$)정도라 큰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가격 대비해도 나쁘지 않다.
웃긴건 같은 식당인데도 다른날의 다른종업원은 택스를 사부작 붙여 계산서를 주는 트릭을 쓴다.ㅋ
산탄데르 끝으로 내려가보면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도 보이고 무엇보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아띠뜰란 호수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좀 실망스럽다.
위에서 버스보고 올 땐 괜찮다 싶었는데 막상 보니 참 크다. 그리고... 끝.
체게바라가 와서 혁명을 포기할뻔했다는 그건 도대체 누가 줒어들은거여? 아님 진짜 체 형이 한말 맞나?ㅠㅠ
같은 호수를 보면서도 그 마음이 생기는 포인트, 다른 지역이 있을지도 모를 노릇...
감상은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거니깐...
호수 주변에서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이 꽤 많다.
호수를 돌아보고 용접하는 곳이 어딘지 알아보기 위해 이동중에 보이던 것.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강에서 자갈과 흙을 골라내서 모아내고 있는듯하다. 아무래도 모래 채취를 하는듯...
관광 산업을 제외하고 여기서 할 수 있는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프랜차이즈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로컬 음식점을 적극 이용해야겠다.
산 위로 올라가도 좋겠네.
용접소를 물어봤는데 나름 유명했는지 쉽게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알루미늄 용접이 가능했는데 일하는 사람은 퇴근하고 없다.
내일 오라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데 가는 길에 다른 용접장이 보인다.
이름은 없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해 줄수 있다고 한다. 50께짤(약7불)에 용접을 해 줄수 있다고 하길래 돈이 모자라 내일 오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사서 달았던 짐받이는 알루미늄이 아니어서 오히려 쉽게 수리가 가능했을텐데,
미국에선 새로 짐받이를 달았는데 오히려 수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알루미늄 재질.
부유해질수록 모르는 불편한 또한 비례해서 커지는 것 같다.
파나하첼끝으로 가보는데 별다른 건 안보이고 조깅과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많다.
딴건 몰라도 빠나하첼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유유자적하면서 자기 시간을 가질수 있는 좋은 곳인것 같다.
돌아가는길...
위 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지어준 다리.^^
부부 자전거 여행자인 베가본더님으로 부터 여기에 있는 커피샵을 소개 받고 갔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근처에 있는 곳에 와서 커피 한잔 마셨다.
대형 프렌치 프레스에 담긴 커피...ㅋㅋㅋㅋ
양 참 푸짐하네!ㅋㅋㅋ
많은 구름이 있는 담날 아침...
용접하러 왔다.
알루미늄 용접이 많지 않은지 알루미늄용 용접봉 하나를 새로 사와서 작업을 신경써서 잘 해줬다.
전문가의 손길~ 아우~ㅋ
결합을 위한 나사도 맞추고, 용접한 곳에 페인트도 살짝 발라주는 센스까지.^^
자전거도 고쳤으니... 이제 배 좀 채울까?(이건 무슨 인과관계?ㅋ
맛난거 먹고...
또 먹고
먹고 호수쪽에 가서 쉬고 하기를 반복...
저녁엔 마림바 공연을 들으면서
또 먹고~ㅋ
빠나하첼에 오기전부터 잔 기침이 있었는데 기침이 갈 수록 심해졌다. 갖고 있는 약을 먹어도 도대체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라이딩할때 비를 맞아서 그런가...?
며칠 묵었지만 차도가 없다.
먹는 문제인지 하루에 한끼는 그래도 제대로 사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환경적인 문제인가 싶어서 돈을 좀 더 주고 숙소를 이동하기로 결정.
1박에 50께짤의 가르시아 호텔이라는 곳인데 이전에 머물다간 한국인이 여기서 방을 털렸다고 했다.
아놔, 숙소잡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_-;
이전 30께짤짜리 숙소에는 가스렌지에 식수도 있었는데 여긴 가스렌지가 없다. 대신 와이파이가 있으니 뭐...
버너는 내꺼 쓰면 되겠다.
비오고 막 그치니 또 인적이 잠시 끊겼네.ㅋ
Do you love me?
Claro! (Sure)
과테말라의 통신회사 끌라로(뜻은 당연하지.ㅋ).^^
첫날 못 봤지만 빠나하첼에 오고나서부턴 거의 매일같이 오다시피한 이 곳,
커피샵 까페 로꼬(Cafe Loco-영어로는 Coffee Crazy 혹은 Holic정도가 되겠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곳...
가성비로는 아마 세계 최고중 하나에 꼽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금 + 참기름 + 밥에 뿌려먹는 양념...
밥을 먹으니 힘이 나는데 기침은 좀처럼 낫지 않는다.
정말 괴로울 정도다.
몸 생각한다고 장도 봐가면서 음식도 해 먹고, 영양생각한다고 치킨도 좀 사먹고 해도 기침은 도대체 떨어질줄 모른다.
기침때문에 신경이 조금씩 예민해진다.
커피샵 입구 난간에 앉아 커피 홀짝이면서 거리를 본다.
무심한듯한 표정의 현지인들 + 여유로워 보이는 여행객들도 많이 보이고...
2주 가까이 빠나하첼에 있으면서 몸의 회복을 기다리다 눈에 띈 장면.
어린아이가 어린아이에게 구두를 닦아준다.
산탄데르 길에서 왔다갔다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눈도 자주 마주치면서 인사도 하고...
한번씩 오는 아이들과는 이야기도 나눈다.
구두닦는 소년과 커피샵 문턱에 앉아 짧은시간 이야기를 했다.
일상에서 수시로 부지불식간에 마주하게 되는 사회불균형, 불평등 등은 인류역사의 영원한 화제이자 가십이며 어떤 생각거리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동안 시나브로 찌질해지고 비굴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부분이 안타까운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게 참 마음이 힘들어서다.
한국에 있다고 이 부분이 사라질거라곤 당연히 생각 안한다. 본인 스스로 알고 있을문제니.
군대에서 그리고 영어 문화권을 지나면서 느낀건 당당함을 가진다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가진게 많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꼬마를 통해 마음에 어떤 싸구려 동정심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지나면서 내가 더 당당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참.... 꼴불견의 모습이 보인다.
당당하려고 고개를 쳐 드는것, 그리고 굳어지는 어떤 자존감이 아닌 거지같은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화간에 내 옆의 말랑한 꼬마를 통해 고개숙이게 된다.
그게 또 웃겨서 혼자 피식...
그래, 따스한 햇살은 더디지만 천천히 얼음을 녹이는 법이다.
위에로의 굳음, 당당함, 자신감만을 보고 이면의 어떤 우울함은 보지 못했다.
지나가다 여유롭게 보여주는 구두닦이 소년의 웃음이 다시 한번 날 녹인다.
어떤 사정의 소년인지는 몰라도 어떤 지나가는 인연처럼 다시 한번 날 녹인다.
주체없이 고개가 떨궈지면서 울컥함에 어떤 부끄러움이 발동해 고개만 숙이고 눈물을 참는다.
아 C8...
별 다른 말을 안했어도 스스로 잘 깨달았다고 또 웃어야하나....
단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인해 놓치고 있었던것을 보니 내 속에 이떤 어떤 답답함들이 내 자전거의 무거운 짐들처럼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내 자전거처럼 내 마음도 무거웠나보다.
참 가난하게 시작한 여행이었고 실수도, 사고도 많았다.
멕시코에서 강도 사고 이후 현지인에 대한 경계가 조금씩 심해지는듯 했는데...
내 성찰을 제대로 못하더라도 이렇게 다른 상대를 통해서라도 깨달음에 감사하다.
통계상 살아갈 날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또 오늘이 내 남은날중에 가장 젊으니까 다시 힘을 얻자.
정신은 조금씩 나아지는 듯해도 몸은 그러하지 못하다.
애꿎은 환경탓을 하면서 다시 한번 숙소를 옮겼다.
더 깔끔한 곳으로. 일본인 숙소가 있는 El Sol로.
밀린 빨래도 하고...
답답해서 밖으로 나와서 맑은 공기도 마셔본다.
심한 기침이 도저히 사그러들 기미가 안 보여서 병원으로 갔다.
결과는 예상치 못했는데...
폐렴이란다. -_-;
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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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이 다 있구만...ㅠㅠ
폐렴이 이런거구만.
기침이 나올때마다 오른쪽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이 조금은 사그러들길 빌었는데 그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기침이 올라올때마다 머리카락을 쥐어잡을 정도로 통증이~ 악!!!!!!!!
깔끔한 숙소에 손님이라곤 쉘라의 어학원에서 만났던 료스케말곤 없다.
둘이 인생 이야기와 남자라면 당연히 안 빠질 여자 이야기도 하니 그나마 덜 심심한데 멈추지 않은 기침때문에 도미토리에서 있긴 힘들것 같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왔는데 조금은 완화되는듯 하면서도 차도는 미미하니...
하... 결정을 내릴때다.
빠나하첼의 물가가 만만찮은데 내일 산 페드로(San Pedro)로 넘어가야지.
가격도 저렴하고 또 상당히 조용하다고 하니... 거기서 요양을 해야겠다.
괴로울정도로 아픈 폐, 얼른 낫길...
ㅠ.ㅠ
2013년 7월 11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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