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세계여행 ~1274일차 : 따뜻한 그리고 편안한 시간
2013년 9월 18일
우기 시즌답게 어제 저녁엔 천둥 번개가 우루루구구궁콰콰카쾅~~
어제 비 속 라이딩을 했던터라 몸이 아주 무거웠는데 잠을 잘 자서 그런지 기력은 얼른 회복을 했다.
그러나 역시나 지대가 높은지라 밤엔 추운 날씨를 무시해선 안됨.ㅋ
침낭 덕분에 따뜻하게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마르깔라(marcala)라는 지역으로 가 본다.
호르헤가 꼬신(사실은 나도 많은 질문을 했지만ㅋ)것들중 하나가 요 커피.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농장도 구경할겸 마르깔라로 가본다.
오르락 내리락 경사진 도로를 지나보면 종종 나타나는 도로 공사반(?)
가난하고 치안도 상당히 불안한 나라 온두라스.
포장도로에 왠 꼬마들이 도로작업을 하고 있다.
뭔가 싶으니 3명이서 한명은 작업을 하고 한명은 작은 줄 같은 걸로 가는 차를 세워놓고 한명은 돈을 받는다.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란게 거의 없다.
세묵참페이를 갈 때와 동일한 모습이다.
세금에 의해 운영되어져야할 인프라를 이 꼬마들에 의해 수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적은 돈을 주는 식이다.
원래 쓰여할 세금은 정치인들의 뒷주머니로 들어간다.
우리나라와 똑같다.
아니 정치적인 문제가 있는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다.
외곽으로 좀 나오다보니 날씨가 한결 좋아진다.
비구름도 가시고...
그나저나 도로에 크게 파먹은 듯한 구멍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건지???
일부러 파놔도 저렇게 되긴 쉽진 않겠다.
마르깔라를 향해 가는 길.
지나다보면 바나나 나무와 커피 나무들 천지삐까리~ㅋ
마르깔라로 가기 위한 라파스(La paz) 지역은 온두라스에서도 커피 곡창지대다.
마르깔라로 거의 다 왔다!
잠시 남자 3명이서 쉬야 좀 하고~ㅋㅋ
이름 까먹은 과일도 따서 하나 먹었다.
옛다~ 내 거름(?)이 너의 과일 값이다.ㅎㅎㅎ
작은 마을 중심부 도착.
해발 1400미터대.
으흠, 좋은 환경이군.
느릿느릿, 혹은 느긋느긋한 냄새가 나는 동네.
호르헤가 맛있대서 같이 간 음료수가게.
꿀딱꿀딱~ 츄르릅~~ㅋ
목도 축였으니 이제 시장 구경이나 제대로 좀 더 해봐야겠다.
못 사는 나라일수록 어린아이들이 지는 짐은 잘 사는 다른 나라의 아이들에 비해 그 인생의 짐 또한 무거운 것 같다.
아마 정치인들이 져야할 짐들을 저 아이들이 지고 있는거겠지.
경제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 혹은 내부적 부패가 워낙 심하다 보니 언제 이나라 사람들은 이들의 삶의 수준을 바꿀수 있을까???
그러고보면 앞서 피흘려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여기까지 만들어 놓으신 살아가신 삶의 선배들에 깊은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일하던 모습이 아주 진지하던 아저씨.
밝은 인상에 손을 다치실까봐 놀랬음.
이곳에선 때수건같이 쓰는 이름 까먹은 거.
흥~ㅋ 나에게는 명품 이태리 타올이 있다우!ㅋ
돌아보다 내 눈앞에 띈거.
또잉~ 융 필터구나.
가격은 약 500원 정도. 냉큼 구입했다.ㅎㅎㅎ
융드립 해봐야지.ㅋ
보통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옆에 차고 다니는 칼 마체테.
이렇게 보니 또 느낌이 다르구만. 나도 하나 갖고 댕길까....?
자전거 여행중 시간이 나면 쳐볼 기타를 살까 말까 고민중인 조.
고민고민하다 기타에 맞는 케이스가 제대로 된게 없어서 안 샀다.
시장을 돌아보다...
다른것도 눈에 띄지만 커피 생두가 눈에 또 이렇게 띄는구나.
몇 군데 돌아봤는데 대부분 상태가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는다.
1파운드당 1달러.
로스팅을 해 보려고 2파운드를 샀다.
신선한 치즈도 팔고
요긴 뭐든 다 파는 가게인가...
시가와 여러가지 약재 혹은 향신료 같은걸 판다.
마르깔라 근처의 여러 산지에서 가져오는 농작물 혹은 큰 도시를 거쳐거쳐온 공산품들이 이곳 시장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오늘 이곳으로 온 이유
이곳에 있는 커피 농장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방문기 → 커피 게시판으로 이동>
우보 아저씨(Hubo, Sr.)네 커피 농장에 왔다.
작년에 중남미에 엄청나게 몰아쳤던 커피 녹병의 자연재해와 정치적인 문제로 지금 농가는 여러가지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문에서나 본 걸 직접 눈으로 듣고 여러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느지막한 시간이 되어서 돌아간다.
갑자기 호르헤가 차를 저만치 세우더니 뒤로 걸어간다.
알고보니 지나친 과일 노점에 들른거.
먹을거 앞에선 나나 조나 둘다 신남.ㅋㅋㅋㅋ
싱싱한 오렌지와 바나나를 구입.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내가 들고 있는 바나나 한 덤프가 10 렘피라. 한국돈으로 550원 정도,
그리고 오렌지 50개가 10렘피라, 동일하게 550원정도다. 오렌지 1개가 10원!?!?!?!?!?!
가격듣고 정말 깜짝놀랬다... 흐미....
호르헤 말로는 이 곳사람들이 화폐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른다고 한다.
아무래도 지금 지나는 이곳이 인구밀도는 낮은데 여기저기 오렌지와 바나나 나무들이 있어 그 가격이 낮은데 한몫 한다고 한다.
늦은 밤 길가 꼬마 아이셋과 함께 가는 아줌마 태워서 내려준다.
밤엔 위험해서 차라리 자기가 이렇게 해 주는게 호르헤는 맘이 편하단다.
흠, 우리 호스트 마음도 참 좋아! ^^
'개'판인 주유소.ㅋㅋㅋㅋ
저것들... 한국이었음 조용히 어딘가로 사라져있을텐데.
전날 긴 시간 운전과 여기저기 돌아다녀 오자마자 바로 뻗어버렸다.
아침은 느지막히 쁠라따노(platano-바나나의 종류로 기름에 튀기거나 조리해서 먹는다.)와 함께 어제 사온 오렌지로 주스를 마신다.
바나나 2덤프, 오렌지도 100개 샀음.ㅋ
호르헤가 만드는 간단한 식사.
어떤 시럽에 절여놓았다던 과일 디저트.
아메리카 대륙쪽으로 오고나서부터 음식 문화가 조금씩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국요리를 잘 했으면 좋으련만 재료가 없어 아쉽다는 핑계만 스스로에게 대고 있다.;;;;;
집에서 쉬면서 이모양 저모양으로 시간을 보낸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수다 떨다가 카드게임 하다가 또 잠시 조용한 시간이 되면 풀 내음이 가득한 밖에 나가서 산책하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맘이 편할수가 없다.
호르헤의 사촌이 놀러왔다.
온두라스의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인 우띨라에서 지내고 있다는데 물가가 비싸서 참... 거슥하다고~ㅋ
새로운 손님이 또 와서 대화는 밤 늦도록 이어진다. ^^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드는 바. 눈에 보이는 만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아쉽다.
아, 삼각대! ㅠ
그나저나... 내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천만다행인것 같다.ㅋㅋㅋㅋ
(사실은 좀 춥지만) 사진의 느낌처럼 이 친구들과도 참 따뜻한 느낌의 저녁이 또 간다.
말의 내용을 사진 한장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참 문제다.
하루 최소 3번 이상의 커피를 내려서 친구들과 함께 마셨다.
마치 중세시대 토론과 대화의 장이 열렸다던 커피 하우스에 있는 느낌.
서로가 각각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있으니 같은 상황을 보는데도 표현되는 생각은 역시나 다르다.
여행, 그리고 각 나라사람들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이 재미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금 상황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수 없었다.
호르헤의 결론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식의 대통령 선거.-_-;
흠, 앞으로 중남미의 정치 시스템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어떻게 융합이 되어 보일지 더욱더 궁금해진다.
하지만 서로 동의하는 점!
온두라스 지금 이건 아니다.
그리고 미국, 니 너무 못됐다.ㅋ
근처에 꽤 오래된 저택이 있대서 갔는데 단체로 누가 왔댄다.
어쩔수 없이 못들어갔다.(적어논 기록이 없으니 -_-; 뭐 단순 서술식이네요.)
분위기 좋은 곳에서 잠시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을 한다.
작은 동네 삼브라노(zambrano).
조금만 돌아다니면 금방 동네 사람들이 알아본다.
큰 간판이 있는 가게는 별로 없고 건물 밖에 작게 팻말 같은거를 붙여놓았거나 아니면 그냥 밖에서 봐도 알수있도록 청과물을 판다.
우리나라 깡촌 시골의 느낌이다.
혼자 반틈 감긴 눈으로 뒷짐지고 코에 푸르른 시원한 바람을 집어 넣으며 동네 한바퀴 걷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이 있었을까....?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면서도 후에 이 감정이 언제 또 한번 느낄수 있을까 하는 바보같은 마음이 생긴다.
나 한국사람 맞군. -_-;
며칠전 사온 커피 생두를 꺼냈다.
그리고 핸드픽 시작.
아놔...-_-; 결점두 장난아니게 많다.
우쒸....
아오~!
2파운드나 되는거 1시간 반 가까이 걸려서 분류하고 보니 태반이 제대로 쓰지도 못할 콩들이다. -_-;
집안에 조도 자체가 낮아 눈도 좀 아팠는데...
헥헥 힘들어... 낼 볶을란다.
일요일.
동네 성당이 있어 호르헤를 따라 이곳에 왔다.
카톨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곳에서 종교는 제대로 사람들이 사는데 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왜 이렇게 강력 범죄가 높은지.
남미에 와 보고서 느낀 대략적인 결론은 사람의 관계와 '법치'라는 시스템이 결정하는 것 같다.
저 역설이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날 저녁엔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더니 이제 또 조가 음식을 해 준다.
내일 떠날 예정인데 콩을 좀 볶아야 될터인데...
호르헤에게 물어보니 뒤뜰에 볶을 수 있는 곳이 있단다.
안에서 하면 실버스킨이 많이 날리고 연기도 나니 밖이 훨 낫다.
그나저나 뭘로 볶을까 싶은데 앞에 큰 스뎅 대야가 보인다. ㅋㅋㅋㅋㅋ
스뎅 다라이(스테인레스 대야)에 볶아 본다.ㅋㅋㅋ
첫 로스팅 시작!ㅋ
수분이 날아가면서 실버스킨이 엄청 날린다.
햇빛이 강해서 더운데 땀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콩을 볶고 있는데 배기통인줄 모르고 손 올려놨다 잘못해서 데였다.
오홋+_+
색깔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는데~?~?~?
헐..-_-;
아름답게 콩을 태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 바닥도 타고 콩도 타고 내 가슴도 탔구나.ㅠㅠ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이곳을 더 편하게 만들어준 시간이다.
오늘 저녁도 수다를 떤다.
이 분위기에 맞게 밤마다 며칠동안 세차게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다.
방엔 빗방울도 몇군데 새서 휴지통으로 물을 받는데도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만 번진다.
정말 몸과 마음이 녹을 정도로 편한 이곳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
2013년 9월 22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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