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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5-2016 유럽

자전거 세계여행 ~2123일차 : 추운 날, 따뜻한 기억. 촐루(Corlu)

by 아스팔트고구마 2016. 8. 25.

자전거 세계여행 ~2123일차 : 추운 날, 따뜻한 기억, 촐루(Corlu)


2016년 1월 16일


겨울이긴 겨울이구나. 

두꺼운 침낭 덕분에 어지간한 추위는 무시한다.

어제 저녁에 염려한 비는 다행히 조금 내리다가 그쳤다.


아침이 되니 관리자 젬이 주던 먹거리.

차이는 절대 빠질수 없는 이들의 생필품이라도 생각된다. 




일하는 직원, 쿠빌라이(Kubilay), 그리고 내 옆은 젬(Cem).

젬은 군대에서 복무하다가 민간인으로 돌아온지 얼마 안됐다고 한다.

영어도 통해서 공통점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호의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부라더 컨츄리 코리아!


'혹시나 다음 번에 지날때도 언제나 환영이니 들러줘, 차이는 항상 준비 되어있으니.'

마음이 참 고맙다.




작별 후 달리는 오늘 길은 흐릿 꾸물거리는 하늘의 연속이다.

오전에 텐트를 걷을때 엄청난 바람이 불었고 부슬비가 내렸었다.

계속 기다리기만은 할 수 없어서 슬슬 출발을 했는데 얼마안가서 금방 어두워지는 날씨다.

내가 남쪽으로 내려오긴 내려왔나보다. 6시가 안됐는데 어두워지는 건 금방이니.




자연의 이치대로 해는 저물었다. 

금방 배도 고파온다. 이 또한 자연의 이치다.

지나가다 사람들이 손짓을 한다. 자기쪽으로 오라고.

요건 자연의 이치가 아닐텐데...ㅋㅋㅋ

궁금한것도 많지. -_-; 

아무래도 심심한 동네에 자전거 탄 한국인 여행자가 어디 보기 쉬운일은 아닐터.

몰려들어 이것저것 물어대는데 뻔한 대답이 이어지는 시간이다. 




식당을 운영중이던 아저씨, 정작 음식을 보니 배고픔이 사라졌는데...

들어온 김에 그냥 음식을 주문했다. 

아저씨 영업 성공했으요. 엄지척! 따봉 하나 줍니다! 




심심했는지 사진 찍자는 주인말고 종업원 아저씨.ㅋ

역풍을 맞으며 라이딩을 해서인지 오늘따라 몸이 굉장히 무겁다.

빨리 오늘 잘 곳을 찾아봐야겠다.


쓰근하게 들어온 곳의 도시 이름은 '촐루(Corlu)'.

잘 곳을 이리저리 찾으며 라이딩을 하던중 내 앞을 지나는 한 사이클리스트.

내게 몇마디를 하고 가는 걸 말을 걸어 붙잡았다.

영어가 잘 안되서 다시 몸짓으로 캠핑할 곳을 물어보니 이해를 하고선 나보고 따라 오란다.

일한(Ilhan)이라는 이 친구와 몇 킬로미터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촐루 중심부에 있는 공원.

시민 공원인줄 알았더니 사유지라고 한다. 

그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다시 캠핑을 하려고 하는데 이거 뭔가 애매하다.

몇 군데 전화를 하더니 다시 따라오라는 일한.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 -_-; 그냥 텐트 칠 공간만 확보하면 되는데.


공원 옆에 관리소가 있고 그 안엔 또 정자처럼 생긴 곳이 있다.

지붕까지 있으니 다행. 지금 불어오는 바람엔 축축함이 묻어있다. 

내일 비가 온대서 이곳이 딱이다. 기깔나네~! 으흐흐흐 잘됐구려! ㅋㅋㅋ




일한 고마워! ㅋ 




오늘 자리잡은 걸 기념으로다가 한컷! 




옆에 공원에서부터 궁금해서 따라온 터키 애들.

술 참 재미나게 마시드라.ㅋ




짐을 풀려고 하는데 잠.시.만... 응???

일한을 통해 한 덩치하는 현지인(친구A)가 띠용~ 나타났고 그가 거친 말투로 호텔로 가란다. 

ㅡㅡ^ 갑자기 왜? 니 뭐꼬? 

나 잠만 자고 이 동네 뜰건데 왜 이렇게 복잡한거야. 자리도 겨우 잡았는데. -_-; 

속마음은 갑자기 또 짜증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나 : 지붕만 있으면 나에겐 호텔이나 다름없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

친구 A : 내일 비가 오니까 여기보단 호텔이 나을꺼야.

나 : 걱정하지마 지붕있는데 뭘. 여기 보니까 아주 넓고 두꺼워서 비와도 끄떡없겠다.


이거 입장이 바뀐거 같다. ㅋㅋㅋㅋ

대화가 이어지는데 친구A가 전화를 걸어서 영어 잘 하는 현지인(친구B)을 바꿔준다.

으잉?? 뭐꼬? 또??? 


친구 B : 터키에 온 걸 환영한다!!! 여긴 터키야, 우리의 환대를 받으라고 친구~!

나 : 근데, 나 때문에 괜히 안 그러도 된다. 나 하루만 묵고 내일 바로 이동할껀데?

친구 B : 우리가 그러고 싶어 그러는거니 괜찮아. 내일 비 온대. 호텔로 가.


B를 통해 전화통화가 끝이 났다. 

일한과 친구A의 대화가 이어지고 나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나는 일한을 따라 호텔로 라이딩을 하게 됐다.


A라는 친구의 이름은 뷜렌트(Bulent). 

호텔로 오니 이미 그가 기다리고 있고 모든 걸 끝내놨다.

뷜렌트 : 짐풀고 샤워하고 내려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내가 맛있는 식당을 알고 있어.




이렇게 일한과 뷜렌트와 함께 왔다.

이 모든일이 벌어진건 1시간이 안된다. 이거 뭐지...;;;

웃음이 난다. 

녀석들, 뭐라 생각했을까? 텐트 말고 호텔에 재워준다는데 자꾸 거절한다꼬..ㅋㅋㅋㅋㅋ

아이고 참~ ㅋ 생각해보니 참 웃긴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신기해하는 한국사람을 보고 신기해하던 주인 아저씨와 함꼐.




으헝헝헝헝!!!! 케밥이다!!! ㅎㅎㅎㅎㅎㅎㅎ

나 케밥 완전 좋아하거등!!!!!!!!! 배부르게 먹어야지!!!!!!!! 




우흐흐흐흐흐 한번 먹어볼까!?!?!? 




잠깐! ㅋ 

주인아저씨 부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직원이 사진을 요로코롬 찍음. 

직원의 속마음이 담긴 사진이라 해석이 되오.

주인 아저씨의 오른팔에 빡센 꿀밤 맞은 종업원이 아니길 바란다. 




밥 잘 먹고 밖으로 나왔다. 

입김이 그냥 나오는 하지만 어쩌면 버틸만한(?) 추위다.




숙소 근처에 락 클럽이 있었다.

이슬람 국가에 클럽 이라니?? 

아마 이란이나 오만, 사우디 같은 나라에서 보면 놀라 자빠질듯. 갔다와보니 충분히 그러하다.


흔히들 터키의 이슬람은 세속화된 이슬람이라고 한다.

내게 좀 웃겼던건 히잡을 쓰고 왔다갔다 출입하는 여성, 그리고 히잡을 쓰고 문 앞에서 엄청난 미간의 주름을 새기며 줄담배를 피워대는 아가씨??

뭔가 아이러니했다. 하면순간 큭큭큭 댄건 내 스테레오 타입 때문일까?


뷜렌트 왈.

저녁에 친구들과 모임있는데 같이 가자~

어디?


차를 타고 온 곳은 촐루 외곽의 한 레스토랑.




맛있는 음식, 그리고 라키(Raki)라는 터키의 전통술.

도수가 높은 라키는 물을 섞으면 투명함에서 희미하게 변한다.




나한테 술 멕이고 싶어서 안달이던 친구들. ㅋㅋㅋㅋㅋ

반겨줘서 말할 것 없이 내 마음도 즐거웠다.




한 덩치하는 뷜렌트가 친구들과는 그저 중학생 마냥 신난 시간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에 대해서 참 모르긴 모른다. 

거리도 그렇지만 특히나 유럽보다 이슬람 국가는 정서적으로 훨씬 멀다.

흠, 생각거리를 무쟈게 던져준다.



전날 떡실신을 하고 오후 늦게까지 잤다. 

춥긴 춥더라. 밤에 라디에이터 없었으면 아우...-_-;;


전날 밤엔 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자전거 샵에 왔다.

불가리아에서 타이어를 갈았던지라 예비 타이어를 새로 하나 샀다.

엘살바도르에서 5불? 주고 산 건 아직까지(지금있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쌩쌩한데 

베네수엘라에서 20불 주고산 브랜드 타이어는 두짝 모두 다 떨어져서 하나는 이미 버린 상황.

남은 하나는 정말 불가피할때 쓸꺼고 오늘 새로 구입한건 엘살바도르에서 산 타이어(앞바퀴)가 떨어지면 갈아끼울때 쓸꺼다.

달린거리가 아마 최소 15000km는 될꺼다. 흠. 가성비의 지존이라 불러 드리겠어.


샵에서 다른 터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시간이 또 금방금방 간다.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눈치보고 나왔다. 



심심해 하는 날 위해 뷜렌트와 함께 온 곳은 레스토랑.




소의 간 요리라는데 매콤한 고추와 함께 맛있었땅! ㅋ




함께한 뷜렌트의 친구 라이더.

촐루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당시엔 재미있었는데 거의 생각이 안남.;;ㅋㅋㅋ)




오후에 숙소에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신다.

으흠, 추운날씨에 커피란 정말 최고지! ㅋㅋㅋ 


아, 일기예보!

내일 날씨를 보니 요며칠간 눈이 계속 내린단다.

중간에 그치긴 하는데 터키 기상청도 구라청인가 날씨가 금방금방 변하고 있다.


하루를 더 연장했다.

낮에 온도가 얼마나 낮은건지.. 으후~ ㅠㅠ 

낮인데도 돌아다니기가 엄청 추웠다. 


뷜렌트가 숙소에만 있지 말고 나오란다. 

자기도 심심하다고 지금 일하는 수퍼마켓으로 오라나.




아우 추워.ㅋ 

뷜렌트 어머니가 만드셨다는 음식을 먹으며 잡담.




오우~ 웃음이 예쁘던 뷜렌트 친구 세데프.

뷜렌트가 나와 이야기 하는데 심심할까봐 불렀단다.ㅋ

촐루에 있는 큰 커피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지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수 있었고, 

올해 터키의 라테 아트 챔피언이 운영한다는 카페를 소개 받았다.

이스탄불로 가면 구경할 수 있겠군.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앜, 추워. 

눈이 그쳤다가 엄청난 눈바람이 날린다. 

아오~~~ 


나 : 그나저나, 뷜렌트 우리 어디가노?

뷜렌트 : 우리는 헬스클럽으로 갈꺼야.

나 : 응? 갑자기 왜?

뷜렌트 : 나 거기서 일해, 친구들 소개시켜 줄께.


뷜렌트의 돌주먹에 맞을까봐 바로 깨갱하고 따라갔다. 



뷜렌트는 헬스클럽에서 짬짬히 트레이너로 일을 한단다.




덩치를 좀 보소.

오스만 제국의 예니체리 군대가 절대 그냥 나온건 아니겠군.

요 헬스클럽만 보고 판단 한게 오바는 아닐꺼라고 믿고싶다.ㅋㅋㅋㅋ




아놔, 저 돌깡패 녀석.

역시 그냥 덩치가 아니었어.




레벤트(Levent)!

작년에 터키 보디빌더 대회에서 2등을 했단다.

그리고 2016년 올해, 터키의 챔피언!!! 이 되었다. 축하 축하!!!




나 포함 약 400킬로 정도의 무게를 레그프레스(leg press)로 하체 단련중이다.

와, 다리 오지게 빡시군. 챔피언은 뭔가 달라.




이곳은 오래전 터키의 보디필더 챔피언 출신인 알테즈 아저씨가 운영하는 곳.

멋져요 Champ!!! 




그리고 뷜렌트가 촐루의 사이클 클럽에서 선물로 준 스카프.

품질도 좋고 여행기를 올리는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다. 

뼈다귀 생선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인상적인 그림이다. ㅋㅋㅋ




많은 눈, 그리고 온도가 낮아 와이퍼가 쉽게 얼어버리는 것인지 방지용으로 저렇게 해 놓은 차들이 상당히 많았다.




밤이 예쁘긴 한데 추워. 

내 신발은 금방 물을 흡수한다.ㅋ 

일명 뉴발란수(水)라고 하지. 




뷜렌트 인상 쓰면 완전 돌깡패인데 웃으면 영락없는 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주 웃도록! 




근처 카페로 왔다.




터키쉬 커피!?!?! 

그렇다. 체즈베 이브릭(Cezve Ibrik)이라고도 부르는 바로 터키쉬 커피의 본고장이다.

커피도 커피지만 옆 접시에 담긴 작은 자갈은 바로 초콜렛.

돌멩이 혹은 자갈 초콜렛이라고 불렀던가? 

이곳 촐루에서 생산되어 전역에 팔려나가고 있다나.

분위기가~ 아주 이 밤에 잘 어울린다.




뷜렌트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을때마다 뭔가 웃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생겼네!!! 




먹거리.

터키 음식도 참 유명. 두번 쓰면 데이터 낭비.




터키식 커피는 다 마신 커피로 점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점은 그냥 점. 친구들이 뭐라 설명은 해 주는데 전부다 아마추어. 

합의를 하려고 한다. 

이건 이거, 그래그래그래~~ 아니 이거일꺼야, 아 그래맞아 그렇게 하자구!!!

전부다 야매들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름다운 밤이예요.

근데 추워요.




날이 꽤 풀렸다. 

그래도 여전히 추운 날.

하루 더 쉬어야지.




숙소서 작업한다고 시간을 보냈다.

역시나 심심해할까봐 날 위해 연락하는 뷜렌트.




맛있게 먹고 쉬었으니 내일은 반드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숙소까지와서 이것저것 물어봐주는 뷜렌트.  

괜찮다면 내일 같이 이동해주겠다고 한다.


먹은게 체한건지 엄청난 복통에 미칠 지경이었다.

손가락 마사지에 소화제까지 먹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못해 굉장히 힘들었다.


일기를 보니 몇 달이 지난 지금에선 그때의 복통은 그냥 심하게 아팠다 정도의 느낌으로만 남아있지만

친구들은 기억에 남는다.


작지만 몇몇 장면은 아직도 또렷하다.

말과 분위기까지.



친구들이 보고싶다.


2016년 1월 19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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