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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6 중동

자전거 세계여행 ~2235일차 : 아랍을 떠나며

by 아스팔트고구마 2016. 12. 14.

자전거 세계여행 ~2235일차 : 아랍을 떠나며


2016년 4월 30일


더운 아침이다.

직원들이 머무른다는 숙소에서 정작 직원들은 이틀간 한명도 못 봤다.

나 혼자 쓰게 일부러 자리를 비워둔 듯.



대표 아저씨가 안 보여서 대신 인사를 전하고, 살림 아저씨에게도 오늘 떠난다고 말을 전했다.

신밧드 놀이도 끝이 났으니 오늘은 자전거 타는 나로 돌아갈 시간이다.

짐만 쌌는데도 벌써 땀이 주르르륵...




오늘 얼마나 달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형에 대한 체크를 안하고 달리니 내가 갈길이 얼마나 힘든지 사실 나도 알지 못한다.

짐의 무게만큼이나 나의 라이딩 속도도 늦다. 

 



지도상 무산담 지역의 꼭대기 부분인 돌산으로 이루어진 평지를 지나면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약간은 고될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날씨가 덥다보니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질까.

끌바, 끌바, 끌바...




뜨거운데다 짜증까지. 

쉴만한데가 아닌데 그나마 그늘을 찾았던지라 잠시 휴식. 




계속 끌바로 오른다. 

바람은 불어도 뜨겁기만 하다.

으, 더워....




그래도 삶에서 진리가 있다면 오르막이 끝까지 계속 되지는 않는다는 것.

내가 맞이할 내리막 시간이닷!!! 




표정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흐흐흐흐




평지가 나오니 살만함. ㅋㅋㅋ

바위 아래 지은 집은 현지인일까? 아니면 제3국에서 온 건설 노동자일까?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눈 앞에 어부들




고기 꽤나 잡혔구나. 

살 생각도 없는데 계속 팔려고 한다. ㅎㅎㅎ




바닷가 잠시 둘러볼까? 




이런 삼엽충 모양처럼 생긴게 아주 많이 붙어있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칼로 쑤시니 떨어져 나왔음. 

이건 뭐지? 아랍식 전복인가?

알지 못해 버렸음. 




몸에 열이 가득 찼다.

인근 마을에 도착. 작은 수퍼마켓에 들러 음료 하나 사먹고 다시 라이딩.




마침 발견한 급수대. 

그 옆을 서성대던 염소들.




오늘 오만을 넘어갈 수 있을까?

나도 모를일이다. 달려봐야 알지. 




멀리있는 보였던 모스크.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요새. 

지금도 쓰고 있을까? 경계근무는 누가 하지? 얘들도 선임이 후임을 갈구나? ㅡㅡa




약간은 규모있어 보이는 마을에 왔다.




배고프니 우선 배부터 채우는 걸로.

밥 먹고 나니 힘이 쭈욱 빠진다.

으허... 지친다.




오만에서의 한달 생활로 적응이 좀 되어가는건지 점심 후 자야할것 같다.

적당한데가 보이니까 잠시 쉬어야겠어.




커피 한잔 만들어 먹고 잠시 낮잠. 

내 생활 양식도 아랍스러워지고 있다.




시간은 꽤나 지났는데 별로 달린 거리가 얼마 안되는군.

눈앞에 아까 그 모스크가 보이는데 있다니. 




배타고 밑으로 내려가면 아프리카일텐데 으흠...

친구로부터 아랍에미리트에서 배를 타고 아프리카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두바이에서 배를 타고 선원들과 함께 하면서 아프리카로 내려간다고.

정해진 출입국소가 없다면 미래에 교통이 자유로워지면 입출국을 정해진 공항이나 항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하게 될 것 같다.

사람이 타고 하늘을 날으는 드론도 생겨난 마당에 국경의 의미는 미래엔 어떻게 변할지....?

안전, 보안 등등의 이유로 사람을 위한게 아니라 시스템을 위한 것으로 한동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약간의 오르막, 그리고 다시 내리막.

바닷길을 달리는 중.




그다지 아름답진 않지만 강렬한 햇빛에 눈부신 하늘이다.

계속 반복이 여전히 되고 있다.

덥다 더워.




엇, 예상외로 길이 평지가 계속 된다.

마지막 작은 언덕 하나 넘고 나니 계속 평지구만. 




읭? 벌써??? 

오만 출국소에 도착! 

오만 출국 도장을 받고~! 

이제 두바이 입국 도장을 받아야 할 차례.




라스 알 카이마(Ras al kaimah)까지 35km.




따봉~!

LCD가 고장이 났으니 초점이 내 얼굴에 맞는지 알수가 있나. -_-;



국경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경찰 : 너 맞아?

나 : 한국에서 온 거 맞거든.

경찰 : 아닌거 같은데?

나 : 농담하지 말고. 해지기 전에 빨리 달려가야 해.

경찰 : 너야말로 장난치지마, 얼굴이 너무 달라.


 




사진에 비해 머리카락도 자랐겠다, 얼굴은 검붉게 탔지.

내가봐도 사진과는 좀 다르다. 

계속 몇번이고 쳐다보니 이거 왜 이렇게 심각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진짜, 꿈인지 생시인지. -_-;



어쨌든~! 받았다! 

내 여권의 마지막 도장!!!! 


아랍에미리트 입국장에서 우리나라 사업가 한분을 이곳에서 만났다.

신기하게 보시고 몇마디 나눴는데 입국장 스탬프 재확인 하는 곳에서 다시 만났다.

먼저 가신줄 알았는데 같이 가자신다.

공간이 좁은것 같아 몇차례 거절을 했는데 차에 공간까지 만들어 주신다.



아저씨와 나눈 대화간 느끼는 많은 것들.


좀 더 정치(?)적으로 살 걸... 

다양한 사람들이 짬뽕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자본주의의 헬(hell)인 미국이나 UAE나 같다.

사업을 긴 시간 하셔서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해주시는 아저씨 덕분에 작게 나마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참나,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꼬.... 


심심해 보이는 라스 알 카이마를 지나서 아즈만(ajman)까지 내려왔다.

아저씨가 맛있는 저녁까지 사주셔서 한가득 배에 맛있는 걸로 채웠다.

이곳에서 천천히 나는 내려가야 할 시간.

도와주신 강경래 아저씨, 감사합니다! (__) 



저녁 늦게 잠잘 곳을 찾았는데 어디를 찾아야 할지 고민을 했다.

샤르자(sharjah)에 들어와 조용한 모스크 뒷편에 비박을 했다.

날이 더우니 텐트도 뭐고 귀찮음. 




비박 덕분에 새벽엔 모기에 좀 뜯겼다. 




일찍 일어나 아침 간단히 사 먹고 다시 라이딩.




해의 존재감이 점점 더 강해지는 아침이다.

그리고서 마침내 들어온 두바이.

지난 시간이 몇달은 된 것 같은 느낌.


오자마자 모카 1450에 들렀다.

간만에 친구들도 보고 기타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한다.

곧 출국이니.




곧 바로 들른곳은 두바이 영사관.

3월에 신청해 놓은 여권을 오늘에서야 수령한다.




페이지에 도장 찍을 란이 없어서 새롭게 만들었다.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은 내 첫번째 여권. 

군대 전역 다음날 바로 만들었던 여권이고, 이 녀석과 09년부터 오늘까지 8년간 수십개국을 여행했다.

이제 새로운 여권으로 새로운 여행을 함께 해야지.

여권말고 달라진건 없지만, 뭐 그래도 기분 좀 내자~~~ 




여권 받자마자 이란 대사관부터 간다.

이란 대사관 가던 길, 건물부터 예뻐보인다. 


내 다음 목적지는 이란.

비자 신청을 위해 대사관에 갔는데 반바지 입장불가. -_-;(이걸 한달후에 푸는 사건이 발생.ㅋ)

대사관가는데 물품 검사 다하고 상당히 까다롭다. 

여행 시작 전부터 이란에 대한 느낌이 벌써부터 불편해진다. 

시작전 이란에 대한 첫인상을 사우디(?)급으로 내려야겠군. 


옷 갈아입고 들어갔더니 내부엔 수십명의 사람들이 비자 신청을 위해서 기다리고 있다.

들어간지 10여분 정도있는 동안 생각을 해보니 이거 오늘안에 안되겠다.

바로 옆 아시아 사람이 보여 물어보니 중국에서 온 여행자.

도착 비자를 내게 알려준다.

배타고 두바이에서 이란으로 가려고 했다. 근데 비자 발급이 귀찮아서 안되겠다.

내일아침에 오면 될거라는 보장도 사실 없다. 입구에서 담당자들한테 여권 달라고 비비기도 싫고.

자전거 포장하는게 귀찮지만 어쩔수 없다. 그냥 비행기 타고 가자.

아마 도착 비자가 없었으면 난 아프리카로 내려갔을터였다.



좋아하는 카페, 모카1450 (방문기 : http://cramadake.tistory.com/597)으로 왔다.


훌리안 잘 있었어?




그가 만든 에어로프레스 메뉴.




오랜만에 만난 바리스타 친구들,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근처 자주가던 아지트에서 캠핑, 그리고 다음날 다시 찾은 카페.


제롬이 만들어 준 시그니처 메뉴.

두바이에서 큰 행사가 있는데 그곳에 VIP 손님을 위한 메뉴 개발을 연구 중이었던 거. 

오렌지 과육 일부와 크림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조합이다. 

묘한 맛이군.


맡겨놨던 컴퓨터를 찾았었던지라 드디어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여러가지로 도움을 줬던 몇몇 친구들. 친구들에게 큰 선물 주고 간다.

내가 마음의 빚이 크다. 너희들 월급이 적어서 못 했던거 내가 줄께.

이곳 두바이는 인력 풀이 작아서 본인의 노력에 따라 내 선물이 친구들의 인생을 충분히 바꾸고도 남을 것이다.

꼭 잘 되길 바란다.



프랑스 아가씨 마틸드(mathilde).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건 사실 3달 전이다.

두바이 도착 후 며칠 뒤에 이곳에 들렀을때 한번, 그리고 어제 다시 만나게 되서 오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제 자전거를 보더니 기억이 난다며, ㅎㅎㅎㅎ

그녀와 점심같이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간 그녀의 격려에 참 프랑스스럽다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녀를 통해 몇몇의 이란 친구를 소개받았다. 

흠, 준비꺼리라곤 딱히 없는 듯하다. 태도만 잘 하면 될듯한데 지금 하는 행동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내 짐을 갖고 있던 릴리아가 내 남은 짐을 가져왔다.

내가 떠난 한달 여간 그녀는 사바도 커피 클럽을 통한 사업을 구상했고 상당히 구체화 시켜 놓았다.

그럴꺼라 예상을 했다. 


긴 시간 일해온 실력이 있는 사람이 '초보입니다.' 라고 말하는건 겸양을 가장한 또다른 오만일수도 있는 법이다.

껍질과 내실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을 하게 한 이곳에서의 경험들과 이곳 사람들.

모임에서의 진행과 또한 평판은 적어도 신뢰할만한 것들에서 나오는 법. 


버는 사람에게는 좋은 리스크 없는 사업 모델일진대 과연 질투많은 이곳 애들이 널 가만히 둘까?

내가 온게 기회였는지 자기가 부족한 부분을 알고자 날 데리고 같이 왔는데 이곳 현지 업자로부터 그녀는 (알랑가?)무시를 당했다.

그녀로 받은 호의가 있어 내가 적당한 선에서 끝을 내서 망정이지...-_-;

잘 해봐.


이전에 인터뷰 온 곳에서 다시 연락이 온다. 

'니가 원하면 좋은 곳에 데려가줄께, 요트도 타고 사막에 버기투어도 가자구.'

나의 시간적 상황을 약점으로 잡아 연봉 협상에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고 했는데 그게 소용없다고 느꼈나?

됐다. 무슨~ㅋ 




남은 돈 정리를 시작한다.

1달정도 체류하는동안 쓴 돈이 50불이 채 안된다.

쓴 화폐중 가장 높은 가치의 화폐. 1리얄 = 한국돈 약 3000원.

현재 살아있는 오만의 왕, 술탄 카부스. 그의 결정으로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 시절 UAE 침공이 불발된 걸로 안다.

여전히 존경을 받고 있는 그.

내게 강렬한 인상을 준 나라, 오만. 그립다. 진심! 




아랍에미리트 화폐인 디르함을 더 뽑아 일부만 남기고 US 달러로 몽땅 바꿨다.

이란에선 US나 유로가 공식 환율보다 20~35%가까이 더 쳐준다.

카드 쓰면 호구! 글로벌 호구 경험을 해 보십쇼! 

베네수엘라 가서 카드쓰면 글로벌 '개'호구!(아는 사람은 압니다~ㅋ)  


떠나기 전날 카페 raw에 왔다. 

카틱에게 줄 물건도 있고 친구들과 작별 인사하러 왔다.



왠 예수님인가 싶었는데 소누(sonu)가 머리를 저렇게 풀어헤쳤다.

이 녀석과 재미진 얘기가 참 많지만 접어둔다.

저녁 늦은시간까지 이 녀석에게도 큰 선물 하나주고 떠난다.

꿈꾸는 바, 이뤄내라! 




네팔에서 온 디네쉬(Dinesh). 

퇴근시간이 급한지 뭔가 허둥지둥 하다가 네팔 만트라가 있는 팔찌를 내게 선물로 줬다.

잘 지내, 그리고 건강하라구!




아랍에미리트에서의 마지막 캠핑! 

짐정리는 이미 다 끝내놨다.




며칠전 봐둔 자전거 샵에 왔다.




샵 주인 영국인 사이먼.

트렉 참 좋아하는데....

내 2,3번째 자전거였었지. ㅡㅡ

그가 준비해 준 자전거 박스에 자전거를 실어 담았다. 

Thank you, Simon! 




이곳에 있는 동안 터키에서 출발할때보다 짐이 20여킬로나 늘었다.

짐을 새로 다시 싸고 10kg를 오바한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다.(필리피노 창구 아가씨, Salamat!)


여정 속에 참 복잡다단한 감정과 재미있으면서도 잊을수 없는 경험을 몸과 마음에 담았다.

일부는 정말 강렬하게도 내 가슴에 지져진 흔적으로 남았다.

아팠지만 소득이 있었던 시간이다.

스스로에게 동정심 가질 필요도 없다. 결과적으로 한건 없으니 내세울것도 없는 상황이다.

겸손이 아니라 좀 더 차갑게 스스로를 봐야함을 안다.


그래도, 고생했다. 스스로에게 격려는 한다.

그래야 힘을 내서 다음 여정을 이어가지. 


어쨌든, 난 새로운 여권을 갖고 새로운 나라로 간다.


이란, 그리고 세계의 절반이라고 하는 도시 이스파한(Esfahan)으로! 




2016년 5월 5일 오후까지의 이야기.


* 내가 두바이를 떠난뒤 2주후 릴리아는 침울한 상태로 연락이 왔다. 

사바도 커피 클럽을 최초 만든 친구에게 인터넷 계정과 모든 것들 빼앗겼다고.


* 도와준 내 친구, 윤재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https://www.facebook.com/lifewithadventure/

https://www.instagram.com/cramadake/

블로그 : http://cramadak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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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응원, 감사합니다! 전 어제(2016년 12월 12일)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왔습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웃을일 많은 매일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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