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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2662일차 : 내 몸은 오래된 보조배터리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4. 7.

자전거 세계여행 ~2662일차 : 내 몸은 오래된 보조배터리


2017년 7월 1일


으...


아침마다 신음소리와 함께 잠이 깬다.

모기가 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좀 버틸만한 오늘. 

그래도 잠은 덜 설쳐서 다행인지 모르겠다.




주변에 시장이 있고 사람들도 많이 와다닌다.

어제 늦게까지 들썩이는 음악소리에 좀 짜증스럽긴 했다.





언제부턴가 혼자가 편해졌고 그냥 달리는 것보다 뭔가 생각하고 좀 더 진득하게 앉아 있는게 더 재미가 있어지기 시작했다.

여행의 스타일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이전에는 이런게 참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나 스스로가 과거에 비해서 너무나 변해있음을 깨닫게 된다.

좋다 나쁘다 라고 쉽게 말 할 수 없는 부분은 작게나마 생각의 확장과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에는 틀림없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이런것들을 알았을까?

다행이다.




오늘도 내리쬐는 강한 햇빛이다.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정말로 여행자체의 무게(짐과 환경적인 힘듬)가 커져서 그런것일까?

둘 다 일지도 모르겠네.




더울땐 냉면이 레알인데.

사람사는 모습의 이모저모.



나는 그들을 바라보는 관찰자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는 관찰자다.

이 여행기를 읽는 사람들은 나의 관찰자다.

이 여행기를 쓰는 나 또한 관찰자다.

이 여행기를 보는 사람들은 나와 그들의 관찰자다.

이 여행기를 통해 관찰되는 그들은 후에 또 다른 관찰자를 관찰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본다.

갑과 을이 바뀌는 것처럼. 




그렇다.

공기의 무게감과 냄새.

먼지와 함께 섞여오는 풀내음과 내 후각을 자극하는 어떤 지린내.

이건 쉽게 표현을 할 수가 없어서 정말로 겪은 사람이 지닐 여행의 흔적과 기억이 아닌가 싶다. 


사진을 찍을땐 빛이 강해서 몰랐었다. 

그런데 사진과 함께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역시나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목이 말라 어디라도 가고 싶었는데 눈 앞에 띈 수퍼마켓. 

그 앞에 꽤 많은 꼬마들이 모여있다. 

삼삼오오 떨어져 있던 아이들이 날 향해 몰려든다. 

그리고선 순식간에 날 둘러싸버리네. 

아이고 귀여워라. ㅎㅎㅎㅎㅎㅎ

웃는 모습이 왜 이렇게 이쁘냐... ㅎㅎㅎ




찰칵. 

르완다 마지막 여행기에서 언급했듯이 그 일이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이 났다.

마음속으로 격동치는 짜증이... 햐 진짜 마음 다스림이 쉽게 안되고 있다.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든 생각때문에.

어린아이들 마음처럼 좀 천진난만해야 될텐데... 그렇게 살고 싶은데 말이지. 




하루에도 몇번씩 느끼는 이 나라의 이름값.

우간다 하더니 진짜 우(牛) 간다.




오르막 가는 길.

덥구나 더워. 

지쳐가는 체력, 그리고 멍함의 연속. 




해가 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늘 하루가 끝이나고 좀 쉴 수 있단거.

의무가 아니니 다행히 그것에서 오는 어떤 여행을 포기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다.

적어도 우리의 삶은 매일 오지만 그것을 살아내든지 그냥 살다보니 하루가 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니까.

그가운데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루가 가는 사람이 있고, 짜증과 분노 속에서만 살수도 있다.



나는 전자의 태도를 갖고 가는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면 나이값을 이것으로 판단하는게 좀 웃기긴 하지만, 적어도 10년 뒤에는 나이가 든다고 해서 재미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고정된 생각으로는 살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열심히 연습을 해야겠지. 


이게 삶이다!!!! 라고 말할필요 음따. 

아름답고 내가 재밌음 된다. 

후에 내 자식새끼가 보고, 흠, 아버지는 저렇게 사셨군 이 정도로 느끼면 만족할지도 모르겠네. 

돌아보니 아버지랑 대화가 적었던것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한몫을 하는것 같고.

흠, 길이 심심하다 보니 안장위에서 별 생각을 다 한다.





도착한 곳은 lyantonde.(라이언톤드)

적당한 숙소를 찾다가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술집을 가리킨다. 

바와 함께 방도 갖춰져 있네.

중국인들은 어딜가나 있는지 이 작은 동네에 차이나 레스토랑이 있다.

진짜 대단타! 



이곳에 짐을 풀었다.

컴퓨터는 키보드가 아예 먹통.

작업도 못했다. 그저 마우스로 클릭질만 할뿐. ㅠㅠ 

아흐.




내가 묵은 곳은 이곳, 우간다의 작은 동네에서 런던 호텔에 묵었다.ㅋㅋㅋ

런던에 묵었지만 원한다면 파리나 도쿄로도 갈 수 있다. ㅎㅎㅎ 이런 별거 아닌거에 웃는거 보면 ㅎㅎㅎ 단순해졌어. 


이틀을 쉬었다.

문제가 생긴 물품들 정비, 그리고 체력 회복. 

내 몸이 오래 된 보조배터리 같다.

방전은 빠르고, 충전은 느리고. 




짐 싸고 나왔는데도 벌써 힘드노. 

캬, 이래가꼬 케냐 갈 수 있겠나. ㅋ




이곳에도 미세먼지가 있을까? ㅋㅋㅋㅋㅋㅋ




내게 힘을 주는 이 시간.

물끓이는데 시간도 걸리고, 커피는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야한다.

그리고 저울과 온도계를 준비하고 서버에 드리퍼를 올리고 필터를 넣고 갈아놓은 커피를 넣고 물을 붓는다.




귀찮은 일이지만 내겐 어느 샌가 하나의 루틴이 되어간다.

이게 뭐라고.... 

더운데서도 이렇게 마시는거 보면 나는 매일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늘 아래 커피 한잔으로 내 오늘 여정의 의식을 제대로 한다.

주문은 됐고, 잠시 눈을 감고 묵상. 

이럴땐 불어오는 바람조차 너무 좋다.

그늘아래를 지나는 바람이 더워진 몸을 살짝이라도 식혀줘서 얼마나 좋은지 이건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되는 길 옆에는 바나나가 참 많이도 열려있다.

여기 바나나는 맛있을까?

생기면 먹고 거의 사먹지는 않은 과일, 바나나. 

흠. 




오르막도 심하고 덕분에 내리막도 있고.

몸 배터리 방전되는 속도가 LTE급이다. 햐... 




길 좀 달려왔더니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공사중인 주변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고 시내 쪽으로 페달을 밟았다. 

들어온 곳은 마사카(Masaka).

작지 않은 규모의 도시.




들어와서 우간다 심부터 개통.

모든 폰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갖고 있던 안드로이드 계통의 폰은 개통후 꼭 네트워킹 설정을 새로 해줘야 했다.

(애플은 그럴일이 없었다. 되거나 안되거나 이거 두개였음. ㅋㅋㅋ)




인터넷이 되려면 네트워킹 설정을 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의외로 모르는 직원들이 많다.

그러니 여행을 가는 사람들 중 안드로이드를 쓰는 사람이라면, 꼭 한국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갔으면 한다. 일종의 인터넷을 잡기 위한 설정같은 것인데 그 세팅값을 꼭 기억해 놓길 바란다.

network 설정에서 default 값을 만진다는거나 그런거.

나는 나라별 심카드를 바꿀때마다 이런일이 계속 반복해서 생기는 바람에 나중엔 내가 스스로 했었다.




마사카.


이곳에 백인 여행자들이 좀 있는걸 보면 뭔가 있나 싶다.

돌아봐도 뭐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지금 몸이 너무 무겁다. 으허...




이곳엔 롤렉스라는 음식을 판다. 




그 시계의 롤렉스(Rolex)와 스펠링이 같다. ㅋㅋㅋ

이전에 댓글 주신분의 글을 보고 알았다. 롤렉스라는 명명은 롤과 에그(Roll and Eggs)의 발음과 비슷해서 그렇게 생긴거라고.

듣고보니 그럴듯 함. ㅎㅎ

전병에 계란이랑 채소 넣고 먹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다.

환상적으로 썰어주는 싱싱한 파인애플도 먹고...

이게 다다. 




끄응... 

여행의 결과물, 털 스타킹 장착.

또 앓는소리 한다. ㅎㅎㅎ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했다.





2017년 7월 3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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