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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중국

자전거 세계여행 ~3007일차 : 황제들의 필수품, 보이차고(茶膏) 만들기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1. 17.

자전거 세계여행 ~3007일차 : 황제들의 필수품, 보이차고(茶膏) 만들기 


2018년 5월 5일


차산지에서는 단계를 거쳐가며 보이차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병차 만들기 작업이 끝이 나고 잠시 쉬는 시간.


샤오엔은 태어나서 커피를 단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운남성은 대표적인 차의 산지지만 커피의 산지이기도 하다.





그것도 지역에 따라 조금은 다르긴 한데, 이곳 멍송에도 커피 나무가 있다.

딱 1그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네 애들이 그냥 과육조금 먹고 씨앗은 뱉는다고. 

처음 마셔본 스페셜티 커피는 그녀 입에 그냥 쓰단다. ㅋㅋㅋㅋㅋㅋㅋ




한지 포장을 마치고 건조중인 보이차.

아, 진짜 이거 보면 눈과 코로 느껴지는 기분이 굉장하다.




차만 만들기만 했지 우리가 나는 찻잎이가 어디서 온건지 지금 보러 가는 중이다.

차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차나무 구경.




차산 식구, 리우총.

태어나서 처음 몰아본 오토바이가 베트남 여행할때였는데, 그건 그냥 땡기면 나가는거였다.

그녀는 내게 차산지에서 오토바이를 알려준 최초의 선생님이다. 

같은 이륜차인데 자전거랑 참 다르다. 브레이크를 손이 아닌 오른발로 잡는것과 손으로 기어를 넣어야 한다는 것.


몸에 익혀야하는데 여전히 쉽진 않다.

어쨌거나 덕분에 오빠 달려~ ㅎㅎㅎ 기분은 좀 내 볼 수 있겠다. 

(이 몰골로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산에 차나무 구경.

현재 우리가 만든 찻 잎은 이렇게 차나무에서 온 것들이다. 

생산량, 돈만 생각하면 다 따버려야 하지만... 

그럴일은 없다.




풀벌레 및 곤충이 많이 산다는 것은 농약에서 그만큼 자유롭다는 증거다. 

재배차의 바다인 따뚜깡 지역에 비하자면 이곳은 청정지역이지.


사실 이곳에 있는 차농부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모기부터 해서 우리에겐 해충인 녀석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당한다.

간혹 뱀이나 야생동물들도 나타난다.


나도 경험을 했었다.

모기에게 물리면, 특히 안 좋은 녀석들의 경우엔 모기 자국이 무려 몇달을 간다.(100% 실화) -_-; 

그리고 4-5년이 가는 경우도 있다.

ㅡㅡ;;




커뮤니케이션에서 뭔가 벽이 느껴진다.

대화의 원래 재미는 언어의 뉘앙스를 100% 이해하고 그 맥락에 따른 재미와 개그가 통하는데 있다.

더군다나 중국 또한 우리나라처럼 맥락에 대한 것이 깊은 사회다.


까먹은 중국어로 현지 친구들과 대화하기에 스스로 안타까움이 생긴다.

환경이 갑작스럽게 이렇게 바뀌니 7년전 중국 여행할때의 자신감이 많이 사라진듯. -_-; 나도 나이가 들었다.

중국어 공부 다시 좀 해야겠다.




중국에서는 쿠차(苦茶-쓴맛이 나는 차) 라는 특성을 지닌 차나무가 있다.

찻잎의 맛이 굉장히 쓴 맛을 내는데 이런 건 처음이라 공부를 하고자,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쓴다.


몇가지 특징은, 외관을 보고선 알수가 없다. (위의 사진은 보통찻잎과 섞어 놓은건데... 저거 말고도 여러장 있지만 그냥 잘 나와서 올린거). 사실 찍어놓고도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저 사진을 선택했다. 





차를 생산하는 산지의 식구들도 차 나무로 구분을 해서 따로 채엽을 한다. 

굉장히 신기했던 기억이다. 같은 공정의 차임에도 차맛은 일반 차에 비해서 몇배는 쓴맛을 낸다. 

맛은 언제나 그렇듯 취향을 두고 싸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에 구분을 해서 고객들의 기호도 맞춰줄 수 있다.

그리고 생산량이 굉장히 적다.

나무에 변형이 생긴건지... 수많은 차 나무 중에 딱 몇그루만 쿠차슈(苦茶樹-쓴맛나는 차나무)였으니.




서울에서 티 가게를 운영하시는 다화담 대표 누님이 왔다.

대화 다보니 참 죽이 잘 맞네. 제 눈높이 맞춰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찻잎 하나를 딴 소녀 감성으로 차 모델 합시다. ^^ 




차 나무가 심겨진 곳을 둘러보면 페루에서 커피 딸때가 생각이 난다.


안데스 산맥의 경사를 온 몸으로 느꼈던 그곳.

거기는 돈이 없어서 어쩔수 없이 유기농을 해야 했었던 곳이다.


경사가 얼마나 급하던지... 근데 운남 또한 마찬가지다. 

비탈 곳곳에 심겨있는 차나무는 3년전 나를 페루의 기억으로 데려간다. 




멍송의 차밭이다. 

수령 400년 이상 된 것들. 

내 10대조 이상의 할아버지때부터의  시간을 살아왔겠구나.


여기 분위기... 코로 들어오는 풀내음과 귀에 스근하이 들려오는 새소리는 정말 정말 좋다. ^^ 




여유로운 시간. 할머니 로이, 그리고 다화담 누님과.^^




안녕! ^^ 


차 만들기 작업을 우선 끝내놓고 며칠만에 내려온, 베이스 캠프.

오랜만이구나! 




차산에서의 생활과 달리 굉장히 정제된 음식! 

바로 훠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나는 훠궈... 느므 사랑한다. ㅠㅠ 




이거 뭐 재미있으라고 해놓은건지 모르겠지만, 보기에 따라 좀 혐오스러울수도 있겠다.

보자마자 아놔... 진짜 중국(?)스럽다 생각했음. 




징홍에서 여기저기 동네 왔다갔다하며 발견하게 된 카페, 윈(允) 카페.

커피를 거의 못 마시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카페. 들러보고 맛있어서 징홍에 내려와 있을때 몇번 이곳을 찾았다.


이곳 사장은 나와 같은 커피감별사, 큐그레이더다. 

영어를 잘 하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미국 시애틀에서 공부를 했단다. 

압도적인 차 상인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 커져가는 커피의 작은 외침이 들렸다고 하면 오바일까?

로스팅은 이곳에서 따로 하고 있진 않지만 그녀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었다. 


맛있었던 커피. 그리고 분위기도 좋았던 곳.

운남에 들르면 다시 한번 가고 싶다


방문기  링크 : 

2019/12/23 - [Drinking/The cafe tour] - [중국 운남성 징홍 카페] 윈 카페 [Yun cafe, Jinghong, Yunnan, China]

(참고로 지금은 같은 건물 외곽의 곳으로 이사를 했다.)




멍송에서의 일정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온 곳은 남나산. (이동 시간을 따지면 한 4-5시간은 족히 걸릴듯;;;)

제갈공명의 흔적이라도 이곳에서 좀 보고 싶다. ㅎㅎㅎㅎㅎ


남만의 대왕, 맹획의 흔적은 어딨고... 올돌골, 아회남, 타사대왕 등등은 있긴 한것이냐....

삼국지 현장에 와서 그냥 기분 좋은 상상만 해본다. ^^ 




오늘의 일정, 차 산지 중 한 곳을 둘러보러 간다.

한국에서 온 형님들과 함께 ATV를 타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다. 




현재 지어지고 있는 초제소.

앞에 뷰가... 정말 멋짐.




멀리 산을 꼬불꼬불 돌고 진흙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차 산지중의 하나인 파사.

이곳엔 파사에 있는 명품 차나무를 보러 왔다! 




천년이 넘은 차왕수. 우선 지나간다. 있다 다시 올거임.




험한 이곳 산에 사람들이 저 멀리 이동 이동을 해야했던 과거의 삶은 어땠을까?

보이차의 원료가 되는 차나무 재배는 대부분 중국 운남성 서남부에 집중이 되어있다.

이곳의 지역과 지형, 그리고 역사를 보면 커피보다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진짜 흥미진진! ^^ 




우리가 간식으로 사 온 죽통밥, 그리고 건망고.

햐.. -_-; 내 잘못으로 차체에 달아놓은 밥과 건망고가 길거리 어딘가 흘렸다.

남아놓은 식량으로 요기중.

죄송합니다, 형님들 다이어트 좀 하시라고...;;;; 




열심히 달려라!! 




이곳에서 만난 차농 아저씨.




차를 내 주며 사는 이야기.

이날 날이 참 좋았다. 더위에 건조함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난 부는 바람이 너무 좋더라...

차 한잔 나누는 이 시간.


외국에서의 커피 타임과는 또 다른 느낌은 호스트와 게스트가 이렇게 마주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해 봐야 알 것 같다.


접촉이 점점더 사라져 가는 시대에...

80~90년대 초반에 남자들이 여자꼬실때 차 한잔 할래요 이랬는데... 

이 감성이 지금 20-30대들에겐 생소하거나 정말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시대는 바뀌고 취향도 바뀐다.

복고는 옛것이 아니라 경험을 못 해본 사람에겐 새로운 것이다. 

그리고 시대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 


 


그렇게 바라본 차왕수! 

해발 2000미터 정도 되는 이곳에, 그리고 촌 구석에 구경온 외지인들. 

생각해보면 우린 한국에서 왔는데... ㅋㅋㅋㅋㅋ




소수민족 아저씨 우리 왔다니까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한다. 

(참고로 셀카 말고 내가 찍힌 사진은 풀프레임 DSLR로 찍은 사진이다. 진심 고퀄... 햐..-_-;)

내가 아마 직접 듣지 못했다면, 그가 자기의 옷을 멋내게 입고 온 이분의 마음을 몰랐으리라. 

그리고 그들의 마음에 위치한 중요도 또한 몰랐겠다.




차왕수 앞에서 ㅎㅎㅎ




얼마 안 가 도착한 다른 동네.




날씨 선선해서 좋다. 




경원 형님 덕분에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난다.

내게 사실 놀랄만한 것은 형님이 현지인들과 쌓은 인간관계, 그리고 현지인들로부터 받는 존중감이다.


젊은 세대와 달리 어른들 세대의 중국인들은 한국에 갖고 있는 느낌이 같지 않다.

솔직히 우리야 뭐 한류고 뭐라 하지만, 관심없는 중국인들에겐 옆에 있는 나라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국은 절대로 한국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야 경쟁자로 생각하지만....

ㅋㅋㅋㅋ 그건 우리 생각이고. 

중국의 절강성이 우리나라 인구와 사이즈가 비슷한 규모인데... 보기는 봐도 실제로 그럴리가.





한국사람으로서 좀 씁쓸하지만 사실이다.


이 가운데 십년넘게 현지인들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맺어오는 형님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엄청 존경스럽다.

내 성격이 별로 온화하지 못해서 그런것도 있지만 내가 주변에 보고 닮을만한 점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건 참 좋은 일이다.

환경만큼 중요한게 있을까? 그러지 못한 환경이라면 배울만한 사람을 찾는 적극적인 노력 또한 도움이 된다고 본다.

운남성에 와서 여행간의 시간도 되돌려 보고, 스스로의 반성도 굉장히 많이 한다.




ATV에 밥 좀 주고 ㅎㅎㅎ




더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야제.




남나산 초제소에서는 한지 포장을 마치고 외곽 포장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나무 잎에 포장을 한다.




대나무 잎으로 포장을 마친 보이차. 




솜털형태의 가시가 굉장히 많은데 잘 말려진 큰 대나무 잎에 아주 약간 수분을 멕이면 연성을 갖는다.

그렇게 포장이 시작된다.




다화담 누님은 지금 포장에 집중. 

길이를 맞춰가며 보기 좋게 수가공! 




날은 굉장히 더운 이곳, 찐다 쪄. 

긴 옷을 입으면 더워 버티기가 힘들다.

반팔 옷을 입으면 포장하는동안 가시가 달라부터 피부를 괴롭힌다. (정작 사진엔 색 때문인지 잘 안보임;;;)


정말 쉬운게 없다. 그리고 포장 또한 손이 정말 많이 간다.




다음 단계가 남았다. 

화인(火印), 바로 불도장을 찍는 단계가 남은 거! 




이렇게 불도장을 찍으면 멍송(勐宋) 지역, 올해의 차가 탄생 한다.




저 포장재는 외부로부터 습기를 막고 적당한 완충의 역할을 한다.

만져보면 코팅된 것처럼 굉장히 부드러운데... 이거 정말 멋진 포장재라고 생각한다. ^^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니 이곳에서 알게된 중국인 꺼꺼(형님들)로 부터 식사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으잉?!!?!?!?!?!!?! 

우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돼지 통구이.

진짜... 통구이다.

필리핀에서 똑같은 형태로 레촌이라고 하는 걸 먹어봤는데, 중국에서 먹게되다니... ㅎㅎㅎㅎㅎ

꺼꺼먼! 시에시에 니먼!!!!! 


하루를 보내고 다시 멍송으로 왔다.



새소리 가득한 차산.


이곳 차산지는 나비, 날벌레가 많다. 

어떤 것보다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ASMR 음향 따기에 만들기에 최적의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근데 벌레는 싫다.




점점 얼굴이 쩔어가기 시작하는 얼굴.

살도 많이 찌고, 몸의 피로도도 쌓인데. 쉬긴 쉬는데 음식 먹고 설사할때가 적지 않은거 보면 한달 넘었는데 계속 적응중인 내 몸을 보게 된다. 




새로운 작업이 생겼다.

바로 보이차를 통해 다시 만들기 시작한 찻기름의 결정체 차고(遮膏)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그냥 불이 아니라 장작을 떼어 24시간 계속 열원을 공급해준다.




정성스레 찻잎을 2시간여 달인뒤 깨끗한 면포에 걸러 불순물없이 깨끗한 찻물만 은탕관에 넣고 중탕으로 무려 일주일의 시간을 달인다.

사진에 보이는 차는 애뢰산의 아포차인데...

정말 독특한 맛이다. 




커피로 치자면 케냐의 느낌을 준다고 할까? 와이니한 향과 맛이 혀를 감싸는데 다른 어떤차보다 야생성(이 느낌을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커피에서도 느끼지 못한거라)이 강하게 다가온다. 

DMZ에서 산에 있을때 맡던 나무와 풀향의 느낌, 건강해지는 느낌을 주는 약초의 향도 연하게 온다.




밤을 샌다.




그렇게 이곳에서 3교대로 일하며 차고를 만든다.

새벽 이슬을 맞아가며 실시하는 작업이다. 근데 이 정도는 뭐 별거아니지. 


과거 황제들이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녔다는 차고. 

이름도 능치백병(能治百病-능히 100가지 병을 치료한다)이라고 중국의 문헌에 나와 있을만큼의 효능을 지닌 엄청난 희귀템이자 중국에서도 싸구려가 아닌 좋은 차로 만든 차고의 경우, 가격이 무시무시하다. 현재에도 이건 아는 사람만 쓴다. 

고차수 보이차를 찻물로 우려낸 다음 그것을 다시 수분만을 날리고 차 안에 있는 진액을 모은 찻기름(膏)이 우리가 만들려는 결실, 바로 보이차고.


이곳에 와서 머릿속을 간질이는 아이디어가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굉장한 흥분이 된다. 


일주일 뒤, 차고의 모습은 어떻게 나올까?  ^^ 



지침, 그리고 호기심으로 하루를 보낸다. 


2018년 5월 18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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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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