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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101일차 : 이튼(Eton), 돌담에서 영국을 느끼다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3. 10.

자전거 세계여행 ~3101일차 : 이튼(Eton), 돌담에서 영국을 느끼다 


2018년 8월 25일


떠날 날이구나.

서유럽으로 오고 나선 매일이 바쁜 일정이다. 

여행기를 보면 알겠지만 하루하루 이렇게 진행이 되다보니, 당시 여행기 작업도 굉장히 빠듯했다. 

피곤피곤...



맡겨 놓았던 자전거를 가지러, 가야지.




비셔 집으로 왔다.

다음에 올때 내가 비셔와 그의 친구 마흐디와 함께 커피 한잔 하자고 했다. 





그러더니 마흐디가 잠시 기다려 보라며 자기가 만든 커피를 내게 건넨다. 

야, 나 이거 마셔봤어. 안에 카다멈이 든 거네. 

바로 오만에서 자주 마시던 향신료 '카다멈'과 커피를 함께 넣어 만든 거! 

그러더니, 오~ 너 커피 좀 아는구만! 인정! 이런다. ㅋㅋㅋㅋ

한국엔 카다멈이 없어서 정말 익숙하지 않는 맛인데 그 맛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왼쪽이 마흐디, 오른쪽이 비셔.


자전거 보관조차 불가능했던 런던. 

비셔 덕분에 내 런던의 일정을 잘 마무리하고 떠난다.


비셔는 몇년 전 한국에 온적이 있고 나름 좋은 기억을 얻고 갔나보다. 여행을 하면서 단편적으로 얻는 경험과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갖는 호의가 그에겐 어느정도일지 모르겠지만 그가 한 말로 보아 적어도 나쁜 기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리아에서 온 난민이었다. 만난 다음날 난민 신청 문제로 굉장히 초조해하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 만나니 그 문제가 잘 해결이 될것 같다며 밝은 모습이다. (현재까지도 잘 있다.)


그를 통해 내가 도움을 받고보니 마케도니아에서 그리스로 갈때 만난 시리아 난민이 생각난다. 

철길을 따라 독일로 넘어가던 시리아 난민들. 그들에게 건넸던 먹을것과 약간의 돈이 내게 되갚아 진걸까? 

런던에서의 다급한 내 처지를 난민이 도와주다니. 사람일이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다.

이제는 가기가 굉장히 힘들어졌고, 그의 가족들은 떨어져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마음 한군데가 조용히 출렁이더라.... 

아마 이 시간들과 일을 난 잊기 힘들꺼다.


재미있게도 비셔는 오늘 자전거 여행을 출발한단다.

런던을 출발해 북쪽으로 간단다. 일주일동안 열심히 달려보시게! ㅎㅎㅎ

나도 남은 여행 안전히, 그리고 너두 안전히! 

그리고 너의 나라에 빠른 평화가 오길.... 인샬라...!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한뒤 오늘의 여정을 나선다.




자전거 없이 다니다보니 이동 반경이 좁았다. 

빠듯하게 전부 볼 순 없다. 찍기 여행할 짬도 아니지. 미래를 위해 남겨놔야겠다.

한편으론 그런 시간과 때가 안 온다고해서 아쉬울 지언정 후회는 안한다.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란 말을 종종 떠올리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모든 것인지는 잘 몰라도 많은 것들이 마음에 달려있다. 

새로운걸 본다고 해서 더 자극이 생기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것도 아니다. 

그저... 그저 내 마음에 달린거다.



오늘은 원효대사...는 아니더라도 수행자 마인드로 한번 라이딩을 해 볼까? 


런던 시내를 벗어나 외곽에서 커피 한잔을 만들었다.




아까 커피 만들다 신기한 일이 생겼네, 마술! 

커피가 중간에 떠 있네! 




거미줄 페이크가 되겠습니다. ㅋㅋㅋ

눈도 속는다... 

마음으로 봐라...는 개소리를 여기에 붙이면 좀 그렇지...? 




런던을 좀 나와보니 히드로 공항쪽을 지나는구나.

생각보다 많이 머네. 

런던 공항 구리다던데.




적당한 오늘.

영국에 오니까 특히나 사유재산, 공간에 대한 표지를 많이 보는듯하다.

지역 표시, 영역 등...




한 시간 넘게 달려나오니 눈 앞에 나타난 멋진 공원.

이름하여 홈 파크(Home park)




넓은 공원에다 작은 요트가 다닐수 있는 물길까지...

굉장한 정성을 쏟아 놓은 이곳을 의도치 않게 왔는데 알고보니 이곳, 굉장히 유명한 곳이었다. 




바로, 영국 왕실이 묵는 세군데의 공식 왕실 거처 중 한군데인 윈저(windsor) 성이다!

영국 역사에서도 의미 깊은 곳이자 현재 왕실 거처로도 쓰이고 있는 곳.

들어가려고 했으나... 

많은 방문객들 그리고 자전거 두기가 어려워 그냥 발길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




탬즈강을 따라 조성된 주변 환경은 자전거로 오던 내게 재미진 볼거리였는데 이곳에 성이 있었구나. 

멋있다고 표현하기에 이곳이 품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굉장한테... 오늘은 수행자의 마음이라 조용히 관조(?)만 하는걸로... 

여행자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기회가 되면 와 보는걸로.... 세상은 넓고 즐길 곳은 많으니까. 

 


윈저성에서 몇백 미터만 올라가면 

이튼(Eton) 이라는 곳이 나온다.

낯익은 이름 이튼 칼리지가 있는, 바로 그 이튼! 




우와... 동네 뭐 이래... ㅋㅋㅋㅋㅋㅋ 

진짜, 대학도시 아니 대학 마을인가??? 


이튼 칼리지(Eton college) 에 대한 짧은 설명! 


1440년 헨리 6세가 설립한 퍼블릭 스쿨(영국의 상류층이나 부유층 자제들이 다니는 중등교육 사립학교). 수업료와 기숙사비가 비싸 왕실을 비롯한 상류 계층의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이나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명문학교이다. 





출신 대학교보다는 퍼블릭 스쿨 출신이라는 것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더욱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는 과거 엄격했던 영국의 계급 제도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으며 영국 사회를 지탱하는 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튼 칼리지는 퍼블릭 스쿨 가운데 명문 중의 명문으로 꼽힌다. 이튼 칼리지는 남자만 다니는 기숙사 학교로 운영된다. 왕실의 자제로 기숙사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상류 계급은 원래 가정교사를 두고 교육했으나 학교라는 공공장소를 만들어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라는 지식백과의 설명이 있다.




한국이었으면 또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을 엄청나게 일으켰겠다.


남자들만 다닐수 있다는 이튼 칼리지.

남자나는 남자이므로 어깨 뽕 넣은 모양마냥 가려다 no cycling을 보고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걸었음. 

수행자의 마음으로... ㅎㅎㅎ




이 길 담벼락을 잠시 걸었는데... 히야... 기분이 정말 묘하더라....

진짜 설명하기 힘든 이 느낌.


맑은 날이었다가 비내릴때로 변하기 전 축축함이 박제되어 있는 그 느낌!

여름은 지났고 가을은 아닌 어떤 시간이 멈춰있는 그런거?

돌 사이에 그것들이 긴 시간 찡기고 박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설명하기 힘든 이 느낌이 바로 영국이 주는 느낌인가보다.




이튼을 나오니 금방 또 시골의 풍경이다. 

무한!!!도전!!!! 

도니(Dorney)~~ 도니~~~ 정형도니 형 생각나.




시골길 달리는 오늘 길은 적당한 비포장과 뜨뜻한 날씨로 양호! 

분위기가 좋아서 이곳에서 캠핑하고 싶을 정도였다.

잠시 앉아 물한잔. 잠시 앉아있다보니 뱃속에 불어오는 폭풍.


숲으로 얼른 들어가 뒷처리를 하고 나왔다.

그러고 나니 또 배가 고픔. 


비워야 채운다.

캬, 스스로 한 말에 자뻑. ㅋㅋㅋ 오늘은 정말 수행자 삘~ 충만한하네. 

오늘만 같아라. 성불하겠다. ㅋㅋㅋㅋ 



 

잠시 앉아 쉬었더니 벌써 해가 저물어가는 구나.

오늘 잠잘 곳을 찾아 얼른 가야한다.




이동. 넓은 밭 아니면 숲이 나온다.

쿡햄 라이즈(Cookham rise)를 지나 쿡햄 딘(cookham dean) 이란 곳에 오니 숲이 보인다.




밤길 많이 그리고 오래 걸었다.

오늘 땀도 꽤 흘린데다 늦은 시간까지 이동하다보니 굉장히 지친다.


달빛을 보니 오늘의 수행을 빨리 마무리하고 잠잘 곳을 찾아 한숨 자야겠다. 내일을 위해서. 

Marlow 라는 곳과 가깝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숲속에 텐트를 쳤다.





밤 10시가 넘어간다.

굉장히 음습한 분위기의 주변이다. 

비내리기 전 불어오는 습함을 동반한 거친 바람은 나무가지와 잎을 굉장하게 날려댄다. 

몽환적인 분위기로 밤하늘의 달은 어슴프레 내 얼굴을 비춰준다. 


오늘 하루.. 어쨌거나 수고했다! 


내일은 내가 영국에 온 단 한가지 이유를 해결하러 간다.

십년 넘는 시간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을 보러.


가자! 옥스퍼드로.



2018년 8월 25일 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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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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