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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103일차 : 옥스포드(Oxford), 섀도우랜드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3. 13.

자전거 세계여행 ~3103일차 : 옥스포드(Oxford), 섀도우랜드 


2018년 8월 27일


어제 엄청난 비를 맞고 온데다 라이딩 하느라 힘도 많이 썼던터라 몸에 지친 정도가 상당하다.

아침부터 일어나는데 등과 다리 모두 움직이가 힘들 정도로 쑤시고 땡긴다. 


영국에 온지 일주일이 넘었다.

벨기에 때부터 제대로 못한 빨래 처리를 해야한다.

아~ 일상! ㅋㅋㅋㅋ 

숙소에 맡기고 나니 마음 한켠이 좀 편하구만! ㅎ 





커피 한잔하고 밖으로 나온다.

옥스퍼드 시내로 천천히 이동한다.




밤에 봐선 몰랐는데, 낮 시간에 보니 2층 이상의 건물들이 여기저기 있다.

지도를 보니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대학이 있는 주변이다. 

듣던대로 우리나라처럼 캠퍼스를 이뤄 하나의 지역 형태로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건물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해리 포터같은 소설을 좋아했으면 찾아갔겠지만 아직 해리포터를 읽은 적이 없고, 관심이 없어서 대학교 내부를 따로 찾거나 그러진 않았다.




영국의 작가이자 우리에겐 반지의 제왕 저자로 알려진 톨킨의 이름을 보다니.

내겐 C.S.Lewis가 잠든 무덤에 한번 와 보기 위해 온 옥스퍼드, 그리고 영국.

루이스, 톨킨, 찰스 윌리엄스 등 옥스퍼드의 유명한 문화인들의 교류가 있었는데 그 모임을 잉클링스(Inlkings) 라 불렀다. 

나름 글빨, 말빨되는 사람들의 모임인 덕분에 영국 내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모임이었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모임의 이름을 딴 곳이 1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도 있다. 




멋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멋지긴 한데, 그 감상 이상을 넘진 않는다. 

큰 허탈감과 진이 빠진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다 보니 몸이 제대로 말을 안 듣는다.


나는 적어도 이곳을 오면 좀 더 쌩쌩함, 생기넘침을 느낄꺼라 생각했는데 막상 어제 무덤가에 가서 느꼈던 바는 생각하던 바가 아니었다. 

나도 설명하고 정의하기 힘들 정도의 멍함과 복잡함, 그리고 허무함...





https://goo.gl/maps/sTA5TXnPHyH2z8CDA




<이글 앤 차일드>

옥스퍼드 대학 근처엔 The Eagle and child라는 펍이 있다. 잉클링스 모임이 있었던 장소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들이 이곳을 주기적으로 찾아 한잔 한 것을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이곳엔 그들의 흔적을 작게 전시해 놓았고 잉클링스 멤버들을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이 이곳을 한번씩 찾는다고 한다.

이곳의 펍을 가보려고 했으나... 나는 좀 더 떨어진 다른 특별한 장소로 가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지.

C S 루이스 자연보호지역이다.

https://goo.gl/maps/vYj7mzzkThEgbE8A9


시내에서 약 5km. 




공원으로 




도착.

그리 크진 않은 공원이다. C.S.Lewis 가 생전 이곳을 거닐면서 여러가지 사색들을 하면서 보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루이스가 옥스퍼드에서 살았던 그의 생가에서도 불과 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곳이다.




오늘 날씨를 어떻다고 말하기 전에 든 생각이 있다. 

이런 날씨가 영국의 대부분이고 변화도 심한데 그런 멜랑꼴리한 분위기 속에 사람의 이성과 감정은 침잠하기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이곳을 잠시 거닐며... 

생각에 대한 생각과 C.S.Lewis가 이곳을 거닐며 만든어낸 작품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루이스에 대해 나니아 연대기같은 판타지 소설류를 통해 접한 사람이라면 그저 판타지 소설을 쓴 작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기독교 변증가 이기도 하다.

또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번역되지 않은 여러 책들이 있는데, 책이 정말~~~~~ 어렵다...  




찬찬히 걸어봄...

이러한 곳을 거닐며 상상속 새로운 세상을 창조를 해 냈다니.... 

공원은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다. 방치된 느낌도 있고, 물 관리도 좀 해줬으면 하는데... 

여긴 영국이니까.

아직 번역이 안 된 그의 작품을 나중에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




루이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한 멋진 영화가 있다.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한 섀도우랜드!

그의 여러 책과 더불어 그의 삶이 유명해진 것은 바로 그의 삶을 다룬 영화, <섀도우랜드(Shadowland)> 때문이 아닐까.

C.S.Lewis는 그의 삶 50년이 넘는 시간을 독신으로 살다가 미국에서 온 작가이자 공산당원이었던 조이 데이빗먼과 교류를 하며 깊은 교감을 가진다. 

조이는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였고 미국으로 돌아가 이혼을 한뒤 영국에 정착을 하려했다. 루이스는 그녀의 비자 문제를 도와주고자 시민권을 얻게 하기 위해 형식적인 결혼을 치른다. 그의 삶을 조이보다 더 긴 시간 봐온 주변의 많은 동료 교수들과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혼을 감행했다. 

형식적으로 결혼은 했지만 그는 조이에 대한 사랑하는 감정을 마주 하지 않으려고 했고, 끝까지 그 마음을 도피하려 했으나 조이가 말기암 진단을 받고 난 뒤 그의 감정에 대해 솔직한 표현을 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루이스는 조이와 병실에서 진짜 결혼식을 올리고 짧은 시간 행복한 삶을 살다가 조이는 세상을 떠난다.






둘의 실제 이야기가 영화를 통해 알려진 것도 있지만, 조이와의 상실을 <헤아려 본 슬픔>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어 우리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루이스의 다른 유명한 저서들도 있지만 조이와의 상실을 다룬 가명으로 낸 그의 책 <헤아려 본 슬픔>은 내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루이스의 저서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지성으로 설명되는 책에 비해 그의 감정을 그의 이성으로 조심스레 다듬어 이야기 한다.

여행을 떠나기 6년전에 읽었고, 영화는 책을 접한뒤 이곳에 오기전에 봤다. 

두 행동의 간극이 14년인데 감동은 더 컸다. 

(섀도우랜드는 슬픈 영화지만, 특히나 상실의 아픔을 가진 분께 추천드린다.)




공원을 나와 이동.

공원에서 나오는 길엔 루이스 생가,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루이스 롯지도 있다.

매니아들은 루이스 투어도 가던데... 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되려나.




몇백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트리니티 교회에 다시 들렀다.

'루이스 씨,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갈 이유의 작은 실마리를 당신의 글을 통해 얻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루이스가 죽은지 약 60년이 지났다. 

그가 남긴 글로 저~~~멀리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전거타고 그의 무덤앞에 온걸 그가 생전에 생각은 해봤을까?

알수없다. 다만, 그의 책이 시대를 아우른다는 것은 그의 사후 내게 미친 영향(그게 뭐라하든)과 같다.

햇수로 여행 9년차다. 

여행기를 쓰면서 많은 분들께 메세지를 받는다.


10대의 학생들부터 70대의 어르신들까지.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중학생이었던 친구는 군대를 갔다 전역까지 하는 시간이 되어버렸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고, 또 다른 이들은 자기의 삶을 살다 이 세상을 나보다 먼저 마친 사람이 있다. 

나이를 막론하고 우리가 태어나면서 겪는 오만가지 삶의 모습들. 남녀노소할것 없이 언제나 생기는 번민과 방황. 

루이스 같진 않더라도 내 여행기를 보는 누군가에게 삶의 건설적인 방향을 찾는데 작은 단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전거 짐받이 뿌라졌네.ㅋㅋㅋㅋ




되돌아 간다. 




옥스퍼드 시내로 되돌아와 한바퀴를 돌아본다.




충분하다.

이정도면 됐다.


아...

옥스퍼드... 


만족한다. 됐다.

이정도면 됐다. 


2018년 8월 27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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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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