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지는 새해 다짐과 삶의 유한성, 그리고 리얼미터 김주영 님
작년에 대학ROTC 후배가 신혼 여행을 갔다가 여행지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큰 키에다 훤칠한 외모, 똑똑한데다 센스까지 있어서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고 결혼을 했었다.
해병 장교 출신이 안전장비를 착용하고도 바다에서 사고를 당할지 어떻게 알았나.
그 사건에 얼마나 놀랐던지. 결혼한지 며칠 뒤에 벌어진 일이라 주변인들 모두 믿을 수 없었다.
어제 저녁 뉴스엔 여론 조사 기관 리얼미터 김주영 님께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누군가 싶어 사진을 보니 본적이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의 목소리는 아마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훤칠한 외모와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았고 뉴스 공장에 출연해서 그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뜬금없는 사망 소식이라니.
불과 며칠전까지 활동을 했다는데, 와...
전날 저녁에 봐서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는데 사건의 당황스러움까지 더해지니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보니까 나보다도 어렸구나. 젊은 나이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우리 삶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아, 그리고 또 희미해지겠지?)
2021년 새해가 되고 나서 요 며칠간 저녁마다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다.
작년 한 해 전 지구적인 변화로 인해 내게도 생긴 상황을 보며, 기록을 살펴 다시 해야할 것들에 대해서 정리, 그리고 다짐한다.
뭔가 쳐지는 기운속에 작년 한해를 살았다는 느낌이 크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난 뒤 그동안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여러가지를 해 보고 있다. 다만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환경을 바꿀수 없는 상황에 수동적이고 힘빠지게 살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계획을 하더라도 100% 그대로 될 일은 없지만 그래도 방향을 잡을 수 있으니 망해버린 작년의 계획을 수정해 올해 다시 해 볼 생각이다.
가야할 방향을 모른다면 어디든지 가도 상관이 없는 일이 되어버리니까.
문제는 힘이 자꾸 빠진다는 거.
새해의 목표와 다짐을 잠시 접어두고, 핵심되는 부분을 하나 더 생각해 보려 한다.
바로 삶의 애착과 절실함.
남들이 말하는 삶이 참 짧지만, 내 인생은 길다.
한편으로 내 삶은 길면서도 짧다.
먼 곳을 바라보며 가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오늘 당장 서 있는 이곳을 벗어날 수는 없다.
매일 서 있는 곳의 연장이 우리의 삶이고 미래인걸.
10년 뒤의 미래도, 1년뒤의 미래도, 불과 1분 뒤의 현재의 연속안에 있으니까.
멀리만 보면서 참고 살아온 부분과 삶에 대한 무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하나에 하나씩.
코로나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시나 몸과 마음에 배인 태도는 쉽게 변하는게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해야할 것들이 하나둘이겠냐만 복잡할 때 좀 접어두고 하나씩 해내가야지.
천천히, 그러나 끈기있게....
앞서 유명을 달리한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죽기전에 내게 남는 것, 내가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이 욕망 또한 사회화 된 것일까?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우리식 새해인사는 보통 음력 설까지다.
이 시국, 대면 인사는 어려워도 긴 시간 아껴준 주변분들에게 더 잘해야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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