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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여행지일상31

#9. 밤거리, 금발의 그녀 #9. 밤거리, 금발의 그녀 어느 날 저녁, 배가 고파서 들른 햄버거 가게.창을 통해 바라본 밖은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는듯한 모습의 여성들이 서 있었다.큰 눈과 오똑한 코, 예쁜 화장과 함께 그리고 날씬한 몸매를 과시하듯 잘 차려 입은 옷. TV에서 말하는 아름답다는 미의 기준에 이곳은 정말 그 표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라서 나도 눈이 간다.그녀들의 머리칼은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부드럽게도 흩날린다. '우크라이나에서 여자 꼬시려는 터키애들 정말 많더라.'조지아에서 만난 한 여행자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서 있던 여성들 주변으로 인도, 중동 혹은 아프리카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배회중이다.그렇게 둘셋으로 다니는 몇몇이 서 있는 여성들에게 말을 건넨다.짧은 대화 후 함께 차를 타고 사라지는.. 2016. 12. 20.
#8. 길 위의 인생 #8. 길 위의 인생 타이어 펑크가 났다.'아, 또 와뿐네... 후.....' 수리를 하고 짜증스런 물웅덩이와 울퉁불퉁한 언덕길을 달렸다.살면서 원치 않아도 겪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라 몸 상태에 따라 원치 않아도 걸리는 감기와 같은 것 따위들. 길 위에서 나름의 개똥철학을 나의 인생에 한 조각씩 모으길 몇년....개똥철학도 켜켜이 쌓이니 쓸만한 덩어리가 됐다.근데, 어디에 쓰나?? 기차길을 따라 서유럽으로 올라가는 이란과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을 보았다.추워지는 날씨속 그들은 목숨을 걸고 그리스의 위험한 섬을 건너 걸어서 독일로 간다고 했다.히잡을 둘러쓴 여자들과 아기를 품에 안고 걸어가는 몇몇의 아빠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그들은 새로운 삶을 찾아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주몽! 주몽!.. 2016. 12. 9.
#7. 그녀는 그날 저녁 또 흐느꼈다. 그녀는 밤마다 울었다.나는 알지 못했다. 찢긴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남편으로부터 받은 폭행과 폭언 그리고 더 이상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것.자기는 여자이기 때문에 아무 권리도 없다는 것.이혼해 주지 않아서 이젠 더 이상 쓸모 없는 길거리 여자 취급당하는 사람이란 것을. '날 이 나라에서 데려가 줄 수 있어?''니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게.''이곳에서... 정말,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살수가 없어.' 소리없이 눈물은 그녀의 화장을 지워가며 뺨을 흐르고 있었고, 듣고 있는 음악은 싸구려 이어폰 사이로 새어나왔다.터진 수도꼭지처럼 흐르는 눈물과 헐떡이는 어깨 몸짓이 가볍게 들리던 아랍음악을 더욱더 경박스럽게 만들었다. 매일 그리고 매일. 흐르고 있는 눈물은 그녀의 슬픔의 심연을 채우지.. 2016. 10. 23.
#6. 1000페소의 낭만​ #6. 1000페소의 낭만​ 먼 땅, 내 나라에서 20년 넘게 느끼던 흐드러지는 봄 기운을 느끼고 싶어 몸서리 칠때 얼마만인지 길까페에서 따스한 바람의 간지러움을 느낀다. 바람결에 날려오는 어여쁜 아가씨의 머리결이 뿜어내는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한다발의 꽃처럼 진하고 바로 옆을 스쳐가는 어린 소녀의 피부 냄새는 상큼달달하다. 아주 오래전 가슴뛰게한 설레임을 느끼게 하는 바로 그 냄새에 봄이 왔음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길에도... 봄이 왔다. '커피값 여기요...' '아.... 잔돈은 나중에 날씨 좋을때 다시 올테니 그때 커피로 주세요.' 어느 책에서 본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한번 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따뜻한 충만감을 주었다. 허세 부려보며 졸린 눈을 비비며 나른하고도 따스한 이 .. 201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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