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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 영화] 화이트 타이거 리뷰 / 카스트 제도와 닭장, 삶의 애착

by 아스팔트고구마 2021. 4. 14.

[넷플릭스 영화 추천] 화이트 타이거 / 카스트 제도와 닭장, 삶의 애착

난 직접 체험이 웬만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대리체험은 삶의 시간적 공간적인 한계에서 적당한 만족함을 주기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일주가 끝나고 나서 여행 못가서 아쉬운 나라가 있는가 하면 전혀 궁금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여행 경험과 현재 상황 때문일까, 과정이 충분히 예상되어서 크게 궁금하진 않지만 심정 변화로 인해 극도의 무료함이 생기면 생각나는 여행지도 있다.

 

 

 



내겐 인도라는 나라가 그렇다.



넷플릭스에서 <화이트 타이거> 프리뷰 영상을 보다 잠시 재생해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전개에 끝까지 다 보고 말았다. 

 

인도 영화 속 인물과 맞닿은 내 경험 때문일까 별로 안 친한 인도 (아는) 지인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1. 경험과 감정

직접 겪은게 확실히 기억에도 강하게 남는다. 
영화 속 주인공 발람의 대화 방법이 두바이에서 지낼 때 만난 인도 친구들과의 대화 방식이 너무나 똑같아서 영화 보고 웃기면서도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호기심과 그냥 정도였지만, 무게감 있었던 미국산 인도 영화, 화이트 타이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고, 미국에서 만든 영화라 그들 시각에서의 영화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병맛 노래와 댄스가 나온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희망섞인 주제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 보고 나면 우리가 곧 마주해야하는 현실과 내 모습을 보게 만든 영화.
 
인도에는 분명히 존재하리라 생각하는 이야기, 이 영화 <화이트 타이거>를 추천하고자 리뷰를 남기려 한다. 

 

 

 

 

2. 줄거리 (스포가 포함 됩니다. 보실 분은 패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의 주인공 '발람'은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집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장학금 추천을 받았지만 할머니 때문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숯을 깨는 작업으로 연명하던 아버지, 형은 차를 끓여 파는 직업(그들의 카스트) 으로 삶을 꾸려간다.


그들이 사는 지역에는 지주와 그 지주의 큰아들 몽구스가 한번씩 와서 돈을 걷어간다. 돈을 제때 내지 못한 발람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구타나 구박을 받는다. 



 

발람의 아버지는 결핵에 걸리지만 치료하기가 힘들었다. 
동네엔 병원이 없어서 이틀이나 걸려 다른 동네 병원으로 가야했다. 
그러면서 발람이 깨달은 것은 자유 민주주의 아래 가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발람의 아버지와 형이 번 돈은 족족 할머니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아버지와 본인의 삶은 그의 할머니 손에 저당잡혀 있다. 할머니는 돈을 벌어 할머니의 주머니를 채워주길 기다리면서 또 독촉한다.

 

 

 



어느 날, 지주가 그의 둘째 아들과 함께 그의 집에 찾아왔다. 
그는 둘째아들 '아쇽'을 보는 순간 그는 그의 운전기사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한다.


아쇽은 미국에서 학교를 나와 사고방식이 미국식이었고 인도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를 갖고 인도로 돌아온 사람이었다. 



 

발람은 시골마을에서 떠나 지주의 집으로 와 운전기사가 되길 청했고 그는 할머니에게 돈을 빌려 운전을 배운 뒤 수완 좋고 발린 말을 더해 마침내 운전기사가 되었다. 



 

 

아쇽을 따라 대도시인 델리로 온 발람.

 

 


부자인 아쇽의 가족이 인도 정치계 이곳저곳에 돈을 대고 있음을 알고 있던 발람은 대화를 엿들으며 고위 정치인들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이 국가 시스템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고 움직이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알게 된다.

 

 


아쇽을 제외한 가족들은 발람을 종처럼 다루었지만 아쇽과 그의 와이프 '핑키 부인'은 발람을 그들 가족과 달리 친절하게 대해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핑키 부인'의 생일이 되었고 그들의 생일 파티를 했다. 


거하게 취한 상태로 '핑키 부인'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돌아가는 길에 사람을 치어 죽이고 만다. 
발람은 사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목격자가 있는지 확인 후 그 자리를 떠났고, 아쇽과 그의 와이프는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다음 날이 되어보니 지주와 큰 아들 몽구스가 발람을 음주 운전 사고의 당사자로 서명하라는 서류를 다 꾸며 그에게 사인을 하라고 종용한다. 

발람의 가족에게 이미 양해를 구했다고 하면서 그를 자랑스러워한다는 헛소리와 함께 결국 서명하게 만든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쇽은 형의 꾸지람에 발람을 제대로 변호 해 주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기만 했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함 감정과 엄청난 모멸감을 느낀 발람. 
제대로 거부하지도 못한채 덜덜 떨면서 그는 싸인을 했고 자책감을 느끼며 엿같은 세상을 탓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건은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고 무사히 종결된다. 

 

 


인도 사람이지만 어릴때 이민을 떠나 미국에서 자란 핑키부인은 차 사고 이후, 아쇽과 그의 가족이 하는 행동에 대해 쌓인 불만 어찌하지 못하고 결국 그녀는 아쇽을 떠난다. (아쇽의 가족은 그녀를 차별대우한다. 여자라서)

 

발람은 자신이 당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건물 내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아쇽의 눈을 속여 돈을 챙기기로 결심한다. (기름 빼돌려 팔기, 주인차로 택시비 벌기 등) 

하지만 그는 얼마 안가 들킨다. 
아쇽이 찾아와 그가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며 그에게 찾아와 미래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발람 또한 친해졌다 싶어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다 아쇽에게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얼마지나지 않아 발람은 그를 대신할 대체자가 정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과 고민을 한 끝에 그는 마침내 그의 삶의 굴레 '카스트의 닭장'을 벗어나기 위한 결심을 한다.


 

 

 

비오는 어느 날, 정치인의 뇌물용으로 쓸 '빨간 가방'을 들고 탄 아쇽을 죽이고 돈을 차지한다.

발람은 한동안 그 돈을 갖고 도망을 다니다, 그 돈의 상당 부분을 지역 경찰에게 뇌물로 갖다 받치고 그 지역에서 그의 입지를 다져나간다. 



 

그는 콜택시 업체 '화이트 타이거 드라이버스'라는 회사를 세워 큰 돈을 번다. 

그는 수배자가 되었지만 그의 모습은 인도 절반의 남자가 자신처럼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별 걱정 없이 그의 비즈니스를 확장시켜 나간다.

그렇게 발람은 마침내 그의 닭장을 벗어나 사업가로 살게 된다.

 

그의 주인과는 다른 좀 더 인간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발람이 아닌 '아쇽' 이라는 이름으로...

 

 

 

 

 

3. 카스트 제도라는 닭장 그리고 삶의 애착

화이트 타이거는 보고 나서 최근에 매스컴을 장식하는 현실적 문제가 좀 맞닿아있어서 내겐 무게감 있는 영화로 다가왔다. 


(다시 봐도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한다. 알고보니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란다.ㅋ)

 

 



 

사람이 처해진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모순이 가득한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만 할까? 
 
이 질문에 Yes 라면 이 영화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 No 라면 감정이입과 의미 발견에 이 영화는 값어치가 충분할듯 싶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인도의 카스트 제도. 
그런 시스템 속에 살고 있지 않은 우리에게 주인공 발람의 기분을 느껴보라는 말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쁜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쉽다. 
사람 죽인 일이 극도의 예외를 제외하고서 괜찮은 일일까? 
하나마나한 소리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타인을 판단한다. 
뉴스에 나오는 수십년간 폭행해온 부모를 죽이는 자식을 못됐다고 해야할까? 

 

 

 

발람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누명을 썼고, 가족들도 그를 버렸고(정말인지 모르겠지만), 사고가 유야무야 되어버린 뒤 그 자백서를 지주 가족이 발람을 협박하는 용도로 쓸 때 그의 기분을 제대로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발람이 그의 주인을 죽였다고 해서 그는 그를 종 취급한 주인과 똑같은 사람이 될꺼라고 말하기는 단편적인 이야기라 생각한다. (다 그렇지. 내 피해 볼 것 아니고 내 알바 아니니까.) 

10년전 우리나라 버전이었더라면 '한'을 품은 복수극으로 가득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언제 시작된지도 모를 카스트 제도가 쌓이고 여물어져서 인도인으로 태어난 그들을 내외부 적으로 닭장처럼 가두는 카스트 제도 속 살아가는 인도인 자신을 본다. 
인도인 스스로도, 발람도 자각하고 있다. 



 

 

카스트 제도라는 그 닭장에서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여러 이유로 꺼내져(아프거나, 다치거나, 사고로) 자기 앞에서 목이 날아가는 다른 닭을 보면서도 자신 또한 그렇게 될 줄 알면서도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가 그 음주운전 사고를 겪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계속 닭장 속 닭으로 살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발람은 음주사고를 계기로 닭장에서 나와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다. 


생존을 위해 눈치를 얼마나 보고, 사람들의 대화를 귀동냥 해가며 그의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어떻게든 채워나가려는 발람의 모습을 보면서 삶에 대한 애착을 봤다.

 

 



이 영화 제목이 백호(하얀 호랑이)인데 영화 속 의미는 이중적이었다. 


'정글에서 나타나는 한세대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하는 신비로운 동물'이라고 설명 하지만, 영화 속 화이트 타이거는 자유로운 정글이 아닌 동물원 우리 속에 갇혀 있었다.


그는 갇힌 백호를 보고나서야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은 주인공이 말하는 닭장을 사는 수억 명의 인도인 중 한명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호랑이는 정글에 있어야지 우리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그는 행동했다. 

그렇다. 
그 누구도 살아주지 않은 자신의 삶.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4. 자유 민주주의 아래 가난은 서글프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 중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를 겪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독재주의를 말하는게 아니라, 사유 재산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을 좀 강조하고 싶어 하는 말이다.

실제로 겪은 사람과 함께 살아서 그걸 옳다고 믿고 내면화하거나 착각하는 사람 말고, 진짜 그걸 경험한 사람들을 두고 생각해보자 싶어서.


사실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다. 

 

 



사실... 우리 한국의 부모님 세대는 그들이 아는 한 최선을 다해 사셨다. 

 

발람이 자기 아버지가 결핵으로 병원가서도 의사가 오지 않아 결국 되돌아 와야 한 상황을 보면서, 
평소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 어쩌면 지금 2021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발람이 말한대로 자유 민주주의 아래 가난해선 안된다는 걸 아는 순간이었다. 

자유 민주주의 아래 살아가는 우리 기회와 과정의 공정함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겨우 나 뿐일까? 
우리 삶에 필요한 복지 정책은 또 어떻고.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가 복지의 대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자유 민주주의 아래 가난하다고 해서 복지가 과연 제대로 먹히기나 할까? 
생각하다보니 정치에 대한 혐오증만 자꾸 생겨난다. 

 


그가 영화 끝에 자기에게 누명을 씌운 아쇽을 죽이고 차지한 돈으로 그가 사업을 일으킨 걸 그 누가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인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게 수긍이 간다. (사람을 죽인 행위를 정당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사회적 약자가,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할 때 어쩔수 없는 삶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욕먹는 바닥 인생을 살았던 토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인물의 일생을 궁금해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독자분은 어떠실지 정말 궁금하다.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답해 본다면 답이 어떻게 나올까? 
닭장의 닭처럼 계속 살다가 죽거나 아니면 살인자가 되어 자유롭게 살거나...


문득...

이 세상엔 좋은 사람도 있은데, 점점 더 세상은 국가의 '시스템'이 아닌 사람들의 인정에만 기대야만 변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서글퍼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엔 표면적으론 카스트가 없겠지만, 자본주의로 근사하게 포장된 계급 분화는 앞으로 가속화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미친 놈 앞에서 미친 척 하기 / 서로를 비웃으며 

 

 

 

5. 불편하지만 이해가 되는 선택, 그리고 나와 당신의 닭장

발람이 말한 카스트 제도를 비유한 닭장을 두고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생각났다. 
특히 좁은 땅에 5천만의 인구를 수용할 가옥의 형태로 지금 시대에는 편리함을 갖춘 아파트를 선호한다. 

나 또한 어릴적부터 아파트에서 살아오면서 때때로 '닭장' 같다고 느꼈는데, 긴 여행후 다시 한국으로 정착하고 나니 아파트가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에 젖어버렸다. 

최근 나만의 공간을 알아보고자 집을 알아보면, '겨우 닭장' 처럼 여겼던 곳은 지역에 따라 쉽사리 가질 수 없는 '무려 닭장'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편함을 위해 무리를 해서 닭장을 구입한대도 자발적으로 선택한 닭장은 이젠 은행이 채워놓은(사실은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닭장 겸 쇠사슬이 된다.

겨우 집 뿐일까?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젊은 20,30대 들이 FIRE족이나 돈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람이 말했듯, 자유 민주주의 아래에서 나라가 최하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시스템에선 절대로 가난하면 안된다. 
(이런 것에 대해 기대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내가 내린 이 영화에서 받은 적용할만한 결론? 

자유로운 삶을 얻기 위한 닭장 탈출을 위해 살벌하게 제대로 된 경제적 독립을 이뤄라. 


그리고 너무나 우울한 결론이지만.... 책에서나 본 결론을 여기에도 대입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잘못을 저질렀을면 들키지 마라. 


 

 

* 잡설

 

영화는 불편했지만, 내가 사는 곳이 인도가 아니라 감사하다. 또한 인도보다 기회가 많은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우리나라는 가족, 특히 부모님이 희생을 해서 자식을 성공시키는데 반해 인도는 자식을 희생시켜 조부모가 잘먹고 잘사는 구조의 모습으로 대비된다. (너무 다르다..-_-;)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의미있는 한 마디는

 

"이 세상의 실로 아름다운 것을 목도하는 순간 사람은 노예가 되길 멈춘다."'

 

였다. 무슬림 시인 악발의 말을 빌어 한 말이다. 

 

 


그리고... 옳은 방식은 아니지만 발람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발람의 처절한 모습은 절대 비루하지 않았다.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져서 말이 참 횡설수설... -_-; 

발람의 삶을 통해 내 삶의 닭장과 애착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 영화다.


<화이트 타이거> 강추!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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