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세계여행 ~1600일차 : 사티포(satipo), 쓸모 있는 사람
2014년 7월 13일
리마행 버스에 아픈 몸을 누이고 급하게 도착을 했다.
몰랐다.
내 안색이 어떤 모양인지.
숙소 아줌마가 얼굴색이 너무 노랗다고 반복을 한다.
안 좋은거 같으니 빨리 응급실로 가자고 해서 왔는데...
문진을 하고 소변에다 피검사까지...
접수하고부터 3-4번 이상의 단계를 거쳤는데 끝나고 지불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단계마다 가서 돈을 내고 영수증을 얻어와서 검사를 받는 시스템.
흐아, 몸 아픈데 속 천불난다!! ㅠㅠ
약 4시간여동안 수액을 맞고 내 몸상태의 A형 간염과 장출혈.
음식을 먹고 탈이 난걸 보니 와라즈로 가기전 동네 식당에서 먹은 세비체에 문제가 있었던듯하다.
시커먼 색의 대변과 싯누런 소변의 색이 몸 상태를 알려주고 있었다.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됐구나.
괴롭다.
외롭다.
아프다.
정말 몸이 많이 아프다.
다른 것 다 필요없고 무조건 쉬기로 했다.
숙소에 쳐박혀서 몸부터 회복을 해야 한다.
약 먹고, 죽을먹으면서 3일차까지 그렇게 겨우 지냈다.
도착날 한인수퍼가서 구입사놓은 된장 한통을 3일차부터 매일 먹었더니 몸의 회복도 점점 빨라진다.
무거웠던 몸이 조금씩 움직일수 있었고 5일정도 지나니 몸을 짓누르던 기운이 많이 빠진듯했다.
일주일 후엔 먹는 밥의 양도 많아지고 좀 더 다양하게 먹게되고...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신경써주신 수연씨, 포도당 음료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몸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컨디션도 나아지고 있다.
그간의 마음 또한 정말 무거웠다.
밖에 나와 식당도 가서 현지식도 조금씩 먹어보고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와 함께 라 루차 햄버거 먹으러 왔다.
유명한 만큼 맛도 좋은데 종업원이 음료를 내게 엎어버렸다.
우쒸... 콧구멍 평수 넓히게 만드네..ㅡㅡ^
왜 이렇게 나랑 안 맞냐.ㅠ
식재료 사러 온 현지시장.
대형 수퍼마켓이 아닌 메르까도(Mercado-시장)를 일반 수퍼마켓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채소와 요리재료를 구할수 있다.
저렴한데다 싱싱함!
양기가 딸리던 찰나 생강과 마늘, 그리고 어디에서도 볼수없었던 정구지(네, 부추입니다.ㅋㅋㅋㅋ)!!!!!!!!!!
녀석들 잘게 잘게 썰어서 맛나게 먹어주마.
아침점심저녁...
된장국, 된장찌개, 된장라면... 등등을 돌려가며 해 먹었다.
느린 혼자만의 시간.
몸도 많이 회복이 되어간다.
식사후 내 쌍바위골 사이의 비명소리도 점점더 거칠어지고 커지면서 그 향 또한 도저히 가만히 있기엔 힘들정도로 무시무시해지고 있다. ㅡㅡ;;
창문 좀 조용히 열고 이불 좀 들썩거려야겠다......;;;;
숙소에서 3주전에 만났었던 일본 아가씨 아이.(꼬마라는 뜻의 아이가 아니라, 그녀의 일본이름을 발음상 아이(愛)라고 한단다. 일본어를 몰라서;;;)를 다시 만났다.
무슨 일이래???
세계일주 막바지에 있는 그녀, 에콰도르로 올라가기 위해 페루 북부의 뜨루히요(trujillo) 지역을 지나던중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나 모든 물건들을 다 털려버려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던찰나 길에서 다른 현지인이 차비를 빌려줘서 리마로 돌아왔다.
여권 재신청을 했는데 하루만에 나와서 상당히 즐거워 하는 그녀,
'어차피 여행 막바지인데 잘 됐어, 집에도 빨리 가고 싶었는데. ...
돌아갈 생각하니 행복하다. 엄마도 아빠도 보고싶고, 고양이도 보고싶어. 빨리 가고 싶다!! '
좋은쪽으로 생각을 하려 한다.
그녀 덕분에 긍정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며칠 간 재미졌다우!! 일본에 가게 되면 꼭 보기로 하고... 다시 만나자구, Amiga!
오늘은 페루 독립 기념일
구 시가지의 광장으로 나와서 오늘 행사를 보러 왔는데...
구경 나온 사람들은 많은데 말하는 무슨 행사는 언제 시작하능겨??
현지인 친구말로는 이날에 페루 국기를 걸지 않으면 벌금을 매긴다고 하던데...
헐...-_-;
위세의 동상도 닭둘기 아래선 강제 똥샤워 당할수 밖에 없는 처지.
심심해 보이는 군인들만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많이 회복된 몸 상태, 시간을 이미 많이 지체한 상태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시 사띠뽀로 돌아가고 싶다.
친절한 게스트 하우스 아줌마도 매일매일 상태를 물어봐주며 신경을 써줘서 아픔에 소금을 쳐대던 외로움이 사그라 들어 다행이었다.
(All my facebook amigos!! Te amo! 도움 준 페북친구들, 모두 알라뷰 쏘마치!!! ㅠㅠ)
2주의 시간,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은 시간..ㅠㅠ
젊다고 건강을 과신해서도 안되고, 과욕도 부리지 말자.
한방에 훅 간다. ㅡㅡ;
그래도 상비약 몇 가지와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 이틀뒤 사티포(Satipo-사띠뽀)로 떠났다.
긴 시간의 버스를 타고 도착.
종종 연락하던 프랑스 아가씨 레오니는 가족이 페루에 놀러와서 쿠스코에 놀러왔다가 볼리비아로 간단다.
오자마자 하는 일은 역시나 이들의 일상.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커핑테스트다.
원래 커핑 방식은 5개의 컵을 놓아야하는데 최근 수매하는 커피양이 워낙 많아서 샘플 테스트 양또한 약식으로 3컵만 한다.
내가 가져온 생두 커피 샘플...
정말 여러가지 추억과 애증을 담고 있는 하나하나의 생두들...
나와 하나하나의 사연이 참 돌아보면 우스운 일이다.
친구들과 같이 품질 테스트를 해 봐야지. ^^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요 기계에
파치먼트(노란껍질의 커피 내과피)가 있는 커피콩을 넣고 돌리면 생두와 파치먼트가 분리가 된다.
아직 좀 더 해야하는 상황.
결과물
큐 그레이더인 하디가 내게 로스팅을 부탁을 했다.
전문적인 로스팅은 현지인 친구들이 하는거 옆에서 대략 보기만 했지 그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게 부탁한 건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커피를 빼내는 일이다.
홋~~~ 그거야 뭐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래서...
동일한 조건의 변수에서 시간만 달리해 볶은뒤 배출한 커피의 결과물은 이러하다.
같은 종류의 커피 생두를 달리해서 이렇게 보면 아무리 초보자라도 그 차이를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7분대에는 1차 팝핑, 10분대에는 2차 팝핑, 그리고 마지막엔 커피가 거의 타는 지경까지가서 겉면이 커피오일이 번들번들...
마지막 원두는 냄새가 많이 역하다.
흠, 아무튼 미션 끝!ㅋ
창고로 가서 잡일도 본다.
저 앞의 네모난 판은 수확한 커피자루 무게를 재기 위한 저울
수출용 생두는 번호를 매겨 백에 담는다.
요 작업을 저 아가씨 셀리아와 같이 해봤는데 역시나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다.
토요일, 쉴만도 한데 하디가 같이 가자고 해서 새벽에 일어나 오게 된 인근의 커피산지.
커피 농장과 처리공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현지 농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왔다.
이들 삶이 커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결과로 농부들은 커피 품질 향상을 위해서 지역 조합의 전문가를 불러 변화를 주려한다.
몇년전부터 커피의 소비와 확산 속도가 이전에 비해 더 빨라지면서
품질 좋은 커피들이 잘 팔려나간다는 것을 농부들은 교육자료를 통해 듣게 된다.
아무래도 현지 농부들의 입에 들어가는 경제적인 문제는 커피이고,
생존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대충 심어놓고 관리하기만을 바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한뒤 좋은 가격으로 외국에 팔거나 현지에서 좋은 가격으로 주인을 찾아가는건 당연한 상황이다.
그러기에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이들의 삶이 변화를 하게 만든다.
참고로 내가 있는동안에 콜롬비아 커피상들이 이곳의 커피를 '콜롬비아'로 수입해 가기 위해
몇 차례 방문을 했을 정도로 좋은 품질의 커피가 적지않게 생산된다.
경험이 많으면 이들에게 좀 도움이 될수 있으련만... 내가 그러지 못해 속상하다.
저번에 만난 찬차마요 정흥원 시장님이 설명해주셨던 현지 커피 농부들의 삶과 그 수준을 지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차를 타고 다시 이동
농부 아저씨의 집으로 왔다.
같이 온 친구들이 내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서 왔는데
오홋!!!!!!!
이들의 다른 소득수준 향상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사향고향이를 활용하는 것.
인도네시아의 코피 루왁(Kopi Luwak)으로 알려진 방식을 이곳에서도 적용하려고 한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녀석 발톱이 장난이 아니다... 고마 달라 붙어라 욘석아~
떼어내다가 피부 긁혀서 다칠뻔했다. 상당히 날카롭다.
야, 임마 너 자꾸 이러면 잡아먹어버린다!!!!!!!!!!!!!
이거 실제로 보니 참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알려진대로 사향고향이가 먹은 커피체리는 소화되지 않은 채로 똥과함께 배설이 되는데 그걸 모은게 바로 럭셔리 커피의 대명사 코피 루왁이다.
원래는 사향고향이가 자연상태로 먹고 배설한 것들을 주워야하는데
그 양이 워낙 극소량인데다 무시하기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에 일부 지역에 망을 쳐놓고 멀리 가지 못하게 해서 한정된 지역으로 관리를 한다.
닭장처럼 커피만 주고 배설물만 모아 처리하는 걸 TV에서 보긴 했는데...
제발 그렇게는 하지 말라고 했다.
이들의 삶이 더 절박한데....
내가 뭐라할 자격이라도 되나....
여러 대화를 나누고 돌아간다.
많은 생각이 든다.
호주에서 일 구하면서 느낀건 스스로 할줄 아는게 없다고 느꼈고 가진건 몸뚱아리 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때가 지나고 2년이 훨씬 지난 나는 똑같은 상황이다.
그간 난 길에서 뭘 배우고 뭘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나....???
값싼 동정을 주는 것 보다 내가 지금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그리고 이들에게 알려줄게 없어 나의 부족함만 다시 비춰보게 된다.
겉은 웃고 있는데 속마음이 왠지 들킨것 같은 이 상황.
지금이 너무 겸연쩍어 나 자신에 대해서 후.......... 하고 탄식만 반복된다.
나도 정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 30살 넘게 먹고 불알두쪽 달고 나와가꼬 지금 뭐하는기고?!!?!?! 스스로에게 몇번이나 반문한다.
지금 이 순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깊은 자괴감이 든다.
커피 로스팅을 했으면 또 그 맛의 차이점 또한 알아야 하는게 바로 포인트.
그리고 전문가인 하디의 의견을 들어봤다.
역시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흠, 난 저것들을 어떻게 소화시킬것인가?
맛, 그리고 로스팅의 중요요소인 Fuero(불-fire).
내가 가져온 커피 로스팅을 마치고
다음날 친구들과 함께 커핑을 시작한다.
내가 당시에 마셨던 각 지역의 유쾌한 특성은 대부분 잃어버리고 묵은내와 오래된 느낌의 풀냄새,
더 심했던 건 오이, 감자, 완두콩의 냄새가 제대로 짬뽕된 향의 커피가 났다.
헐.... 이게 아닌데!?!?!?! 어떻게 된거지???
참, 좋은 공부를 또 하게 됐다.
단적으로 온도와 습도 변화만 봐도 상당했는데....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이 일상의 여유인 것을 난 제대로 알고 싶다!!!
그나저나 맛있을꺼라 자신하고 가져왔는데...
이거 상당히 부끄럽게 됐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운 날씨, 여긴 음료도 커피여... ㅋㅋㅋㅋㅋㅋㅋ
얼음공장 얼음 무한리필, 음료수공장 음료 무한리필인것처럼 여기도 마찬가지ㅋㅋㅋㅋ
피곤해서 잠시 쉬면서.....
내가 앞치마를 입을 날도 오는구나.-_-;
매일이 비슷한 일상이다.
주말 현지인 친구인 다비드집에 초대를 받았다.
볼리비아 여행을 끝마치고 레오니도 사티포로 돌아왔던지라 같이 점심먹으러 고고싱.
여기 주변의 강을 흐르는 큰 물고기 한마리.
요녀석 하나만 먹어도 아마존의 무한 에너지를 내 핏속으로 침투시킬수 있을 것 같은 비쥬얼이닷!!! ㅋㅋㅋ
음식 앞에선 나나 친구들 모두 유쾌ㅋㅋㅋ
사실은 요새 여친이 생겨서 더 기분 좋은 하디....ㅋㅋㅋㅋ
밥 먹고 온 곳은 오토바이로 한참을 달려 온 좀 먼 동네 폭포.
정글지역의 마을이라 대부분이 산인데 이곳으로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인근지역 사람들.
연구실에 하루종일 갇혀 있는거 보다 간만에 그저 기분 좀 내려고 왔다.ㅋ
지나가는 현지인에게 부탁을 해 놨더니 이거 사진이 영...-_-;;;
물이 상당히 찼던지라 물에 들어가기도 힘듬.ㅋ
아~~으~~으~~으~~~ 바들바들~~~~ >..<
다들 답답했던지 밖으로 나오니 모두들 신나한다.
하디야, 니 느므 좋아하는거 아이가!?!?!? ㅋㅋㅋㅋㅋㅋ
간만에 만난 레오니 눈웃음이 치는게 더 귀여워 보인다...ㅋㅋ
정글지역의 매력이 넘친다.
캠핑을 하면 참 좋겠는데... 우쒸, 인간적으로 여기 너무 멀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평소의 일상,
점심을 먹고 하디가 잠시 나랑 다른데 가잔다.
엇, 카카오 아녀??
수확해놓은 카카오의 상태와 발효 진행상황을 알아보려고 왔단다.
수확한 카카오는 이렇게 발효 과정을 거치면 한층 더 맛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저 하얀 점액질이 가득한 나무 상자옆으로 다가갔을때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흠, 도대체 맛이 어떻게 변한다는 건지...ㅡ.ㅡ
어떤 맛이 생성이 되는걸까???
공정을 거쳐 말리면 이제 초콜렛을 만들기 위한 전 단계의 카카오가 된다.
양이 많다,
와~~~
카카오 한입 하실래예???
카카오도 감별하는 방법이 있다는데..... 바로 혀로 낼름~~ 카카오 겉을 핥는단다.ㅋㅋㅋㅋ
정말 재미있는 방법이다.
옆에 있던 커피 공장.
재정적인 문제와 환경문제 및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더이상 이 장비들은 쓰지 않는다고 했다.
넓은 장소가 있어 카카오 같은 것을 건조 시키기엔 좋은데 장소는 지금의 곳으로 옮긴후 더 잘되고 있다니 다행이긴 하다.
잘 말린 카카오는 자루에 담아 다시 배송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
다시 사티포로 되돌아 가는 길...
내일은 몇 가지 실험을 해 보기 위해 현지 커피 농가로 갈 계획이다.
더운 날씨의 이곳 몸은 다시 쳐지는데 다른 한편으로 지적인 채워짐에 기분이 상당히 들뜬다.
피곤하지만 배우는게 많은 시간.
쓸모있는 사람이 되자!
염세적으로 변해가고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반성하고
오늘의 충만함에 감사하며.... 꿀잠!!!!
2014년 8월 13일까지의 이야기
* 식상한 여행기임에도 응원해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춥지만 건강 잘 챙기시는 일상 되세요!
(__)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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