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세계여행 ~1622일차 : 물건 하나, 추억 하나.
2014년 8월 26일
밤차를 타고 도착한 리마.
이틀을 쉬고 맡겨놓은 자전거와 짐을 가지러 마틴집에 왔다.
고맙다, 마틴! ^_^
전 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상당히 많은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는 친구.
덕분에 마음 놓고 한번 여행을 잘 했다.
사티포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선물했다. 맛나게 드시게! ^^
친구여, 행복하길! Gracias!
그리고 남은 짐을 가지러 온 숙소. tourist hostel.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화장실이 좀 적긴 하지만 저렴하고도(15솔) 깔끔해서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곳.
바로 옆의 클라라 아줌마는 1달전 리마에 A형 간염에 걸렸을때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셨다. (__)
호스텔에 되돌아왔을때에도 참 반겨주셨다.
맛난 커피 선물해드리고... 작별.
항상 행복하세요!!! ^_^
남미로 오고나서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초입부 이후 거의 5달만의 제대로 된 라이딩이구나.
약간 들뜬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체력이 딸릴까 염려도 된다.
리마 시의 외곽으로 나오니 말로만 듣던 빈부격차를 눈으로 확인을 하는 순간이다.
다닥다닥 지은집, 그리고 마감조차 되지 않은 건물속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본다.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할수록 더 많은 모래언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쩐지 입안이 텁텁하더라니...
그간 몸이 불었음은 배가 증명하고, 간만에 타는 자전거라 다리 근육들이 놀란듯하다.
무엇보다 많은 짐들중 상당부분이 커피생두와 커피 물품들이었는데 다 줄였던 양들은 다시 제자리의 무게가 되었다.
선물받은 페루 스페셜티 커피와 얼마전에 실험한다고 건조단계를 다르게한 생두를 가져왔더니 베네수엘라에서 올때와 짐무게가 비슷하다.
짐의 무게가 내 몸무게를 넘어선지는 오래....ㅠㅠ
해가 저물어가는데 잠잘곳은 오늘 어디로 하나?
간만인데 호텔에 머무를까? 아니면 캠핑을 할까?
주변을 둘러봤는데 호텔의 위치가 대부분 2층 이상이라 그냥 1층이 안나오면 캠핑하기로 결정.
바닷길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해는 완전히 저물었다. 조금씩 긴장감이 생긴다. 혹이나 어두운 곳을 지나게될까봐 또한 조심하게 된다.
낮시간에 열심히 달리고, 밤엔 얼른 캠핑장소를 찾는게 좋은겨.
간만에 무리한 체력은 일찌기 방전상태다.
아, 진짜 힘들다.
작은 마을이 나타나 수퍼마켓에 들러 감자칩과 탄산음료 먹으면서 주인에게 근처 경찰서가 있냐고 물어보니 바로 옆이 경찰서란다.
오옷, 다행이군.
경찰에게 물어보니 바로 앞 인도에 텐트를 치라고 해준다.
자기들이 24시간, 지금 밤에는 총을 가지고 항상 경계를 서기 때문에 전혀 걱정 안해도 된단다.
OK!!!!!!!
경찰서에서 간단히 씻고, 저녁 밥도 지어먹었는데 취사하는게 신기한지 요리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계속 날 지켜봤다.
한입 좀 줄걸 그랬나? 나도 먹는거에 참 야박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찍는 지금은 폼을 잡고 있지만 해가 지니 상당히 추웠다.
이곳 이름은 Punta nerga. 서핑으로 유명한 지역이고 성수기엔 좀도둑이나 강도같은 범죄가 많지만 지금은 겨울을 벗어나는 비수기라 조용한 편이라고 한다.
더구나 경찰서 앞이라, 오늘 밤은 안전함이 상당히 보장이 된다.
휭휭 차갑게 불어대는 바람을 자장가 삼아 잠에 든다.
으으으...
피곤하지만 간만에 허벅지 근육의 땡기는 요... 바로 요 느낌이 꽤 좋다.ㅋ
다음 날 아침에 직면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짐받이 수리. 이걸 어떡한다?
어제 과자 사먹고 자전거 끌기가 좀 힘들다 싶었는데 이런일이.... ㅠㅠ
나사가 박힌채로 계속 이렇게 여행을 할순 없다.
경찰관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도로 맞은편 쪽에 수리하는 곳이 보인다.
아, 천만다행!!!
아침에 출근한 경찰 호세 아저씨가 근처 식당에 데려다줘서 아침 맛나게 먹었다.
한 동양인 여행자의 출현이 그들에겐 독특한 경험인듯...?ㅋ
Gracias, Jose!
이제 수리 해야지. 흐아... 짐 참 많구나.
바로 뒤에 용접을 하는 곳이 있으니 저기로...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곳에서는 알루미늄 용접을 하지 않는다. ㅠㅠ
가장 큰 문제인 프레임 안에 박힌 나사도 뺄수가 없어서 드릴로 갈고 해봤지만 결국은 실패. ㅠ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도 해결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그냥 철사로 아주 세게 감아 달려야 할듯.
이까(ica)는 가야 아무래도 알루미늄 용접을 할 수 있을거라는 꽤나 절망적인 말과 함께 안장에 오를 시간이다.
어제보다 짐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왜지...
ㅠㅠ 흐아.
지리한 도로를 지나며 머리속에는 이미 한가득한 짐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상태다.
오토바이나 버기카로 액티비티를 즐길수 있는 곳들이 여러곳이 보이는 이곳.
아, 덥다. 당 떨어진다.
아호....ㅡㅡ
10분간 휴식은 아니고... 좀 더 휴식. ㅠㅠ
뜨거운 햇빛, 모래먼지, 더운 바람, 그리고 내리막인척 하면서 나타나는 언덕의 4종 괴롭힘 세트는 오늘에는 특히나 더 짜증이 난다.
거리상 암산되는 시간은 이까까지 족히 이틀은 걸릴것 같구나. ㅠㅠ
흐아, 진짜 짐이 너무 무거워서 어떻게든 정리를 좀 해야겠다.
라이딩 속도도 안나고, 몸도 쉬이 지치고 장점이 없네.
도로를 따라 달리다 눈에 띈 저 멀리 언덕의 어떤 표식.
정말 거대했다. 아마 이곳을 의미하는 뭔가일까?
가다보면 종종 저런 모양으로 선거 관련 후보자 광고를 해 놓은 것도 봤다.
선거시즌이라 더 그런듯.ㅋㅋㅋ
모래바람의 그 휘이이익 거리는 소리는 눈 앞의 황량함과 함께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한다.
아... 입으로 들어오는 더 작은 모래 알갱이는 또 왜 이렇게 짜증스러운지.
버프를 써도 끊임없이 들어오는건 머냐! ㅠㅠ
배는 고프고 자전거는 무겁고. 뭐라도 좀 빨리 처리를 해야할것 같아 갖고 있는 쌀을 먹어치우고,
필요없는 서류뭉치와 종이, 그리고 책은 필요한 것 빼고 분절해서 태워버렸다.
한 2-3kg은 줄은듯??? ㅡㅡ;;
기분상 한 2-3km는 신나게 페달 밟은것 같다.ㅋ
반복되는 바다와의 숨바꼭질.
반대편은 또 사막이라 묘한 느낌속 라이딩이다.
시원한 이 바다를 지나는 느낌은 종종 미국의 오레건 코스트나 캘리포니아 코스트를 달렸을때의 그것과 비슷하다.
페달만 꾸준히 밟은 오늘,,,,, 오늘은 정말 달리기만 했다.
사실 자전거 상태때문에 그다지 많이 달리진 못했다. 85km정도.
어디에 텐트를 쳐야할지 두리번거려도 적당한 장소가 나타나지가 않고...
안전이 보장되는 곳은 어디인가?!?!?!
주택가가 있을것 같은 길을 따라 달려가보니 사유지의 개인 빌라촌이었다.
텐트를 칠 곳이라곤 승강장 같은 곳을 낀 인도(人道).
되돌아갈 기운도 없다.
배도 너무 고프다.
경비에게 허락을 받고 텐트를 쳤다.
찾느라 정말 힘들었다. 배고파!!!!!!!!
흐아... 밥 묵자! ㅠㅠ
오늘의 보금자리는 요러하다.
으하하하하!!! ^_^
날이 밝으니 눈도 떠지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짐을 꾸린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으려나??
베네수엘라에서 사 왔던 명품 초콜렛도 무게 때문에 빨리 먹어치워야겠다.
오늘의 에너지를 요 녀석들이 담당을 하겠다.ㅋㅋ
내 입엔 61%!
반만 먹고 나머지는 좀 챙겨두고~
밤에 볼땐 몰랐는데 낮에 보니 참 꼬불꼬불 이까지 잘도 왔네.
오늘의 라이딩, 출발!!!!!!!!!!!
언덕이 나오면 끌바
좀 그냥 잘 간다 싶으면 뭔가 사고 하나가 터진다.
변속이 케이블이 끊어졌다.
당장 갖고 있는 케이블이 없어서 아무래도 이까까지는 그냥 달려야 할 듯.
아, 자전거 여기저기 말썽에 고생이구나.
잠시 휴식.
막간에 초콜렛 좀 먹고~ ㅋㅋㅋㅋㅋ
짐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나간다.
과일 노점상을 보면 잠시 멈춰 과일도 구입.
자두가 우리나라의 방울토마토 같이 작은데 봉지에 물넣고 자두 넣고 흔들면 대충 씻기 완료.
그리고 물을 버리고 그자리에서 다 먹어치운다.
아그작~~ 아그작~~~~~~
아호~ 다시 달려볼까?
사막을 달려 모래바람을 즐기다 보면 또 어느새 자연의 모양대로 이곳에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
지금 태평양을 보면서 달린다는 생각을 해보니 히히히힛~ㅋ 혼자 피식.
약간의 오르막이 생기면 땀이 나고, 내리막에선 춥고... 애매한 날씨.ㅋㅋㅋㅋㅋㅋ
제대로 샤워도 못했더니 아침에 일어날때의 개운함이 이전만 못하다.
아, 피곤해.ㅠ
밤이 다가오니 날씨가 추워지는구나.
지금 도착한 곳은 chincha alta.
지도를 보고, 숙소를 잡았다. 오늘은 뜨신물에 샤워를 해야지.ㅋㅋㅋㅋ
근처 수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고 음식 좀 맛나게 먹고 배도 불리고....
행복한 저녁식사를 한다. ^^
담날 아침, 또 하나 짐을 줄인다.
한국에서 올때 2500원 주고 산 중고 반바지.
과테말라,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서 수선을 했었는데 이젠 보낼때가 된 것 같다.
꿰메 입기가 힘들정도로 헤어지고 헤어져서 처음 살때보다 무게가 2배는 된 것 같다.
이것도 이제 버린다.
긴 시간 함께 한 정든 물건을 버리는게 시간이 지나갈수록 힘들어진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이 이렇게 저렇게 하나의 이야기로 내 소중한 기억들이 되고 있다.
아쉽다. 그렇지만.... 잘가라, 수고했어!!!
이제 다시 달릴 시간!
1시간 반을 달리고 목말라서 땡기는 당 보충.
병 탄산음료가 1솔~1.5솔(400~600원)정도 하는 가격이다.
크게 부담되지 않은 선에서 하루에 몇번씩이나 마시다보니 그날 생각해보면 3-4병을 먹을때가 많다.
아오, 뼈 삭겠네. ㅋㅋㅋㅋㅋ
꼬마야, 니 맨발로 어디 그렇게 급하게 가노?
공차러 가나?
흐릿한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날은 화창해지고 지나는 곳은 삐스꼬(pisco).
이곳의 특산물 중 하나인 와인을 증류해서 만드는 술이 굉장히 유명한데, 그 술 이름또한 삐스꼬다.
일대의 많은 도시에서 삐스꼬를 생산한다.
가난한 여행자들의 갈라파고스라고 하는 빠라까스도 있다는데 난 갈라파고스 갔다 왔으니 걍 직진!
이까를 향해 간다.
오늘따라 몸이 더 무거운 것 같다.
흐아.......
해는 어두워지고 잘 달리고 있다 싶었는데...
갑자기 '팍!'이란 소리가 났다.
반대편 짐받이마저 부러졌다. 흐아........ㅠㅠ
밤이 많이 늦었는데 지도를 봐도 최소 10여 킬로 정도는 가야한다.
지금 이 시간에 끌바 하기에도 너무 먼 거리.
조금 더 끌고가서 샛길이 나 있는 적당한 곳에 캠핑을 했다.
밤에 캠핑을 해서 그런지 잘 보이진 않았지만 새벽이 되니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 얼른 깼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상태.
그래도 쉽지 않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것인가???
케이블타이로 짐받이를 잘 고정시키고 타기엔 무리가 있을것 같아 우선 끌바로 가 본다.
흐아..........
오긴 한거군, 이까. ㅠㅠ
리마에서 버스타면 2시간정도 밖에 안걸리는데, 잔차로 4일 걸렸다. ㅋㅋㅋㅋㅋㅋ
많은 곳들이 삐스꼬를 생산하기 위한 포도밭이 많다.
이까 도착.
연락해놓은 웜샤워 호스트를 찾아 가야하는데, 위치를 보니 중심부에서 꽤나 떨어져있다.
누가 오아시스 도시 아니랄까봐 주변엔 온통 모래 사막.
입으로 들어오는 모래 먼지는 침을 뱉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걱서걱...
햐, 정말 성가시다.ㅋㅋㅋㅋ
어차피 다 온거 자전거를 사부작 올라타고 페달을 밟는다.
리마 시내에서도 많이 봤지만 페루엔 카지노가 눈에 상당히 많이 띈다.
그렇게 도착한 호스트 벌리의 집.
원래 어제 도착하기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자전거 상태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니 그랬구나 하면서 아쉽다고 한다.
어제 캐나다 여행자 커플이 오늘 아침에 출발을 했었는데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를 보고 싶었다고 했다. 뭐, 인연이 되면 보겠지~ㅋㅋㅋ
자전거 상태를 보고 잠시 뒤에 같이 고치러 가잔다.
수많은 용접소가 있었는데 알루미늄 용접하는 곳은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 것이냐?
결국 시내쪽으로 다시 나와 간 곳은 벌리의 학창시절 친구가 하는 용접소.
참 성깔있게 부러진 짐받이.
한번에 양쪽다 작살나는 상황이 왔구나. 정말 무겁긴 무거웠지. -_-;;;
좀 새롭게 수술을 시켜줘야하는디...
자전거에서 짐받이를 떼내고
툴을 이용해 구부러진 부분을 다시 펴는 작업을 하면서 짐받이와 나사의 접하는 부분을 맞춘다.
그렇게 용접 전문 선생님의 집도시간.
걱정마, 짐받이야.
수술은 안전하게 잘 끝날끼다.
지구용사 썬가드에 나오는 악당 캐릭터닮은 아저씨.ㅋ
저 선그라스가 프로페셔널한 포스를 보인다.
알루미늄 덩이를 가져와 빈곳에 전부다 녹여서 내부로 살금살금 집어넣어 마무리했다.
이전 과테말라와 니카라과에서의 용접에서 겉 부분만 땜질한 형식이었는데
새것만큼 더 튼튼해졌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나저나...
이곳의 위치가 안전상 좋지는 않나보다.
아까전부터 심상치않게 느꼈던 주변 사람들.
벌리가 내게 눈치를 준다. 응????????
나 : 벌리, 왜???
벌리 : 여기 좀 위험해. 돌아보지 말고... 저 옆에 저 사람있지? 전화하는 사람. 아마 이곳에 패거리가 있을꺼야.
우리가 돌아갈때 길 막고 너 물건 빼앗을수도 있으니 우선 카메라 가방에 빨리 넣어.
10미터 정도로 거리를 벌여놓고 내가 사진을 찍는동안 주변에 남자들이 2-3명 이리저리 나를 흘겨봤었는데 벌리가 신호를 줬다.
벌리의 푸근한 웃는 인상을 잃지 않으면서 우리 둘이 영어로 말하니 다행히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그제서야 지금 상황을 감지했다.
불독같이 생긴 그들의 인상을 보고 멈칫하긴했다.;;;;
전화를 하면서 우리가 가는 길목에 나타났다가 위협해서 물건을 빼앗는다고 하니 가슴 졸일수 밖에.
끝날듯 안 끝날듯, 계속적으로 전화를 주고 받아 뭔가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후...
아마 용접 중이던 벌리 친구도 알았는지 끝나는 시간을 조금씩 조절하는 것 같다.
그들의 전화가 끊기고 통화되고가 반복이 되었기때문에.
그러자 벌리 친구도 작업하던 다른 한 부분을 가스용접이 아니라 용접봉을 사러 가는 묘한 상황이 발생.
아... 요걸 우짠다...?
깔끔하게 용접을 마무리하고 주변을 살핀다.
아까 주변의 그 사람들이 갑자기 말을 걸어오기 시작.
시간이 예상시간보다 빨리 끝나서인지 우릴 잡아 두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벌리도, 나도 둘다 재빨리 페달을 밟는다. 아까 온 길이 아닌 작은 골목을 향해서.
그리고 요리조리 골목을 바꿔가며 큰 길로 이동했다.
혹시나 뒤에서 따라올까봐 뒤를 조심조심 봐가며.
중앙 공원쪽으로 나오니 흔적이 보이지 않아 안심하면서 왔다.
캬, 이런 경우가 있구나.
브라질에 가면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미리 연습한 셈 쳐야겠다.ㅠㅠ
숙소에 오니 콜롬비아 형제 여행자인 카를로스와 미겔 형제, 그리고 미국에서 온 잭 아저씨도 만났다.
함께 만나 인사하고 저녁 식사를 나누고 잡담하는 시간.
햐.... 오늘 참 길었던 하루였다.
어제 용접으로 빼낸 프레임에 박힌 나사.
앞으로 수술할때마다 자전거는 뼈를 깎는 느낌이 이렇게 될까....?
그때문에라도 짐을 빨리 줄여야겠다는 생각만 계속하고 있다.
패니어 구석에 쳐박혀 입지 않은 옷가지와 물건들을 꺼내 미겔에게 줬더니 상당히 좋아한다.
여행자 심정은 여행자가 아는 법이지.
그냥 버릴려다 왠지 쓸모가 있을것 같아 겨우 가져오긴 했는데 참 다행이다. ^^ ㅋㅋㅋ
물건 하나에 내 추억이 담겨있었지만 이제 카를로스와 미겔 형제와 함께 하는 물건들이 되길 바라며....
카를로스 형제는 이까의 주요 관광지인 오아시스 마을 와까치나(huacachina)로 가서 팔찌 같은 것을 만들어 팔고 여행자금을 만든다고 한다.
어느정도 모이면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그렇게. ^^
이까로 오는 주요 목적이 와까치나 관광이니 나도 그 사막 구경이나 한번 해 봐야겠다.
대충 간판만 보고 왔는데 방향을 틀렸다. ㅡ.ㅡ
사막을로 둘러쌓인 오아시스 마을이라는 이미지가 머리속에 어떻게 고정이 되 있었나?
내가 왜 이리로 왔지??
그나저나 이 지역민들의 모습은 참 열악한 듯하다.
다행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방향을 틀어 와까치나 방향으로 왔다.
오, 진짜 오아시스 마을 맞네!
이 광경을 위해 오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은게 아니고...
요 사구에서 버기카 투어를 하거나 샌드보드를 타는 것이 이곳의 주요 관광산업.
걍 이렇게 사진 한번 박아보고 싶었다.
사막에 오면 삶의 극한을 느낀다는데 잠시 앉아서 멍한 생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생각해 본다.
아픈만큼 성숙하고 고민한만큼 성장했으면 좋겠다.
별로 안 깨끗한 물에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내 피부를 사랑하므로 구경만 했다.
이곳에서 사구를 끼고 지는 해질녘이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안전을 위해 이만 가야겠다.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 ㅠㅠ
지나가 나도 모르게 어떤 삘~을 받아 잠시 멈췄었다.
이까의 시내 공원을 지나
벌리 집으로 돌아간다.
첫날 이곳을 지나가면서 길 이름을 주민들에게 물었는데 핸드폰으로 지도를 검색하니 주민들이 핸드폰 빨리 집어넣으라고 했다.
위험하다고.
길이 비슷해 5군데 정도 물었는데 단 한명의 예외없이 모두다 그랬다.
낮 시간인데.... 하도 그래서 계속 신경을 쓰면서 다니다보니 숙소에 오면 맥이 탁~ 풀린다.
안전이라는 자산이 얼마나 큰건지. ㅠㅠ
사막에서 보면 더 멋있었을 석양이겠지?
붉은 혹은 라임색의 단조로운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노을에 짧게나마 분칠하는 시간이구나.
사막에서 못 달랜 마음 이곳에서 기분을 내고
친구들과 이렇게 저녁을 해먹고 논다.
평화로운 지금.
그리고 행복한 대화의 시간.
달린거리
리마까지 30196.85km
111.15km + 56.56km + 85.63km + 9월1일까지 3일간 173.03km
총 달린거리 = 30,623.22km
2014년 9월 3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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