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8일
2-3일 정도 머무르려던 당초의 계획에서 5일이나 시간을 보내고 오늘은 나스카(nazca) 방향으로 간다.
요며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한다.
나도 그저 그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나눈 지나가는 한 여행자이길 바란다.
<칠레 친구가 찍어준 사진, Hilton, Gracias foto bueno!>
성원이가~ 구르마 끌고 갑니다~!~!~!
이랴이랴~~~ 나는 페루의 가우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이카 시내를 향해 달려나간다.
이쪽의 미세먼지 양은 얼마나 될까?
앞의 하늘이 누렇다. 벌리 말로는 이곳, 이까의 큰 문제중 하나라는데...
이곳에서 미세먼지 용품 및 청소기 팔면 대박날듯.
시내를 지나 몇 킬로 밖으로 나오면 본격적인 사막을 구경하며 달릴수 있다.
원하지 않아도....ㅋ
오아시스 마을로 유명한 와까치나가 사막 가운데 잘 형성된 관광마을이라면...
이러한 길 속에 아주 띄엄띄엄 나타나는 작은 가옥들 혹은 용도를 알수 없는 어떤 건물이 있다.
아무래도 거주용도로 보이지만...
하.....
척박하고 황무하다. ㅠㅠ
엄청나게 불어대는 모래바람의 저항을 받으면서 한바퀴 두바퀴를 굴려나간다.
입을 가려도 입안은 모래로 가득...
모래로 인해 콧구멍속에 모이는 이물질은 크게 한번 킁!!! 하고 풀어내면 그 색은 그야말로 뷰티풀 그자체.....
크하, 시커멓고 누렇다. ㅋㅋㅋㅋㅋ(너무 상상하지 마세요. ㅡ.ㅡ;)
이거 혐오스러워 사진을 찍을수도 없고...;;;
시원한걸 마시고 싶어서 들른 길거리 매점.
음료하나를 벌컥벌컥 들이키니 흐아...... 한 30초동안은 청량감으로 몸이 부웅 뜰정도의 느낌을 준다.
우~~~ 느므 좋은거!!!
가끔 생각이 든다. 하도 많이 마시다보니... 이것도 왠지 마약인것 같다고.
중독성없다(안 피워봐서 잘 모르겠지만)는 마리화나일수도??
결국은 많이 하면 합법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다다른다. ㅡㅡ
음료빨은 역시나 후유증을 일으키는법.... ㅠㅠ
덥고 답답함이 몰려온다.
흐아... 더운데다 바람도 왜 이렇게 거세게 불어제끼는지...
정말 고역이다.
척박한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굳이 잘살고 있는데 와서 괜히 이것저것 물어가며 그들에게 귀찮게 굴지 않아야지.
다시 페달을 밟아 나간다.
며칠간 충분히 쉬었는데 출발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무릎이 아파왔고 머리가 깨질듯 아파와서 라이딩이 힘들 정도였다.
두통약을 먹고 쉼없이 라이딩을 해서 그런가? 아픈건 매한가지.
점심 간단히 때우고 약을 한번 더 먹었더니 지끈거림이 조금 나아진다.
거리상 오늘 아무래도 나스카까지는 도착이 불가하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캠핑을 해야할 듯...
저 멀리 하나의 소실점을 이루며 뻗어있는 길이 가슴시원하게 한다.
삼각대 설치하고 사진 찍기도 귀찮지만 잠시 이 순간이 즐거웠다.
라이딩을 하다 쉬다를 반복...
그늘에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저 멀리서부터 내 눈의 레이다망에 포착된 한 뜨거운 장면.
목적 달성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누렁이!!!!
검은개가 싫다고 뒷발로 밀어차도 다리 짧은 누렁이는 뒷다리 후들후들 떨면서도 활기차게 들이댄다.
아오!! 녀석ㅋ
몸 상태가 헤롱대서일까?
오늘따라 라이딩의 지루함이 너무 길다. 흐아...ㅋ
뒤돌아 본 석양은 오늘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본업에 충실하겠지.
천연의 하늘색 캔버스엔 예쁜 선이 하나 쓰윽~
느므느므 예쁘다.
흐아~~~~ ㅋㅋ
조금씩 시작되는 오르막 앞엔 저 멀리 달이 동그랗게 띠용~~~
고놈참... 참 맛있게 잘생겼네.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누군가 지금 이 라이딩을 뒤에서 찍어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정말 그림일텐데... 설정삿을 찍어볼까 싶다가도 몸 상태가 별로라 빨리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새 해는 졌지 가로등은 잘 보이지도 않고 어디에서 잠을 자야할지 두리번 두리번~~
아, 그보다 뭐 좀 먹자. 배고프고 힘들다. ㅠㅠ
작은 마을에 들어와 수퍼마켓에 들러 감자칩과 콜라를 마시면서 가게 주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지금 온 곳은 산타 크루즈(Santa cruz)라는 마을인데, 밤엔 사실 안전하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동네엔 잠잘곳도 없으니... 캠핑을 해야할텐데.... 어떻게?
낯설고 불쌍하게 생긴 한 동아시아 여행자의 어설픈 스페인어 + 바디랭귀지의 조합은 아저씨의 마음을 움직였나?
수퍼마켓 주인 아저씨가 수퍼마켓 옆에 비는 공간이 있다며 안내를 해 줬다.
'혹시나 밤에 누가 와서 문을 두드리더라도 절대 문 열어주지마.
내일 아침에 자네가 열던지 아니면 내가 문을 두드릴께.'
'넹, 절대 그럴일 없을껍니다. ㅎㅎㅎㅎ 아저씨 무치시마 그라시아쓰!!!! ^^ ㅎㅎㅎㅎ'
오늘 하루 캠핑하기엔 안성맞춤!!!
극한의 배고픔은 잠시 달랬으니, 패니어 안에 긴 시간 짱박아놨던 가스도 얼른 사용해 없애야겠다.
밥하고 방금 구입한 참치에다 간장 둘러서 먹으면 꿀맛! ㅋㅋㅋㅋㅋㅋㅋ
흐아~ ㅎㅎㅎㅎㅎ
샤워도 개운하게 했고 배도 부르니 세상에 부러운게 없구나!!!!
밤 하늘의 달이 보고 싶어 잠시 밖으로 나왔다.
둥글다.
그래....
추석이 오고 있다.
음료수도 사고, 물도 구입하고....
오늘은 나스카로 가야제~
아저씨 감사합니다. ^^
산타 크루즈에서 큰 도로가 아니라 이 마을을 따라 나 있는 길로 올라가면 나스카로 좀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간다.
(지도를 보니 정말 길이 돌아나있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을테지만... 어쨌든 가 봅시다!
이전의 차들은 다 지나갔는데 어찌 된거여??
길을 보수중인데...........??
마을 아낙네가 이 더운 햇빛아래서 길을 보수중이다.
이동에 지장은 없는데 한쪽에서만 지나갈수 있는 상태의 도로 폭.
라이트를 켜고 나의 위치를 앞으로 보내가며 요 길을 통과...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전경.
얼마나 더 가야하능겨???
참 거슥하네...ㅋㅋㅋ
아슬아슬한 길을 지나
작은 동네에 잠시 들러 밥을 먹고
또 다시 시작된 오르막을 지나면
빨빠(palpa)라는 동네가 나온다.
즉석에서 바로 내려주는 100% 오렌지 주스가 너무 맛있어서 2잔이나 벌컥벌컥 마셨었다.
그렇게 쉬고 달리고가 반복이 되는 라이딩.
또 덥고 힘이 딸려서 이곳에서 잠시 휴식.
그리고 또 주스 한잔 사마신다. 후......
관광버스 혹은 장거리 버스가 이곳에 잠시 정차하거나 승객들을 태우는데...
그때문인지 이곳에 노점상들이 정말 많았다.
앉아서 주스마시는데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대는 귀여운 꼬마 뻬루아나(Peruana~!) ^^
밝은 미소로 내게 물어대는 귀요미들의 모습이 정말로 사랑스럽다.
스멀스멀 느릿느릿 흐느적흐느적 차근차근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네바퀴......
달리던중 마리아 레이체(maria reiche) 박물관을 지난다.
독일 사람으로 평생 나스카 라인만을 연구했다는 그녀의 관련 자료들이 저 박물관에 있다.
나스카 시내에서 꽤나 떨어져있는데... ㅡ.ㅡ
여기저기 땅도 많은데 왜 이곳에다 박물관을 지어놓았는지...?
뭐 어쨌든 나스카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나스카 라인에 왔다.
차를 대절해서 이곳을 보러 온 프랑스 노부부 여행자도 보였다.
사실 나스카 라인 자체를 큰 돈을 주고 보는데 관심은 별로 없고... 유명한 동네니까 그냥 한번 와보고 싶어서.
이곳을 여행한 많은 여행자들이 안봐도 그만이고, 돈주고 탄 비행기는 너무 흔들려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고 했다.
어쨌든 결정은 내가 해야한다.
왠지 차로 다니면서 만든 요 앞의 길 모양은 하늘에서는 어떤 문양의 일부겠지?
그나저나 비싼돈 안 쓰고 좀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흠....
느껴지는가!?!?!?!
이곳의 냄새가....
이곳의 황무한 분위기가........
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있다!
저 앞에 막탑이 있다. 헬기 레펠용도는 당연히 아니지...
바로 가까이 있는 나스카 라인을 보기 위한 탑이다.
탑을 올라가는데 입장료 2솔.
올라가면 보이는것은 2개의 완전한 문양, 그리고 설명을 안 들으면 뭔지 전혀 모를 문양이 있다.
뭔가 보이긴 한데... 저게 뭐야??
사실 어지간한 정보가 없으면 그냥 보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탑에서 보이는건 차례대로 '손'과 '나무' 이렇게 두 가지.
비행기를 타고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면 보인다는데...
지금 나 있는 도로때문에 나스카 라인의 일부가 잘렸다고 한다.
<사진 출처는 구글ㅋ>
사진에서 보듯 지금 보이는건 저기 오른쪽에 보이는 극히 일부....
나무와 손. 그리고 도로가 지나는 곳인 도마뱀 꼬리가 잘렸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말 불가사의 하긴 하다.
누가 이 거대한 선을 그것도 참 이쁘게도 그어 놨을까하고...
누구나 다 하는 궁금증을 품고 다시 안장에 오른다.
나스카 시내로 빨리 들어가고 싶다.
땀에 쩔어있는 상태에 피곤한 지금 이 상황을 얼른 벗어나고 싶다.
눈 앞의 풍경들이 하나같이 예술이다.
자전거로 2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한 나스카 시내....
아, 정말 지쳐와서 음료수도 아무 수퍼 들어가서 벌컥벌컥!!!!
성경에서 나오는 마르지 않는 생수!!!
참 좋은데 나는 마르지 않는 탄산음료가 필요합니다. ㅠㅠ
어쨌든 왔다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한컷!
요 사진을 찍는데 옆에 악세사리를 만들어 파는 한 친구가 내게 혹시 콜롬비아 사람 카를로스 형제를 아냐고 묻는다.
뭐야? 어떻게 알지?
둘이 페이스북 친구인데, 이카에서 그를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전 나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자전거 타고 왔는데 신기하게 보이긴 하는가보다.ㅋㅋㅋ
뭐... 다 그런거야...ㅋㅋㅋㅋ
같이 여행중인 다른 친구들과 짧게 대화를 나누고 숙소를 잡았다.
아까 나스카라인에서 삐끼가 숙소 명함을 줬는데 1박에 15솔!
싸고 좋네!!! ^^
간단히 아침도 먹을 수 있다. 와이파이도 있다.
내가 지금 소를 한 마리 짊어지고 있나?
조금만 움직여도 몸에 피곤함이 몰려온다.
밥도 밥이지만 지금은 과일을 먹고 싶다.
맛나게 보이는 과일들 종류별로 사서 뱃살에 또 다시 축복을 내린다.
옥상에 올라 커피 한잔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 친구가 내 다음 목적지인 쿠스코로 오기로 해서 쿠스코서부터 볼리비아까지 같이 여행을 할 듯하다.
오는김에 필요한 물건들도 부탁을 했다.
늦은 저녁이 되니 콜롬비아에서 온 산티의 전화까지..... ㅠㅠ
구린 통화품질의 전화 너머로 들리는 산티의 목소리는 알아먹기 힘들지만 녀석은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것 같다.
진짜로......................
보고싶다.
언젠가 다시 이 녀석 보러 정말 콜롬비아로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스카 시의 중심부는 그 명성을 있게한 나스카 라인을 모티브로 한 여러 문양들이 여기저기에 멋진 장식으로 남아있다.
정류장에도 이런건 좀 해줘야지....ㅎㅎㅎ
나스카 라인의 발견에 대한 업적은 마리아 레이체를 빼놓고 말할수가 없다.
50여년간 그녀의 노력은 지금 이곳 나스카 시민들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외국인 한명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것을 보면 인간사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시장에서 맛있는 과일 구경중.
리마보다 물가가 조금 더 비싼데... 혹시나 싶어 저울을 다시 보니 상인들이 저울을 속인다.
소비자쪽에서 저울 무게가 보이지 않으니 500그램 이상을 속여 돈을 받으려 든다.
참 나... 그러면서도 뻔뻔하기 그지 없다.
얼굴가죽을 벗겨도 몇번을 벗길꺼야 아마.
3일간을 쉬면서 친구와의 일정 조율을 했다.
쿠스코에 자전거로 가면 일정에 맞추기로 어려울듯하니 시간, 에너지 모두 아끼는 방법은 버스!
버스에 몸을 싣고 짐을 하나하나 잘 분리해서 출바알~!!!!!
뱃살을 신경을 써주는구나.
저녁도 서비스를 하다니 기특한데...ㅎㅎㅎ
그렇게 마추픽추가 있는 쿠스로를 향해 간다.
달린거리
30,699.23km + 이틀간 거리 160.75km =
30,859.98km
2014년 9월 13일까지의 이야기
* 이 여행기를 업뎃하는 지금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습니다. ^_^
몸 건강히 잘 있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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