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세계여행 ~2003일차 : 체코 여행의 결론.
2015년 9월 17일
시원살랑하게 솔솔 불어오는 바람.
머리카락과 콧구멍을 간질이는 지금 이 순간이 느므느므 조아유!
따~~~~~~~봉!!!!!! ㅋㅋㅋ
앞에 못이 있긴 하지만 물은 상당히 더럽다.
전날 제대로 씻고 잤으면 몸의 피곤함이라도 덜할텐데 지금 몸 상태는 마음의 의지를 가볍게 업어치기 해버린다.
중간중간 들르는 작은 마을들.
우리의 시골 마을보다 더 예뻐보이는건 당연하게도 건물들의 미적 차이다.
이런곳에서는 귀농하고프게 만드는 마음이 절로 솟아난다.
안 해본 놈이 원래 큰 소리 치는법이지. ㅋ
우짜든동~ 지금은 보헤미안(?)의 여행을 즐기고 있는 시간.
우하하하하하하!!!!!!!
오르막 내리막히 함께 오는 길.
흐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덥냐.
햇빛이 정말 세다.
며칠간 삼각대 안엔 거미가 집을 짓고 살았나보다. ㅋ
한 길 가는 보헤미안.
어제 요리하고 씻는다고 물을 다 써버린지라 가는 길 우물이 보여 길어서 간단히 조리 해 먹기.
물 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아 필터링은 꼭 한다.
흔한 한국인 보헤미안(이라고 쓰고 노숙 3일차라고 읽는다.).
흐르는 강과 건물의 분위기가 조화롭고 멋있었던 곳.
나는 건물과 자연을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구경하고...
오늘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상당히 덥다.
변해가는 길 따라 햇빛도 얼굴에 들어오는 방향도 가지가지.
모자로 얼굴을 가려도 노릇노릇 구운 계란마냥 제대로 구워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으로 가는 길.
제대로 가고 있음.
얼굴 구워 드립니다.
라이딩할때 입쪽으로 땀이 자주 흐른다.
눈썹이 땀을 제대로 못 걸러내는건가 땀을 많이 흘리는건가. -_-;
유럽 본토로 오고 나서 로드킬 당한 고슴도치를 특히나 많이 보인다.
벌써 해가 지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은 축축함으로 얼굴을 적셔준다.
도로가 옆에 나있는 길을 따라 무작정 왔다.
샛길을 따라 들어온 곳은 풀밭과 나무아래 좋은 자리가 있다.
사람들도 안 보이고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다.
앞에 호수가 있어 땀좀 씻어내자.
세수를 하니 입안으로 짠기가 한 가득. 아우~
자전거 상태가 이상하다 싶어 보니
짐받이가 또 부러졌다.
캠핑 자리 찾다가 울퉁불퉁한 길에 짐받이 쪽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나 보군.
비상식량 및 새로 받은 물건을 더해서 유럽에서 평소보다 10kg 가까이 무게가 늘었다.
빨리 먹어없애야지. -_-;
케이블 타이로 임시 처방을 했다.
호수가 있어서 그런가 모기가 내 피를 마시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샀던 뿌리는 모기약을 꺼내 쓴다.
까먹고 있었는데, 쓸일이 있어 다행이여.
밤이 되니 더더욱 바람은 세진다.
왠지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역시나 새벽에 비가 왔다.
다행히 아침, 비를 맞아가며 텐트를 걷었다.
아우, 피곤해.
지나가는 동네의 규모나 분위기는 회색빛.
개보수 중인 동네.
유럽에 오고나서는 특별하게 단지가 조성된다거나 하는 곳을 본적이 없는것 같다.
오히려 안되는 곳이면 몰라도.
전 세계 경제 상황과 맞물리지 않은 곳이 없을터인데......
더구나 이런 시골마을은 큰 프로젝트의 대상이 될일이 없을것 같다.
인구도 별로 안되고, 관광도 마찬가지.
우비를 꺼내서 입고 달리다가 정류장에 멈춰 섰다.
날도 쌀쌀했던지라 몸의 땀과 물기부터 제거.
몸이 식으니 금방 추워진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1시간 넘게 앉아서 쉬었다.
판초우의를 쓰면 비는 덜 맞는데 안에 땀이 너무 찬다. ㅠㅠ
비가 그쳐 출발을 했는데, 빗줄기가 더 세지는 날씨.
나 말고도 다른 자전거 타던 사람들도 같은 장소에서 비 그치길 기다리고 있다.
이 와중에 건물은 또 예뻐.ㅋ
우의를 안 입고 달렸더니 겉옷이 젖은 상황.
쉬면서 다시 옷을 말린다.
몸은 식고 피부로 스며오는 추위가 살금살금 닭살을 일으킨다.
이곳 이름은 슬라보니체(Slavonice).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오스트리아까지는 5km도 안 걸리는 거리.
예상한 시간으론 맞아 떨어진다만 목적지인 빈 까지는 또 한참을 가야한다.
아직 체코 돈이 좀 남았으니 하루정도 더 달려보자.
마을을 벗어난다.
배가 고픈 때 눈앞에 등장한 사과나무!ㅋ
그냥 갈 수 있나..ㅋㅋㅋㅋ
아, 이놈의 머피의 법칙.
꼭 손높이의 가지엔 사과들이 없다.ㅋ
사과 나무를 향해 조끼까지 벗고 폴짝 폴짝 뛰어 먹을 사과 몇개 득템.
사과 자체가 너무 작아서 먹어도 느낌이 별로 없다. 단맛도 별로 없음. -_-;
여기 사과 자체는 맛이 없다. (이래서 동유럽엔 특히나 사과술과 첨가물이 들어간 제품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또 왔구나 왔어~
버스 정거장처럼 생긴 이 곳에 잠시 멈춰 섰다.
사실 배가 아파와서 처리를 해야했기에 브레이크를 잡고 풀숲으로 들어가 신체 생산물 일부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비 피할겸 앉아있더니 로드 바이크를 타는 체코사람들이 대여섯명이 와서 같이 비를 피했다.
말이 안 통해서 서로 말은 하는데... -_-; 뭐 이해가 되어야지.
안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무렵, 늦을까봐 라이더들은 떠나고....
나도 출발하려니 해가 져 버렸다.
흐아, 오늘 달리는 길이 30km가 되려나?
관리하는 사람인지 때마침 와서 캠핑해도 되냐니 OK!
사람들도 작은 마을, 5시간 넘게 있으면서 본 사람이라곤 라이더들 빼고 겨우 2명.
문을 닫고 나니 바깥과는 단절된 완전 내 세상.
다행히 건물 안은 따뜻했다.
아오~ 야, 어제 날씨는 어디 갔노?
오늘의 날씨를 따라 오스트리아로 기분 좋게 입성하겠다.
길엔 정말로 싱그럽고 탐스러워 보이는 노란색, 빨간색 자두가 따악!
그냥 갈 수 없지. 후루룹와자자잡~~
한바퀴 두바퀴 맑은 하늘 아래 지나는 농촌마을.
가는 길엔 민가도 별로 없다.
넓은 땅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중간중간 솟아 있는 관측대와 2차 대전의 흔적인지 벙커까지 보였다.
작은 마을, 물이 다 떨어져 우물물을 길러 떠 파스타 해 먹고....
그늘로 와서 잠시 누웠다.
햇빛에 데워진 돌에 등을 기대로 누웠더니 뜨뜻하고 나른해서 눈이 스르르 감긴다.
작은 시골 마을 'Vratenin'을 지나 오스트리아 방향으로 우회전 하면 눈앞에 따악! 나타나는 저 건물.
그러하다,
체코의 끝에 도착했다!
이전에 쓰던 국경 건물인거지?
프라하 여행동안 비오고 흐린 날씨가 거의 70% 이상이다.
맑은날의 모습은 정말로 멋지겠다..
여행방향에 한 가지 지침을 또 갖게 한다.
'어디보다 누구'가 중요하다만.... 혼자라면 무조건, 사실 누구랑 함께라도 '더' 좋으려면 '날씨!'가 중요하다!
체코 여행의 결론.
날씨는 언제나 중요하다.
ㅠㅠ
지난일은 됐다.
바로 뒤는?
오스트리아다!!!!!!!!
아우~ 씐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스트리아로 갑시다!!!!!!!!!!!!!!!!!!!!!!!!!
2015년 9월 19일 오후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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