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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6 중동

자전거 세계여행 ~2242일차 : 페르세폴리스 가는 길

by 아스팔트고구마 2016. 12. 23.

자전거 세계여행 ~2242일차 : 페르세폴리스 가는 길


2016년 5월 12일 


숙소의 TV 위에는 요런 돌이 놓여있었다.

이란이 주로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 종파인 시아파 사람들이 주로 쓴다고 한다.

그들의 기도 시간에 이마를 땅에 닿으면서 절을 할때 '무헤르'라고 부르는 돌을 이마에 닿게 한단다.

갑자기 삼전도의 굴욕이 생각난다.

기도의 시간에 신 앞에서 그러는건 굴욕이 아니겠지.


아랍에미리트나 오만에 비해서 물가가 저렴해서 여행하기에 상당히 좋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아주 천천히 옥죄어오는 듯한 느낌은 무엇 때문인지 아직 나도 명확하지 않다.



쉬라즈에 있는 이스파한 호텔이라니.ㅋㅋㅋㅋㅋ

출발하려는데 앞바퀴를 보니 바람이 빠져있다.

펑크 수리!




자, 출발! 

태양 한번 시원하게 내리 쬔다.




언어 중 신의 영역이라는 바로 그! 

페르시아 어.




그저께도 들렀던 식당에서 케밥으로 배 좀 채워야지.

3-4불 정도의 가격밖에 하지 않아서 참 조오타아~! 




쉬라즈 시내를 빠져 나온다.




그래봤자 아직 온 곳은 겨우 꾸란 게이트가 있는 곳.

나도 여행자니, 신이시여, 내게도 여행간 이곳 이란에서 안녕을 내려주소서.


댓글 남겨주신 분 보고 알았다.

재작년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자전거 여행자인 나비두나 님이 돌아가신 곳이 이곳 쉬라즈라고...

2년전 5월이면 내가 콜롬비아 마니살레스를 떠나 메데진에서 라면머리 산티아고 사진을 매일 보고 훌쩍였을때다.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나는 내가 믿는 신이 야훼, 엘로힘, 하나님, 대문자 God, 알라, 샹띠(上帝) 등의 이름따위에 갇혀 있지 않음을 믿는다.

이란에서는 이렇게 기도를 해야겠다.

조심히, 무사히 이란을 다닐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알라!!!!!!! 




도로가에 엄청난 차들로 인해 건너편으로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가까스로 건너와 완만한 오르막을 끌바로 이동한다.

그늘진 곳엔 이란의 특징인 돗자리 깔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이런건 참 가족적이면서 건전해 보인다. ㅋㅋㅋㅋㅋ


목이 말라 잠시 급수대에 섰다.


아저씨 왜요?ㅋㅋㅋ

물을 받는데 나를 계속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간다. 




물이 어떤지 간단히 TDS 체크중.

TDS 330대의 물을 마셔본다. 혀에선 맛이 요로코롬 조로코롬 느껴지는군.


급수대 뒤쪽엔 언덕이 있다. 



멀지 않았던지라 카메라 가방만 빼서 부리나케 올라왔다.




올라오고 나니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눈도 시원하다. 




뭔가 느낌 좋았던 이곳 꾸란 게이트를 배경으로 한컷!

얼굴 보면 누가 한국사람이라고 믿겠냐고...-_-;

오만 국경의 경찰이 스탬프 찍었을때 '농담 아니고 너 맞냐고?'라고 물은게 사진을 보니 이해가 된다. 




자, 다시 가즈아~!




꾸란 게이트가 있는 언덕을 하나 지나니 주변 풍경이 좀 더 와일드하게 바뀐다.

사실 오래전 이란하면 생각나는 느낌은 거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모래 가득한 것들이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오고나니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도 잘 안난다.

주변의 아주 작은 자갈과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는 이곳을 혼자 멋진체 폼 잡으며 이동할 뿐.




탱크를 보니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80년대 있었던 이라크와의 전쟁.

1980~1988년에 있었던 후세인이 당시 대통령이던 이라크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당시 UAE도 약해서 오만과 함께 쳐들어 가려고 했었다고 했단다.(오만의 카부스 대통령의 반대로 아랍에미리트 침공은 무산되었다.)




 




1979년 이란에서는 혁명이 일어나 왕정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현재 모습이 있게한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한 이란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졌다.

혼란스러운 상황의 이란에 군대의 전력은 이라크에 비해 줄어있었고 후세인은 이틈을 타 이란을 침공했다.

병력과 화기에 앞서 단기전으로 끝낼꺼라는 후세인의 계획은 실패하고 무려 9년간 전쟁이 계속된다.

UN의 중재로 전쟁은 종료되지만 양측은 합해서 100만명 이상의 인명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당시엔 소년병 징집까지 했었으니.... 이런 지옥이 있을수가 있나.


뭐 어쨌든 시간이 지나고 미국에 팽당한 후세인은 잡혀서 저 세상으로 갔지만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다.

지도자가 중요한 건 지금 우리나라나 이곳이나 마찬가지다.

대표 한명 잘못 뽑아놨다가 사람 목숨을 이렇게 취급하다니....



<전쟁당시 이란 소년병, 출처 위키백과>


이곳에선 이슬람이 공산주의가 태동하기 전부터 이미 있었으니 공산주의가 비집을 틈이 없었겠다.

인민의 아편이라는 종교를 이곳 이슬람에선 발붙이기는 쉽지 않았겠고.

전력은 이라크에 비해 약했으나 침략국에 대한 적대감이 워낙 강했던 이란 사람들의 전투의지를 볼 수 있었던 전쟁.

그 의지는 빨리 끝나야할 후세인의 계산을 무산시켰고 양쪽 다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이란여행 중 나이든 이란사람으로부터 이라크는 굉장히 나쁘다고 말한 것을 들었었다.

외국인인 내게는 그저 하나의 사건이겠지만 현지 사람들에겐 아찔하고도 깊은 상흔을 확인하는 엄연한 역사이다.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공산주의자들이 와서 까불면 그들의 전투의지는 아마 이러고도 남을꺼다. 

'공산주의 간나 새끼들, 들어오면 알라의 이름으로 다 쳐부수겠주겠음메!!!!'




시내서도 종종 보이지만 외곽으로 나오니 도로가에는 과일 노점이 상당히 많다.




내가 주로 사먹던 멜론과 수박이 눈에 띄는군.

콜라보다는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음찌!!! 

사 먹으려다 바가지 자꾸 씌우려 해서 패스.




저기 말고도 노점은 많으니깐. ㅋㅋㅋ

땡기는데서 사 먹으면 된다.




귀요미 양들은 뭐하나?




새 주인을 기다린다.

과일도 팔고 양도 팔고. ㅎㅎㅎㅎ

오만에서 와디에서 먹었던 양고기가 생각난다. 

보고싶다. 고마운 친구들,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양을 잡아줬던 칼리드 아저씨.




사진으로 열기를 담으려면 멀리 바닥에서 하늘하늘 올라오는 열기의 신기루를 잡아내야 하나?

굉장히 덥다. 

테헤란까지 갈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루트는 좀 복잡한데 가고싶은 곳은 많고.. 

라마단 시즌엔 이란에 있기가 싫고, 고민이 된다.




언덕 하나 넘으니 평탄하게 길이 시원하게 잘 나온다.




보통 수니파가 많은 UAE나 오만의 모스크는 흰색의 건물인데 시아파의 이란 모스크는 외관이 상당히 화려하다.

참고로 오만은 우리가 흔히 아는 수니파와 시아파 외에도 다른 하나의 이슬람 종파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만에서는 차별 없이 모두 다 잘 지낸다고 오만 수다맨 친구인 압둘라가 알려줬음.ㅋ




더워서 주유소 편의점에 들러 산 물은 길에서 구한 물보다 훨씬 부드럽다.




휘발유 1리터당 가격은 10000 리얄(한국돈 약 350원 미만)




참고로 지금 달리는 이곳의 해발 고도는 1600미터 대.




돌산이 우거진 주변. 




페르세폴리스가 있는 마르브다쉬트(Marvdasht)가 보인다.

으하하하하핫!!!!!!! 다 왔군! 




거리상 그리 멀지 않으니 1시간도 안 걸려 페르세폴리스쪽에 도착하겠다.


라이딩 중 내 페달질 속도에 맞춰 내 옆으로 다가오는 차 한대.

인상좋은 아줌마 아저씨가 말을 건다.

아저씨보단 아줌마가 영어를 더 잘했다. 

어디서나 받는 초면의 질문(어디서 왔어? 북한? 남한? 여기서 뭐해? 어디로가? 등) 초식이 발휘된다. 

그건 곧 대화의 연결고리다. 잠시 서서 대화 후 아줌마 아저씨의 초대를 받았다.


기대치 않고 캠핑할 곳을 물어봤더니 그들의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었다.

초대를 많이 받은 오만에서는 여성과 대면 한 경우는 딱 한번 있었다. 

좀 다르긴 해도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환대가 있으줄이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수메 아줌마 가족.

사진에서처럼 밝고 에너지 넘친다. ㅎㅎㅎㅎ




자전거 니도 오늘 참 더웠겠다. 

수고했으! 


많은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 대한 것들.

드라마 때문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지금 과거와 어떻게 다른 모습이고 공부는 얼마나 하고 등등을 상당히 궁금해 했다.

이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수준이 종교때문에 상당히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건 TED강연을 보고 약간 알게 되었다.

오고나니 오~ 하는 부분이 느껴진다.


아저씨가 체육관을 갈일이 있다는데 같이 가자면서 내게 의견을 묻는다.

설명은 하는데 잘 모르겠으니 그냥 우선 한번 가봅시다! 

우리가 온 곳은 레슬링장이었다. ㅋㅋㅋㅋ




남자들만 있는 곳이라 같이 온 딸 파테메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쫄쫄이 입은 남성들을 보면 안되는건가? ㅋㅋㅋ 

민망하구로.

여자만 있는 곳에 남자 혼자 가면 이상하지 않나?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사례인가??? 

잘 모르겠다.(누구 아시는 분 손!?!?!)


아저씨 아들이 이곳에서 운동중이었다.

코치 아저씨가 와서 음료도 주고 소개 해주면서 모든 어린 친구들이 나와 악수까지하는 요상한 장면도 연출했다.




이란에 오니 설명하기 힘든 묘한 시간이 꽤나 많다. 이 사진 찍을때도 그랬다.

우리나라도 레슬링 좀 할텐데??

이전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레슬링 종목에서 강했었는데 최근 2-3회 이전의 레슬링에선 성적이 저조하다.

근데 선수들의 엄청난 땀의 과정이 메달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올해도 참 아쉽지만 선수들 멋있었다.




아저씨와 아저씨 딸래미 파테메와 함께 페르세 폴리스에 데려다 줬다.

아, 온거군. 온거 맞군...

둘러보니 캠핑할 만한 곳이 보인다.

내일 와야겠다. ^^ 



해가 저문 뒤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다른 가족들이 보인다.

나이 많으신 분들도 계시다.

고개숙여 인사하는 우리 문화는 어른을 존중하는 이곳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예의있게 보이는가 보다.

아줌마 아저씨가 뭐라 설명을 했더니 굉장히 신기해하며 또 반가워 해준다.

감사합니다! 



함께 먹는 저녁식사인데 사진의 것은 오로지 날 위해 만들어준 것이다. 

같이 먹지만 각자의 접시에 먹는건 같지만 다른 이곳 이란의 식문화 인가보다.




간식! 


저녁 시간이 되면서 이어지는 대화.

대화해보니 아저씨는 한국에 상당히 오고싶어 하는 것 같았다. 

여행하던 당시 이란을 막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때문에 뭔가 후광효과가 있었던듯.

방문할때 쓴 스카프 쓴거 보고 코웃음을 쳤었는데 

지금 이 여행기가 올라가는 7개월 뒤의 상황엔 왜 그랬는지 너무 이해가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기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거였군. 아, 웃프다. 


아, 피곤하다.

자야지~!! 


 

2016년 5월 12일 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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