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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2542일차 : 마쿠티(Makuti), 한국산 인간 사자밥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1. 20.

자전거 세계여행 ~2542일차 : 마쿠티(Makuti), 한국산 인간 사자밥


2017년 3월 3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어제 꾸무리 찝찝한 날씨는 생각할 수 없는 날씨다.





어제 날씨 정말 거짓말이야 이렇게 맑다니.


너무 좋은 걸.




문만 열어놓고 손님은 없는 술집.

흠...

자연 관광을 보면서 느끼는 것과 달리 현지인들의 삶을 너무 쉽게 사실을 바라보자니 이런건가 싶다.

사실 이런 것들은 적극적으로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지만...

이들의 삶을 영위해 나가듯 나 또한 나라는 사람의 혼자된 인생을, 그리고 이 여정을 살아간다.


친구들에게 커피 한잔을 내어주고 떠난다.

고마웠어.

잘지내. 안녕! 




긴 설명 필요 없듯이 오늘도 지리한 길의 연속이 또 시작이다.

1시간여를 달려서....




발견한 길에서는 차가 보여서 주변에 뭔가 있나 싶어 나도 골목으로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없다.

노점이라도 있어야 배라도 채우고 페달 좀 밟지. -_-; 

길에서 보이는 노점이 하나의 즐거움이 될줄이야.




길에서 쉬고 있으면 현지인들이 이렇게 서서 날 노려보는때가 너무 많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되고 있다.

날씨가 좀 더 더워지는 느낌이다.

짐바브웨의 지형은 수도인 하라레가 해발 1500미터 정도 되며 서쪽으로 갈수록, 특히 잠비아 국경쪽으로 갈수록 해발고도가 내려간다.

내가 가는 길은 각이 그리 높지 않은 내리막.

그럼에도 중간에 오르막이 시간을 잡아 먹고 내 뱃살도 잡아먹어준다. 




잠시 휴식.

내리막이 좀 있다고 쳐도 오르막에서 올라오는 길이 금방 금방 지친다.



얼마 되지도 않는 길에서 자꾸 힘이 빠져서 끌바로 움직일때도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흘리는 땀의 양도 많고...

단순히 덥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팔로 느끼는 감각은 꿉꿉하고 또 금방 피곤하다. 




다시 오르막.


그런데 갑자기 

.

.

.




뚝~ 소리와 함께 부러지는 짐받이. 

이럴줄 알고 이탈리아에서 에폭시 본드 새것과 함께 볼트 너트 종류도 새삥으로 충분히 구비해놨다.

문제는 지금 있는 곳이 뙤약볕 아래 그늘도 주변에 없는 지라 몸에 열이 가득찬 상태로 자전거 수리를 해야했다.

아, 뜨겁네. 

두개의 접착제를 잘 개어서 붙여야하는데 귀찮아서 저번에 대충하다보니 역시 뒷수습에도 일을 하게 된다. 

익숙한 일이라, 금방 고친다.




자, 가자! 


다시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려야 한다.




하교길의 어린이들일까?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신발을 하나만 신고 있다.

아...

가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학교로 간다.

마음이 많이 안 좋다.


내가 미안할 것도 아닌데... 

얘들아 미안해... 




길가다 발견한 수퍼마켓을 발견했다.

아, 다행이다. 쉬었다 가자.

원래는 달리면서 무작정 내가 좋으면 쉬었었던 유럽 여행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첫 나라 짐바브웨에서는 그런 여행 스타일을 많이 바꾸고 있다.

우선 길거리 노점이나 건물을 갖춘 마켓이라도 있으면 우선 가본다.

음식재료를 구하히가 쉽지 않으니 우선 그것을 구하기 위함이고, 쉬기위함과 동시에 뭐라도 좀 재미있는게 있나 싶어서.




뭐 좀 마시려고 했더니 옆 가게로 안내해주는 동네 주민.

내가 오니까 여러 사람들이 와서 앉아 날 바라본다.

하염없이.......




땡기지, 탄산음료가. ㅎㅎㅎㅎ




지금의 몰골. ㅡㅡ




몸에 열을 식히기 위해. ㅎㅎㅎ

라이딩은 쪼리와 함께!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나타난 한 여행자의 등장에 학생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돈 달라고 내 앞에서 서성대면서 어떻게든 돈을 얻을 구실을 찾던 사람. 

아, 내 몰골 보면 지금 다 귀찮아 죽겠는데... 

그 뒤에선 또 하나 얻을까봐 계속 보던 사람. 



귀찮아. 

귀찮다고.

다른 나이 좀 있는 아저씨가 와서 귀찮게 하지 말라는대도 Money, money, money...

Would you please, 꺼져줄래?




아, 지치네. 

심심함에, 지루함에, 그리고 사람에 피곤함의 적립속도가 너무 빠르다. 




오늘은 몇번이나 오르락내리락을 해야할까? 

볼록볼록~! 




오늘 저 앞에 있는 산을 넘어서야겠지? 




길을 가다가 우연히 나를 보는 현지인들은 걷는 관성으로 집으로 들어갔다가 마치 내가 뭘 봤지? 하면서 몇초후 다시 나를 보러 나온다.

그러고선 나를 계속 쳐다본다.

나도 쳐다보다가 카메라를 들면 죄를 지은것처럼 집안으로 숨는다. 

길에서 보이는 가옥의 많은 형태가 저런 움집이다.  




같은 풍경의 길을 한 시간여 달려 



사람들이 좀 살고 붐비는 곳을 발견했다. ㅎㅎㅎ

배가 정말 너무 많이 고프다. 




먹고 핥으라니. ㅋㅋㅋ




배고프니 먹고 핥을께.

하라레에서 먹었던 것보다 나음.

그래도 짐바브웨 치킨은 맛 없다.



대한민국 치킨을 먹여주고 싶다. 

이슬람 국가에서 돼지고기를 안 먹으니 드는 생각. 

이들에게 우리나라 양념, 간장 치킨 맛 들이면 전 세계의 닭들 수명이 좀 더 짧아지지 않을까 한다.




배를 불리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많이 찌푸려 있다.

비가 올 것 같다.




30여분을 달려 사람이 꽤 많이 보이는 도시 카로이(Karoi)로 왔는데...

비를 피하러 지붕을 찾다가 온 곳이 독일 수퍼마켓 체인인 스파(SPAR) 앞. 

사실 물건의 품질과 가격은 정말 말도 안된다.  ㅋㅋㅋㅋㅋ

보아하니 독일의 수퍼체인이 아니라 그냥 자기들이 똑같이 그렸다고 생각한다. -_-; 




비가 도저히 그칠 생각을 안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순 없다. 

빛이 더 사라지기전에 현지인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나도 어두움속에서 나타나는 황형이 되긴 싫으니..... ㅡㅡ;



주변을 둘러보고 마침 끌바로 이동 중 큰 건물 뒤편에 공터가 보였다.

공터 옆엔 지붕이 있는 민가가 보여서 집 앞쪽으로 돌아가 벨을 누르니 한참뒤에 현지인이 나왔다.

비바람이 세게 불어서 벨을 못들었었나? 

비가 와서 지붕 아래 텐트를 치기를 허락을 구했는데 우선 자기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던 아주머니.




현지인들 중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그리 만나지 못했었다. 

긴 대화를 생각 안 했는데 차를 한 잔 내주면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

그래서 나도 커피 한잔 만들어드렸음. ㅎㅎㅎ

빨간색 옷입은 아주머니가 집 주인. 남자는 아들, 오른쪽 두분은 친척.


아줌마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서 영어로 대화가 쉬웠고 친척분에게 설명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안되서 아들 타테를 불렀다.

남아공에서 공부를 한다는 이 친구.

어떻게 이 나라에 온건지 참 많이도 궁금해 한다. 

대화를 나누고 알았다. 

짐바브웨도 스와힐리어를 일부 쓰는지 라이언킹에서 나오는 단어, 예를 들어 주인공인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를 말하고 품바는 그 멧돼지의 의미였다. ㅎㅎㅎ

그리고 주요 음식인 은시마(옥수수 가루를 물에 개어 끓여서 우리의 밥처럼 먹는다.)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대화 중에도 엄청나게 불어오는 비바람은 어느정도 줄어들고....

대화를 하더니 아줌마 왈. 

자기들이 트래블 롯지를 운영하는데 그곳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어차피 가는 방향에 있고 지붕 뒷편보단 그곳이 나을꺼라고 한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곳이 나을꺼라며 내게 권하는 아줌마. 

자전거로 10여분 정도만 가면 된다고 알려줬음.

OK! 

타테를 따라서 라이딩을 했다.



도착한 것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규모가 있고 컸다.


도착한 숙소는 짐바브웨에서 잠비아를 왔다 갔다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들러서 쉬거나 주말에 놀러오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었다. 

덕분에 하루를 맘편하게 자고 




아침에 타테가 와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출발.



전날 아줌마와 타테로부터 꽤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도까지 꺼내서 설명을 해주면서...

지금 여기서부터 다음 도시까지는 조심해서 가야한다고.

왜?

내가 처음 들어보는 개념인 게임 파크(Game park)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무슨 게임하는 공원?? 혹은 골프장??? 



여기서 게임은 사냥을 의미한다.

야생동물이 나오고 그 야생동물 공원의 벽이 따로 쳐져있지 않기 때문에 도로로 나오는 야생동물도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정말로 조심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동 거리를 보아하니... 문제가 없겠네. 

잘 알겠어.


그.

러.

나.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은 어디서나 일어난다. 

아...




이동.

국경인 치룬두까지는 148km.

중간도시 마쿠티(Makuti)까지는 85km.

오늘 마쿠티까지 갈 계획은 아니지만 혹여 모르니...

중간 도시를 확인해 놨으니 그곳에 들러 오늘 밤을 지내는 걸로 계획을 삼자. 




2시간여를 달려 밖으로 나왔다. 

흐릿한 날씨.

그래도 라이딩하기에 나쁘진 않은 날씨.

달려갑시다! 




배가 고파오는 시간이라 뭐라도 보이는 건물이라면 그곳으로 접근.


수퍼마켓............?




은 아니고, 그냥 가정집. 

전기는 태양광으로.




중간에 이런거 나오면 쉬어갈 기회로 여긴다.

근데 오프라인 맵인 맵스미로 봐도 이걸 100% 확신할수 없다. 언제 나올지.

구글맵으로 확인해 놨던 시장이나 민가는 바로 이런 것들을 의미한다.




더워서 너무 쉽게 체력이 방전된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이거...

아까 노점에서 토마토 사 먹고 배가 고파서 이곳에서 파스타 하나 삶아먹고...

제대로 챙겨먹으니 힘이나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빨리 이동 해야지.




하늘 조오코!!! 


얼마안가 타이어가 비실비실...

그러고선 몇초가 안되어 금방 비틀비틀... 

자세히 보니 타이어가 찢어졌고 튜브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내장이 튀어나온 것마냥 그렇게 됐다. ㅠㅠ 

튜브도 튜브지만 여분 타이어가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

챙겨왔는데 다행이다.

수리를 하고 보니 시간이 꽤 지났다.

아, 이거 안되겠다. 

페달질을 재촉해야 겠는걸. 




심심한 길이 계속 되는 상황. 


그.

리.

고.


얼마 안가서 다시 펑크...


앗!!!!! 

뭐지?


보니까 타이어가 다시 찢어졌다.

참고로 갈아낀 타이어는 한번도 쓴 적없는 새것이었다. 

오기전에 이탈리아에서 25유로 가까이 주고 산 브랜드있는 튼튼이 타이어.




짐바브웨 주요 도로는 잘 닦여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니 아스팔트의 상태.

포장도로가 잘 깔려있긴 한데 그 아스팔트를 구성하는 작은 돌들의 밀도가 빽빽한게 아닌 듬성듬성 차 있어서 바퀴에 상당한 무리를 주는 것이다. 

평지를 달리지만 내 자전거는 매번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을 왔다갔다 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내 체중과 짐, 그리고 자전거 무게가 160kg이 넘는 상황에 타이어가 받을 압력은 열받은 도로의 열기에 상당히 안 좋은 상태.




하루만에 타이어를 2개나 찢어버리다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는데 차 한대가 지나가면서 현지인이 하는 말.

'Are you crazy? This is game park!!!' 

아차!!!!!!!!!!!!! 

큰일났다!!!!!!!!!!! 


이 짜슥들 말만하지말고 좀 도와주지.

픽업 트럭 비었는데 그냥 가네.

해가 저물어가고 시간을 보니, 진짜 큰일이다. 

정말 이거 겁이 난다.


내가 타테로부터 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것이다.

타테 : 지난 몇 년간 야생동물로 사람이 죽은 적이 몇번 있는데 다행히 밤이야. 낮엔 딱 1명만 사고가 났거든. 그러니까 낮 시간엔 거의 문제가 없을테니 괜찮을꺼야. 그렇지 엄마? 

타테 엄마 : 그래, 맞아 뉴스에도 났었어. 그런데 밤에 정말 조심해야해. 절대! 절대! 마을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라구.


타이어가 2번이나 찢어질지 예상이나 했겠나.

지나가는 다른 몇 대의 차들이 똑같은 소리로 내게 뭐라 한다.

겁이 덜컥 났는데 되돌아 가는 길엔 아무것도 없었고 주변에 민가도 없다.

아............................

정말 믿을 수 없는 공포감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등골이 정말로...

정말로 오싹했다.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김성원씨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사자의 저녁 도시락이 되어 사망했다는 소식입니다.

ㅠㅠ


아우...

엄청난 공포감이 밀려왔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멕시코에서 권총 강도 만났을때의 그 느낌.

근데, 강도는 말이라도 통하지... 

사자한테 팔 한개만 줄께 이럴순 없잖아. ㅠㅠ 


어깨에 긴장이 빡! 되면서...

정말로 미친듯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내가 마시려던 여분의 물병이 떨어진지도 모르고...

목이 바싹 마른 상태로 어두움 속에서 미친듯이 페달링을 했다.


전후방 라이트를 다 켠상태로 달렸다. 

헬멧 뒤에도 라이트를 키고 번쩍번쩍이고 달렸다.


정말로 무서웠다.

그 불빛보고 사자가 혹시나 라이딩 중인 내게 달려들어 모가지부터 아작낼까봐... 

짐바브웨 사자가 '저 도시락이 왜 저렇게 반짝이지? 오늘은 한국산 특식인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까? 

 

길 위에서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오가는 수 많은 화물트럭들에 내 위치를 알려야했다.

뒤에서 화물트럭이 올땐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그 강한 라이트가 비쳐 올때는 적어도 그 순간만은 사자나 코끼리가 달려들진 않는다고 생각을 했으니.




2시간여를 달려서 발견한 앞의 불빛이 보인다! 


살았다!!!!!!!!!!! 


다행이다!!!!!!!!!!!!!!!!!!!!!!!!!!!!! 





뒤에서도 차들이 섰고 내 앞에 차들이 하나둘 서가는 걸 보니 검문소인듯.

마쿠티(Makuti) 경찰서 도착.

마쿠티로 올거라 생각도 못했다. 오늘 달린 거리가 90km 가까이 되는군. 


어두움 가운데 외국인이 자전거로 나타난 것을 보고 경찰들이 전부다 나 보고 미쳤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살았네.........

살았어.............

아............................................

엄청난 공포감이었다.




경찰들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배를 잡고 깔깔대며 폭소를 한다. 

난 진지하다고 이 녀석들아... ㅡㅡ^ 



경찰에게 부탁해 그들 건물 내부에 캠핑을 할 수 있도록 부탁을 했고, 건물안 빈 공간에 텐트를 치고 물을 얻어 씻었다.

텐트에 눕고보니 이제야 내 목과 어깨의 긴장이 느껴진다. 

 


아.........

그 긴 여정을 통틀어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뇌물을 요구하고 맥주를 사달라던 그들의 요구가 오히려 귀여울 정도다.


근데 내비둬라, 나 지금 너무 피곤하다.

큰 숨을 몇번이나 들이쉬고, 텐트에서 떡실신 한채 잠 들었다.



2017년 3월 4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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