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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2543일차 : 치룬두(Chirundu), 하이퍼 인플레이션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1. 23.

자전거 세계여행 ~2543일차 : 치룬두(Chirundu), 하이퍼 인플레이션


2017년 3월 5일


밤엔 창고 같은 곳에서 텐트를 쳤다.

누구의 간섭도 안 받고 맘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중남미의 경찰도 믿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아프리카 경찰은 더더욱 못 미더우니까.

몸이 정말 정말 무겁다.





밖으로 나와 보니 펑크가 나있다.

어제 미친듯이 라이딩 하다 보니 자전거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상관도 안 하고 달렸었다.

사자밥이 된다, 그건 현실이 된다.

현실을 꿈꾸는 사람은 바로 동물원으로 고고싱을 추천드린다.

타이어 수리하는데 또 진땀을 뺐다.


아, 힘들어.

오늘 날씨도 너무 덥네. 

어제 저녁에 본 사람들은 안 보이고(사실 얼굴도 잘 모르겠다.)... 

떠나려는데 단체 구보 중이던 한 사람이 나와서 띠꺼운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다.


그 : 헤이! 우리 건물 사진 찍었지? 우리 사진 찍으려고 그런거야? 

나 : .....................

그 : 너 스파이지? 

나 : 너희 나라가 그런 가치라도 있냐?




<마쿠티 지도>

스마트 폰을 알까? 있어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상상이나 해 봤을까? 

아휴, 성가신 것들 투성이다. 




피부는 가려도 잘 탐. 




어제 저녁에 음식이라도 제대로 챙겨먹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뒷편에 건물들이 보여 무슨 마켓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상황은 이러하다.

아무것도 없음.

아, 배고픈데...

다음 마을까지는 얼마나 걸리려나? ㅠㅠ 




얼마 안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되며 발견한 주유소.




그 뒷편에 수퍼마켓 발견.

제대로 먹을 거라곤 과자 그리고 탄산음료.

아프리카 수퍼마켓은 저런 종류가 참 많드라.

특히 영국의 영향을 받은 마켓들은 cash and carry나, Pick and pay 같은 단어를 잘 써놨드라.

라틴 아메리카 어느 나라중에 저렇게 써 둔곳을 본적이 있는데 작은 수퍼마켓이 아니라 도매점이던데 이곳은 개념이 다르네.

그냥 마켓이면 쓰는가보오.




몰골을 보고 신기하게 보던 수퍼마켓 직원들. 

짧게 대화를 나눴던 직원들. 

좋은 하루 되세요!  




이전 여행기에서 언급한대로 짐바브웨의 지형은 기본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들이 많다.

그리고 서쪽해발고도가 약간 높고 동쪽 잠비아 국경으로 갈수록 해발 고도가 낮아진다.

오늘 목적지는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 도시 치룬두(Chirundu).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가면서 달린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대략 사하라 사막, 그리고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로 대표되는 세렝게티 초원의 이미지가 아닐까.

지금 이곳은 사막과는 거리가 먼 초원의 나라다. 






덥다. 

그래도 눈이라도 시원해서 좋다.




덥다.

그리고 덥다.

다행인 것은 내리막이 나와서 약간의 더위를 식혀 준다는 것. 

감사합니다!!!! ㅠㅠ 




햇빛이 뜨거우니께, 피부에 자극이 온다. 

벌겋게 달아오르는구마잉. 




맑은 하늘에서 구름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람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더 강해진다.




아놔, ㅎㅎㅎㅎ

구름떼가 잔뜩 재채기 한번 태세인데?? 




구름님 면상 앞에 내 얼굴이 바로 있는 상태다.

재채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나는 무작정 달리다가 나무 아래로 피신.

주변엔 그 유명한 바오밥 나무가 있었는데 오~~ 한번 하고나서 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나무가 벌거숭이라 가지도 없어서 어쩔수 없이 우의를 입고 라이딩.

라이딩하나 서 있나 매한가지. ㅋㅋㅋㅋㅋ

뭐냐, 이 깝깝한 상황은..




출발한지 대략 3시간 정도 되어서 국경 도시 치룬두(Chirundu)에 도착했다.




소똥인가? 

코끼리는 더 크겠지? 




국경으로 가는 길.

이제서야 뭔가 좀 아주 아주 기본적인 수퍼마켓이라 부를 수 있는 형태의 것들이 보인다.

탄산음료 하나로 잠시의 여유를 즐겨보는 중.

그나저나 국경까지 얼마나 더 가야하나. -_-;




국경으로 오는 길이 생각보다 훨씬 더 내리막길이어서 일찍 도착을 했다. 


남는 돈이 있었다.

바로 짐바브웨 돈을 써야하는 시간. 




다 써야겠다 싶어서 수퍼마켓으로 향했다.

진흙길로 자전거를 끌고 왔다.

이제 남은 잔돈 처리해야지. 




지금 보는 돈은 바로 본드 노트(Bond note)라고 하는 현재의 짐바브웨 화폐다.

아마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하이퍼 인플레이션 (초고물가상승)에 대해서 잘 알 것이다.

최근엔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그랬었지만 역시나 더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곳은 바로 지금 있는 이 나라, 짐바브웨! 

짐바브웨는 세계 최고의 인플레이션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로버트 무가베가 화폐를 하도 많이 찍어내니까 화폐 가치가 떨어졌고 그 이후에 돈 뒤에는 0이 수십개가 찍혀가면서 자국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신뢰도 잃으면서 전부다 외환, 달러로 몰려 들었다.







결국 자국 화폐는 가치가 점점더 떨어지고 화폐에 뒤에 0을 몇개나 더 붙였는지...

100조 달러같은 화폐까지 나오게 이른다.

그래봤자 가치만 하락을 하다보니 0을 없애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했다.

100억 짐바브웨 달러가 하룻밤새 1짐바브웨가 되어버렸음. ㅋㅋㅋ 




2009년에 자국 통화를 완전히 포기를 하고 미국 달러 포함 인근국가들의 돈을 모두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

그러나 도저히 돈이 돌지않고, 외국에서는 짐바브웨 화폐를 인정하지 않으니 미국 달러 말고 다시 자국 화폐인 본드 노트를 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국가의 화폐 가치가 신뢰를 잃게 되면 저번과 같은 상황은 언제나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법.

2017년에 시작이 되어 내가 여행 하던 당시엔  1:1 개념으로 1본드노트 : 1 미국달러로 쓰고 있었다.

참고로 본드노트의 B를 써서 발러(Bollor)라고도 부른단다. ㅋ

발러가 1:1 쓰이는건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해야하지만 뭐 그게 어디 쉽나?

하루 은행에서 미화 인출액을 50달러로 줄이고, 일반 소매점에 발러 쓰기를 장려를 하다보니 달러 가치는 오르고 발러 가치는 하락하는 이전의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같은 모습이 일어나고 있다. 

나라가 또 국민들 돈 훔쳐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이 이름값 한다.

생일파티에 200만 달러를 쓰는 인간, 당시 대통령 무가베는 그랬겠지.

41살 어린 마누라 구두 사줘야 되는데.... 어쩌지? 

우리 나라 국민들 '발러!!' ㅡㅡ^ 


2와 5이상의 본드 노트는 본적이 없다.

수퍼마켓에서도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했음. 

2017년 부터 가치가 변하기 시작했으니 지금 이 여행기가 올라가는 지금에는 얼마나 더 복잡하게 움직일지...;;;;




본드 노트 다 쓰고 나왔다. 

이거 다 해서 2달러. -_-; 

아까 5발러 짜리는 그냥 빌린거. ㅋ




내가 앉아서 잠시 먹을것들로 배 채우는 동안 그들은 날 구경 모드.

나도 그들을 구경 모드. 




국경 도시가 이렇게 맥아리가 없어보이냐.




국경 가는 길.

걸어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왔다! 

다리를 건너면 잠비아로 간다.

할 것 없는데 어제의 피로로 오늘의 피로 또한 상당하다.

힘들어. 아흐... 




그리고 두 나라를 잇는 다리.




다리엔...


나를 발겨주는 원숭이들이. ㅎㅎㅎㅎ


여기가 지상 낙원일까? 




두 나라를 나누는 국경선이 되는 정말 말 그대로 생명의 줄인 잠베지 강! 

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간다.



짐바브웨.

내 아프리카 여행의 첫 나라.

경치도 하루이틀이지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들임을 안다.

마지막 대륙의 여행이다. 그래서 기대치를 훨씬 낮게 뒀다.

그러나 이제 밥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벌써부터 남은 가마솥밥이 먹기 싫어지는 느낌이다.

뭐, 그래도 어쩔수 음따. 


짐바브웨를 마치고 다음 나라...

잠비아로 간다! 


2017년 3월 5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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