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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2566일차 : 나는야 아스팔트 고구마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2. 8.

자전거 세계여행 ~2566일차 : 나는야 아스팔트 고구마 


2017년 3월 26일


전날 저녁 늦게 도착한 한 캠핑카 한대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아프리카의 조용한 저녁이다 보니 소리가 쉽게 퍼진다.

그 때문에 눈을 떴다가 잠이 안 왔다. 

새벽 일찍 잠만 자고 떠난 그들.




나도 이제 출발해야지. 




오늘도 더운 날씨 그리고 심심한 길을 계속 가야한다. 

내 남은 아프리카 여행동안 이 말을 앞으로 몇번이나 더 하게 될까? 




내 앞에 나타난 꼬마들.

펜과 비스켓을 자꾸 달라는 아이들. 

어디서 들은것 같다.

돈을 달라하면 안 주니까 다른 것을 달라고 부모가 교육 시켰다고.

그래서 종종 나오는 리스트로 먹을것 입을 것 등인데 이젠 문방구류로 펜이 자주 등장한다고.

과자는 이곳에서 살수 있지만 볼펜 같은 것들은 100% 수입에 의존한단다. 





내가 가진 펜은 3개.

안된다고 거절을 하고 돌아서고 나서 몇번 바퀴를 굴리다 뒤를 보니 계속 쳐다보고 있다.

주머니 펜 두개를 바닥에 내려놓으니 애들이 뛰어온다.

미안타, 다 주지 못해서.

그리고 인생은 종종 선착순일때도 많단다. 

내가 선착순이 아니게 만들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그럴수가 없네. 




지리한 길.




교회인지 무슨 TV같은 것을 틀어놓고 사람들이 한곳을 응시해서 보고 있었음.




루앙와 강을 건너간다.

건너편은 바로 모잠비크.


모잠비크... 

궁금한 것도 잠시. 찰리형이 한말이 생각나네.

굉장히 심심할 거라고.




오르막 이후 내리막. 언제나 오르는 법은 없고 그 반대 또한 없다. 

찰리 형이 중간에 점프하라는 말이 지난 며칠간의 경험으로 이해가 된다. 

아, 굉장히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1시간, 2시간 페달을 밟는다. 

저 멀리서 보이는 자전거 한대?

옷???




아프리카 와서 만나는 첫 자전거 여행자.

캐나다에서 왔다는 에릭. 

말라위에서 넘어오고 있는 그. 


말라위를 지나 지금까지 오는 길은 굉장히 지루하다고 한다. 

루사카까지는 너도 마찬가지 일거야. ㅎㅎㅎㅎ 

루트에 대한 정보를 들었으나 말라위에서 어떻게 이동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가봐야 아는거지. 서로의 안전을 빌어준다.




아, 덥고 지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고프다.

마침 길가에 나타난 상점 하나.





먹을거라곤 빵이 있는데 루사카의 대형 수퍼마켓에서 구워파는 식빵을 가져와서 이곳에서 팔고 있다.

구운지 대략 일주일 정도 된. -_-;

가격은 루사카의 약 2배 정도. 그래봤자 1달러 정도 밖에 되진 않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비쌀텐데...

금 가방안에 든 먹거리는 약간의 파스타 면과 라면이 있다. 

해먹기 귀찮고 가장 큰 문제는 연료가 다 떨어졌다. 

오는 길에 주유소를 찾아봐도 없다. 



무엇이든 먹어야한다. 

근데 정말 빵 밖에 없어서... ㅠㅠ 먹다가 남김.

겉부분은 딱딱해서 먹지도 못했다. 말랑말랑한 속이나 파 먹어야지.




흐미...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가 짐바브웨 보단 나아서 라이딩의 질은 나쁘지 않다는 것.

비만 오지 않으면 그 속도는 왠만해서 10km대를 유지한다.




간간히 나오는 원숭이가 눈을 덜 심심하게 하는데, 아이고~ 니는 배 안고프나? 

뭐 먹고사노?




잘 뻗은 길.

그래, 이 아스팔트 길.


나는 아스팔트 고구마지.

단단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뚫고 뭔 줄기가 주렁주렁 나오는데 그게 고구마였고...

그건 날 가졌을 때 어머니가 꾸신 태몽.

어릴때 듣고 그냥 넘겼었는데... 

남미의 페루였었나? 

라이딩 여행중 어디선가 아스팔트 도로에 감자와 고구마들이 떨어진 것을 보았다. 

몸이 힘든 상태에 문득 오래전 어머니께서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당시엔 '흠, 나랑 비슷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태몽에 대해 들은 생각이 살짝 스쳐갔었다.

그 수년 사이에 간간히 생각이 났었는데 아프리카 오고 나서 좀 더 선명해짐.

할게 없으니 뻘 생각이 이어지는 시간이라서 그런듯 하다.


그나저나 보통 남들은 여의주 물고 오는 용꿈 같은거 꾼다는데... 

나는 왜 고구마일까. 

흠, 안 멋있어. 근데 뭔가 나 같다. -_-;




이 덥디 더운 길을 달려나가잣.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고구마처럼 느리더라도 강한 생명력으로 앞으로 가야제.




앞에 보이는 현지인이 업힐을 잘도 올라간다.

태우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면 짐이 알아서 이동한다. ㅋㅋㅋ

좋으네.

솔직히 도끼와 마체테 들고 있는거 보고 쫄았다.

뒤에 있는 나를 자꾸 힐끔힐끔 보면서 올라가길래.. 

그래서 거리를 유지하면서 올라갔다. -_-;

난 혼자, 저들은 4명이다. 사진 위 언덕을 먼저 지나간 한 사람 또 있었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 ㅠㅠ

그리고 해가 진다. 어디를 가야하나?

저 위 언덕을 하나 지나 보니 위에 마을이 하나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니 위에 나이 많으신 아저씨가 와서 이것저것 묻는다.

손짓발짓, 자는 포즈 텐트 치는 포즈 지으니 문제없다면서... ㅎㅎ

나의 등장에 아저씨 가족들이 우르르 나와서...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와 날 둘러쌈. ㅡㅡ;




텐트치고나서 티 한번 거하게 끓여서 나눠 마셨다.

근데 왜 설탕 안 넣냐고 뭐라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달다고 구박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이다.

어제 저녁에 있던 사람들 그대로 있음.

어제 본 룽구 아저씨 아들은 몸이 좋다면서 약을 달라했다.

어떤 약이 필요한지 물어보니... 필요한건 항생제! 

약 값이 비싸다는 이곳. 

나야 약을 잘 먹지 않으니... 




얼른 회복하길 빌어, 친구! 




출발하고나서 보니 금방 배가 고파온다.

어제 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마을이라고 하기엔 뭐한, 그냥 가옥이 여기저기 한채 두채 있는 모양새다. 

길거리에 먹을거 파는 곳 발견하기가 진짜 너무너무 힘들다.




토마토 파는거 사서 앉아 먹는데 앞에 학생들이 나타나서 먹는 나를 보기 시작한다. 


ㅎㅎㅎㅎ 뭐야 이것들아. 





한입 안 줄꺼다. 

내 혼자 먹을꺼임. 

배고파. 




이 정도 마을 사이즈면 그야말로 땡큐인데 수퍼마켓 없는 곳도 많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그냥 지나친다.

내가 놓친건가....? 


빵 어제 남겨놓은거 오늘 다 해치울 차례다!

그냥 먹기엔 거슥해서...

무려, 




고추장을 발라 먹는다.

빵에 고추장 발라 먹어본 사람 푸쳐핸썹! 




어제는 그냥 먹었지만 문득 든 생각.

이거라도 없었으면 어쩔뻔... ㅠㅠ 

사실 빵을 버릴려고 했는데... 흑흑흑 ㅠㅠ 약간의 허기라도 가신다.

먹고 배탈이 안나서 다행이다! 




2시간여를 달려 마주한 마을, 이 동네 이름은 니임바(Nyimba)! 

동네 이름은 있지만 뭐라도 갖추지 않은 곳이 많은데 이곳은 좀 규모가 있다. 

그리고 식당 발견!!!!!!!!!! 

아싸~!!!!!!!!!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식당에서 은시마를 주문해서 먹는다. 

풀떼기, 콩, 계란이랑 채소 스크램블 한것, 소세지 그리고 밥으로 먹을 은시마. ㅎㅎㅎ

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밥 좀 먹고 이제 다시 달려야지... 하기엔 시간이 좀 애매하다.

모처럼 규모 있는 마을도 만났는데... 쩝~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앞으로 좀 더 가면 호텔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 좀 더 이동했는데 호텔이 안 나온다. 

사람들이 없음.

원래 말한것보다 30여분을 더 가는길에 금발의 여자 3명이 걸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

호텔이 있는 것을 확신하고 가다가 발견한 간판을 따라 호텔로 왔다.




120콰차 달라는거 100콰차 주고 체크인.


배고파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근처에 수퍼마켓이 있어서...

사이즈는 큰 편인데 내부에 채워진 물건들은 우리네 편의점의 1/50 정도?




뭐 살만한게 별로 없네.

단게 땡겨서 역시나 탄산음료 2병으로 우선 목 축임.

단걸 마셨더니 산 과자가 입에 안들어감. 그래도 이게 어디야. ㅠㅠ


숙소로 돌아와 사진 파일을 옮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노트북이 정상이 아니야.... ㅠㅠ 




출발.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조건의 날씨 아래서 달리는 성원이가 되겠습니다.

오늘은 길에서 식당발견하는 행운을 누릴수가 있을까요?

염려가 됩니다. 




잠비아 대통령 아저씨, 안녕.




길 상태 좋은 오늘.

바람도 잘 안 불고 덥고... 혼자말하다가 또 가만히 있고.

누가 봤으면 미친놈으로 볼듯. 


그렇게 몇시간을 페달질을 했다.




눈망울 맑은 꼬마 아이들. 

귀엽다.





잠비아에서 그리고 말라위에서 간간히 마추쳤던 상황.

길가다가 외국인을 발견한 아이들이 영어를 하면서 쫒아온다

Hello!!!!!!

how are you~ how are you~ 

하~와유~ 하~와유~ 

이렇게 몇마디 멜로디를 타다가 갑자기...



Who are you~ Who are you~

후~아유~ 후~아유~~

이렇게 바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사하다가 내가 누구라고 묻다니...

의도 한건가? ㅋㅋㅋㅋ

아유, 귀여워.^^ 



뭔가 좀 정비되고 정돈 된듯한 곳이다.

대통령의 고향이라 그런가?? 태양광 라이트가??? 

사람들도 그 수가 좀 더 있어 보이고.

(사람수로 판단을 하다니..ㅋㅋㅋㅋ)




어쨌든 다행인것은 샵을 발견했단거.

더워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펍에서 맥주 한병을 마셨다. 




잠시 숨을 고르고 밖을 보니 뜨거운 오후시간이다. 

다시 길을 나설때다.




오르막, 내리막.

짐 많은 내게 이런 길은 에너지 방전이 쉽게 된다.

어이, 아스팔트 고구마, 힘내.




수퍼마켓 발견! 

3분 호나우도가 되기 위해 탄산음료 드링킹!

배터리가 조루라 이런 꼼수도 필요하다. 




그리고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




해가 저물어 가는구나.




오늘에서야 연료를 채운다.

어제 연료를 채웠어야 했는데 그냥 이동해버렸음. 

주유소는 어제 1박한 니임바에서 채웠어야 했는데 그냥 왔다.




어쨌든 성공. 

연료가 문제가 아닌데, 먹을게 있어야 하는데... ㅠㅠ




동네... 이거 뭐 있으려나? 

애매한데...

떠나려다가 핸들을 돌려 저녁 먹으러 왔다.




이곳에서 고기까지 다 썰어서 줌. 




야호~ 은시마랑 고기 먹어야지.




주인장 말로 이 곳에는 호텔이 없다 했다.




앞으로 계속 가야하는 상황.




하늘이 너무 예쁘다.

오늘 잠잘 곳을 찾아야하는데... ㅎㅎㅎ





밤길을 달리며 사람들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그곳에 몇몇 흙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역시나 갑작스런 외국인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왕창 몰려왔다.

스탠리라고 하는 아저씨가 집 마당 구석에 공간을 내 줬고 나는 텐트를 쳤다.

짧은 대화, 그리고 몸을 씻어내니 불어오는 바람이 이렇게 행복할수가 없다.

이날도 더위가 장난이 아니었고 전날의 호텔에는 뜨거운 물만 나와서 샤워를 제대로 할수가 없었다.

진짜... 이건 쾌락이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밤 하늘의 별이 끝내주게 아름다웠으나 나와서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기가 너무 많아서... 

그리고 이들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기가 불편했었다.


텐트를 비스듬하게 놓고 밤 하늘을 구경한다. 

오늘 내게 허락된 행복한 밤 풍경이다.



2017년 3월 28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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