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2701일차 : 우간다 주둔 중국 군인이 되다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4. 16.

자전거 세계여행 ~2701일차 : 우간다 주둔 중국 군인이 되다 


2017년 7월 12일


무거운 몸, 그리고 뜨끈한 아침.


전날의 무거움은 샤워로 절대 한 방에 날릴수가 없다.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며 쏟아내는 포효는 내가 살아있다는 아침의 한가지 예식이다.




별로 의식을 안하고 살았었다. 매일 아침의 얼굴이 어떤지.

생각해보니 여행중에 정상적인 낯짝을 유지하기 힘든 이유는 저녁늦게 먹고 자는 사이의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아서 일꺼다.

매일이 팅팅 붓는다. ㅎㅎㅎ

일상으로 되돌아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래프팅이 유명하다고 하나 지금 내겐 그리 땡기는 것이 아니니 됐다.

한 가지 힘써야 할 일은 바로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가야한다. 




진자(Jinaja) 외곽으로 벗어나는 시간.


목적지는 변한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계획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가 가야할 곳의 방향은 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행 중에 깨달을 때가 종종 있는데 오늘도 그런 날 중 한 때다. 




비가 잠시 내렸었다. 

길에 표시된 말라바(Malaba)는 직진하는 길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야한다. 118km! 




내 루트는 말라바 지역이 아니라 케냐 나이로비 방향으로 갈 예정이라 직진한다. 

국경은 부시아(Busia) 가 있는 방향. 말라바에 비하자면 약간은 가까운 편이다. 

우간다의 엘곤(Elgon) 산이 있는 말라바 방향이었으면 어쩌면 또 다른 추억을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언급한것처럼 그곳의 커피 산지를 가려고 했었으니까. 


지금 이런저런 시간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케냐행을 결정하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캄팔라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지도를 보면서 주요 루트를 몇군데 정해보니 시간이 상당히 촉박하다. 

중간에 많은 길을 점프를 해야할 것 같다.

이래나저래나 놓치는 점이 있기에 가급적 덜 부담스러운 쪽으로 이동에 집중을 해야겠다.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잠시 먹거리로 배를 채우고 다시 달리기. 


굉장히 더웠다. 

아흐... 

주유소에 음료수 냉장고가 자물쇠로 잠겨 있고 직원이 꺼내준다. 

난 그냥 음료수 내가 꺼내서 계산도 안하고 그냥 그저리에 퍼질러 앉아 벌컥 벌컥 마셨다. 

다시 한병 더 꺼내서 마시다 서로의 눈을 마주쳤는데 웃는다. ㅎㅎㅎ




음료수 마시다가 내 얼굴을 보니 이해가 된다.

나도 내 얼굴이 웃기다.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덥다. 

그래도 열심히 달려야지. 




우간다 와서 특히나 눈에 자주 띄는 모습.

식수 문제가 심각한가보네. 




우간다가 상대적으로 다행이라면 숲과 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이들의 삶이 사막의 황폐함까지는 간지 않는다는 것.

물론 지금도 힘들겠지만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 초록의 대지가 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리라.




아름다운 해넘이를 보며




볼살을 스쳐가는 바람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비가 오려나부다. 

해도 저물어가니 잠잘 곳을 찾아야지. 




지나는 곳이 도시인데다 눈에 띄는 곳에 게스트하우스라고 쓰여진 곳이 있어 바로 방을 잡았다.

자전거 들고 나타나니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으흐~ ㅎㅎㅎ 




짐 넣어두고 야시장을 찾아 나서는 길. 

역시나 시장하면 활기찬 에너지지.




시장에서 치킨과 우유를 사왔다. 

개인이 직접 우유를 짜서 파는 것인지 우유맛이 정말 고소했다. 캬~ 




반찬 만들어 먹기! 

그저께 캄팔라 시장에서 사온 정구지에 상온에 이틀 약간의 고추장과 함께 버무려 놨더니 제대로 익었네.

비주얼이 좀 거슥하지만 맛은 이렇게 좋을수가 없다. 

생존 반찬!!!!




외국을 다니는 여행자라도 간장, 된장, 고추장 이 세가지만 잘 갖춰도 한국 음식 왠만한 것은 다 해먹는데 큰 무리가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양념의 주요 베이스는 저 3가지다.)




출발날의 아침.

잠 잘 잤나? 흠, 초금(CHOGM)?  ㅡㅡ;




가볼까?

그래. 

오늘은 어디까지 가나? 




바로 케냐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상황을 보고 넘어가든지 아니면 그냥 하루를 국경에서 보내든지 해야겠다. 




가다가 만난 비로 비 나무 아래로 몸을 피했다.

큰 나무 기둥 옆에 몸을 기대고 잠시 앉아 목을 축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세계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대단해 보여서일까? 

적지 않은 분들로부터 메세지와 질문의 글을 받는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세계일주. 

실행을 하기 위한 결론은 간단하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고, 상식적인 선에서 계획하고 출발하면 된다. 

출발할 당시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일주에 대한 어려움의 문턱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으니까. 


이 여행의 모습과 주저하는 것은 우리네 인생처럼 다양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런것 같지는 않다. 

여러 사람들의 질문을 들어보면 주저하는 속마음에 대해 아주 조금 이해가 된다.

정말 세계일주가 진짜 꿈이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돈을 모으는 과정 조차 행복할 것 같은데.

그리고 돈이 생기면 출발하면 될일인데 왜 하지 않을까? 

(사실 이미 그들의 통장에는 충분한 돈이 있지만) 돈이 생겨도 못하는게 이 여행이다. 


안다.

그 두려움과 염려때문에 하기가 힘든 것을. 

그로 인해 포기 못하는 현재의 삶이 지금 자기의 삶의 모습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살게 만들고 있다. 

세계일주란 이름은 지금의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소망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밀려나 있지만 그 세계일주라는 선택이 우선순위의 저 밖에 있다가 어느 순간 높은 자리를 차지할 이유가 각자의 삶에서 저절로 생길때가 있겠지. 


갑작스런 퇴사, 시한부 인생, 사랑했던이와의 상실 등....

내가 그렇게 선택한 것처럼, 누구나 자기의 삶을 그렇게 선택할꺼라 생각한다. 




이름값 하는 우~ 간다.




자, 다시 길에 서자! 




좀 달렸더니 야생동물들이 도로가에 나타나기 시작. 




이놈의 원숭이떼들. ㅋㅋㅋㅋㅋ





왜 이래 많노. ㅎㅎㅎ

로드킬을 입힐 차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길을 건너도 잘 보고 댕기라. 아직 지킬 새끼들이 있어 보이니 함부로 길 건너지 말고.




국경으로 가다보니 더 신기한 것들이 나오네. ㅋㅋㅋ

오늘 무슨 동물의 왕국 유인원 특별편인가? 




이것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리에 퍼질러 앉아가꼬 밍기적대면서 쳐다봄. 

순간 좀 놀랬다. 

사람 공격 할까봐.




국경이 다가 오고 있다.




음료 마시며 주머니를 뒤져본다.

남은 우간다 지폐. 

당시 환율은 약 3000실링이 1달러 정도. 

지나온 모든 나라중 가격대비 물가도 가장 저렴했고 그러면서도 적당한 퀄리티는 갔췄다고 생각한 나라다. 

그나저나 우간다 지폐 참 예쁘네. ㅎㅎ




국경쪽으로 슥 다가가 본다.

국경 넘어가기전에 다시 핸들을 틀었다.

케냐 정보가 사실 거의 없는데다 숙소도 안 찾아봤다.

지금 해가 넘어가고 있으니 남은 우간다 돈 쓰고, 내일 케냐로 넘어가야지.

케냐 실링은 또 따로 뽑아야 하니...

남은 돈 환전은 적당히 쓸꺼 계산 해 놓고 환전해야지.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서 바라본 우간다 - 케냐 국경. 


화물차 참 많어~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다.


멀리서 들려오는 쿵작이는 음악 소리와 함께 보이던 여러 미용실.




덥다. 

찰리형네서 이발 한지 벌써 3달이 넘었다. 

머리감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귀찮다. 

앞에 사람 솜씨 좋게 자르는거 보고, 나도 기대를 좀 해 봐야지.




잘 손질 해 주게나, 친구. 


바리깡과 가위질을 하는 듯 하더니 바리깡이 머리 깊숙이 그냥 쑤욱~ 들어온다.


읭? 


아...



아놔..



야! 


니... 뭐꼬?


"나 사실 이런 머리는 처음 잘라봐.ㅎㅎㅎㅎ"


아놔...-_-;


아, 된장.


망했다.


너무 웃는거 아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얼굴이 너무 웃겨서.

중간에 진짜 안 멈췄으면 더 짧게 했을지도. 

친구 왈, "우간다에 주둔하는 중국 군인 됐네?"

햐... 우간다 주둔 중국 군인이라...

아, 어떻게 이런 표현을 다 생각해내냐. ㅡㅡ;;;





자기의 스타일링에 만족한 이 친구.

내가 바리깡으로 눈썹 좀 만져주고 싶다.




우간다의 마지막날에 이런 추억을 주다니. 

고맙다, 횽. 이 와중에 넌 참 밝냐. -_-; ㅠㅠ 



2017년 7월 13일 까지의 이야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lifewithadventure/

블로그 : https://cramadake.tistory.com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sphalt_potato/


"구독"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