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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2707일차 : 일상에서 천국을 만드는 간단한 방법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4. 22.

자전거 세계여행 ~2707일차 : 일상에서 천국을 만드는 간단한 방법


2017년 7월 19일


가방안에 든 짐을 새로 정리한다.

생각해보면 어제 산 차를 포함해서 엄청나게 많은 마실거리가 있는데 이거 어떻게 다 처리를 해야할지.

천천히 마시다 보면 없어질것이야. 



여행 중에 들렀던 가장 단촐한 방이 아니었나 싶다.

말라위의 허름한 방에도 나름 갖출건 갖췄었는데 ㅎㅎㅎㅎ

자전거를 위한 공간이 있어 마음으로 느꼈던 안정감은 더할 나위가 없었지.




그리고 GPS 사용 때문에 가지고 있는 보조배터리의 경우 갈수록 소비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하루안에 충전을 시켜놓고 자도 다 못할 경우가 많다.

잘 곳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못 찾으면 또 낭패임. 




아프리카의 숙소에 보면 이런 모양의 쪼리가 있다.

뒤꿈치 쪽에 홈을 파 놨는데... 아무래도 도난 방지를 위한 것인것 같다.

훔쳐가는 사람이 많긴 한건지 도난 방지를 하기 위해서 숙소마다 이런 모양으로 파 놨었다.

숙소마다 그렇게 해 놓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규율인듯 .

탄자니아, 우간다에서도 그랬던 것을 보면 비슷한듯? 

우리나라 목욕탕에서 수건에 오죽하면 훔친 수건입니다를 적어놨겠어. ㅎㅎㅎㅎㅎ




이곳에서 몇끼를 해결 했었다. 

출발전 간단히 한끼, 그리고 길위에 선다. 




어제 왔던 주변의 차 밭을 지나 케리초(Kericho) 시내로 들어간다.

아흐, 언덕도 좀 있고. 

종아리 땡기는구만.




아프리카에서 인터넷이 안 좋은건 어쩔수 없는 상황.

정말 르완다가 최고 중의 최고 였구나. KT가 멋지긴 하지. 

케리초 시내를 지나던 중 이름도 멋진 사파리콤(Safaricom)에 들러 심카드를 샀다. 

개통하는데 무려 1시간 반 가까이 걸렸다.

역시나 또 발생하는 인터넷 APN과 네트워크 문제. 

default 값을 기억해 놓고 여차저차 입력해놓고 보니 인터넷이 된다. 




으, 덥네.




전편 여행기의 내용처럼 케리초는 케냐 홍차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

그래서 tea 바탕으로 한 관련 산업이 많다.

티 호텔이라니. 

사실 어제 묵었던 곳이 아니라 케리초로 바로 왔었으면 시내에서 2박을 했을지도 모를일이나 여행이란 그런것이다.

그리고 이런것들이 자전거 여행이 주는 선물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봤던 천막 교회를 케냐에서 보다니. 




길 상태 조오코~ 




케리초 주변으로 차 밭이 넓게 퍼진것을 보면 이곳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집산지의 역할을 하는 도시인것 같다.

중국 보이차가 명명된 것은 집산지였던 보이(Puer) 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니까. 




건너편 소는 차 밭에 풀 먹던데, 저 소는 쓰레기를 먹고 있다.

쓰레기를 먹은 소를 인간이 먹는다.




오늘도 후덥지근. 

가즈아~! 




케리초 시내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눈 앞에 펼쳐진 차밭의 풍광은 햐~ 기깔나는구만~~~ 




나도 그냥 지나갈 수 없지. ㅎㅎ

요래조래 사진 여러번 찍어보고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앉아서 눈도 감아본다. 

아무래도 나이로비까지 가야할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열심히 달려야할 운명이다. 




살랑살랑~

페달페달~

날이 약간 선선하면 훨씬 더 멋질뻔 했다. 

티 팜을 중심으로 펼쳐진 주변의 풍경은 케냐의 모습을 평온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냥... 뭐... 적당히 적당하다. 




하루쯤 이런 환경의 길을 달려도 나쁘진 않지.




사람의 눈이 푸르름에 편안함을 얻는 다는 것은 참 다행인것 같다. 우리가 마시는 차 잎이 녹색이란것도 참 다행인것 같다.

흰색이나 검은색이었으면 우얄뻔했노. 

뭐, 적응하면 또 다른 이유가 생길진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참 별거 아닌것 같더라도 자연의 속살을 아주 약간만 관심있게 보면 그 안에 놀라운 우주가 숨어있다. 




허리 아래 높이의 차 나무를 지나가면서 찻잎을 훑어 채엽하는 작업중이네.

밀집식 차의 한계는 반드시 질병의 문제가 생긴다.

뿌리의 깊이가 예상이 되고 저 차가 어떻게 가공이 될지도 예상이 된다.

내가 만들면 또 애착이 생기려나. ㅎㅎㅎ




오늘 구름 때문에 피부로 먹는 태양광은 덜 따갑다. 

빛이 쨍함이 없어서 사진이 별로 일것 같았는데 결과물들을 보니 잘 나왔다. 

어렵네. 이거....


넓다란 차 밭을 느릿느릿 이동하다보니 오늘따라 이동이 특히 더딘 것 같다.

아프리카에 오면 꼭 현장에서 일을 해 보려고 했다.

중남미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커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만들어준것처럼 말이지.




차나 커피나 동일한 부분이 많다. 

선진국은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고, 생산국은 선진국의 서비스 시스템에 대해서 상당한 오해가 많다.

이곳에서 사가는 가격을 생각하고 한잔에 팔리는 가격의 갭을 다 먹는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_-;

TV에서 나오는 원가란 것은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 물류가 쉬워지면서 품질도 더 고도화 되는데 그 부분의 핵심들을 마치 자기것인양 독점하려는 일부들이 있다. 

별거 일수도 아닐수도 있겠지만, 비즈니스와 연결이 되면 또 다른 이야기겠지. 




구름의 양에 따라 색이 다른 하늘.




아, 머리 진짜. ㅋㅋㅋㅋㅋ

면도를 언제하지....? 




르완다에서 케냐로 가는 버스가 보인다. 

우간다를 패스 했겠구만. 그냥 지나왔나? 아니면 배로 빅토리아 호수를 건너 왔을까? 

 



오프라인 맵을 켜서 지금 그냥 지나치면 다음에 나올 마을이 언제인지 대략 살펴본다.

구글 맵이나 위성으로 봐도 그곳에 호텔이 있다는 보장을 할 순 없다.

최신 정보가 아니고, 최신 정보라 하더라도 막상갔을때 문을 닫았을 수가 있다.

반대로 최신정보가 안 반영된 새로운 호텔은 잘 찾아보기가 어렵더라. 왜 그려... ㅡㅡ;




음료 한잔 마시다가 수퍼마켓 주인이 옆집 아가씨를 불러주고 그 아가씨는 다시 좀 떨어진 숙소 주인을 불러줬다.

잡은 방은 여기. 

AC밀란이다. ㅋㅋㅋㅋ

케냐에서는 나라의 도시이름으로 해 놓더니 여긴 축구팀이군 ㅋㅋㅋㅋㅋ




짐을 좀 풀었다.




아흐, 오늘도 오르막이 좀 있었구만. 

차밭을 지나며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이럴땐 멈추기가 쉽지가 않다. 페달질하랴, 메모하랴.

내가 혼잣말을 할때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_-; 

 



배고파서 밥 먹으러 왔다.

오랜만에 먹는다. 

은시마 콤보. 은시마 + 풀떼기 + 고기 + 토마토와 양파.




날 구경하던 애들.

마치 물건을 털려는 모습으로 보일수도 있다.

악마의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지도? 

'밥 먹기전에 현지 아이들이 쫓아왔다'라거나 '밥 먹은후 그들은 나무가지로 날 위협했다'등으로... ㅎㅎㅎ




하루를 잘 쉬었으니 출발해 볼까? 

오늘 아침은 맑음




앞으로 가는 곳은 꾸무리찝찝덥덥함.




중간에 비도 오고.


아프리카에선 공기가 그리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길에서 달리다 보면 몸으로 체감하는 바는 글쎄? 하고 물음이 생긴다.

얼굴에 끼는 개기름 + 먼지, 그리고 시커먼 콧속 이물질들은 그날의 길 상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미세먼지는 신경을 써 본적은 없다. 하하하하.




비가 좀 내려서 온몸으로 흡수하는 꿉꿉함은 더 크다.

길을 지나며 눈 앞에 숲이 보이는데....

정말 우리가(혹은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인지 깨닫게 된다.

누가 그렇게 가르쳤나? 아니면 나는 왜 그렇게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라이딩을 하던 중 급하게 길 옆으로 샜다.

비가 온데다 배까지 아파와서. 

옆 숲으로 이동해서 '뱃속의 폭풍작전'을 마무리.

흐, 다시 나는 현자의 모드로 라이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오오~ 

뱃속은 고요하고 내 마음은 평정심으로 가득찼도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일상이 미친듯이 단조롭고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겠다면 주요 욕구와 관련된 것들을 하나씩 끊어보라고.

수면, 음식, 배설 등...

이걸 급격히 줄였다가 하나만 풀어줘도 갑자기 천국이 보일것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 가끔씩 이렇게 해 본다. ㅎㅎㅎㅎ

그러고 보면 삶에서 얼마나 별거 아닌것에 목숨을 걸었던가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한국의 환경에 노출이 되어있지 않다보니 내가 그곳에 있다면 했을 고민들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미세먼지 취업 걱정 없는 지금 나는 방금전 뱃속의 엄청난 사태를 치를뻔 했으나 자연속으로 들어가 한번의 사자후를 토한뒤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의 불편함마저 덜어냈다. 몸과 마음의 두번의 기쁨.

일상에 이런거 갖기... 쉽지 않지. 




케냐에는 의외로 잘 자란 나무들이 많았다.

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나무들인지 잘 벌목된 나무들은 길거리를 가다보면 현지인들이 이름을 써 놓던가 적어도 1명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듣기로 누군가 와서 훔쳐갈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다고...




우리네 가지치기와 다른 개념이다.




흙길, 가끔씩 나오는 흙먼지.

아까 잠시 섰을때 비가 꽤 많이 내렸던 소낙비의 빗줄기는 굵었었는데 지금 지나는 이곳은 비가 안 지나갔다보나.




내리막 길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는 순간, 잊고 있던 비를 다시 맞이한다.

비가 갑자기 너무 내려서 노면이 위험하다고 느껴 속도를 한참을 줄여 조용히 내려간다.




다행히 차는 적지만 내리막 가는 길이 그리 안전한거 같지는 않으니까.

거기다 내 주변을 지나는 덤프트럭에 나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해 질수 있으니까. 




비가 좀 그치니 내 눈에 든 하늘.

뭔가 아프리카하면 생각나는 하늘의 모양인 것 같기도 해서. ^^ 




해 저물 시간 배가 정말 너무 고파서 잠시 식당에 들름.

손님이라곤 나밖에 없는 식당. 

익숙한 비주얼의 음식, 그리고 그냥 예상되는 맛. 그리고 내가 아는 그 맛.




왜 이렇게 멋지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하늘을 감상한다.

지금 달리는 방향은 동쪽, 해가 내 뒤통수로 지고 있으니 이런 멋진 모습을 보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잠시 멈춤, 그리고 달려온 길을 보란 말은 이럴때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비에 젖은 몸 그리고 지쳐있는 컨디션.

더 가기엔 힘이 빠져서 한끼 사먹은 식당에서 얼마 안가 롯지(게스트 하우스)를 발견했다.

너저분하지 않고 단촐해서, 그리고 그저께 묵은 숙박업소처럼 방안에 자전거를 둘 수 있는 널찍한 공간도 있다.




오늘 하루 숙박자리.

방에서 쉬고 있는데 내부로 누군가 들어올려고 했다.

방 문이 어떻게 되어있냐하면 걸쇠를 밖에서 안으로 손을 넣어 열게 되어있다. 

자물쇠가 안에 있어서 사람이 내부에 있으면 밖에서 잠글 수 없게 해 놨다. 




커텐을 쳐서 밖을 보니 어떤 현지인 여자가 들어올려고 하다가 날 보고 갑자기 미친듯이 도망침. ㅋㅋㅋㅋㅋㅋ

너무 익숙하게 들어오던데... 

창녀인지 도둑인지...????

직원이 있던 곳으로 가던데 잡아서 좀 괴롭혀줄껄 그랬나...? 



도착한 동네 이름이 롱가이Rongai 라는 곳.

내일 목적지인 나이바샤(Naivasha) 까지 갈 수 있으려나... 100km가 넘는데 빡셀듯. -_-;



2017년 7월 20일 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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