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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7 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2734일차 : 구두닦는 소년 야곱, 그리고 수단으로

by 아스팔트고구마 2019. 5. 27.

자전거 세계여행 ~2734일차 : 구두닦는 소년 야곱, 그리고 수단으로


2018년 8월 11일


숙소 앞에 현지인이 운영하는 길 카페가 있다.

잠시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커피 한 잔.

너도 나 구경, 나도 너 구경. 





이동을 위해서 교통편을 알아보고 있다.

오늘도 역시나 와야할 메스켈 광장. 




메스켈 광장을 돌아다니는데 꼬마 아이가 내게 접근을 한다. 

우리가 군대서 쓰던 5.56mm 탄박스 만한 구두통을 들고 오는 녀석.


'이름이 뭐야?'

'야곱'

제이콥이 아니라 여긴 야곱이라 발음을 하는구나. 눈망울이 이쁘네, 자식.


'밥은 먹었어?' 

'아니요.'

'나 따라 갈래?'

카페에 들어가 먹고픈거 고르랬더니 그냥 가만히 있는다. 


'케익 좋아해?' 

'...... 끄덕끄덕.'

'Ok, 마실 건?'

'커피'


직원이 먹을 것을 야외에 있는 우리 테이블로 가져다 줬다. 


잠시 앉아서 야곱과의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2-3분이 지났을까? 덩치 큰 한 사내가 와서 나를 등지고 야곱을 바라보며 뭔 이야기를 하는데....

야곱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1/3도 안 먹고 다 먹었다는 야곱.

그러고선 구두를 빨리 닦자고 한다.

아까 그 녀석이 널 관리하나 보군. 

방금전 야곱은 내게 엄마 아빠는 아파서 집에 있다고 그랬는데 그것도 거짓말인지도 모르겠다. 이 녀석.



그래, 신발 닦자. 

여기가 좋겠다.

잘 부탁해.




닦으면서도 계속 주변을 살피는 야곱.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까 그 말 건 녀석이 애들을 때리는 걸까.

나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는 여행자 중 한명이다. 간섭해서 이 아이에게 좋을 것은 없겠지.

내가 너의 삶을 살아줄 수는 없는데... 너의 미래는 어떨까? 


한참은 비싼 돈을 줬더니 받고는 급히 가려는거...

손을 잡고 꼭 안아줬다. 그리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언젠가 동방의 어디 먼 나라에서 너에게 작은 친절을 베푼 한 외국인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아니 기억을 못해도 상관없다. 

너의 선조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너에게 작게 보낸다고 치자. 

그들이 얼마나 깊은 마음으로 온건지 단순히 명령에서 온 건지 잘 모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테니까.

좋은일이 앞으로의 삶에 더 많길 바란다. 


싸구려 동정심으로 보일지 몰라도...

너에겐 더 좋은 삶이 펼쳐지길. 

굿럭!!!! 야곱. 




닦으나 마나한 내 신발 재질.ㅋ 

비가 내리는 여기 날씨 때문에 5분만 걸으면 금방 더러워질꺼다.

옆 나무 아래서 바라보던 한 나이 많은 아저씨가 보더니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올린다. 

나도 윙크 한번.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는 에티오피아에서 지내고 있는 범준씨와 상현 형님께 초대를 받아서 지내고 있다.

내게 은혜 베풀어준 두분. 




범준씨 별명은 장금이. ㅋㅋㅋ 

이런거 다 함. 




그리고 여행때 쓰라고 선물 ㅎㅎㅎ

이런 나이스 아이템 알라뷰! 




에티오피아 돈.

차표 사기전에 기억이나 해 두자. 




그리고 한식 으하하하... 

완전 행복이다. ㅎㅎㅎ




숙소에서 열심히 작업 그리고 잔일을 하다보면 금방 시간이 훌쩍 가 버린다.


이곳에서 비는 시간동안 이집트에서 떠날 날짜까지 확정을 했다.

아프리카도 이제 끝이다. 

아직 두 나라가 남았으나 마음을 먹고나니 마치 동네 가는듯한 느낌이다. 




집에 손님들이 온 날. 함께 맛난거를 해 먹는다. ^^ 

이곳에서 지내면서 서로간에 참 많은 힘이 되겠다 싶다.

나처럼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이런 환대를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 

다들 고맙습니다! 




에티오피아 맥주 병. 

디자인이 굉장히 심플한데 무엇보다 캐릭터가 뭔가 귀여워서 사진에 담았다. 


시간이 빠듯해 진다.

이틀전에 왔을때 티켓을 사려고 했으나 티켓이 매진 되는 바람에 구입하지 못했다. 

미리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다시 오라고... -_-; 




에티오피아에서 수단으로 가는 버스 표는 이곳에서 구입.

아디스 아바바 경기장 대각선 맞은편쪽에 있는데 메스켈 광장쪽(동쪽)이 아닌 반대 방향(서쪽)으로 한 블럭 정도 위로 올라가면 쇼핑몰이 하나 있다. 

그 건물 2,3층에 보면 티켓을 파는 곳들이 있는데 여기저기 골목 골목 돌아다녀야 한다.

같은 층에 복도에서 커피 파는 노점형태의 가게가 있으니 확인해 보시길. ^^ (사진은 이전 여행기에 있음)




버스표 구입 완료.

60$ 미화달러.

내일 모레 이곳 아디스 아바바에서 수단의 수도 카르툼으로 가는 버스다. 

참고로... 1박 2일 걸린다. 2-3000미터는 훌쩍 넘는 산을 지나 대략 1400km가 넘는거리다. 

(티켓 시간에 대해서는 에티오피아의 시간대와 국제 시간대를 반드시 확인을 하고 가시길, 아래에 설명)


티켓을 샀으니, 또 한결 마음에 편함이 온다.

그러나 한가지 더! 자전거 여행자의 숙명! 

자전거와 짐 문제는 운전기사와 해결하면 된다.

가격으로 실랑이를 해야겠지만 경험치가 있어 별 걱정은 없음.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떤 소리가 들려서 그곳으로 가 보니...


교회인듯? 




이슬람 사원도 아닌데 이렇게 기도 소리가 난다냐. 

에티오피아는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나라에 둘러 쌓여있으면서도 (물론 자국내 이슬람 신자도 30%가 넘는다) 주요 종교는 에티오피아 정교회다. 




정말 묘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까? 

우범지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교회가 있고, 그곳에서 보이는 모습이 이러한 모습.

이 나라에서 여러가지 안 좋은 경험들을 한 내게, 지금 이 모습은 사람이란 존재의 신앙관에 대해서 생각케 한다.


2019/05/25 - [Journey/Videos] - 에티오피아 정교회 예배 현장 영상

신 앞에 예배를 드리면서도 예배가 끝나면 일상생활도 돌아갈 것이다. 1% 정도 나아졌을지도 모를일이나 그 1%는 나머지 것들에 금방 잠식이 될 것이다. 

목욕하면서 때밀고 나서 다시 몸에 때가 쌓이는 것처럼...

이건 한국의 신자나, 미국의 신자나 크게 다를바 없다. 




아디스에서의 막날을 맞이했다.

집안일 좀 하고 밥값도 좀 해야지. ㅎㅎ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주요 수출 작물이자 소비품이다. 


그러나 단가가 너무 낮다.


(사진속 잎이 차트)

그래서 환금성이 높은 대체 작물로 차트(Chat)라는 작물을 심는데 이게 문제가 크다.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주변 나라에선 이걸 마약성 식물로 규정을 했는데 여전히 에티오피아 내에서는 사용이 된다. 

볼리바아에서 차로 마시는 코카 잎과는 비교가 안된다. 코카 잎을 마약류로 쓰려면 화학적 처리를 해야하지만 차트의 경우 그냥 입에 넣고 씹으면 된다. 

원래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걸 찝으면서 각성제로 사용을 했다는데, 지금은 어린아이들도 같이 어른들을 따라한다. 

아디스 아바바 시내에 보면 눈이 반쯤 풀린채로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충격을 받았던 것은 길에서 돌아다니면서 도로가로 나와 구걸을 하는데 점퍼 안에 아예 본드을 놓고 그것을 흡입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내가 본 아디스 아바바는 그간 지나온 가난한 그 어떤 나라들보다 더 참혹했고 참담한 모습이었다. 

어른들이 아니라 어린아이마저 그런다는 것에 얼마나 큰 절망감이 생겼던지...


눈이 풀린 아이들을 보다가 며칠전 구두통 들고 다니는 야곱을 보고서 그런 마음이 드는건 어쩌면 그 꼬마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하루 시내를 돌아보며.

따뜻한 햇빛, 아니 따가운 고산지대의 햇볕이다. 




막날 숙소에서 하늘을 보면서...

아디스 아바바, 다시 올땐 내게 어떤 느낌일까?



짐을 다 싸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새벽에 작별을 고해준 범준씨와 상현형님, 정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힘든 이곳에서 마무리 할때까지 좋은 일만 넘치시길 빕니다!!! 

안녕히 계세요!!! 




우범 지대를 지나와야해서 버스 타는 곳인 메스켈 광장엔 택시로 도착. 

출발 시간이 되어가는데도 버스가 안 보임. 

새벽부터 짐 때문에 시비거는 짐꾼들. 

이럴 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ㅋ 시키지도 않았는데 와서 ㅎㅎㅎㅎ


세상 어디를 가나 누가 준 권리 혹은 권위인양 구는 인간들이 많다.

일개 짐꾼 녀석이 내가 낼 비용을 지가 정하고 앉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들먹거리면서) 흠... 짐, 그리고 자전거... 20달러 내야해!'

마침 옆에 있던 다른 회사 직원. 티켓 구하느라 만났었는데 날 기억하고 있었다. 

날 보더니 아, 니가 말한 문제가 이거였구나 하더니 편을 들어준다. 

'운전수, 5달러 줄게. 받아. 시러? 그냥 탈까? 니가 버스표 물어줌?'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말은 이곳에 해당이 된다!!! 


그나저나...

정말 지긋지긋 하다. 





출발시간보다 대략 1시간 정도 늦은 버스는 북쪽으로 머리를 향한다.

참고!!!!!!!!!!!! 

에티오피아는 독자적인 달력과 시간이 있다! 

반드시 알아놓고 갔으면 한다.



에티오피아 달력은 12개월이 각각 30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에 따라 5일에서 6일로 구성된 13번째 달(“파구메” ጳጉሜ)을 덧붙이고, 4년마다 윤일을 덧붙인다. 이렇게 하여 에티오피아에서 새해의 시작은 1월1일이 아닌, 9월 11일 혹은 12일이 된다.

시간 계산법의 경우, 에티오피아에서는 하루를 일출과 함께 시작, 낮과 밤을 각각 12시간으로 나누고 있다. 예를 들면 아침 6시에 해가 떠올랐다면 이 때를 기점으로 0:00라고 계산한다. 

에티오피아인이 오전 5시라고 할 경우 이는 새벽 5시가 아닌 +6:00하여 오전 11시가 되므로, 약속을 잡을 때는 혼동을 줄이기 위하여 상대에게 에티오피아 시간인지, 국제 시간인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위에 내 티켓에 보면 출발 시간이 10:30 으로 되어있으나 실제 시간으로는 해 뜨기 1시간 30분전(00시가 기준이므로 10:30분은 해뜨기 1시간 30분전)인거다. ㅎㅎㅎㅎ 그 시간대를 표 사기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 놓아야한다. 

표 살때 실제로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쓰는 시간, 그리고 국제시간을 함께 쓰고 있는데 대부분 국제시간을 쓰지만 현지인들이 쓰는 시간을 그냥 생각없이 쓸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음에 꼭 상식으로 알아놓고 가시길 당부드린다.



새벽차에 몸을 싣고 난 그냥 잠만 자면 될일. 

차가 잠시 섰네. 뭐지? 



멋진 산이 있는 이곳.

캬....

쥑인다~ 

에티오피아의 시미언(Semien) 산맥은 세계적인 산 중의 하나.

혼자 쉽게 갈 수 없다는게 문제지만.. ㅎㅎㅎ



그나저나, 중간에 왜 섰대? 오줌 싸라고? 


그렇기도 하지만 버스 앞 바퀴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불이 난건지... -_-;

연기가 막 났음. 소화기를 뿌렸나? 

제 시간에 못 갈까봐 난 그저 염려만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얼마 안가서 출발했다. 




중간에 쉬는 곳에서는 식사시간을 가진다.

역시나 커피 한잔 마셔야지. 더 마셨다간 버스 세워야 한다. ㅋ

커피 파는 아줌마 얼굴엔 문신이 있다.

기억이 오래 되서 확실치 않지만 결혼을 하면 얼굴에 문신을 하고, 결혼을 안 했으면 얼굴에 문신이 없다고 들은것 같다.(아마 반대일지도;;;)

아주 약간의 과일로 배를 채운다. 



긴 시간 한참을 달렸다가, 



다시 잠시 휴식.

길에서 물 뺄 사람 잠시 모여야 한다. ㅋㅋㅋ

아, 좋다. ㅎㅎㅎㅎ

배설 욕구란 얼마나 큰것인지...




사람에게 간절하다는 표현은 너무 흔해서 그 의미가 꽤 먼거 같다.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면 배설욕구로 표현한다면 꽤 생동감 있는 느낌으로 올거라 예상하는데... 

'너무 똥마려워서 당장 바지벗고 싸고 싶은 상황'에서 느끼는 심정 정도면 어느정도 맞으려나? 




국경으로 가기전 중간 도시인 곤다르에서 1박을 한다.

시내로 갈줄 알았더니 아니었어. -_-;

그냥 저냥인 숙박업소, 그리고 식당.


과거 수도였던 곤다르. 그곳 시내로 들어가보진 못하고 심심한 동네에서 한바퀴를 돌아본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인제라 먹고 




옥수수 먹고.




동네 꼬마들도 보이는데...

얘들 눈도 아디스에서 본 눈과 마찬가지다.

저 눈빛에다가 하는 행동들이 참 맘에 안드는데... 화, 저걸 우예뿌꼬.  


길거리 본드 마시는 아이를 보고나서 에티오피아라는 나라에 대해 큰 절망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냥...

이대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겠지.

아디스 아바바에서 보이던 그 아이들을 두고 외국인을 상대하는 현지인들은 일부라고 말할까? 

내 알바 아닌데...

에효, 마음이 답답네. 


자야지.


내일이면 수단으로 간다! 


2017년 8월 16일 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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