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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중국

자전거 세계여행 ~2978일차 : 운남 보이차 여행, 그 시작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1. 8.

자전거 세계여행 ~2978일차 : 운남 보이차 여행, 그 시작 


2018년 4월 17일


오늘은 운남성의 다른 차 산지로 떠나는 날.

가는 길에 보이는 저 멀리 고무나무가 보인다.

자전거로 라오스로 내려가던 길에 많이 봤었는데, 오늘 문득 다시 이렇게 보게 되다니...




중국공차제일진! 이무! 

황제에게 차를 공납하던 이 지역! 그 이름따라 명성도 만들어진다. 




6대 차산을 합쳐 이무정산이라 부른다. 

그 입구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이렇게 와 보니 오긴 제대로 왔구나싶다.

목적지까진 차 타고 더 들어가야한다.

이곳의 상징적인 의미가 커서 함께온 사람들이나 일반 여행객들이 이곳에 내려 사진을 찍는다.




목적지에 도착해 걸어가는 곳은




잘 만들어진 공원.

차마고도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성을 만들어 놓기 위해 차와 함께 말이 움직이는 마방의 모습을 표현해 놓았다.




앞서 말했던대로 만전(蠻磚), 만살(漫撒), 망지(莽枝), 유락(攸乐), 의방(倚邦), 혁등(革登)은 이곳 이무의 고대 6대 차산지를 의미한다.

중국 경제가 성장함과 동시에 이곳의 지자체에서도 그 혜택과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이러한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내가 지나오면서 본 도로같은 단순 인프라도 좋아졌을뿐만 아니라, 이런 작은 공원들이 의미하는 것은 상당히 크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 널찍하게 만들어진 공원. 

이곳에 몇번이나 올일이 있으리라 본다. 나중에 돈 좀 벌어서 마실 귀한 차를 사러 와야지.




Yunnan province (China) (394,000 km²) is 4.0 times as big as South Korea (99,678 km²).

운남성은 남한의 4배나 되는 사이즈다. 

그 단순 크기만을 접어두고서라도 새끼 히말라야 급의 고산지대 포함, 800미터대의 아열대 기후까지...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지형은 정말 굉장한 놀라움이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된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안데스 산맥을 지났던 느낌이 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동네 정경은 그 기후에 따라 차 생산을 한다. 그저께 포수제가 끝이 나고 나서 본격적인 우기철이 시작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해가 나 있다면 찻잎을 살청(햇빛에 말리는 일)하는게 차 농가의 주된 일 중 하나다. 




동네 중심.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 주변 모두 더 개발이 진행되고 반듯한 건물들이 여럿 서 있으리라.




황제에게 차를 진상하는 호급 보이차의 이름을 가진 진승복원창.




듣자하니 이 시골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생기면서 외지의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관광산업이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 




황제에게 차를 공납하는 집안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차순호 본가에 왔다.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다. 

2010년 보이차를 만들때 이곳의 차를 만든 경험이 있었기에 내겐 좀 특별한 느낌으로도 남아있다.




이곳의 주인 분은 지금 안 계시고 따님, 차자운 누님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서공천조.

청나라 황제가 하사한 편액. 이와 관련해서 복잡하고도 슬픈 이야기가 있다.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관련된 청나라 시대 역사, 그리고 보이차와의 관계와 현재까지 전해 내려온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다.


언젠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서공천조...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브랜드. 


차자운 누님과 티 타임을 가지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 있는동안 외지인들이 불쑥 불쑥 이 가정안으로 들어온다. ㅋㅋㅋㅋ

이름 값을 하는 이유는 이 오래된 집 앞에 문화유산 비석이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 알고보니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야...

대단타... 뭐, 우리도 한국 사람들이니.... 





중국 차의 고사에 대한 이야기중 일반인에게 가장 유명한 곳이라면 바로 남나산이 아닐까 싶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의 차 나무 이야기가 나오는 그 고사 이야기.

그곳, 남나산 지역으로 왔다.




보이차를 만드는 시즌이다. 

나도 그에 맞춰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것이고.




보이차의 원료, 우리가 잘 아는 동그랗게 만드는 작업 전의 상태의 차를 산차(散茶) 라고 한다.



저 증기를 쐬며 보이차의 부피를 줄이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겠지.

아마 내 세계일주 여행기를 중국여행부터 따라온 분들은 아시리라 본다.


이것 또한 다시 한번 글을 올려봐야지. 




오늘 오신 손님 덕분에 은탕관에 달인 차를 맛보게 됐다. 

2시간여를 불에 달여 천천히 맛을 보면 된다. 




사실 저 달임법에 대해 굉장한 궁금증이 있다. 

그래서 기대중. ㅋㅋㅋㅋ 




기다리는 시간에 포다법(짧은 시간 물을 붓고 우려내는 방법)으로 차를 마신다. 

정말 해 보고 싶었던 일.  

사실 원하는 작업을 위해선 이곳으로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유럽에서 바로 비자를 받고 왔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어쨌거나 지금 이곳에 와 있는 모든 시간이 내겐 소중한 시간! 




이곳 차 가공을 조제하는 초제소 주변엔 대나무 군락이 있다.

그 나무를 잘라 죽통차를 만드는 과정을 본다. 




쪼갠 대나무 사이에 찻잎을 끼워넣고 열로 찻잎을 굽는다.




베어낸 대나무 통 하나에 물과 찻잎을 넣고 끓인다.

그리고 입구엔 저렇게 찻잎을 막아둔다.


난생처음 대나무로 만든 죽통차도 맛을 본다.

사진으로만 봤던지라 죽통차 또한 맛보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다. 




차산의 친구들이 찻잔을 만들고 있다.




차 마실 준비, 그리고 대나무 찻잔 준비 완료.




거의 준비가 끝이 났다.

불에 끓은 대나무 통은 굉장히 뜨겁다. 


대나무 찻잔에 옮겨닮아 굉장한 분위기를 더한다. 

중요한... 차 맛은 어떨까?




햐, 차 맛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차맛과 대나무 향이 그대로 배여 있는 그거! 

사실 대나무 향이 많이 압도적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대나무술을 떠올렸다간 오산이다. 

우리나라에선 대나무술을 대나무통 하나로 계속 돌려쓴다.

저렇게 생대나무가 아닌 썼던걸 그대로 쓰니 당연하게도 맛이 다빠지고 술에도 죽향이 올라올리가 없다.


기분 내기엔 솔직히 멍청한 짓 아닌가.




이 맛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향이 가~~~~~~~~~~~~~득한 그 맛이다.


맛보고 나서... 이 자리에 한 사람 모두, 음~~ 또는 아~~하는 소리를 낸다. ㅋㅋㅋ 

그만큼 혀로 보는 맛과 비강을 스쳐지나가며 느끼는  그 독특한 죽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현장감이 더더욱 이 느낌을 배가시킨다. 

에티오피아의 철판 로스팅 커피를 맛보고도, 이탈리아 100년이 넘은 카페에서 파는 정말 맛대가리 없는 커피를 맛보고도 탄성을 지르는것은 그 분위기와 환경이 주는 느낌때문이다. 


못 믿겠으면 블라인딩 테스를 해 보면 알일. ㅋ 

나 역시 에티오피아의 길거리에서 마시던 커피가 생각난다. 

그렇다고 이곳의 차가 그 커피에 비할바는 아니지...




보고만 있어도 정말 기운이 넘쳐나던 이 장면이다.


운남의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고 습해지고 있어서 몸의 감각 또한 굉장히 둔해지고 있다.

사실 이 모든 느낌을 제대로 좀 설명하고 싶지만 내 몸이 그런걸...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 굉장히 아쉬울 따름이었다.


무려 2시간을 은탕관에 달인 저 애뢰산 차 또한 굉장한 맛(후에 맛을 볼 수 있었다.)인데,  저걸 대나무 향 가득한 잔에 그대로 따라 마시니... 


기분은 내기엔 좋지만 대나무의 생동함이 너무나 쎄구만. ㅋㅋㅋㅋㅋ 

그럼에도 앞으로의 티타임은 더 많을테니...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지.





차를 마시고 온 다른 차산의 친구네 집으로 왔는데...




식사준비가...? 




거하게 차려지기 시작하는 음식....

그리고 내겐 공포로 남은 술... 옥수수로 만든 술인 '뽀과주'와 함께 한다. (나는 이걸 공포의 뽀과주, 공뽀주라 불렀다.)

햐!




차산에서 가지는 식사자리.


이런자리가 몇년만인지 정말 기억도 안난다. 

너무너무 오랜만이라 낯설었다. 서양문화권과 달리 또 우리네 문화권으로 오니 이렇게 둘러 앉아 마시는게 그리 언제 많았던가...? 


하지만 있다보니 금방 적응이 되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굉장한 감사함이 든다.

이곳에 참여한 차산의 친구들 역시 자기들의 시간이 있을텐데 시간을 이렇게 내줘서 이 자리에 함께 시간을 갖고, 손님들을 위해 맛난 음식을 차려 냈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곳에 있는 차산의 친구들은 경원 형님이 십수년간 차산을 다니며 현지인들과 부딪히며 먹고 자고 그들의 마음을 녹여서 이 자리에 함께 한 덕분이라 믿는다. 

금방 봐도 알지 않은가, 중국에 진출해 사기당한 사람이 어느정도인지....


내가 아마 중국어를 전혀 못했다면 굉장히 따분했겠지만... 다행이다. 

그나저나 근 7년만에 돌아와 사용하는 머리속 중국어와 내 입의 중국어가 따로 논다. ㅋㅋㅋㅋ




귀한 손님에게 내 준다는 닭머리.

긴 시간 돌아돌아서 온 운남성에서 내 입으로 맞이하는 닭대가리. ㅋㅋㅋㅋㅋ 고맙데이! 

따지아 또우 페이창 간시에! (Dajia dou feichang ganxie!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진짜 감사합니다!)


감사히 잘 뜯어먹고...




공포의 술이라는 뽀과주를 한잔들이켰다. 

세잔을 들이키면 그 어느누구도 못 버티고 쓰러진다는데... 

난 한잔에 금방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0도였나? 60도였나...?


중국 처자들은 깔깔대고 나는 얼굴에 홍조띠고.... 


팅부동 팅부동(Ting bu dong-못알아 듣겠어)만 연발하거나 혹은 헛소리만 해댔다. ;;;;; 

술에 수면제를 탔나... -_-; 굉장히 졸려오네... 


오랜만이다. 이런 느낌. 

그렇게 본격적인 보이차 여행을 위한 단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차산의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한 시간이 되고, 또 경험으로도 내겐 더할나위 없는 값진 시간을 갖게 되었다. 


몇군데 차산을 둘러보고, 나는 더욱더 감사하게 함께 오신 잡지사 대표님과 함께 며칠간의 차산지 여행에 동행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생겼다.


하루를 쉬었다.

이제 유명한 차산지를 둘러보며 까지 돌아보는 여정을 시작한다.


2018년 4월 19일 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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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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