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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087일차 : 헨트(Gent), 중세를 거닐다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2. 23.

자전거 세계여행 ~3087일차 : 헨트(Gent), 중세를 거닐다 


2018년 8월 10일


아침에 일어나 알렉산더와 친구들과 커피 한잔을 하며 서로의 생존을 확인한다. ㅋㅋㅋ

어디나 똑같어. ㅋ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본다.

전날 오후부터 비가 억수같이 내리더니 오늘 아침 날씨가 와~ 좋다.



으흠~ 좋아라.







길도 멋지고 적당한 구름과 눈 앞에 펼쳐진 그림같은 중세 도시의 모습은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와, 걸어서 100미터 정도 밖에 안되는거리에 이런 멋진 성이 보이다니! 

호스트 덕분에 이런 곳을 와 보네. 

알렉산더 땡큐다! 

과거의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는 성, 그라벤스틴. 10세기에 지어졌다는데 와... 10세기면...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때 아닌가? 

주변에 어울린 건물들과 둘러져 있는 해자가 정말 멋지다. 




운하도 멋진 이곳. 헨트.

영어로 겐트(Gent), 라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자기 언어로 헨트라고 부른다.




메트로, 그리고 자전거까지 함께 다니는 도시.

하늘의 푸르름과 어제 비 이후의 상쾌함때문에 이곳의 미세먼지 농도는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전날 저녁에 들어왔었던지라 비와 노란 조명아래 보였던 건물의 분위기는 상당히 으스스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있지만 별로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던 그런것들.


어쨌거나 오늘은 헨트의 멋진 건물들과 분위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헨트는 평지에 위치해있는데다 운하로 북해까지 이어져 나갈수 있다.

당연하게도 지리적인 위치와 지형적 특징때문에 물류의 역할을 담당하는 교통도시로 자연스레 발전하게 됐다. 

유럽 강대국 사이에 끼여있는 나라지만 벨기에는 아프리카의 식민지 삼은 한 나라, 콩고를 적극 활용해 지금의 자리를 잘 만들어 놓았다.

벨기에에 와서 제국주의 시대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나는 이렇게 작은 나라가 잘 살게된 원동력이 궁금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과거 벨기에가 한 만행들을 알고나 살았을까? 

한 세대가 지나간 이후 피빨림 당한 나라가 콩고란 것은 나는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모르고 살았을 부분이었을꺼다. 

한 여행객으로서 지나는 이 나라를 지금 보고 있자면 그런 것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정말 여행자로 나다니기엔 정말 좋다. 




그냥 넘기기 아쉬운 오늘.

페달을 밟고 온 곳. 




도착한 곳은? 헨트에서도 꽤 알려진 맥주 브루어리. Ghent Gruut Brewery.



https://goo.gl/maps/kj57QozZrWdK65oj6

커피에 스페셜티 커피가 있다면 맥주엔 이런 곳을 즐길수 있어 참 다행인듯 싶다.




으흠~ 

이렇게 된 곳을 브뤼셀이나 앤트워프에서 가보고 싶었는데, 전부다 문을 닫아버려서 못갔었지.

아니면 상황이 좀 그랬고.

어쨌거나 지금은 특색있다는 벨기에 맥주를 한번 마셔보자! 




메뉴 좀 본다.

여러가지 맥주를 맛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싶어 물어보니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맛 볼 수 있는 메뉴가 있다.

5개짜리종류를 마실수 있다는데 나는 나는 알콜이 약하니 3개로 주문. 




나왔다.

주문한 세종류는 왼쪽에서부터 Inferno, Amber, Blond.

흠, 색좀 보소~ 




추천을 받았으니 한번 맛을 봐야겠지...?

세 개다 특징적인 맛이다.

인페르노는 단맛에 과일맛이 나는 과실주스의 느낌이다. 부드럽고 깔끔하면서 맛 또한 여러가지로 좋으다

앰버는 곡물단맛에 발효된 느낌이 진하게 나고 

블론드는 단맛에다 풀향이 진하게 배여있다.

전체적으로 맥주 자체가 달달하니 정말 술술~ 넘어가겠다.




오홋. 이거... 세개에 6.5유로, 5개는 9.5유로다.

조심 해야하는게, 메뉴에서도 보이지만, 블론드는 5.5도, 앰버는 6.5도, 인페르노는 9도의 알콜도수를 갖고 있다.

조금 마시다 보니 어흐, 알콜에 몸이 뜨뜻하게 오른다. 

알콜 약한 사람의 비애지 뭐. -_-; 




아까 맥주 사진을 찍을때도 그렇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사람들이 나 구경한다.

나는 신기한데, 자기들에겐 일상이라서 그런가... ㅋㅋㅋ

현지인들에겐 정말 자연스러운 공간... 




휴대용 맥주가루 같은것은 안나오려나, 물만 부으면 마실수 있는 맥주같은거. 커피처럼. 

갖고다니면서 좀 마실수 있게. 부피가 커서 갖고 다니기가 힘들다. 어흑...

더운날엔 시원한 물을 부어 마실수 있는 알콜음료가 가끔 생각날때가 있는데... 

맥주나 다른 알콜의 남은 혁신은 맥주 맛이 아니라 휴대성에 있지 않을까?




그냥 둘러봐도 좋은 헨트를 찬찬히 걸어본다.




여행을 온 건 나뿐만이 아닌듯. 축제분위기가 한껏 취한 느낌인데 오는 무슨 날인가? 




여기저기 노래나 왁자지껄 사람들의 웃고 여기저기 대화 소리가 들리는데 뭔 날인지는 모르겠다.

해가 저물어갈수록 좀더 시끌벅적! 

어제와 달리 라이딩 모드가 아니라서일까, 마음은 더 편하고 지금 이 중세 도시를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멀리서 소리가 컸는데, 이런 공연이 있었군. ㅎㅎㅎ





헨트에 맛집이 있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맛난 립이 있다는 레스토랑에 왔다.



어우,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비는구만. 




아주 단촐한 메뉴. 립에나 약간의 샐러드와 감자.

장점은 이 메뉴가 무한리필이라는 거. 

맛나게 잘 먹었다. 다섯번 이상 먹은 것 같다.

옆에 앉은 미국 여행자도 엄청 먹더라. ㅎㅎㅎㅎㅎ 




엄청나게 구워대는게 이곳이었군. ㅋㅋㅋ




포즈 잡아주는 조리사. 덕분에 잘 먹었어요. 엄지척! 




어흐, 또 먹고 싶다. ㅎㅎㅎ




아마데우스. 헨트에 몇군데 지점이 있다. 

양념맛이 진하게 배여있는 달큰한 맛의 립을 제대로, 그리고 양껏 뜯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좀 먹고 밖으로 나왔다.

어흐,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건물들이 하나같이 이쁘냐. ㅋㅋㅋ




숙소로 돌아가는 길. 

어제도 길거리에 쓰레기가 많아서 알렉산더에게 물어보니 헨트 쓰레기 치우는 공무원들이 파업중이라 길거리엔 쓰레기가 많이 쌓이는 거란다. 




언젠가 다 해결될꺼라고. ㅋㅋㅋㅋ

참고로 벨기에에선 2010년~2011년 사이에 541일간의 무정부 사태가 있었는데, 세계 최장 기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염려와는 달리 의외로 문제가 거의 없어서 오히려 벨기에 국민들은 좋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적이 있다. tv에서 본거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

웃기지.. ㅋㅋㅋ 근데 쓰레기는 좀 다른 문제가 아닐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으슬으슬하다.

날은 좋은데 몸이 왜 이러나? 그저께 비를 너무 많이 맞은 상태로 어제까지도 계속 돌아다녀서 그런가.

알렉산더와 수다 좀 떨다가 밖으로 나왔다. 

카페를 가 보고 싶어서. 

알렉산더가 오늘 오후부터 페스티발 있는게 같이 가자길래 카페부터 가겠다니 자기도 조인하겠단다. 

오케이.




저기 아마데우스가 또 있네.




길거리 분위기 활기차고 좋다.

마을마다 건물의 특징들과 이미지가 생각한 것 이상이다. 계속 싱글벙글 미소짓게 만드는 것은 아름다움을 즐기는데 자연스레 내 마음이 움직여서 그런것 같다.

미학이란 무엇일까.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것은 사람의 본능이라는데, 내가 학습된 부분은 무엇일까.




카페 도착.




생각보단 별로였던 카페.

알렉산더와 이야기를 했다. 이제 방학이고 그의 마지막 일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서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는거라고 한다. 

대학교 일이 마무리가 되니 앞으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단다.

특히 실전으로 갈 자기의 행동 범위에 내가 한 경험이 도움이 될것들이 있는지 이런저런 질문들을 쏟아낸다. 

(그는 1년이 지난 지금 알렉산더는 현재 콜롬비아에서 현지인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첫날 비올 때 이곳을 자전거로 지났었는데, 마치 셜록 홈즈 추리소설에 묘사되는 비오는 영국의 어느 거리 같은 느낌이라면 마치 이곳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화창한 지금은 그런 것을 전혀 볼 수가 없다. ㅋㅋ




남정네 둘이서 사진찍기. 




정말 건물들은 왜 이렇게 아름다울까?

몇세기 전만해도 이곳은 고깃배들과 상선들로 엄청나게 붐볐겠지?

궁금하다. 궁금해. 




시간이 어중간하게 비어 데카트론으로 왔다.

요새 여행중에 비가 자꾸 쏱아지니 생활방수가 좀 되는 텐트사려고 왔는데...

크기가 괜찮으면 무게가 문제, 무게가 괜찮으면 크기와 디자인 문제. 

모두 안 맞음. 

한숨 좀 쉬다가 그냥 내꺼 여행 끝날때까지 쓰는걸로 마음을 먹었다.

안그래도 많은 짐, 무게 줄이기도 힘든데 늘일필요는 없지. 




숙소로 오니, 알렉산더의 부르는 소리.

나가자~! ㅎㅎㅎ 

저녁 근처 페스티발이 있대서 나왔다


와, 밤이 되고 나니 사람들이 더 많구나. 




참고로 이곳은 과거 성당이었던 곳이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저렇게 보인다. 




학생들이라 돈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길거리 수퍼마켓에서 사오는게 싸서 맥주 두병을 들고와 한 자리에 모여 논다.




대학교 친구들, 같은 숙소 건물에 사는 친구들도 있고 다른 곳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여럿이다. 

네덜란드에서 유학온 톰, 알렉산더 그리고 나.




벽돌도 벌레를 먹나?

건축 문외한. -_-;




건물의 세월을 말해주는 듯한 천장.

창세기 노아의 방주가 이런 모양이었을까? 

지진나면 정말 무섭겠다....




건물 구석구석 돌아보다 빛 잘 나오는 렌즈로 한 컷.




밖에도 사람이 많다.




잔으로 마셔보는 아우구스틴 맥주. 




술이 들어가니 이 장소가 이렇게 활발하다. ㅋㅋㅋㅋㅋ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도 새롭게 소개 그리고 대화를 나눈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 여행 기간이 길어서인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바의 질문이 너무 비슷해서 이젠 나도 좀 기계적으로 대답이 나오는편이다.

그저 오래전에 흥미있던 이야기거리들이 이젠 그냥저냥 지나가는 대화의 한가지 소재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이 장소가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도 같은 질문을 듣겠고 나는 똑같은 대답을 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같은 질문에 내가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 스스로 되묻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보면 원목을 손보듯 내 생각을 다시 다듬어 본다.




그러고 나면 또다른 한단계의 깨달음과 성숙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남이 아닌 그야말로 나만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오롯이 나의 것이 된다.

과거 생각이 깊었던 철학자나 사상가들은 이런 과정을 전부다 거쳤으리라. 


술이 들어간다. 

에너지 넘치는 곳과 간간히 생겨나는 건설적인 이야기는 이자리의 의미를 준다.

20대엔 그렇게 신났었는데, 나는 늙은걸까? 아니면 재미의 방향이 바뀐것일까? 

좋은 관광지, 헨트에서 괜시리 사색에 빠진다.



2018년 8월 11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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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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