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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093일차 : 베스트블레테렌, 세계 최고의 맥주를 맛보다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2. 25.

자전거 세계여행 ~3093일차 : 베스트블레테렌, 세계 최고의 맥주를 맛보다


2018년 8월 16일


새벽에 코 곤다고 호스텔 다른 여행객이 날 깨웠다.

잠도 달아나고...

짐 싸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부터 숙소는 굉장히 붐빈다.

여행객들이 이렇게 많았나? 




오늘 잠깬 내 머리속 만큼이나 날씨도 흐르멍텅구리... 




찬찬히 브뤼헤 외곽으로 나오니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친다.

강과 운하 여기저기를 거쳐있는 다리, 그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공원을 천천히 달리는 기분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

우리나라 였으면 여기 선캡쓰고 조깅할 아줌마들 엄청 많을것 같다. 우리는 물을 사랑하는 민족이니께~ 




멀리 가서도 아니고 아주 쬐끔 달리다 잠시 공원에 섰다.




오는 길에 먹을 거 좀 사서~ ㅎㅎㅎㅎ

배 좀 채워야지. 


생각해보면 캠핑 음식은 애매한 곳에서 많이 해 먹거나, 비싼 곳에서 자주해 먹는듯 하다.

도심의 경우엔 식재료 구하기도 좋고, 조리할 시간을 아껴주는 간편 음식들이 많아서 라이딩을 하는 내겐 손이 가게 만드는 것들이다.  




아주 섹쉬한 자태의 닭은... 내가 잘 먹어주지. 아흐흐흐흐~~~~ 




브뤼헤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온다. 

역사가 멋졌고 주변 도로 또한 굉장한 디자인이었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오지 시골마을이 나오고 농촌이 나온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 되니까 구름이 잔뜩 껴 있네.

오늘 저녁에 왠지 비가 내릴것 같은 것은 바람에 굉장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축축한 바로 그 느낌.

지도를 보아하니 다음 마을까지 가다간 해가 완전 저버릴것 같고, 적당한 잘 곳을 찾는데도 애로할 것 같다.




현재 가고 있는 방향은 벨기에의 서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적당한 캠핑지를 찾다가 작은 농장이 있는 마을을 지난다.

마을 안으로 들어갔는데 농가나 축사 말곤 없다. 마침 대형 트랙터를 몰고 있던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캠핑할 적당한 곳을 알려주는데.... 비가 정말 많이 내릴것 같은 저녁이다. 

텐트를 치고 보니 염려스러워 혹시 지붕이 있는 곳을 찾아보니 헛간이 보인다. 헛간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면 차라리 건물안으로 오라면서 자기 창고 건물의 복도를 안내해준다.


훨씬 널찍하고 조용하고 좋았다.

날 도와준 이곳 농장의 주인의 이름은 톰. 

그와 잠시 대화하다가 그의 농장안을 볼 수 있었다. 




소를 키운다. ㅋㅋㅋㅋㅋ

오늘 착유를 해서 내일 우유 회사에 우유를 보내는데 그일 때문에 지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와, 이걸 보네.. 신기했다. ㅎㅎㅎ




밤엔 엄청나게 내리던 비. 시골마을에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어서 밤은 정말 정말 고요했다.

밖의 빗소리를 음악 파일이 아닌 쌩~ 소리로 들을수 있다는 행복감은 어느새 힘들어져버린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다.

뇌가 그렇게 느끼면 그만이겠지만... 콘서트가 그러하듯 라이프가 주는 그 진동의 어떤 느낌까지는 아직 따라오려면 멀었다.




아침! 와~~~ ㅎㅎㅎ 비가 온 다음날이면 이렇게나 맞이하는 선물! 

짐을 싸고 톰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나왔다.




어제 새벽에 우유회사에서 다녀갔는데 우유가 조금 있다면서 내게 우유를 준다 

우유 맛....

냉장처리를 다 해놔서 이전 르완다 밀크바에서 먹었던 특유의 고소함처럼 맛은 정말 좋았고 신선한 느낌은 엄청났다.

햐~ ㅎㅎㅎㅎ 




고마워 톰! ^^ 덕분에 하룻밤을 잘 보냈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냐~~~~ 

쏴리질러~~~~~~~~~~~~

꺄~~~~~~~~~~~~~~~~~~~~~~~~~~~~~~~~~~~~~~~~~~~~~~




미소짓게 하는 날씨. 으흐흐흐흐흐흐




건물 양식이 있는듯 하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도로가로 향하는 건물의 형태가 비슷비슷하다 싶다.

특히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각지게 뾰족해지는 형태.




왠 공원?




전몰자를 위한 공원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모양인데, 다가가본다.




그렇다.

세계 1차 대전 전몰자를 위한 공원.

웰시 부대??? 

찾아보니 영국의 53 보병 사단을 웰시 사단이라 불렀는가보다.




세계 1,2차 대전에 참여도 했었던 내력과 이야기가 이곳에 기념 공원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단 아래 연대별로 참여한 전투가 다양한데 유럽쪽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메소포타미아 지방, 멀리는 중국 칭따오 까지 있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

벨기에 또한 세계 2차대전의 한복판에 있었던 나라다. 

앞으로 지나면서 그런 흔적들을 얼마나 자연스레 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이상 현재는 너무 자연스러워 전투 현장을 볼일은 없을듯 싶다. 


출발! 




이야~ 얘들은 이런데서 놀고 있네. ㅋㅋㅋㅋ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저멀리 풍력 발전기가 돌아갈 이유를 알겠다.




오늘의 목적지이자 남은 벨기에 여행의 마지막 큰 추억거리를 갖고자 페달을 밟았다.




오늘의 목적지! 

바로 베스트 블레테렌(Westbleteren).




이 지역에 뭐가 있느냐? 바로 수도원이 있는데...

내가 기도하러 온건 아니고...


건물 주변을 살펴보는데...  헐... -_-; 


내가 잘못왔나?

그래서 다시 한번 둘러본다.




내 지도, 그리고 지도 어플을 봐도 여기가 맞는데?


지나던 자전거와 짐을 보더니 현지인이 말을건다. 

제대로 온 거 맞는데 오늘 문 닫는 날이라고... ㅋㅋㅋㅋㅋ


아놔.. ㅠㅠ 


이전 여행기에서 살짝 언급했듯 트라피스트 맥주로 알려진 수도원에서 제조하는 맥주로 알려져 있다.

맥주가 발달한 유럽 나라들의 경우 과거 상하수도 시설이 좋지 않았고 수인성 질병이 높아서 물을 제대로 마실수가 없었다. 음료로 만들어 진게 맥주와 와인이라고 한다. 그 중 맥주는 도수도 낮기에 좀 더 많이 선호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맥주에 쓸 물을 끓여서 살균 처리가 된 것이 그 시작이다. 

흔히 '잔 속의 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식사 제한을 두고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에 맥주는 허락이 되어 섭취를 했다는데 맥주의 영양(?)과 열량을 따져보자면 금식이라고 말하기엔 좀 웃기긴 하다. 

어쨌거나 수도사들의 여러 생활상과 문화적 배경으로 그 생산과 관리에는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이 된다. 상업적 트라피스트가 많아지다 보니 국제 협회를 만들어서 양조장을 인증하고 자격을 부여한다. 




그래서 트라피스트 맥주라고 명칭되어진 맥주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나 있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에서 11군데만이 트라피스트 인증을 받은 양조장이 있고 벨기에에선 딱 6군데가 있다.


특히 지금 이곳, 베스트블레테렌의 경우 벨기에 전역에서 인기인 맥주인데,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로 뽑힌적이 있어 엄청난 수요가 항시 대기중이다. 

그래서 맥주 덕후들이 손꼽는 수도원 맥주, 트라피스트 맥주 중 하나라고 한다. 




그걸 마시러 왔는데, 오늘 문을 닫는다고요!?!?! 

어쩔수 없다... ㅠㅠ 

여행 이야기 잠시... 흠, 내일 오는 수 밖에 없겠다.

헛탕친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닌듯하다. 차 타고 주변을 둘러보다 간 사람들이 나 있는동안에도 더러 있었다.




영어가 아니니까 내가 알수가 있나. -_-;


어쨌거나 문을 닫았다. 

왔는데, 못 마시게 생겼네... 아놔. ㅠㅠ


지도를 확인해보고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양조장이 보였다. 

흠... 우선 그곳으로 한번 가보자. 내일 다시 와야겠어.




지도에 찾아 본 곳엔 캠핑장이 있었다. 


그냥 흙바닥 같은곳인데 캠핑장. -_-; 

자전거 캠핑은 안된단다. 

농장이 많으니 나중에 찾아보는걸로 하고 동쪽에 있는 오스트 블레테렌 지방으로 간다.

블레테렌을 중심으로 서쪽은 베스트(West), 동쪽은 오스트(Oost)라 한다. 네덜란드 말인거 같은데 영어랑 비슷하군. 배우기도 좋겠다. 




4-5km를 달렸을까? 도착한 오스트 블레테렌.

이곳 또한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풍차 앞 사거리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데 지나던 현지인이 묻는다.


"여행중이예요?"

"예."

"여긴 왠일이예요?"

"아, 베스트블레테렌 맥주를 들어서 그곳에 맥주를 마시러 왔는데, 오늘 문을 닫았네요. 지도상에 양조장이 있는것을 보고 맥주 마시려고 왔어요."


그러더니 아저씨가 웃으면서 뒤에 괜찮은 바가 있다며 알려준다.

그리고선 캠핑 하냐고 묻길래, 오늘 그럴예정이라고 하니 자기 집 뒤에 잔디밭이 있으니 그곳으로 오란다. 저녁에 같이 보자면서. ^^

"와우~! 이런 행운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아저씨가 알려준 집. 바로 뒤에 있었네. 




오늘 날씨 덕분인가? 주변 분위기 좋다! 덥긴해도... 좋다. ㅎㅎㅎ




많은 벨기에 맥주 가게들이 그러하듯 이곳 또한 자기들이 생산한 맥주를 판다.




여러 종류의 맥주가 있고 이곳에 일하던 직원중 하나는 맥주 마스터라고 했다.

맥주를 마시는동안 들은 이야기는... 참 재미지다.




맥주 주문, 그리고 드링킹. ㅎㅎㅎㅎ

사진도 좀 멋지게 찍어줘야 할 것 같아서.




유럽은 어떻게 보면 다 이러한데, 아직까지 이렇게 들르고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밖에서 봤을땐 우리나라의 흔한 맥주집같이 기성품만 팔꺼라 생각했는데....


즐거움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마 술을 즐겨하지 않는 나로선 도수가 낮은 맥주가 그나마 즐길만한 한가지 알콜성 음료이고, 다양한 맛 때문에 질릴 일도 적은게 한 몫할것 같다.

아마, 남은 여행중 맥주 여행은 이게 마지막일까?

생각해보니 영국 에일 맥주가 남아있군. 으흠~ 




맥주가 단데, 단걸 파리도 좋아하나. ㅋ

둘이서 뭐하노? 




마지막 한잔. 

맛은 두번째 맛이 젤 낫더라. 


맥주를 다 마시고 아저씨 집으로 왔다.




텐트 치기 완료! 




오늘 하루를 정리 및 마무리한다.

시간상 내일 모레 나는 영국행을 준비하고 있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아까 이야기가 기억에 나는지 아저씨가 맥주 마실래라고 묻는다.

오호~ 좋지요! ^^ 

그러고선 지하에서 가져오는 맥주.



읭?

설마???



두둥~!




바로 베스트 블레테렌 맥주다. 

아저씨도 사 놓고 보관을 해 온 것이라고 한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언제나 금방 매진이 되어버리는데 인터넷 주문도 일정 기간 몇 박스 이상 판매가 되지 않는단다. 한번에 사갈수 있는 양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병 모양 참 멋대가리 없게 생겼지만.... 내가 먹는건 맥주병이 아니라 안에 맥주다. 




베스트 블레테렌에선 세가지 맥주를 판다. 

그 3가지 맥주를 전부 내게 꺼내 보여주고선 모두 땄다.




맥주 찌끼가 보인다. 상관없이 마실수 있다. 

이럴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걸 보는구나. 




유통기한은 아직 넘기도 전인데 저런 일이 생긴다니... ㅎㅎㅎ

녹색, 파란색, 금색의 세가지 종류의 맥주로 5.8도, 8도, 10.2도의 알콜도수다.

기분이 더 업 되어서인지 몰라도 참 맛나게 마신 맥주였다.




맥주 이야기와 동네 이야기도 해준 아저씨.

작은 동네에 이런 향토사를 담은 책이 있는것도 재미있다.




필요하면 마셔보라는 맥주.

너무 졸려와서 아주 살짝 마시고 바로 텐트로 가서 뻗었다.


아흐, 술마시면 잠이 와...ㅎㅎㅎㅎ

하루가 또 이렇게 간다.


2018년 8월 17일까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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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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