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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8 유럽&북아프리카

자전거 세계여행 ~3136일차 : 샤토 티에리(Château-Thierry). 강물에 추락한 날

by 아스팔트고구마 2020. 4. 19.

자전거 세계여행 ~3136일차 : 샤토 티에리(Château-Thierry). 강물에 추락한 날 


2018년 9월 27일 


전날 저녁 늦게까지 대화하다 벌써 아침이 밝았네. 머시마끼리 뭔 할말이 그리 많은지.

우리가 그만큼 또 커간다는 말이겠지? 

크리스와 함께 3일간 지내는동안 같은 쉐어하우스 다른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굉장히 신선한 장면을 봤다. 집에 사는 한 명이 빠지기에 새로운 친구를 들이기 위한 하우스 메이트 면접이 있었다.  기존에 사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는데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과 집에 사는 친구들의 자기 문제임을 자각시키고 참여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란듯. 

면접후 또 토론까지.... 와... 깐깐하구만...






며칠간 저녁 시간에 계속 봤던 장면인데 일반적으로 이런곳이 많다고 한다. 

함께 사는 사람들. 

프랑스의 정신이 자유, 평등, 박애라고 한다.  

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박애는 현대에 와서 '공동체 의식'이라는 말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앞선 두개의 가치가 3번째의 '폭 넓은 인간애'와 별 관계로 느끼지 않는 것을 보면 남들이 동의할지 안할지는 몰라도 내겐 '함께의 가치'가 어떤건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떠날 날. 

크리스와 그의 여자친구 일로디.

룩셈부르크 사람인 그녀에게 얻은 약간의 룩셈부르크에 대한 정보. 

오래 있진 않을 것 같다. 


크리스가 한국에 여행오는게 빠를까? 내가 다시 이곳에 오는게 빠를까? 

알수 없다. 서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처지다... 

서로 물었다. 누가 더 빠를까? ㅋ 

사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처분 소득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알겠지. 

다시 만나세, 친구여! 


파리에 오고 나서 몇몇 친구들은 떠나기 하루 이틀전에 연락이 닿았다. 아쉽게도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다.ㅠ

크리스도 동의하는 부분이었지만 유럽 전체에 겨우 90일 비자만 주는건 너무 불합리하다. -_-;

EU이 빠꼼이들. 


친구들 다 못보고 떠나가는구나. 

우리에겐 페이스북이 있다. 다시 만나자고! 




2주만에 벗어나는 파리. 

9월말인데 날이 이렇게나 화창하냐.

섬나라 영국이 줄기차게 프랑스에 쳐들어올려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한편으론 프랑스가 그냥 먹고 들어가는 정도가 어떤건지도 알겠고.

고향 생각, 우리나라 생각... 




오후 2시가 좀 넘어가니 더위가 수그러 든다.

너무나 잘 나 있는 길을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 또 이동.


배가 고파서 길에서 스테이크 구워먹고 배 두들기면서 쉬다보니 벌써 해가 질 시간이다. 




기깔나죠잉~ ㅎㅎㅎㅎ

햐, 저 붉은 하늘에 기분이 정말 묘한지고...




오늘의 잠자리를 찾아 얼른 이동부터 해야지! 




어디서 캠핑해야 하나.




별빛이 반짝인다.

밤새 비는 안 오겠다.

오늘은 너른 들판에 저 하늘을 이불 삼아 보자! 




오랜만이다. 캠핑의 맛! 




밤하늘엔 불빛은 번쩍이고 별빛 또한 내린다.

지나가는 비행기가 하늘에 그리는 빛그림 또한 카메라로 담아본다.

저 멀리 파리에서는 불꽃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카메라 상태가 이상한지, 초점을 제대로 못 잡네. -_-;




신비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아마 내가 태어나서 본 달 중 가장 큰 달을 봤다. 

말로만 듣던 수퍼문이었는데, 정작 사진으론 이렇게 밖에 볼 수가 없어 아쉬울 따름... ㅠㅠ 






영화에서처럼 둥근 그런 달은 아니었는데 정말, 체감상 그 절반은 되는 느낌이었다.

달이 마치 내게 사람 크기의 둥근 공갈빵을 던져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메라로 아무리 찍으려고 해도 촛점이 안 잡혀 나온 사진이 저모양이다.

수동으로도 안되서 그냥 결국 이렇게 찍고 말았다.

사진을 찍다 짜증나서 그냥 건진게 이모양... 




다시 맞이한 아침. 




야호~ 오늘 달리기 좋은 날씨네. 

가려운 몸 좀 긁고~ 아침식사로 한끼를 채운뒤 출발! 




도착한 동네 이름은 모(Meaux).

이 동네도 이쁘장한 성당인 성 스테반 대성당이 있다.


작지만, 굉장히 아기자기한 느낌.

유럽 여행을 하면서 영화에서 느낀 장면은 진짜 프랑스, 이탈리아의 느낌이 유독 많이 든다.

그곳에서 영화를 많이 찍어서 그런걸까? 



오늘따라 낮 시간에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다.

땀은 계속 흘러서 눈에 자꾸 짠기가 쌓인다. 

땀이 흐른다 싶으면 굉장히 따갑다.

주기적으로 눈 주변은 물로 씻거나 물티슈로 닦아내준다.




파리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달리는 라이딩 길.

자전거 길은 없어 끝으로 붙어 달리고, 달리는 차들또한 조심히 나를 비켜 달려준다. 


잘 달리던 무렵! 


툭툭!!!!!!!!!!!!!!

콰가가각!!

뭔가 씹히는 소리에다... 페달질이 안되네....???????????

펑크도 아니고, 뭐지?


내려서 다시 확인을 해 보는데..

헉!




뭐야?




행거가 부러지다니... -_-;

우짜지...

자전거 짐 덜어내고... 붙이려고 악을 썼으나 안 됐다.




하늘은 이렇게나 좋은데... 나 우짜지?


수십분을 걸어서 맥도날드 도착.

인터넷부터 잡아서 가까운 자전거 점을 찾는데...


햐... 

규모있는 최소 자전거 샵이 있는 곳은 샤토 티에리까지 가야한다. 가장 가까운 데카슬론이 그곳에 있다. 

거리상 바로 갈수는 없다. 

사실 거기에도 내 자전거 부품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샵 위치를 확인후 이동을 위해 기차역으로 왔다.

라 페흑떼 쑤 주아흐 (La Ferté-sous-Jouarre)- 이름이 복잡한데다 티켓도 어디 버려놔서 까먹었는데, 기억만으로 이곳이 어딘지를 찾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와야함. -_-;

기차역 근처에서 캠핑을 하기로 결정.

밤이 되고 나니 잠잘곳 찾기가 쉽지가 않네.






안 좋은 일은 이렇게 겹쳐서 오나... 

다리를 지나 나무 옆에 자전거를 기대놨는데 자전거는 강가로 쓰러져 굴렀다. 

그 옆에 기댄 나도 무게 중심을 잃고 굴렀다. 


오 마이갓...!!!!!!!!!!!!!!!!!!!!!!!!! 

핸들바 가방이 열렸지만 카메라는 가지에 대롱거리면서 수면 위에 걸려서 살았다.


그러나!

자전거는 물 위의 가지에 위태롭게 걸린 상태로 리어 랙 패니어 2개 중 일부는 물 아래 잠겼다.

일부 짐들은 수면에 떠 있고, 프론트 패니어 2개는 강물을 따라 저 멀리 둥둥 떠내려 가고 있었다.


악!!!!!!!!!!!!!!!!!!!!!!!!!!! 

즉각반응~!!!!! 

물속으로 들어가 패니어를 건져내고 언덕위로 던지고 다시 강물로 들어가는 일을 몇차례 하고 나니..

진이 빠진다. 


헉헉.... 

어떻게 이걸 다 처리했는지 모르겠다. 




아, 힘들어 죽는줄 알았네.

땅 바닥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 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웃음이 나오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이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웃기네.  ㅋㅋㅋ

그냥...


어깨에 긴장한 근육 빠악~! 뭉친데다 무릎은 찍히고 팔은 가지에 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으, 여행을 마무리 할 시기를 정해가면서 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끝까지 몸 조심해야지.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웃기다.




우짜겠노, 웃어야지. 하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젖어버린 속옷까지 싹 갈아입었다.

땀 좀 씻어낸 셈 치지뭐... 




어흐, 빡세.




아침이다.

출발할 날! 




기차역으로 와서 티켓을 끊고 목적지인 샤토 티에리(Château-Thierry)로 간다.

계단 오르내리면서 짐 옮기는데.. 아놔, 너무 힘들었다. 

작은 간이역처럼 철로쪽으로 길 하나 만들어주지. 




마침내 도착! 

날씨는 왜 이렇게 좋은것이냐...




내가 이런 도시로 올지 예상도 못했지만... 이게 여행의 맛...인데, ㅋㅋㅋㅋ 어우 반갑지는 않어.

그나저나 동네가 이쁘다.




분위기 와 이래 좋노.


주변은 많은 포도밭이 있었다.

지도를 보니 바로 인접한 주가 바로 상파뉴... 곧 우리가 샴페인이라 부르는 스파클링 와인의 주산지다.

이곳의 포도밭도 상파뉴 포도밭이라 부르는데... 바로 옆이라 통칭해서 부르는 듯 짐작해 본다. 




제일 먼저 자전거 샵으로 왔다. 

이곳엔 자전거 샵이 있었지만 그냥 유아들 자전거를 파는 곳이었고 들렀던 데카슬론은 맞는 부품이 없다... 

규모도 내가 다녀본 곳에 1/5 수준으로 훨씬 작았다.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하나.

미리 예상은 했지만 정작 이렇게 될지 몰랐네, 결국 타 도시로 한번더 이동해야 한다. 




확인을 해 보니 대형 사이즈 브랜드 자전거를 취급하는 샵이 있는 곳을 찾아가려면 60km 정도 떨어져 있는 랭스(Reims)로 가야한다. 

영업 시간을 보니...

오늘부터 주말을 끼고 있는지라 3일의 시간을 더 보내야 한다. 


당장 자전거 끌고 3일동안 걸어서 차도 길을 가도 도착은 어렵다. 


머리를 굴리자! 3일동안 어떻게 지낼것인가? 

다시 검색 시작! 

아... 캠핑장이 따로 있나?

찾아 보니 있다. 맥도날드 바로 앞에 오토 캠핑장이!!!

정말로 정말로 이런 다행스런 일이 생길줄이야!!! 




밖으로! 




https://goo.gl/maps/iH8Wn8rnZwhzrgxE6




아, 살았다! 

자전거 용은 아니지만 독일 혹은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온 캠핑카들이 있었다.


주인이 항시 거주하고 있는게 아니라... 요금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다.

자전거 요금에 대한 것도 없어서 옆에 있던 프랑스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그냥 구석에 텐트치란다. 

펜스도 쳐져있어 밤에 그리 걱정할 바도 안되고...

무엇보다 샤워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펜스 밖엔 마른 강이 흐르고 조정클럽이 있었는데 처마까지 따로 있는 건물이어서 혹시나 비가 오면 그리로 피신할 계획까지 세워놨다.






햐, 다행이구만. 

우선 하루를 보내자! 전기, 물, 음식 등... 구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 구할수 있다. 

마음이 엄청나게 편해졌다. 




해가 화창하게 난 아침이다. 

그저께 물에 빠진거 정리도 제대로 못했다. 

볕 좋은 오늘 어제 강물에 빠져 덜 마른 짐부터 처리해야지. 




캠핑장 주변은 이렇다.

깔끔하다. 

사람도 없다.




커피 한잔! ^^ 




며칠 못했던 손빨래를 하고 건조 중.




캠핑장 바로 앞엔 맥도날드가 있어서 인터넷을 하면 되고, 요리를 할땐 가솔린 기름을 사서 캠핑장에서 조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굉장히 당황스러웠으니 짐 걱정도 상대적으로 덜해서 다행이었다.

햐... 이럴줄 알았나. ㅠㅠ 파리에서 친구 한명이라도 더 보고 오는건데. ㅠㅠ




데카슬론에 가서 보온병을 샀다.

해가 지면서 보니 날은 점점 일교차가 커진다.

아침에 일어나 쌀쌀한 그 때, 뜨거운 물과 보이차를 부어놓고 아침에 들이키면... 정말 좋다! 

중국에서 가져온 보이차를 제대로 달여 먹을 시간이다.




자전거 행거 때문에, 그리고 물가에 뒹굴면서 참 당황스럽고 쉽지 않은 순간들이었는데..

어제 오늘 도착해서 보니, 마음이 그냥 편하다. 

하늘이 정말 예뻤다.

해결방법은 다 찾아놔서 마음이 편하다.




근처엔 대형 수퍼마켓도 있어 마음껏 호사도 부린다. 

프랑스를 벗어나면 이런 맥주도 이제 마시기가 쉽지 않겠지? 

감사히 먹고 잠에 든다.


힘든 시간 가운데 의도하지 않게 가졌던 여유였다. 

생각해보면여행 막바지로 가면서 가졌던 자전거 여행다웠던 집시맨 같은 좋은 날의 쉼이었다.


정말로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던 시간, 

눈과 코로 느꼈던 청량감과 온 몸으로 느꼈던 이곳의 상쾌함의 시간.

이렇게 샤토 티에리에서 3일의 인생을 적립한다. 


자전거를 고치고, 빨리 룩셈부르크로 가야지!!! 


2018년 10월 1일까지의 이야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lifewithadventure/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sphalt_potato/


8년 9개월 간의 자전거 세계일주 여행기를 연재중에 있습니다. ^^ 

격려와 응원의 댓글, 완전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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