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년간의 세계일주/2010 중국

자전거 세계여행 ~7일차 : 식당에서 만난 친절

by 아스팔트고구마 2015. 8. 29.

2010년 4월 7일



아침이 밝았다. 새벽까지 잠이 제대로 안와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약간의 우울함에 빠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느 '지하생활자의 수기'라는 책인데... 확실히 러시아 문학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현대인의 삶이 어떻다고 말하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내 삶은 무엇이고 또 어디로 가는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여행의 목적중의 하나가 내 삶의 목적을 제대로 찾는 것이다. 

종교적인 것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또 직(職)과 업(業)의 분야를 보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다.

짐을 어느정도 싸 놓은 다음 숙소에서 나와 먹을 것을 찾기로 했다. 

아 날씨가 따뜻하구나..^^ 
좋네... 어제보다 바람은 별로 안 분다.

흠.. 가게가 있는 곳으로 가니, 첫날 먹었던 것과 비슷한 지단삥이긴 한데, 

양이 거의 2배로 컸다. 아침으로 제격일것 같아서 3원을 주고 하나 샀다. 

맛도 좋네. ^^ 


오물오물 베어 먹으면서 숙소로 되돌아 왔다. 

짐을 다 싼뒤, 이제 자전거로 다시 출발! ^^ 
무릎도 안 아프고 좋다! 핫핫~

큰 도로로 나오니... 바람이 다시 쌩쌩분다;; 이거 왜 이래... ;;;; 온도는 약 18도 정도... 그래도 따뜻하고 좋다.  








일조시까지 약 75km남았네...

마음먹으면 오늘 하루만에라도 가겠다. 흠... 날씨 상황보고 선택하자. 우선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니 바위덩어리의 산이 나온다.

요상한 모양인데, 흠 재미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1시가 넘어가니 몸이 조금씩 더워진다.

그래서 중간에 입고 있던 내복과 깔깔이를 벗었다. 오메~ 시원한거 ㅎㅎㅎ
목이 좀 마르고, 또 달달한게 땡겨서 어제 산 음료수를 한병 먹기로 했다. ^^




 



이 음료수병안에 있는 벌레, 개구리알 혹은 박테리아 모양 같은 것은 키위의 씨앗이다.

마시면서 간간히 씹히는 재미가 아주 별나다. 한국같으면 좀 미관상 안 좋다고 안팔릴수도 있겠네....;;
암튼 달콤한 맛! ^^ 
 


확실히 무릎이 그저께 보다 훨 낫다고 느끼는게 오르막이 있어도 부담이 좀 덜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서 그런지 그저께보단 수월하게 온거 같다.









앞으로 일조시까지 29km ^^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참 황량한 많은 느낌이 든다.

논 또는 나무만 덩그러니 있는가하면 파괴된 집 혹은 폐가들이 많이 보인다.
넓은 도로에 화물차만 몇대가 지나가기도 하고, 오토바이 타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경운기를 타고 가거나 나귀에 뒤에 수레를 매달아 가는 모습도 간혹 보이곤 한다.

 중국에는 나귀가 모는 마차와 수입 명품차가 함께 다닌다던데... 이 말이 아직까지는 유효한것 같다. 


무릎이 안 아퍼서인지 몰라도 생각해보니 약 6시간동안 20분도 안쉬고 계속 밟으면서 왔네...

무릎에 무리를 안 주려고 천천히 왔는데 적지 않게 왔구나.^^

중간에 날씨가 또 갑자기 8도나 뚝 떨어져서 손가락이 시렸다. 중간에 내려서 옷을 다시 입고, 출발을 했더니...

그나마 좀 살것 같다.

생각해보니 밥을 안 먹었다. 배가 살짝 고파서 작은 마을에 들어갔는데 수퍼마켓밖에 안 보인다.

 안되겠어. 식당을 찾아 들어가야겠다.

자전거를 세워두니 중국인들이 모여들어서 태극기랑 다른 깃대를 보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한국에서 와서 여행중이라고 하니까 신기해 한다.

아무튼..나 배고파!
작은 식당에 들어가서...

갑자기 볶음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챠오판(볶음밥)을 하나 시키고 잠시 기다렸다. 

식당에 가니 거울이 보이네.ㅋㅋㅋ 사진 한판! ㅋㅋㅋ

 






얼굴이 점점 중국인처럼 변해간다.ㅋㅋㅋㅋ

머리카락은 헬멧을 썼더니 중간에 도깨비처럼 모양이 잡히네.ㅋㅋㅋ

밥을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가 한국에서 왔냐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밥을 같이 먹자기에~ 하오! 하면서 테이블로 동석했다.

르자오(日照) 녹차를 한잔 마시니 몸이 따뜻해져서 몸이 나른해진다. 





 


차를 마시는데 아저씨테이블엔 토마토와 계란을 볶아서 만든 요리가 나왔다.

요리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맛은 먹을만하다.^^





 




 돼지고기와 파를 송송썰어서 매운 양념을 해서 만든 요리. 아저씨가 계속 권해주신다. ^^ 


나는 밥을 시켰는데... 이제서야 나온다. 











여기엔 한국볶음밥보단 기름이 덜하다. 큰 걸로 시켰는데... 우왕! 엄청 나게 많다.

이거 어떻게 다 먹어...;; 반만 먹어도 배 부르겟다. 아무튼 먹기 시작.
볶음밥만으로는 입이 심심했는데, 아저씨들이 주문한 요리를 먹으니 김치 생각이 안난다. 갠찮다.^^ 핫핫~


아저씨랑 같이 밥을 먹으면서 몇살이냐 학생이냐 요리는 맛있냐 등등을 물어본다. 

담배와 함께 갑자기 고량주를 권해주길래 한잔 받고 술병을 확인했는데 44도 짜리다. ㅋ 

술도 잘 못마시는데 이런걸 주면;; 위의 사진의 잔에 1/5을 마셨나? 

뜨겁다...핫핫;;; 아저씨한테 나 술 잘 못마시고 괜찮다고 하니 이젠 맥주를 권하신다.;; 

그래서 저 작은 잔에 맥주 한잔 마시니 몸에서 열이 난다. 아까전에 차를 마시고 몸이 따뜻해졌는데 고량주를 마시니 금방 몸에 열이난다. 

이래서 추운 지방 사람들은 독한 술을 마시는구나 이해가 되었다.

아무튼... 아저씨랑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30분 뒤면 해가 지는데 어디서 잘꺼냐고 묻는다. 자전거에 텐트랑 침낭이 있다고 하니,

 길에서 자면 위험하단다. 그래도 괜찮다고 하니 밤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자기랑 함께 가잔다. 

무섭냐고 물어보길래 전혀 무섭진 않은데,

난 돈을 아껴쓰고 싶고 길에서 텐트치고 자도 괜찮을것 같다고 하니 그래도 자기를 따라오란다. 

 





아저씨 : 한국엔 착한 사람 많아?
나 : 뭐 각양각색이죠.
아저씨 : 중국도 똑같애. 나 무섭니?
나 : 아니요~ 근데 돈은 가급적 아껴쓸려고 텐트랑 침낭 가져왔어요. 
아저씨 : 밤에는 차도 쌩쌩 지나가고, 춥다. 돈은 안 내도 되니까 따라와. 

밥 계산을 하려는데, 아저씨가 계산을 하신다. 너무 강하게 만류하셔서... 이거 몸둘바를 모르겠다;

아저씨를 따라서 가니 이미 빈관(여관)을 잡아 놓으셨다. 아저씨가 계산을 하신다;

아... 괜히 신세지기 싫은데... 아저씨가 괜찮다는 표정과 함께 손사래를 친다. 자전거를 숙소에 세워두고...

방으로 올라가니... 와, 어제 잤던 방보다 더 좋다. 온풍기도 있어서 더 따뜻하게 잘 수 있을것 같다.








이 방을 혼자 쓰게 해 주시네.


마시라고 광천수(우리나라의 생수)까지 주시고;;; 아 정말 시에시에만 연발했다.

아저씨가 방에 오셔서 편지를 써 주신다. 
나는 뭔가를 쓰길래 무슨 보고서 같은건 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내게 환영한다는 뜻의 글을 써 주셨다.

성함이 리우윈청(한국어로 유운성) 이구나. 글자가 좀 많이 날아다녀서 이름만 물어보고 나머진... 
나중에 시간나면 중국인한테 물어서 새로 글자를 써서 해석을 해 봐야겠다. 
아무튼 아저씨들이 환영한다는 내용.^^
 



 

 

  회색 옷 입은 아저씨가 리우윈청 아저씨.

고향이 웨이하이(위해)시인데 물류를 운반하는 업무를 한단다. 

그래서 1200km정도를 운행하는데 오늘 여기서 하루 쉬고 내일 항주까지 간다고 한다. 

아침 일찍일어나서 가야하니 편안히 쉬고 가라는 말까지 덧붙이신다. 아...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__)

밀린 빨래를 하고 간만에 온수 샤워를 했다. 이야... ㅠㅠ 행복해... 









면도를 안 했더니, 이제 슬슬 박찬호 수염처럼 되어가는건가? 

전역하고 나서 장 2주정도는 안해봤는데 더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솔직히 좀 많이 궁금하다.^^







 몸이 추워진다. 집에 굴러다니던 수면 양말을 신었는데, 이거....

발이 따뜻해야한다는 말은 정말 동감하는데, 진짜 효과가 있는것 같다. 발이 뜨뜻해진다. ^^ 좋아좋아좋아~ ㅎㅎㅎ

짐정리와 GPS 트랙을 정리한다음 무릎에 소염제와 글루코사민을 다시 바른다. 내일을 부탁해! ^^ 

===========================================

지출

4월 7일 
지단삥 3위안

달린거리

4월7일
72.8km


총 이동거리 184.8km + 72.8km = 257.6km
총 지출액 194.1 + 3 = 197.1위안 + 37200원 



반응형

댓글